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13화
38. 안락하고 확대되는 삶을 위 .
해서 (3)
요한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법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포 섭할 수 있다.
하지만 쉽고 빠르게 살찌울 수 있는 사람은 빌헬미나 외에는 없었 다.
요한의 진심을 마주하던 빌헬미 나는 마고 후작에게 눈을 돌렸다.
“저 아이가 하는 말이 사실이오?”
“그럴 것이오. 빌헬미나. 그리고 저 아이. 마스터라오.”
빌헬미나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봐도 빈약하고 병약해 보 이는 소년이다.
그런 이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은 오래 산 빌헬미나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었다.
그녀의 눈에 순간 마법사들이 가 지는 흥미의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렇구나……“함께 가시겠습니까?”
“아이야.”
“요한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래. 요한. 너도 알겠지만…… 나는.”
“당신이 영지를 가진 귀족들에게 경원시 되는 것은 압니다.”
빌헬미나의 집에 왔던 사람들은 나태함에 빠지게 된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빌헬미나의 요리.
그리고 그녀가 만들어 주는 안락 함.
그것을 겪은 이들이 다시 제대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그녀를 경계 했다.
일을 해야 할 영지민들이 빌헬미 나의 과자 집에 출입할수록 늘어지 게 되니까.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퍼지게 되 니까.
그로 인해서 영지의 수입이 줄어 드니까.
“지금까지 당신을 받아들인 곳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 대부 분이겠지요.”
“……그렇지.”
“당신이 상아탑의 전 로드이니 까.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마법을 쓰 지 않는다 말해도 믿지 않았을 테 니까.”
영지에서 쫓아내고 싶어도 귀족 들이 빌헬미나를 쫓아내지 못한 이 유가 그것이다.
바로 그녀가 상아탑의 전 로드였 기 때문이었다.
만약 빌헬미나가 악감정이라도 품게 된다면,그 감당을 하기 힘들 다.
마고 후작 정도나 인정하지 다른 영지에서는 그녀가 온다고 하면 어 떻게든 막을 정도라는 것을 요한은 알고 있었다.
“너는…… 괜찮으니? 너 역시 귀 족이잖니.”
“저는 제 살만 찌울 수 있으면 됩니다.”
요한은 단번에 답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살을 찌우 고,코어를 만들 때 부담을 최소화 시킬 육체를 만드는 것.
그 외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 다.
“그리고 안락하다고 나태해지는 것은 그들의 탓. 빌헬미나의 잘못 은 아니잖습니까.”
요한의 말이 끝나자 빌헬미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녀가 고민한다는 것을 눈치첸 마고 후작은 차분히 말했다.
“윌카스트 백작은 괜찮은 사람이 오. 그리고 요한도 당신을 필요로하고 있소. 빌헬미나. 저 아이의 팔 과 다리는 당신도 봤잖소.”
“그렇지……”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보다. 바 그너 영지로 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오.”
계속되는 그의 설득을 듣던 빌헬 미나는 천천히 눈을 뜬 후 물었다.
“네가 바그너 영지의 후계자이 니?”
“아닙니다만.”
“그럼 내가 가 있어야 하는 것 은…… 네가 살이 찔 때까지만이니?”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있고 싶으신 만큼 계십시오.”
“……너는…… 바그너 영지는 나 를 거부하지 않을 생각이니?”
상아탑의 전 로드답지 않게.
많은 귀족들이 경계하는 사람답 지 않게.
빌헬미나는 겁을 먹고 있었다.
그 질문에 요한은 피식 웃었다.
“배신하지 않는 이상 버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이건…… 저기,귀족 인 너에게는 조금 무례한 부탁일 수도 있는데……작게 침을 삼킨 빌헬미나는 주저 하며 말했다.
“……나를 할머니라 불러 줄 수 있겠니?”
어딘지 모르게 간절함이 닿아 있 는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을 들은 헤임달의 안색이 흐려졌다.
