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2화
27. 너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 .
다 (4)
지금이 아니면 이 기회를 언제 잡을지 알 수 없었다.
지난번 삶에서 야오는 이 파티에 서 하이데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상 아탑의 심처에 틀어박혀 오로지 연 구에만 몰두한다.
그리되면 요한도 야오를 잡기가 쉽지 않아진다.
‘그 전에 잡아야지.’
기껏 기회를 잡았는데 쓸데없이 날릴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미래가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생 각해야 한다.
회귀 전에는 몰랐던 것을 요한은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가 본격적으로 음직 인다면.
당연히 그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것에 대응하는 일도 꽤나 복잡 하다.
그러니 기회가 왔으면 잡아야 한 다.
요한은 자신을 걱정하는 윌카스 트 백작을 달랬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서 움직여주시는 것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냐……“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요한이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 다.
그의 반응에 윌카스트 백작은 마 른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 방해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거늘.”
“저를 위해서 바삐 움직이시고, 또 실제로도 도움이 되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냐?”
“그리고 전 아버지처럼 붙임성 좋은 성격은 아닙니다.”
요한의 본래 성격상.
사람 좋은 윌카스트 백작처럼 인 망을 얻기는 힘들었다.
그런만큼 이런 부분은 월카스트 백작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나 았다.
“그러니 제가 하기 힘든 부분을 아버지께서 해주신다면. 그저 감사 할 따름이지요.”
윌카스트 백작이 노력해주는 만 큼 다른 부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니 굳이 윌카스트 백작의 움 직임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요한의 답에 그는 손을 들었다.
“머리를 쓰다듬어도 되겠느냐?”
“아버지께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 듬으실 때 허락을 구하시는 겁니 까?”
“네가 워낙 잘난 아들이라.”
윌카스트 백작은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복슬복슬한 머리칼이 손가락에 감긴다.
그가 절맥에 걸려 있을 때는 참 으로 많이 쓰다듬었었다.
미안했다.
가슴이 아팠다.
소중한 아들이 아픈데 아무것도해줄 수 없는 것이 슬펐다.
그렇기에 틈 나는 대로 그를 쓰 다듬어 주었다.
요한이 절맥에서 치유된 이후로 는 손을 대지 않았지만,이렇게 되 니 마음이 동했다.
“마스터에…… 마고 후작의 후원 을 받아내질 않나.”
“그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 까요.”
“방법이야 어쨌든 우리 가문의 원수나 다름없는 도르마나 백작가 를 끝장내질 않나.”
커다란 손은 요한의 머리를 부드 립게 쓰다듬었다.
“도저히 아들처럼 보이지 않는구 나.”
“그렇습니까?”
“그래. 마치 쓰러질 일 없는 거 목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다.”
“하하하……“아무튼,알았다. 마고 후작께서 널 후원하기로 했다면 다른 귀족들 도 포섭할 수 있겠구나.”
다른 귀족들을 포섭하는 것.
성철쇄 기사단과 성마 기사단의 압박을 막는 것.
그것만이라도 자신이 해주자 윌 카스트 백작은 생각했다.
한참 그를 쓰다듬어주던 윌카스 트 백작은 손을 떼었다.
그리고 요한을 꽉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잊지 말거라.”
“예,“네가 무슨 일을 하든,우리 바 그너 가문은. 그리고 나 윌카스트 바그너는 너의 편이 돼 줄 것이라 는 것을.”
“예. 정말 그러기를 빌겠습니다.”
전생에서 요한은 바그너 가문의 힘을 얻지 못했다.
그 전에 가문이 멸문해버렸기 때 문이었다.
요한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줄 사람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것.
어쩌면 요한이 지난 생이 가혹했 던 것도 윌카스트 백작의 부재 때 문일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좀 편하실 겁니다. 서 로를 위해서도 말이죠.’
