- 2권 19화
44. 고마워. 잘 쓸게 (1).
자신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에드몬드를 응시하며 요한은 가볍 게 검을 까딱거렸다.
“덤벼.”
“죽어라!!”
그가 손에 들고 있는 해골 지팡 이를 휘두르자 검은 하늘에 먹구름 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산 자여!! 죽음을 거부할 수 없 으리라!!”
템테이션 오브 데스.
흑마법의 상태 이상 마법 중 가 장 강력한 마법이 발동되었다.
불길한 먹구름이 하늘에서 내려 와 요한의 몸을 감쌌다.
-살아서 뭐해? 그냥 죽어…….
-포기하면 편해…….
-세상 엿 같으니까 그냥 자살!
-세상에 널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그냥 죽어…… 죽어 서 편해지자…….
어둠 속에서 저주가 터져 나왔 다.
자살을 권하는 달콤한 저주가 요 한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저주의 먹구름이 요한의 몸을 완 전히 감싸자 에드몬드는 지팡이를 꽉 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네놈 따위가…… 내 소체를…… 네놈의 몸을 내 소체로 삼아 평생 괴롭……에드몬드는 씩씩거리며 먹구름을 향해 걸었다.
그때 검은 먹구름 속에서 비웃음 이 터져 나왔다.
“하하. 그깟 소체 하나 잃었다고징징거리기는.”
“뭣이!?”
순식간에 저주의 먹구름이 흔적 도 없이 사라졌다.
요한이 마법에 저항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자신의 마법이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했다는 것에 에드몬드는 할 말 을 잃었다.
템테이션 오브 데스를 이렇게 간 단히 버텨낼 줄이야.
경악하는 에드몬드를 향해 요한 은 도발하듯 검을 까딱거렸다.
“이제부터 더 많은 것을 잃을 텐 데.”
“이,이놈!”
“일단은 그 지팡이부터.”
요한은 왼손에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쥐고 빠르게 휘둘렀다.
“윽!!”
하마터면 또다시 머리가 날아갈 뻔했다.
다행히 지팡이로 막아냈기에 무 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지팡이는 요한의 일 격을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나버리고 말았다.
“네놈!!”
“그거 비싼 거였냐? 이거 미안해 서 어쩌나.”
한차례 빈정거린 요한이 뛰었다.
성난 표범처럼 빠르게 달려오는 그를 향해 에드몬드는 수십 발의 검은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검과 오러 블레이드는 검은 화살을 가볍게 쳐내버렸다.
수십 합의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몇 번이나 고비를 넘긴 에드몬드는 해골 안의 붉은 눈을 번뜩였다.
“이 검술은 소드 댄싱!! 광약의 제자였나!?”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그의 몸짓.
마법을 걷어내는 그 몸놀림.
겪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검술은 천하십강 중 하나. 투왕 광약의 소드 댄싱이었다.
“제길!! 광약에게 이딴 제자는 없다고 들었는데!”
“제자 아니다.”
-서걱.
또다시 오러 블레이드가 검은 로 브를 갈랐다.
아슬아슬하게 피해냈지만 귀해 보이는 로브는 반으로 갈라져 버렸 다.
그 탓에 리치의 하얀 뼈가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밀리고 있다는 굴욕에 몸을 떨며 에드몬드는 뼈밖에 없는 손을 뻗었 다.
“파이어 볼!!”
자신을 불태우려는 기세를 담은 채 불꽃의 공이 하늘을 날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불꽃의 공 을 요한은 웃으며.
“압.”
또다시 간단히 튕겨냈다.
“어,어떻게!?”
“소드 댄싱의 극에 오르면 투척 은 대부분 튕겨낼 수 있지. 그게 마법이든 뭐든. 광약을 알면서 이 건 몰랐나 보지?”
회귀 전 패왕에게 패배한 후 실 의에 빠진 광약을 돕고 그에게 소 드 댄싱을 배웠었다.
그 이후 꾸준히 연구하고 훈련하 여 소드 댄싱의 극에 도달했었다.
그렇기에 회귀를 한 지금도 소드 댄싱을 쓸 수는 있었다.
‘비록 몸이 따라가지는 않지 만……오러와 코어의 힘을 빌린다면 절 정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는 소드 댄싱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준은 마법 정도는 가볍게 튕겨낼 수 있을 정도.
