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25화
25. 너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 .
다 (2)
마고 후작의 방에 들어간 요한은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마고 후작은 바로 물었다.
“아까의 결투에서 네가 이길 수 는 없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마고 후작님.”
현실을 부정하는 마고 후작을 향해 요한은 히죽 웃어 보였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 모르십니 까?”
“……어린놈이 노회한 여우들이 나 하는 소리를 하다니.”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천천히 웃음기를 지우며 요한은 싸늘히 말했다.
“후작님께서 아시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을 테니까.”
침묵이 방 안에 자리 잡았다.
마고 후작은 잠시 그를 노려보다 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냐. 로만 후작은 이 일을 결코 좌시하 지 않을 것인데.”
“마고 후작님께서 왜 그것을 신 경 쓰십니까?”
“그건……“저를 후원하시고 싶으신 것이라 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뭣이라?”
“어차피 후작님도 제게 원하는 것이 있으신 것 아닙니까? 특별가 로 싸게 모시지요.”
‘마고 후작이 원하는 게 뭔지는 뻔하지.’
히죽 웃는 그를 보며 마고 후작 은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했다.
요한이 그저 애송이에 불과하다 고 생각했다.
과도한 힘을 얻었지만 그것에 휘 둘리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이놈은……오랜 시간 귀족사회에서 많은 정 적들을 배제하고 살아남은 마고 후 작이다.
그렇기에 사람 보는 눈만큼은 누 구보다 앞선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알 수 없는 놈이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소년에 대해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 었다.
“자만이 대단하구나. 이 마고 후 작의 후원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싫으면 마시고.”
심드렁한 태도를 유지하는 요한 의 모습에 마고 후작은 기가 막혔 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흥미를 느낀 것도,또 아쉬운 것 도 요한이 아니다.
바로 마고 후작이었다.
“크흠! 뭘 바라는 것이냐.”
“일단 오늘 있었던 일의 뒷수습 을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유노가 죄를 저지른 자라 고 하지만.
성철쇄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위치와 영지를 가진 귀족이라는 것 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이 일을 물고 늘어질 자들 은 있을 것이다.
‘바쁜데 그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지.’
“그것이면 되냐? 그렇다면 나도 제안하마.”
마고 후작은 탁자를 톡톡 두들겼 다.
자리에 놓여 있는 약차를 한 모 금 마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윌카스트 백작을 설득하여 헤르 듀크 왕자님을 지지하게 해라. 가 능하겠느냐?”
“그것도 좋지만 다른 것은 어떻 겠습니까?”
“뭐?”
“최소한 왕위 계승권 경쟁이 정 상적으로 흘러가게는 해드리지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의아해하는 마고 후작을 향해 요 한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풀었다.
지금이라면 당사자 외에는 누구 도 모를 이야기.
회귀를 하였기에 알 수 있는 정 보를 말해주었다.
“지금 왕위에 오를 수 있는 가능 성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 다.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싱글벙글 웃으며 그가 말하자 마 고 후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굳게 굳었다.
“설마,“예. 북방군 사령관이며 검은 요 새의 주인. 왕제 타로트 로드만. 그 가 나설 겁니다.”
“헛소리.”
“현재 왕국 내 왕족은 국왕 폐 하,그리고 두 왕자님뿐입니다. 그 런데 세 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은 왕족에게 계승권이 가게 된 다.
그리고 그 남은 왕족이 바로 타 로트 왕제였다.
“……그 이야기를 왜 꺼내는 것 이냐?”
마고 후작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 했다.
타로트 로드만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하지만 전제왕권을 주장하는 자 이기도 했고 귀족들을 좋아하지 않 는 자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왕위에 오른다면?
로드만 왕국 귀족들의 삶이 팍팍 해질 것이 당연했다.
“저희 귀족들에게는 군사권과 세 금 징세권을 가지고 있지요. 그것 덕분에 귀족들이 힘을 가질 수 있 는 겁니다.”
현시대는 몇몇 나라를 제외한 나 머지는 봉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로드만 왕국 역시 봉건제 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기에 왕권은 다른 귀족들을 내리누를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았 다.
“하지만 타로트 왕제는 다를니 다. 그에게는 군사가 있지요.”
북방의 필로틴 제국과 헨드릭 산 맥의 몬스터들 상대로 싸우며 강해 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필로틴 제국과의 교역권을 손에 넣고 통행료를 받으며 부를 쌓았고.”
돈과 군대.
봉건제에서 귀족들이 왕에게 밀 리지 않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그것을 타로트는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던 마고 후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북방군이 강한 군이라고 하지만 왕국의 모든 귀족이 합심한 다면 쓰러트리지 못할 것도 없다.”
타로트에 대해서는 귀족들이 모 두 알고 있었다.
그가 국왕이 된다고 하면 귀족들 이 가만히 있겠는가?
전부 달려들어서 타로트를 몰아 내려 할 것이다.
단언한 마고 후작에게 요한은 고 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래. 그러니 너의 의견은……“타로트 왕제는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명장입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그와 상대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요한이 묻자 마고 후작은 대수롭 지 않게 답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로드만 왕 국의 누구라도 답할 수 있는 것이 다.
타로트 왕제를 상대할 만한 사람 은 귀족 중에 단 한명 뿐이다.
“로만 후작이 있다. 그는 뛰어난 전략가이고,장군이기도 하다. 거기 에 그가 보유한 성마 기사단과 함 께 귀족들의 힘이 합쳐진 다 면……대꾸하던 마고 후작은 등줄기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전쟁에서 사령관이 많으면 전쟁 이 복잡해진다.
