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14화
39. 안락하고 확대되는 삶을 위 .
해서 (4)
“요한 공자님? 왜 그런 표정이십 니까?”
메이의 질문에 요한은 고개를 저 었다.
그리고 아직도 쑥스러워하는 마 고 후작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후작님께서는 별일 아니라고 하 셨지만.”
“응?”
“빌헬미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 을 겁니다.”
회귀 전의 삶에서 요한은 유서를 남기고 죽어버린 그녀를 만났었다.
그때 그 유서의 내용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빌헬미나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감사한 사람이 마고 후작. 당신이 었지.’
“아무튼, 빌헬미나가 사람들을 먹이고 살찌우게 하는 건 그것 때 문이야.”
“대단하네. 나 같으면 당장 하온공국부터 박살 내놓았을 텐데.”
“하온 공국의 공왕,그리고 전쟁 에 가담했던 수뇌부들은 그녀가 손 을 쓰기 전에 전부 죽었는데 뭐.”
“빌헬미나가 죽인 건가?”
“아니,상아탑에서. 그녀와 친했 던 로드들이 나섰지.”
상아탑에서 로드들이 직접 나섰 다면 공국 정도로는 당해낼 수 없 다.
그의 말에 메이는 잘했다는 듯 짧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 은 없었다.
“아무튼,상아탑은 뛰어난 로드 를 한 명 잃게 되었어. 아주 어처 구니없는 이유로.”
빌헬미나의 일은 마법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아무리 마법 연구가 중요하고, 또 좋다고 하더라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해야 한 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많은 마법사들은 마법연구를 할 경우,상아탑에 보 고 후 관리 및 지원을 받으며 하게 되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메이가 탄식을 터트리며 중얼거 리자 마고 후작은 천천히 말했다.
“그녀는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네. 그런데 요한.”
“예?”
“그녀가 할머니라고 불러달라고 한 것은 너를 손주 취급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도 괜찮은가? 그녀 의 출신은 평민이다만……“뭐 어떻습니까. 밥해주는 분인 더L”
“허……“그걸 후작님께서 신경 쓰실 줄 은 몰랐습니다.”
어느새 오솔길에서 나온 요한은 마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야칸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천시하는 묘인족을 집 사까지 올려주신 분이 신분 문제를 거론하실 줄이야.”
“난 오크도 능력 있고 신의만 있 다면 쓸 사람이야.”
“훌륭하십니다. 아,그리고.”
요한은 마법서를 마고 후작에게내밀었다.
“혹시 이거 필요하십니까? 원래 는 빌헬미나를 포섭할 때 쓰려고 했던 건데.”
“나보다는 너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만.”
마고 후작은 고서를 모으는 취미 도 없고 그것을 가지고 자랑할 생 각도 없었다.
헤임달이 필요로 한다면 모르지 만, 그가 거절한 이상 큰 의미가 없다.
마고 후작이 거절하자 요한은 마법서를 옆구리에 끼웠다.
“그럼 제가 알아서 쓰겠습니다.”
“그러게나. 자,이제 다들 가지.”
장미관에 도착하자 다른 귀족들 이 떠나는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 바그너 백작가의 마차 역시 요한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 었다.
“그럼 잘 가게.”
“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헤어진 요한 은 마차로 향했다.
그가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세상 누구보다 밝은 목소리가 그 를 반겼다.
“공자님! 오늘도 존안이 무척이 나 밝아 보입니다!”
바그너 기사단의 단장인 하인스 였다.
그는 선망과 감탄,기쁨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뭐야? 왜 이래? 부담스럽게끔.”
“아아,우리 기사단에도 드디어 마스터가……“재 왜 저러냐?”
야스진은 어색한 듯 미소를 지었 다.
“마스터가 있는 기사단과 없는 기사단은 그 위상 차이가 엄청나게 나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재는 왜 내가 바그너 기사단에 들어간다고 생각 하는 거냐고.”
기뻐하던 하인스는 요한의 말에 딱딱히 굳었다.
“안…… 들어오실 겁니까?”
“내가 왜?”