요한은 딱히 뽐내는 기색도 없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매개체도 없이 쓴 마법이야 그 냥 돌멩이나 다름없지.”
튕겨 나간 파이어볼에 맞은 에드 몬드가 바닥을 나뒹굴자 요한은 허 공으로 뛰어올랐다.
“흡!!”
내려치는 두 자루의 검이 밤하늘 을 가른다.
붉은 불꽃과 은색의 섬광에 머리 가 박살 날 위기에 처한 에드몬드 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굴렀다.
간신히 공격을 피한 에드몬드가 일어나자 요한은 키득거렸다.
“하하. 리치가 아니라 차라리 벌 레라고 하지그래? 바닥 구르는 게 잘 어울리는데.”
또다시 시작된 도발에도 에드몬 드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상대는 강하다.
지금의 자신보다는 훨씬 더.
이대로라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법 연구가 멈춘 다는 말과 같았다.
리치가 된 것도 마법 연구를 위 해서였다.
연구를 위해 타락을 감수한 에드 몬드에게 소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 하하하…… 네놈은 강하구나. 인정한다.”
“비장의 수 남겨둔 거 있으면 빨 리 꺼내. 아. 못하겠구나? 지팡이 내가 박살 내버려서.”
듣는 이로 하여금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말투는 리치에게도 효 과가 있었다.
“네놈……!"”
“네놈 말고는 할 말이 없냐? 차 라리 욕이라도 하든가. 어휘력이부족한가? 욕 좀 가르쳐줘?”
요한이 다시 검을 까딱거리자 에 드몬드는 반쯤 타버린 로브를 벗었 다.
지팡이가 없다면 다른 것을 이용 하면 된다.
원래라면 숨겨야 하지만 이미 불 리한 상황.
그냥 있어도 진다면 일발 역전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끝나느니……살점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해 골의 몸이 드러났다.
검은색 마력으로 감싸져 있는 갈 비뼈 안쪽에서 붉은색 보석이 반짝 이고 있었다.
에드몬드는 천천히 그 보석을 꺼 냈다.
자신의 라이프 베슬을 매개체로 금기를 범하려는 것이었다.
비록 실패한 연구이고. 가진 모 든 마력을 써야 한다.
거기에 이 마법이 실행되면 자신 도 위험하다.
하지만 그냥 있으면 어차피 패배 한다.
그럴 것이라면 모험을 하는 것이 나았다.
“나는 죽음을 극복한 자. 그럼으 로써 오래된 자의 의지를 받은 자.”
주문이 시작되자 에드몬드의 몸 주변으로 검은 마력이 모여들었다.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기 전 자연 스레 보호막이 펼쳐진 것이다.
그것을 응시하며 요한은 코어를 회전시켰다.
‘그래. 이 정도 도발했으면 그 정 도 근성은 보여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도발한 이유가 없잖아.’
꽤나 강렬한 마법을 준비하는 듯 에드몬드는 두 번째 방어막까지 준 비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저 경계하며 얌 전히 지켜볼 뿐이었다.
아니,그저 기회를 노리고 있었 다.
언제든지 때가 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힘을 모으며.
보석에 마력이 집중되는 것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혼의 깊이가 낮은 자여. 오래된자의 모습에 절망하고,진실을 마 주한 고통에 울부짖을지어다.”
그의 손에 쥐어진 붉은색 보석의 빛이 점차 강해진다.
주변이 붉게 물들어질 정도의 빛 이 만들어졌을 때.
에드몬드는 마지막 주문을 외웠 다.
“시간의 모서리에 거주하는 굶주 린 사냥개여. 이곳에서 모든 적 O......,,그의 주문이 끝나기 직전.
요한이 먼저 선언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요한의 영역전개가 시작된 순간.
에드몬드는 리치가 된 이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공포에 휩싸였다.
리치의 막대한 정신력으로도 감 당하기 힘든 무지막지한 공포와 혼 란이 다.
숙련된 마법사인 그조차 쉽게 저 항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 틈을 요한은 놓치지 않았다.
“흡!!”
“크아아악!!”
오러 블레이드의 일격에 보호막 이 깨지고 마법이 중단되었다.
마법이 완성되기 전 강제로 중지 되었기 때문일까?
