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10화
35. 체험판이 훌륭한 고객을 만 .
든다 (4)
“크으......|"
죽일 듯 그를 노려보던 야오는 빠득 이를 갈았다.
요한은 사실만 말하고 있었다.
만약 마법서에 대해서 로만 후작 에게 말했다면.
만약 마법서를 얻기 위해 요한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마법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 아 래 눈이 뒤집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 다-“지나간 일 후회해봐야 의미는 없다. 바론 교단의 교리서에도 나 오잖아?”
손을 들어 올린 요한은 야오의 볼을 톡톡 쳤다.
자신을 밑으로 보는 그 태도에 야오는 이만 갈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바론의 자식들이여. 하루하루를 소중히 하라.”
‘물론 거짓말이지만.’
회귀를 한 요한은 그의 머리채를 놓아주었다.
놀리는 것도 이쯤이면 됐다.
요한은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불길한 기운 이 가득 담긴 붉은 오러 블레이드 가 치솟았다.
“자. 그럼 끝내자.”
“자,잠깐!”
“왜.”
“날…… 날 이용해서 로만 후작 을 규탄하려는 것 아니었나? 내, 내가 죽으면……“너 하나 살려둔다고 로만 후작 이 당할 사람이겠냐.”
“그래도…… 도. 도움이 될 거다. 아니!”
야오의 눈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 었다.
죽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 다.
마법의 끝을 보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었다.
“도움이…… 될 겁니다…… 살 려…… 주십시오.”
“목숨 구걸이라……웃기는 일이다.
회귀 전 야오는 죽음 앞에서도 늘 당당했었다.
생명이 종속되는 오래된 자의 외 법을 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최후의 순간 요한과 맞서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지금보다 그때 더 가진 것이 많 았는데도잃을 것이 그때가 더 많았는데도.
그는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신했었다.
그런 그가 목숨 구걸을 한다.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 트렸다.
“내가 왜 널 살려둬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봐.”
“고,공자님의 충실한 심복이 되 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배신 하지 않겠습니다. 공자님의 충실한 개가……그의 간절한 애원을 듣던 요한은 순간 멈칫했다.
그 반응에 야오는 희망을 가졌 다.
하지만 요한의 입꼬리에는 비웃 음이 걸릴 뿐이었다.
“그거 이미 말했었던 거야.”
“……예?”
회귀 전 요한이 천 마리의 검은 염소를 쌓는 방법을 얻었다.
그것을 원하는 이들은 무수히 많 았다.
하지만 요한은 마법서를 야오에 게 넘겨주었다.
그때도 야오는 말했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배신하 지 않을 것이고. 내 모든 마법은 너를 위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땠는가.
야오는 결국 배신해버렸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 신의를 가 법게 저버렸었다.
“이미 말했던 거라고.”
“그…… 그게 무슨……?”
“설명하자면 복잡하니까 됐고. 잘 가라. 이번에는 너…… 아니.”
잠시 입을 멈춘 요한은 웃음기를 지웠다.
“‘너희’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 니까.”
절망에 가득 찬 야오의 눈에 공 포가 실렸다.
후회,절망, 괴로움,공포에 가득 찬 눈을 마주하며.
요한은 망설임 없이 오러 블레이 드를 휘둘렀다.
* * *끔찍한 비명이 끝나고 잠시 후.
감옥에서 요한이 나오자 기다리 고 있던 메이는 조심스레 손수건을 내밀었다.
“얼굴에 피가 묻었습니다.”
“아. 그렇군.”
요한이 얼굴을 닦는 사이 메이는 안쪽을 확인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야오 가 축 늘어져 있었다.
“죽이신 겁니까?”
“살려둘 필요 없어.”
요한은 더러워진 손수건을 그에 게 돌려주었다.
“시체는 태워버리고 뼈는 가루로 만들어버려.”
“알겠습니다.”
메이는 기사들과 함께 야오의 시 체를 들고 나갔다.
그들과 함께 밖으로 간 요한은 구덩이에 야오의 시체를 던지고 기 사들이 태우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 았다.
