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17화
42. 명성 따위 필요 없다 (3).
“아카데미를 졸업했어?”
“졸업은 아니고 중퇴입니다. 삼 학년까지 다니고 나왔지요.”
“그렇군. 이봐,하온달. 좀 큰물 에서 일해 볼 생각 없어?”
요한이 웃으며 묻자 하온달은 당 황했다.
아직 유저도 되지 못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절대 공자님을 실망 시키지 않겠습 니다.”
이것은 기회다.
꽤 오래 바그너 기사단에 있었지 만,자신을 알아준 사람은 요한이 처음이었다.
그가 기뻐하자 요한은 웃으며 하 온달의 어깨를 토닥였다.
“생각 있으면 준비해둬.”
“예! 반드시 가겠습니다!”
하온달의 인사를 받으며 나간 요한은 아까의 모험가들을 찾았다.
주점에서 쉬고 있던 그들은 요한 이 오자 웃으며 반겼다.
“어서 오시게나!”
“어서 오십시오.”
“식사는 하셨습니까. 공자님.”
대륙은 인간이 타 종족들보다 높 은 위치에 있었다.
그러니 종족이 다르더라도 인간 족의 규칙은 다른 종족들도 존중을 해주곤 했다.
특히나 상대가 귀족.
그것도 이 영지의 귀족이라면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옳았다.
“다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그래.”
“저희는 모두 동 등급 모험가입 니다. 저 하플링은 아단,이 드워프 는 헤갈. 그리고 저는 유아랑입니 다.”
“요한 바그너. 바그너 가문의 장 남이다.”
“장남이시라면…… 바그너 영지 의 후계자?”
“소식을 듣지 못했나 보군. 후계 자는 내 동생이 맡기로 했다.”
사지 멀쩡한 장남이 후계자가 아 니다.
의아할 만한 일이지만 이건 개인 의 사정이다.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물을 필 요가 없었다.
“그럼 본론부터 말할까? 이 마을 에 나타난 좀비는 흑마법사의 소행 으로 보인다. 너희. 뭔가 아는 것이 있나?”
요한의 질문에 셋은 딴청을 피웠 다.
“정식으로 모험가 길드에 문의를 해봐야겠군.”
“아,아니 그게.”
결국,대답을 한 것은 헤갈이었 다.
“끙…… 사실 우리는 한 흑마법 사를 찾고 있소.”
‘이 일을 일으킨 주범에 대해서 는 이놈들도 알고 있나 보군.’
“그자는 이래저래 좀 골치 아픈 놈이라서. 모험가 길드에서 현상금 을 걸었지.”
“ 얼마?”
“삼만 골드.”
그의 대답에 요한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회귀 전에 이곳에 있었던 흑마법 사는 요한이 해치웠었다.
물론 이맘때가 아닌 훨씬 후였지 만.
어쨌든 그는 요한이 잡았었다.
하지만 보상 따위는 받지 못했 다.
‘그때 모험가 길드에 가입을 안 했었지. 설마 그것 때문에 안 준건 가? 아니면 그냥 호구 취급?’
요한은 새삼스럽게 분노를 느꼈 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던 놈들 이었는데…… 잘됐네. 나중에 찾아 가서 다 뒤집어 엎어놔야겠다.’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그리 이 를 가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이래 저래 골치 아프다는 것은 무슨 이 야기지?”
“으음…… 그게.”
“셋은 대답하는 대신 요한의 눈 치를 살폈다.
머뭇거리던 그들 중 입을 연 것 은 유아랑이었다.
“저희도 정보를 모으느라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그럼?”
“만약 공자님께서 저희들을 고용 하시면. 저희도 정보를 제공하고 요한 공자님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유아랑의 제안을 듣고 요한은 예 전 일을 떠올렸다.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윌카스트 백작은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그 흑마법사는 잡지도 못 하고 쫓아내기만 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죽고,수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이 셋은 도움 은커녕 방해만 될지도 몰랐다.
“내가 거절한다면?”