“아니 그래도……하인스는 난감해 하며 얼른 윌카 스트 백작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윌카스트 백작은 그저 웃 기만 할 뿐이었다.
“주군!! 공자님을 그냥 두실 생 각이 십니까?”
“요한이 다른 기사단에 들어가겠 다고 한 것도 아닌데 뭐 어떤가.”
“아니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겠지.”
믿었던 윌카스트 백작마저 그리 말하니 하인스의 어깨가 축 늘어졌 다.
결국,하인스는 말없이,그저 간 절한 눈으로 요한을 바라보기만 했 다.
그 시선에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 다.
“거 더럽게 신경 쓰이게 하네. 너도 마스터 되면 되잖아.”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벌써 했 겠지요.”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익스퍼트 에 머무르다가 은퇴하는지는 하인 스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익스퍼트 중 마스터의 경 지에 오르는 것은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마스터의 경지에 오 르면 어느 나라든 무조건 자작 위 를 준다고 하겠는가.
“거 참. 나중에 청삼 구하면 하 나 줄게. 됐냐?”
“정말이십니까!?”
“그 대신 넌 나중에 나랑 일 하 나만 같이 하자. 네가 해줬으면 하 는 일이 있거든.”
“당연히 해야지요!”
청삼을 얻을 수 있다면 마스터도 노려볼 만했다.
하인스가 밝게 외치자 요한은 마 차에 올라탔다.
“그럼 군소리 말고 출발해. 야스 진. 넌 안 타고 뭐하냐?”
“아. 그게 요한 공자님. 공자님께 서 출타하신 동안 다른 귀족분들이 친서를 또 보내셨습니다만……야스진은 가방을 열어 가득 찬 친서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이 기사단에 들어오라는 것과 초대장입니다.”
“정리해놔. 가면서 읽게.”
“알겠습니다.”
야스진이 가방을 들고 마부석에 앉았다.
그까지 탄 것을 본 요한도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떠날 준비가 되자 하인스 는 주변을 보며 말했다.
“출발하자!!”
바그너 백작가가 움직이기 시작 했다.
그들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창문 을 통해 응시하던 마고 후작은 와 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요한이 태풍의 핵이 되겠군 ……. 그 태풍이 길조일지 흉조일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그가 만들어낸 여파가 왕 국을,아니 대륙을 어떻게 뒤흔들 까?
그것만큼은 노련한 마고 후작도 예측할 수 없었다.
* * *별다른 문제 없이 월카스트 백작 의 마차가 바그너 저택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프란츠는 기뻐했다.
“무사히 복귀하신 것을 환영합니 다! 아버님!”
“그래. 고생 많았다. 별일 없었 고?”
“평소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 런데 형님께서는……마차의 문이 열리며 내린 것은 월카스트 백작뿐이었다.
함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요한 이 없자 프란츠는 의아해했다.
“저기 오고 있잖니.”
윌카스트 백작이 가리킨 쪽을 보 니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었다.
상의를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미친 듯이 뛰는 깡마른 남자.
요한을 본 프란츠는 혀를 내둘렀 다.
“설마 저기서 뛰어오는 사람이 형님입니까?”
“그래 하루에 이십 킬로미터 이 상은 뛰는구나.”
“허…… 대단하군요.”
“더 대단한 이야기는 못 들었지?”
“예?”
의아해하는 프란츠에게 윌카스트 백작은 타이론 영지에서 있었던 일 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프란츠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만 쩍 벌렸 다.
그때, 달리기를 끝낸 요한은 숨 을 몰아쉬었다.
땀을 닦고,야스진이 준 물을 마 신 요한은 힐끔 프란츠에게 눈을 돌렸다.
“입에 벌레 들어가겠다. 벌리고 있으려면 감나무 밑에서 벌리지 그 러냐?”
그럼 떨어지는 감이라도 먹지.
요한이 웃으며 농담을 건넸지만, 프란츠의 반응은 바뀌지 않았다.
“혀,혀,혀…… 형님…… 마, 마……“별일 없었냐?”
“별일이요!? 이거만큼 별일이 어 디 있습니까! 아니 마스터라니요!? 형님 마스터셨습니까!?”