그것을 막기 위해 귀족들은 보유 한 기사단이나 군대를 귀족의 대표 에게 위임한다.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전리품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것이 현대의 전쟁이었고 그것 은 내전에도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사령관이 모두를 배신하고 적과 붙어버린다면?
“예.”
마고 후작의 딱딱하게 굳은 얼굴 을 마주하며 요한은 여유롭게 말했 다.
“로만 후작은 이미 타로트 로드 만 왕제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미,믿을 수 없다.”
충격적인 일이다.
중립파를 표방하며 누구보다 귀 족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바로 로만 후작이었다.
몇 해 전 있었던 왕가와 귀족 간 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
그것을 귀족에게 유리하게 끌어 간 것도 로만 후작이었다.
그런 로만 후작이 어째서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증거…… 증거는 있는가?”
“로만 후작이 증거 따위를 남길 사람입니까? 증거 없습니다.”
“증거도 없이 무슨 근거로 그런말을 한단 말인가!?”
요한의 주장을 증명하려면 그가 회귀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마고 후작은 월카스트 백 작보다 더한 바론 교의 신도다.
윌카스트 백작처럼 믿지 않을 것 이 뻔했다.
“믿고 싶으면 믿고,믿기 싫다면 믿지 마시죠.”
‘마고 후작이 믿지 않으면 그냥 다른 방법 써야지.’
그의 심드렁한 태도에 마고 후작 은 당황했다.
이 자리를 주도하는 것은 자신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어린 요한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고 후작은 불쾌하다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감정을 뒤덮고 있는 것은 단 하나의 감정.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 움이 었다.
“……넌 도대체 누구냐.”
마고 후작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 으며.
요한은 싱긋 웃었다.
“바그너 백작가의 장남. 요한 바 그서입니다. 그 외에 뭐가 더 있겠 습니까? 자. 마고 후작님.”
요한은 손을 내밀었다.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 닙니다.”
요한이 진지하게 말하자 마고 후 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평생 살아가며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였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이 되는 순간 은 없었다.
여전히 요한의 손은 내밀어 져 있었고.
그 손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 지 마고 후작은 갈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고 있군……. 그럼 그 등 을 내가 떠밀어줘야겠네.’
마고 후작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이 무 엇인지 요한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 다.
망설이는 그를 향해 요한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하이데 영애께서…… 영애의 삶 을 ‘제대로’ 사시길 바라시지 않습 니까?”
“뭐?”
“만약 제 말대로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요한의 말대로 된다면 어떻게 될 까.
일단 영지를 가진 지방 귀족들은 전부 끝장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방 귀족 중에 큰 세력을 지닌 마고 후작이다.
그는 분명 처형될 것이고,그의 가족들은 모두 노예가 되거나 처형 될 거다.
그럼 그의 유일한 딸인 하이데는 어떻게 될까?
“하이데 영애께서는 좀 ‘특별한’ 분이시지요?”
“그 입 조심하지 못할까!!”
하이데의 특별함.
그녀에게 걸려 있는 저주를 말한 다.
그것 때문에 하이데는 태어나 지 금까지 평생 괴롭게 살았다.
그리고 그것은.
마고 후작에게 있어서 최대의 고 통이며 고민거리였다.
하이데의 저주를 요한이 언급하 자 마고 후작의 눈에 노기가 서렸 다.
하지만 요한은 그 노기를 마주하 면서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특별 대접을 받으실 겁니 다.”
실제로도 노예 중에서도 특별 대 접을 받았다.
훌륭한 전투 노예로서 매일 결투 를 하며 살아갔으니 말이다.
요한은 회귀 전의 일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했다.
“전투 노예가 될 수도 있죠. 혹 은 상아탑의 흑마법사들의 실험도 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말을!!”
분노한 마고 후작은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그의 노기 섞인 눈을 요한은 무 덤덤하게 마주했다.
“그런 삶은 싫으시잖습니까. 분 명 괴로워하실 겁니다.”
실제로도 하이데는 무척이나 괴 롭고,힘들어 했었다.
회귀 전에 만났던 그녀를 떠올린 요한은 손을 내밀었다.
“그걸 피하고 싶으시면 손을 잡 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군요.”
그 말이 결정타가 되었다.
고민하던 마고 후작은 이를 갈았 다.
그의 이성은 당장이라도 요한을 내보내라 말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근거도 없고 증인도 없다.
미친 것일지도 모르는 소년의 헛 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고 후작의 직감은 요한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누구도 치료하지 못한 절맥을 스 스로 치료했다.
어린 나이에 마스터의 자리에 올 탔다.
그 무서운 로만 후작과 상대하면 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모습들 때문일까?
수십 년간 그가 정치판에 남게 해 준 그 직감이 외쳤다.
저 손이 너의 운명이다.
저것만이 유일한 기회다.
그래야만 피할 수 있다.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내 평생 이렇게 직감 만 믿고 움직여보기는 처음이구만.”
마고 후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평소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 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여러 가지 놀라운 일은 그의 냉정한 이성을 막고 있었다.
결국 마고 후작은 털썩 자리에앉았다.
얼굴을 감싸 쥐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결정을 내렸다.
언제까지 저 손이 내밀어질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손을 내민 요한을 마주하던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좋아. 가끔은 나 스스로 운명을 잡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상대에대한 신뢰를 가지지 않은 채.
“잘 부탁한다.”
요한의 손을 잡았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