“그렇다면 정보를 드릴 수는 없 습니다.”
상냥하게 웃고 있지만,유아랑은 냉정했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요한은 눈을 감고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들과 함께 잡으러 갈 필요는 없다.
물론 회귀 전과 다르게 이들이 죽을 일은 없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함께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거절하고 나중에 내 밑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낫겠군.’
요한은 빠르게 그들을 끌어들일 방법을 강구해냈다.
그리고 나온 생각을 천천히 입에 담았다.
“같잖은 정보 몇 개 알고 있다고 나와 거래를 하려고 하다니. 간도 크네.”
갑작스레 요한의 분위기가 바뀌 자 유아랑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한은 살벌한 시선으로 셋을 쳐다본 후 으르렁거 렸다.
“너희의 정보 따위 없어도 괜찮 아. 기껏해야 정보상에게 산 자투 리 정보겠지.”
“요한 공자님. 말씀이 지나치십 니다.”
“됐고. 이쪽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는 그냥 다른 곳에 가라.”
냉정해진 요한을 향해 당황한 그들은 다급히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그 놈을 잡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 력을 했는데.”
“그건 너희 사정이지. 내가 그것 까지 봐줘야 하나?”
심드렁하니 요한이 말하자 헤갈 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그대가 귀족이라 하나 우리는 다른 종족이고 모험가일세.”
“오. 자신만만하구만.”
“고용을 하지 않겠다면 명령을 따를 이유는 없지. 그리고 요한 공자. 당신은 그에 대한 정보도 없지 않은가.”
거센 항의를 요한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개나 소나 다 아는 정보 가지고 무슨.”
“그럼 요한 공자님께서는 그 마 법사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 마법사의 이름은 에 드몬드 몽스웰. 금기를 범하고 추 방된 자지.”
“……그,그걸 어떻게?”
네 번째 코어를 얻었을 때.
요한은 다섯 번째 코어를 만들기 위한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필요한 재료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그가 가 지고 있었다.
복수를 위해 그를 잡은 것은 아 니었다.
그저 공교롭게도 겹쳤을 뿐.
그를 잡고 연구일지를 보고 나서 야 바그너 영지에서 나타났던 흑마 법사임을 알았었다.
“혹시 다른 모험가가 찾아왔었던것입니까? 그게 아니면……요한은 당혹스러워하는 모험가들 을 향해 말했다.
“그건 너희가 상관할 바가 아니 고. 경고한다. 괜히 나대지 말고 그 냥 다른곳 가라.”
요한의 진심 어린 조언에 모험가 들의 표정이 변했다.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며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요한은 씩 웃었 다.
“너희 그러다가 혼난다.”
“자신감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에드몬드는 익스퍼트 혼자 잡을 놈 이 아닐세.”
“그건 나도 알아.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쏙인 요한은 빈 손을 들었다.
그의 말에 의아해하던 셋의 시선 이 변했다.
의아함에서 경악으로.
익스퍼트가 아니다.
하지만 아까 전 요한은 검에 오 러를 담았었다.
그럼 요한의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순간 요한의 내밀어 진 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니,불길과 닮은 타오르는 오 러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 익스퍼트 아니야.”
“마스터!?”
요한이 펼친 오러 블레이드는 매 우 선명하며 안정적이었다.
그 말은 엄청난 수련을 거친 검 사라는 이야기였다.
“어때? 이 정도면 받아들일 만하 지?”
잠시 망설이던 그들은 서로 눈치 를 살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거절이 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마스터를 앞에 두고 용감하네. 칭찬할 만해. 그야말로 자유를 따 르는 모험가의 귀감이야. 훌륭해. 훌륭해.”
요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보든가. 뒷감당은 알아 서 하시고. 서로 방해나 하지 말자 고.”
결국,셋이 꾸벅 인사하고 나가 자 홀로 남은 요한은 오러 블레이 드를 해체했다.
“저…… 고,공자님?”
“음? 아. 이거 내가 소란을 피운 건가?”