마고 후작은 고개를 돌렸다.
빌헬미나의 사정을 아는 이들은 저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 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할머니.”
요한 역시 그 의미를 알고 있었 고,망설임 없이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다.
그의 대답에 빌헬미나는 살짝 눈 을 감았다.
“……내가 바그너 영지로 찾아가 마.”
떨리는 어조로 빌헬미나는 힘없 이 답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들 가시게.”
침묵이 이어지는 짧은 티 타임이 끝났다.
빌헬미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 했다.
가겠다는 이들을 잡지 않은 그녀 는 테이블에 앉은 채 눈만 감고 있 었다.
그녀에게 살짝 묵례하고 빌헬미 나의 집에서 나오자 메이는 헤임달 의 팔을 잡았다.
“해임달. 빌헬미나가 왜 사람들 을 먹이는 것을 좋아하는 거야?”
“어? 몰랐나?”
“음……. 그녀가 과거 상아탑의 로드 중 하나였다는 건 알지만.”
그전의 사정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왜 상아탑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을 살찌우려 하 는지.
메이의 질문에 헤임달은 쓰게 웃 었다.
“예전에 대륙에 대기근이 있었던 것은 알지?”
“알지. 나도 겪었던 건데. 바론의 분노라고 했지? 아무런 이유 없이 기근이 시작되었던 거잖아?”
누구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 로 대륙에 대기근이 찾아왔었다.
비는 적게 내리고 농작물은 말라 갔다.
많은 강이 말라붙었고,많은 호 수가 줄어들었다.
그때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었 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상아탑 을 비롯해 대륙 각지의 마법사와현자들이 모였어. 하지만……“실패했다면서?”
“그래.”
비구름을 만들어내는 마법도 한 계가 있었다.
결국 대기근은 공포를 몰고 왔고 그 공포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 다.
“식량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 고……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식량 을 빼앗기며 죽었지. 그리고 식량 이 있는 나라는 공격당하기도 했 고.”
“알아. 그것 때문에 라즌 왕국이 멸망했었잖아?”
라즌 왕국은 로드만 왕국 근처에 있던 작은 나라였다.
큰 강과 넓은 호수를 보유한 덕 분에 그나마 대기근의 여파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 다.
“그래. 하온 공국이 식량을 얻기 위해 라즌을 쳤어.”
“음…… 그래서?”
“결국,라즌은 멸망했고,라즌의 백성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유랑할 수밖에 없었지.”
헤임달은 씁쓸히 말한 후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그 유랑민 중에 빌 헬미나의 아들과 며느리,손자와 손녀가 있었다.”
“잠깐만. 빌헬미나는 상아탑의 로드잖아. 가족들을 상아탑으로 부 를 수 있었을 텐데? 거기라면 식량 이 꽤 남지 않았나?”
“맞아. 하지만 빌헬미나는 그럴 수 없었어.”
“왜?”
“그때 당시 상아탑은 바론의 분 노를 해결하기 위해 정령술을 연구 하고 있었어.”
“그래?”
“음. 물의 정령왕을 소환해서 비 를 내리게 하려고 했지.”
“빌헬미나는 정령마법의 대가였 지? 그래서 그녀가 대표로 나선 거 였나?”
“그래. 상아탑의 지원을 받아 그 녀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지.”
마법사들은 연구를 할 때 모든 것을 잊는다.
로드였던 빌헬미나 역시 마찬가 지였다.
정령왕을 소환하는 것은 로드라 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든 자료들을 연구하고,모든 유적들을 확인해야 했다.
심지어 황금시대 이전,암흑시대 의 오래된 자들에 대한 연구도 했 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연 구에만 몰두한 것이다.
물의 정령왕을 소환해 대기근을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려는 그녀의 노력이,그녀의 가족을 버리는 결 과가 되었다.
“그녀가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 미 라즌 왕국이 멸망해버렸지.”