‘그럼 한 놈은 잡았고……야오를 잡았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잡을 놈들도 많았다.
불길이 완전히 꺼지고,야오의 뼈를 기사들이 박살 내는 것을 확 인한 요한은 파티장으로 복귀했다.
이미 파티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 다.
그가 돌아오자 다른 귀족들과 이 야기를 나누던 마고 후작이 다가왔 다.
“끝났나?”
“예.”
“그럼 됐다. 내일 아침에 시종을 보낼 테니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잠 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물어보 지. 그녀의 다른 별명은……“글러 먹은 인간 제조기.”
“안락 삶 확대마. 그녀의 집에간 사람은 한 달 안에 포동포동해 진 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아는 모양이군.”
‘모를 리 있나.’
회귀 전에도 살을 찌우려 별짓을 다 했던 요한이었다.
하지만 체질 때문인지 그는 살이 쉽게 찌지 않았다.
결국,그도 확대되기 위해 소문 을 듣고 빌헬미나를 찾았었다.
하지만 그가 찾아갔을 때 공교롭 게도 빌헬미나는 그가 찾은 날 노 환으로 죽어 있었다.
혼자 살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요한은 직접 빌헬미나 의 장례를 치러주기까지 했다.
‘그때는 한 번도 그녀의 요리를 먹지 못했지……요한은 자신의 팔을 보았다.
나뭇가지처럼 비쩍 마른 팔을 보 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의 팔을 본 마고 후작은 떨떠 름하게 말했다.
“살찌려고 그녀를 찾는 건가?”
“예.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데도 살이 찔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까?
몇몇 부인들과 영애들의 질투심 섞인 날카로운 시선이 꽂혔다.
“뛰어난 마법사가 아닌 밥해주는 할머니를 고르다니.”
“지금은 뛰어난 마법사가 필요하 지 않으니까요.”
‘마법사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 어. 지금은 살찌는 게 우선이야.’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가는 것 으로 하지. 아침에 방으로 사람을 보내겠다.”
“예.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제 더는 파티장에서 할 일이 없다.
요한이 파티장을 떠나자 몇몇 영 애들이 그를 따라잡았다.
“요한 공자님! 요한 공자님!”
“뭡니까?”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리던 그녀 들은 주섬주섬 품에서 무언가를 꺼 냈다.
가문의 표식이 그려진 보석과 귀 걸이,반지 같은 작은 장신구들이 었다.
“나중에 이것을 돌려주러 와주실 수 있나요?”
차후 파티가 열리면 참석해달라 는 것이었다.
혼기가 꽉 찬 영애들은 서로를 은근히 견제하며 요한을 원했다.
자신에게 내밀어 진 것들을 물끄 러미 응시하던 요한은 웃으며 전부 받았다.
“받기는 하겠지만,일정이 겹친 다면 못 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여러 곳에 참석하고 싶으니 서 로 조율들 하셔서 좋은 일정을 잡 아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요!”
파티 참석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일단 만족했다.
나머지는 그 뒤에 하면 되는 일 이다.
벌써부터 견제를 시작한 이들은 서로를 힐끔거리다 요한은 화사하 게 웃었다.
‘무섭구만. 사교계는 잘못 참석하 면 패가망신한다고 하니…… 주의 해야겠네.’
“그래도 이래저래 써먹으려면 파 티는 최대한 참석하는 것이 낫겠 지.”
사교계를 통해서 협력해 줄 귀족 들을 모아야 했다.
귀족원의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로만 후작은 당분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귀족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략이나 경제적인 문제는 혼자 해결하기는 귀찮단 말이지…… 이 래저래 필요한 것들도 많고. 아. 진 짜 더러워서 빨리 코어를 만들든가해야지.’
여덟 개의 코어만이라도 완성한 다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어지간한 놈들은 그냥 때려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고작 쿼드 코어.
그리고 이 비쩍 마른 몸으로는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역 시 한계가 있었다.
요한은 힘이 없는 서러움에 몸서 리를 치며 방으로 향했다.