프란츠는 요한의 어깨를 꽉 잡으 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외침에 요한은 눈꼬리를 치 켜 떴다.
“이게 미쳤나. 어디서 소리를 질 러?”
깡마른 손이 자신의 목을 잡아채 자 프란츠는 움찔했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별일 있었 냐고.”
“없었습니다만……“그래? 아직 아닌가? 그럼 혹시 빌헬미나가 오지 않았나?”
“과자 집의 마녀? 그녀가 바그너영지에 오기로 했습니까? 아직 안 왔는데요.”
“그럼 됐어.”
프란츠의 목을 놔준 요한은 주변 을 둘러보았다.
환영을 위해 나와 있던 사용인들 은 복잡한 시선으로 요한을 보고 있었다.
그냥 개망나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스터 개망나니라니.
사용인들의 표정은 점점 푸르죽 죽하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린 다 죽었군.’
‘요한 공자님이 마스터라니…… 귀신은 뭐하나. 저 개망나니 안 잡 아가고.’
사용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에 뻔히 드러났다.
“야. 다들 잘 있었냐?”
“예. 예!”
“이렇게 다들 모여 있는 걸 보니 할 일 없나 봐? 그럼 나랑 면담이 나 할까?”
요한과 면담?
그냥 요한도 무서웠는데 이젠 마 스터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였기 에 사용인들은 잽싸게 인사를 마치 고 우르르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때 였다.
저택의 정문 쪽으로 한 기사가 뛰어오고 있었다.
“헉헉…… 프란츠 공자님! 크,큰 일입니다!”
달려온 것은 이반이었다.
예전 일로 요한에게 제대로 찍힌 기사.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열심히 달 려오고 있었다.
그를 본 요한은 씩 웃었다.
‘역시.’
도착할 때쯤이면 얼추 시간이 맞 을 것 같았다.
윌카스트 백작과 요한을 본 이반 은 그들에게 인사를 한 후 프란츠 에게 다급히 보고했다.
“화이논 마을에 언데드가 나타났 다고 합니다!”
“뭐!? 언데드!?”
추수철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 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언데드는 이야기가 달랐 다.
프란츠는 허리에 있는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내가 가봐야겠군.”
프란츠가 나서려 하자 요한은 그 의 어깨를 잡았다.
“바쁠 텐데 굳이 네가 갈 필요가 있겠어?”
“예? 그럼……?”
“내가 갈게.”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요한 이라면.
특히나 마스터라는 것을 들은 지 금이라면 그가 나서주는 것이 오히 려 안심이었다.
프란츠는 밝게 웃으며 외쳤다.
“형님께서 나서주신다면 두려울 것이 없지요! 지원군은 금방 편성 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혼자 간다.”
회귀 전에도 잡아봤던 놈이다.
상대법도 아는데 굳이 군식구를 데려갈 필요는 없었다.
요한이 무덤덤하게 답하자 프란 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당황한 그는 다급히 외쳤다.
“형님! 몬스터 토벌은 그렇게 쉬 운 일이 아닙……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불길한 적색 오러의 검.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 를 본 프란츠는 침을 꼴깍 삼켰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요한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말만 들었지 요한이 진짜 마스터 라는 것은 몰랐던 이들은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놀랄 수 없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그,그럼 초,촌장이 있는 곳까지 모시겠습니다.”
예전 일로 찍힌 이반은 몸을 떨 며 말했다.
걸어가는 그의 뒤를 따르며 요한 은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감췄다.
‘아공간 주머니와 더불어 현자의 돌을 만들 재료들은 이번에 거의 다 얻겠군. 이제 몇 가지만 더 모으면……:다섯 번째 코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회귀 전에 비하면 몇십 배나 빠 른 성장에 요한은 무척이나 만족해 했다.
“그건 그거고.”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이반의 어 깨를 잡았다.
“기억하고 있지? 내가 힘 생기고 나면 두고 보자고.”
“히익……그동안 별말이 없길래 그냥 넘어 갈 줄로만 알았다.
설마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이 야.
이반의 안색은 가을의 맑은 하늘 보다 더욱 푸르게 물들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