윌카스트 백작을 향해 빙긋 웃은 요한은 밖으로 나갔다.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으니 평 소대로 육체 단련이나 하자는 생각 이었다.
터벅터벅 걸어 그가 방에 도착했 을 때.
그의 방문 앞에는 얌전히 서 있 는 흑발의 소년이 있었다.
“요한 공자님 되십니까.”
소년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요 한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다면?”
“로만 후작님께서 공자님을 찾으십니다. 이틀 후 시간을 내주셨으 면 한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그렇군. 알겠다고 전해드려라.”
“예…… 그런데 저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요한의 하대를 담담히 받은 검은 머리의 소년은 눈가의 문신을 꿈틀 거렸다.
그 질문을 받자마자 요한은 차분 히 물었다.
“너는 누구지?”
기다렸다는 듯 소년은 자랑스레 말했다.
마치 요한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마치 자신에게 흥미를 느껴주기 를 바라며.
“상아탑 마법사이신 야곱 포와르 님의 제자. 현재 3 클래스의 마법 위에 오른 흑마법사 야오라고 합니 다.”
“그래……“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검은 마력이 함께 하기를.”
흑마법사 특유의 인사법을 건네 는 그를 보며 요한은 회귀 전을 떠 올렸다.
마왕등장의 마지막 전조인 차원 수가 모습을 드러냈기 시작했을 때, 요한에게도 차원수 조사에 대한 의 뢰가 들어왔다.
그 의뢰를 한 곳이 바로 상아탑 이었다.
마법의 종주이며 대륙에서 유일 하게 황금시대의 연구를 하는 곳.
그곳의 의뢰를 해결하면 여러 가 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요한 은 기뻐하며 그곳을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상아탑의 로드 중 하나인 흑마법 사 하인켈은 요한을 웃으며 맞이했 다.
“세간에서 용사라 불리신다지 요?”
“무슨 말씀을. 그저 흔한 전사에 불과합니다.”
“겸양이 대단하시군요. 백의 팔 을 가진 헤카톤케일을 쓰러트리신분답지 않게”
“그저 운이 좋았고 함께 한 동료 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뿐이지 요.”
대부분의 사람은 겸손하고 상냥 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게 호구로 취급을 하든,진심 으로 대하든 말이다.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동료를 모아야 했다.
그렇기에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 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요한의 계산된 대응 덕분일까?
하인켈은 겸양하는 그를 무척이 나 마음에 들어 했다.
“얼마 전 보내주신 유적의 정보 는 저희도 확인했습니다. 차원에 관련된 유적이더군요.”
“그렇습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유적에 대 한 정보는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어쩌면 차원수들이 그것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군요. 다행인 일입니다.”
“예. 며칠 안에 상아탑에서 그 유적의 조사를 위해 마법사들을 파견할 생각입니다.”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 로드 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만 걱정입니다. 유적의 발굴 을 위해서는 뛰어나며,성실하고, 또한 지식이 대단하신 전사분이 있 어야 합니다만……“그래서 저를 부르신 것이군요?”
“예. 거기에 차원수와 싸워 본 분도 필요하지요.”
하인켈은 진지한 얼굴로 요한을 보았다.
얼마 전 나타난 차원수를 요한이 쓰러트렸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부른 것이기도 했 다.
“선발대의 보고에 의하면 그 유 적에서 다수의 차원수를 발견했다 고 하니까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마수 들을 통칭하여 차원수라 부른다.
약점은 물론이거니와 효율적인 상대법도 알 수 없다.
그런 차원수들이 등장하는 유적 이다.
공략을 위해서는 실력 있는 전사 가 필요했다.
“분명 요한 님께서는 얼마 전 차 원수를 쓰러트리셨다 들었습니다 만.”
“예.”
“이번에도 가능하시겠습니까?”
“해봐야겠지요?”
싱긋 웃는 요한을 향해 로드는 몇 가지 물품들을 내놓았다.