그가 방에 도착했을 때 방 앞에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벌써 결심했나?”
“으......w~o~ .
“들어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야스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한과 파룬이 함께 들어오자 그 는 흠칫 놀랐다.
‘또 패려고 부르셨나? 쯧쯧…… 불쌍하구만.’
파룬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것 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보였다.
야스진이 속으로 안타까워하는 사이 요한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어쩔 거야?”
“……내가 하기 싫다고 한다 면…… 풀어 줄 수 있어?”
“물론이지.”
가방에서 힐링 포션 하나를 꺼낸 요한은 탁자 쪽을 가리켰다.
“의자도 보충됐고. 힐링 포션도 있고.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해. 돈만 낸다면 뭘 못 해주겠냐.”
“……아. 풀려면 저번에 했던 것 처럼 또 해야 해?”
“당연하지. 말했잖아. 뭔가를 얻 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최면으로 인한 암시를 풀려면 의 식과 무의식이 경계 상태에 있는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반 죽을 때까지 맞아야 하고.
그때의 공포를 떠올린 파룬은 부 르르 몸을 떨었다.
“•…"자,파룬은 자신의 주머니와 함께 작 은 패를 내밀었다.
주머니에 담겨 있는 것은 쿠키였 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타고다 가 문의 패를 본 요한은 고개를 들었 다.
“뭐야?”
“체험 마케팅…… 받지 않겠어.”
“이미 받은 거 물릴 수는 없다. 환불 불가. 그게 내 신조다.”
“아,아냐.”
파룬은 고개를 저은 후 타고다 가문의 패를 가리켰다.
“그 패를 타고다 상회에 보여주 면…… 일만 골드를 내어줄 거야.”
“오호. 그럼 시작할까?”
일만 골드를 지불했다는 것은 최 면을 풀어달라는 이야기다.
요한이 웃으며 의자를 잡자 파룬 은 당황했다.
“아냐. 아냐. 암시를 풀어달라는 게 아니라……“그럼?”
“요한. 네가 건 암시가 대단하다 는 건 알겠어. 그러니까……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거리던 파 룬은 힘겹게 말했다.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겠어.”
“말했잖아. 처음은 체험판이라 고.”
“정식으로 받겠다는 거야. 네가 나에게 건 암시의 대가를…… 정확 하게 지불하겠어.”
요한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패와 주머니를 힐끔 본 후 피식 웃 었다.
“굳이 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만. 이런다고 해서 가격 깎아 줄 일은 없다.”
“알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야겠지. 그게 타고다 가문의 가르 침이기도 해.”
꽤나 제대로 결심을 한 모양이 다.
파룬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실 려 있었다.
“네 말대로 뭔가를 얻기 위해서 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까.”
“그렇지.”
“아무리 네가 체험판이라고 하더 라도…… 나는 얻었어. 그럼 그 대 가를 지불해야 해.”
파룬은 진지한 시선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요 한.
그 무서운 로만 후작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은 요한.
그를 닮고 싶었다.
“네 말대로 이 기회를…… 음. 그냥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아…… 내가 바뀌지 않으면…… 누구도 나 를 제대로 보지 않을 거야.”
“그래서 버텨보겠다?”
« o ”
......•石、파룬의 눈에 의지가 담겼다.
물론 그 의지는 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작은 의지가 커다란 불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좋아. 열심히 해보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문을 열 어주었다.
“……알았어.”
파룬은 걸어나가다가 슬쩍 고개 를 돌렸다.
배웅하는 요한을 잠시 응시하던 그는 잰걸음으로 쿵광거리며 걸어 갔다.
그가 나가자 요한은 쿠키 주머니 를 들었다.
비싼 초콜릿이 박혀 있는 달콤한 쿠키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일만 골드라……입안에 감도는 씁쓸하면서도 달 콤한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 다.
요한은 쿠키 주머니와 함께 타고 다 가문의 패를 탁자 위에 올려놓 았다.
‘돈 벌 수고는 줄였으니 다행이 군. 생각보다 빨리 코어를 하나 늘 리겠는데……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