에드몬드의 백골은 마력의 반동 에 큰 충격을 받고 금이 가기 시작 했다.
고통을 호소하며 뒤로 물러난 그 를 비웃은 요한은 그가 놓친 라이 프 베슬을 들었다.
“그거 아냐?”
마력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는 보 석을 응시하던 요한은 천천히 검을 내렸다.
그의 몸에 새겨지는 금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보며 요한은 느긋하 게 말했다.
“마력이 한계까지 담긴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 현자의 돌의 가장 중요한 재료라는 거?”
요한은 붉은 보석을 주머니에 넣 은 후 싱글거리며 에드몬드에게 다 가갔다.
“네…… 네놈…… 네놈…… 혀, 현자의 돌을…… 어…… 어떻게 만 드......w“훌륭한 직업 정신이네. 이 지경 이 되어서도 그런 질문을 하다니.”
에드몬드의 몸에 생긴 금은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뻣가루가 많아졌고 관절이 툭툭 끊어진다.
죽음을 거부하고 불사의 존재가 된 에드몬드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 앞에 선 채 요한은 오러 블레 이드를 들었다.
“고맙다. 네 라이프 베슬,그리고 네가 모아 놓은 마법 도구들과 연구일지는 소중히 잘 써주마.”
“안……“네가 남긴 유산은,나의 발전을 위해 소중히 쓰일 거다. 진짜 고맙 다.”
“안돼……“물론 회귀 전에도 고마웠지만.”
“나…… 나는 위대한 자를……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
요한은 에드몬드의 해골을 부숴 버렸다.
우〜많은 것을 얻은 것치고는 싱거운 일전이었다.
해골이 박살 난 에드몬드의 몸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뻣가루 사이에 남은 것은 단 둘.
리치의 증거인 타락한 검은 뼈와 에드몬드의 인식표였다.
그것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은 요 한은 성큼성큼 동굴 안쪽으로 들어 갔다.
사취가 넘쳐나는 동굴 안에는 꽤 많은 것들이 있었다.
연구일지부터 시작해서 시약이나 약초.
기괴한 형태의 벌레들과 부글거 리는 액체까지.
전형적인 마법사의 연구실이다.
그 연구실 안쪽을 두리번거리던 요한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찾았다!”
기억에 있는 고급스러운 상자를 발견한 요한은 상자를 천천히 열었 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하나의 작은 앰풀이었다.
반투명한 은색의 액체가 담겨 있 는 앰풀을 이리저리 살펴본 요한은 바로 앰풀을 꿀꺽 삼켰다.
그의 몸으로 들어간 앰풀이 터지 며 안의 물약이 몸에 깃들었다.
그 이질감을 만끽한 요한은 허공 에 손을 뻗었다.
그저 허공에 뻗어진 그의 손은 단숨에 허공의 틈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좋아. 여섯 칸짜리……! 이것도 같군.”
아공간 주머니 중에는 스무 칸이 넘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여섯 칸짜리라 면 충분히 아쉬울 만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고대 유적을 탐사하거나 보물 고블린을 잡았을 때 아주 낮은 확률로 발견될 뿐이 었다.
‘지금은 여섯 칸이면 감지덕지하 지……/아공간 주머니가 있고 없고에 따 라 생활 수준이 달라지니 요한으로 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텅 빈 아공간 주머니에 리치의 라이프 베슬과 천 마리 검은 염소 를 쌓는 방법을 넣었다.
남은 자리에는 비싼 시약과 에드 몬드의 연구일지를 챙겼다.
그 외에 마법 스크롤이나 재료들 은 가방에 쑤셔 넣는다.
빠르게 필요한 것을 전부 챙긴 요한은 콧노래를 훙얼거리며 동굴 밖으로 나갔다.
“흡!!”
낮은 기합성을 터트리며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와 검으로 동굴 벽을 냅다 후려쳤다.
단 일격만으로 동굴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정도면 뒷정리는 알아서들 할 것이고……”
위험하다 싶은 물건이나 귀한 물 건은 전부 챙겼다.
남은 것은 공터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뿐.
그것들을 응시하던 요한은 뒤통 수를 긁적거렸다.
“저건 하온달에게 맡기면 되겠 고…… 난.”
천천히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요 한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노동자들 합류시키러 가야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