상아탑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 물품들이었다.
힘을 원하는 요한에게 있어서는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들.
그 중 마법검을 요한이 잡자 로 드는 만족스러워했다.
“이 또한 인연이라면 인연이겠군 요. 그 마법검을 만든 마법사가 이 번 유적 탐색의 탐사대장입니다. 소개해드리지요.”
마법구에 마력을 보내자 잠시 후,문이 열렸다.
들어 온 것은 요한 또래의 청년 이었다.
바짝 마르고,눈에는 마법에 대 한 열정만이 담긴 청년.
눈가 주변에 새겨진 친화의 룬 때문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친근감 이 느껴지게 하는 청년이었다.
그는 요한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 했다.
“야오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 탁드리겠습니다. 검은 마력이 함께 하기를.”
‘그때도 그랬지……보자마자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것이 야오의 문신인 친화의 룬 덕분이라는 것을 안 것은 야오와 조금 더 친해진 후였다.
‘친화의 룬을 통해 상대방의 호 의를 산다…… 솔직히 엄청 부러웠 는데.’
그 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상아 탑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몇몇뿐 이었다.
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기 에 마왕을 잡기 위한 동료로 선발 했었다.
‘상아탑의 보증만 믿고 포섭한 내가 등신이었지……상아탑과 마법만이 자신의 전부 였던 야오였다.
그렇기에 상아탑을 위해서라도 마왕과 싸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법의 발전을 위해서 배 신을 할 줄이야.
요한은 씁쓸해하다 손을 내밀었 다.
“반갑다. 요한 바그너다.”
“반갑습니다. 공자님.”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침묵이 자 리했다.
야오는 요한을 보며 생글생글 웃 었다.
일부러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려는 듯 상냥히 웃던 야오는 허 리를 숙였다.
“그럼 저는……인사를 마친 야오가 몸을 돌렸 다.
전에도 그랬다.
친화의 룬을 통해 상대에게 호감 과 호기심을 느끼게 한 후,일단 물러나 상대가 자신을 찾게 한다.
예전에도 봤던 방식으로 야오가 움직이고 있었다.
전에는 그냥 보내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요한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바쁜 일 없으면 차나 한잔 하 지?”
“로만 후작님과 스승님께서 시키 신 일이 있습니다만……그는 생긋,누구나 반할만한 매 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공자님께서 권하신다면 거절할 수 없지요. 잠시 공자님의 시간을 할당받겠습니다.”
정중하고,또 예의가 바르다.
요한 역시 동료들을 포섭하고 후 원을 받기 위해 그랬었다.
일부러 가면을 쓰고,상대에게 호감을 사려 했었다.
필요가 있기에 굽혔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야오 역시 선량함의 가면을 쓴 채 요한을 대 하고 있었다.
자신을 경계하지 않는 요한을 뒤 따라가며 야오는 빙긋 웃었다.
‘일단 요한 공자의 환심은 어느 정도 산 것 같은데……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요한이 어떻게 절맥에서 벗어났 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인지.
그것들을 알아내야 했다.
‘어쩌면 황금시대,아니면 암흑시 대의 오래된 자의 유물을 통해 그 리된 것일지도 몰라.’
그 누구도 치료하지 못한 절맥을 치료했다.
거기에 마스터에 오르다니.
결코,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 다.
그것을 야오는 요한이 얻은 유물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럼…… 그와 협상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얻어내는 것이 낫겠지.’
방에 들어간 야오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살피는 그에게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 다.
“자리에 앉도록.”
“예…… 그런데 의자가 조금 모 자란 것 같습니다.”
파룬을 패느라 쓴 의자가 보충되 지 않았다.
요한은 그때의 손맛을 떠올리며 야오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지금 패버리고 싶지만. 참자.’
야오를 이용해서 로만 후작까지 치려면.
지금 쳐서는 안 된다.
요한은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 인내를 선택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