“그,그런 건 아닙니다.”
다가온 주점의 주인은 걱정스러 운 어조로 말했다.
“아까 저들이 말하던 것을 들었 습니다. 그 마법사? 그자는 굉장히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
“예. 공자님께서 행여나 다치실 까……. 그게 걱정됩니다.”
셀만의 요청을 받고 온 요한이 다.
마을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 다치 면 마을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주점 주인은 무척이나 걱정했지 만,요한은 그저 심드렁함을 유지 할 뿐이었다.
“내 걱정은 말고 주문이나 받 아.”
“예에……주점 주인은 걱정스러워하며 메뉴판을 가지고 나왔다.
내밀어 진 메뉴판을 보던 요한은 가볍게 메뉴판을 접었다.
“양다리 구이,샐러드,호박 수 프,밀 빵,스콘,쟁.”
“저 공자님? 이 정도면 4인분이 넘습니다만.”
“가져와.”
메뉴판을 덮으며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오늘 밤에는 힘 좀 많이 써야 할 것 같으니까. 팍팍 먹어놔야지.”
그의 말에 주점 주인은 질린 표정으로 주방에 들어갔다.
* ♦ ♦식사를 끝내고 요한은 바로 토라 드 산으로 향했다.
보름달이 뜬 덕분일까?
시야가 밝아서 주변을 탐색하기 편했다.
그렇기에 요한은 산에 올라가자마자 발견할 수 있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만.”
e— 1e...... •위협적인 울음소리와 함께 수풀 에서 늑대들이 나왔다.
여기저기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눈에는 초점이 없다.
“늑대에게도 사자소생을 썼다 라……. 확실하네.”
-캬야야!!
일반적으로 마법사가 사자소생 마법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 뉜다.
첫 번째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언데드를 이용 해야만 할 때.
그 이외의 경우에 사자소생을 쓰 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사자소생에 들어가는 부담이 상 당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미쳐버릴 수도 있 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사자소생을 늑대에게 펼쳤다?
그것은 늑대들을 좀비로 만들어 뭔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자소생을 자체를 통해 금기를 범하려는 것이다.
사자소생의 메커니즘은 금기인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산 것은 죽기 마 련이다.
그 죽은 자를 다시 살려내는 마 법이니 시간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에드몬드 몽스웰이 상아탑에서 쫓겨난 이유 역시 이것 때문이다.
‘거 하지 말라면 하지 말 것이지.’
꼭 하는 놈들 때문에 이렇게 문 제가 생긴다.
요한은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늑대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커허엉!!
좀비가 된 늑대들은 산자인 요한 에게 적의를 내뿜으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고작해야 늑대가 요한을 이길리는 만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한은 늑대들 을 간단히 해치워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 다.
보물 고블린에게 얻었던 검이 거 의 한계였기 때문이었다.
“슬슬 괜찮은 무기를 찾을 땐 가……좋은 검이 있다면 손질에 시간 투자를 덜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돌아오는 시간을 훈련 에 투자한다면?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무기를 만들지 않 을 이유가 없었다.
‘좋은 검도 좋지만 당장 쓸 무기 가 없으니. 당분간 쓸 검은 만들어 둬야겠군.’
다행히 바그너 영지 근처에서 필 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다.
그럼 잠깐 시간을 내어 가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번 일 끝나고 시간 내서 한번 가봐야겠네.’
금기를 건드릴 정도로 강대한 적 과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걱정 보다는 앞으로 할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유롭게 산길을 타고 올라가던 요한은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을 터 트렸다.
꽤나 많은 좀비들이 쓰러져 있었 다.
아까 밀밭에서 봤던 전투의 흔적 과 같은 것들이었다.
“하. 이 귀여운 놈들.”
모험가들이 그냥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너무 예상대로 움직이니 오히려 맥이 빠져버렸다.
“아무리 내가 도발을 하기는 했 지만 벌써 움직여주다니. 쯧. 역시 욕심이 눈앞을 가리면 앞뒤 분간을 못 한다니까……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