“호오•“…메이가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이 자 헤임달은 씁쓸함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이 유랑 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라즌의 유랑민들이 뿔뿔이 흩어졌을 때였어.”
“그런가……“빌헬미나는 연구를 멈추고 그들 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 하지 만……”
“늦었나?”
“그래. 그녀의 아들과 며느리는 자식들을 위해 식량을 도둑질하다 가 뭇매를 맞아 죽었어. 그리고 그 녀의 손주들은……헤임달은 씁쓸한 입맛을 감추지 못했다.
“굶어 죽었지.”
메이는 옛날 기억을 떠을렸다.
기사 생활을 하던 그조차도 버티 기 힘들 정도로 대기근은 가혹했다.
그런데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들 은 어땠겠는가.
“어린 아이들이 자력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그때의 상황 이 좋진 않았어. 결국,그녀가 손주 들을 찾아냈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 지.”
“맙소사. 상아탑에서 왜 빌헬미 나의 가족을 지키지 않은 거지?”
“빌헬미나는 상아탑이 가족들을지켜준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어. 하 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지.”
당장 연구를 위한 마법사들을 챙 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의 가족까지 챙겼겠는가.
그것도 유랑민이 되어 어디로 갔 는지도 모르는 이들을.
“모험가 길드나 정보 길드조차 그때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때 였으니까.”
메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웃기네. 그런 희생을 거쳤지만, 대기근은 상아탑이 해결한 것이 아 니잖아. 그런데 가족을 지켜주지도 않다니.”
“맞아. 그것 때문에 상아탑은 한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어.”
헤임달은 어깨를 으쏙였다.
“어쨌든 그 이후 빌헬미나는 연구도 잊고 계속 절망했어.”
“그랬나.”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지. 정말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가 이어진 다.
메이도,마고 후작도.
그리고 요한도.
그저 말없이 헤임달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그저 마법 연구가 즐거워 외면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으음……“결국,빌헬미나는 허망함을 느 끼며 상아탑을 떠났어.”
“그랬구만……. 그래서?”
“그러고 나서 빌헬미나에 대한 소문은 잊혔어. 그리고 나도 6 클 래스에 도달해서 오년 전에 타이론영지로 왔는데……“빌헬미나가 여기 있었다고?”
“그래.”
헤임달은 마고 후작에게 시선을 보냈다.
“빌헬미나가 손주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것. 그리고 시체라도 수습할 수 있게 해준 것 그것이 바 로 마고 후작님이시지.”
“오…… 역시 마이 로드. 존경밖 에 할 수 없다니까.”
메이는 신기하다는 듯 마고 후작 을 보았다.
그 시선에 마고 후작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사실은 빌헬미나에게 빚을 만들 생각이었을 뿐이다. 다 가문을 위 했을 뿐이야. 정말 별일 아니다.”
자신에게 향해진 칭찬을 마고 후 작은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메이는 훈훈하게 웃을 뿐 이었다.
말은 저리 해도 마고 후작은 꽤 나 상냥한 사람이니 말이다.
“상아탑도 못 해낸 일을 하신 겁 니다.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자랑은 무슨. 내가 한 일은 그 냥 그셔를 도운 것뿐이야.”
“그래도 대단한 일입니다. 상아 탑이 뭡니까? 대기근이 왜 일어난 것인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하지 않 았잖습니까.”
그가 투덜거리자 요한은 생각했 다.
대기근이 생긴 원인은 간단했다.
마왕이 탄생하기 위한 첫 번째 전조였다.
그 전조의 특징인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상아탑에서 원인 을 찾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기근은 시작에 불과하 다.
이제부터 일어날 남은 세 번의 전조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이 죽 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따라 마왕의 힘은 강해질 것이다.
‘쉽네.’
회귀 전에는 몰라서 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지금이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아니까 문제는 없다.’
각 전조의 대응법 따위는 이미 알고 있는 요한이다.
그렇기에 그는 빙긋 웃을 수 있 었다.
‘역시 편하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