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24화
24. 너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 .
다 (1)
그것이 무언가 한 것은 아니었 다.
그저 문 안에 존재하기만 할 뿐 이었다.
그런데도 유노 백작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전투 중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큰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역 선포의 최대 효과를 아는 요한은 만족할 수 없었다.
‘쿼드코어라 격이 낮아서 그런지 미치지는 않네.’
아쉬운 일이다.
코어가 여섯 개 정도만 있어도 마스터 정도는 영역 선포로 미쳐버 리게 할 수 있을 텐데.
결국 힘이 약한 것이 죄다.
‘빨리 코어부터 만드는 게 답이 겠군.’
씁쓸해하던 요한은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때.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던 유노 백작은 아공간 주머니에 필사적으 로 손을 넣었다.
“주,죽어!! 괴물!!”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온 유노 백 작의 손에는 검은색 마석이 들려 있었다.
마창과 마찬가지로 금지된 물품 으로 취급하는 폭발마석이었다.
“미친!!”
“다,다들 피해!!”
유노 백작이 설마 폭발 마석까지 가지고 있을 줄이야.
놀란 사람들이 피하려는 찰나 요 한은 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이글거리는 오러의 검이 피어올랐다.
“오러 블레이드!!?”
“어,어떻게!?
놀랄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칼슨의 죽음.
유노 백작의 패배.
거기에 요한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는 마스터라는 것까지.
그들이 놀라는 사이 요한은 망설 임 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걱.
살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팔뚝이 잘려 나간다.
뚝 떨어진 손 위에 들려 있던 마 석을 요한은 가볍게 주워들었다.
유노 백작이 주입하던 오러가 멈 췄기 때문일까?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폭발 마석의 반응은 잠잠해져 있었다.
‘상아탑에서 좋아하겠네.’
저주받은 마창 뿐만 아니라 폭발 마석까지 얻게 될 줄이야.
일단 보는 눈이 많으니 마고 후 작을 통해 상아탑에 보내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폭발마석 을 챙겨 마창 옆에 두었다.
그의 무덤덤한 태도에 비해 주변 은 놀람과 혼돈으로 물들어 있었다.
“요한이…… 마스터였다니.”
귀족 중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 다.
그를 힐끔 본 요한은 피식 웃었 다.
“아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뭘 그리 놀라십니까?”
요한의 말에 귀족들은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유노 백작의 도발을 넘기며 윌카 스트 백작은 말했었다.
요한이 로드만 왕국의 기사로 등 록될 때 마스터로 신고하면 된다고.
유노 백작의 도발을 넘기기 위한 허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마 스터일 줄이야.
놀랄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마고 후 작은 턱을 쓰다듬으며 불쾌한 듯 말했다.
“으음……. 이건 귀족원에 넘겨 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군.”
마고 후작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 한 채 유노 백작을 노려보았다.
마창,그리고 폭발마석.
둘 모두 로드만 왕국 뿐만 아니 라 다른 나라,거기에 상아탑에서 까지 소지를 금지한 물품이다.
실력을 숨긴 것은 둘째치고 저런 물품을 보유했다는 것.
중죄라 할 수 있었다.
힐끔 마고 후작과 다른 귀족들을 훑어본 요한은 검을 들어 올렸다.
“어쨌든 남 죽이려고 했다면 죽 을 각오 정도는 했겠지? 너도 잘 가라.”
요한이 오러 블레이드를 내리치 려는 순간.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화살 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을 막아낸 요한은 슬쩍 고개 를 돌렸다.
“이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너무 흥분한 것 아니오?”
여유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회장 에 울렸다.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주변을 한 번에 감싼 잘생긴 중년인은 성큼성 큼 걸었다.
다수의 귀족들은 놀라며 그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의 인사를 간단히 받은 중년 인은 결투장 밑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기적의 아이가 또 기적을 일으 켰군. 칼슨뿐만 아니라 유노 백작 까지 이길 줄이야.”
쓰러져 있는 칼슨의 시체.
그리고 요한의 앞에 주저앉아 있 는 유노 백작.
둘을 번갈아 바라본 그는 담담히 말했다.
"유노 백작은 왕국에서 금지한 물품을 다수 보유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사 용했다.
특히 마지막에 사용하려던 폭발 마석.
그 피해로 주변 귀족들이 크게 다칠 뻔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큰 죄라 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귀족원에 제소할 가치도 없는 일.”
선언하듯 말한 그는 마고 후작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성마기사단의 단장으로서. 죄인 의 인도를 부탁드리겠소. 마고 후 작.”
“로만 후작.”
중립파 귀족들의 필두이며 로드 만 왕국 최강의 기사단인 성마기사 단의 단장.
로만 후작을 향해 마고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나보다 저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소. 월카스트 백작. 잠깐 이야 기를 나눌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로만 후작님.”
“자네가 한번 나서주게. 요한은 자네의 아들이지?”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하 자 월카스트 백작은 요한을 보았다.
요한은 여전히 유노 백작에게 거 둔 검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분명……’
요한은 로만 후작이 바그너 영지 를 노리고 있다 말했다.
그 말의 진위여부는 모른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
자신에게 선량히 웃는 로만 후 작.
결투장에서 말없이 자신을 보는 요한.
둘을 번갈아 바라본 윌카스트 백 작은 선택을 내렸다.
“아이가 잡은 먹이를 어찌 빼앗 을 수 있겠습니까.”
“오호……윌카스트 백작이 거절하자 로만 후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를 마주하던 윌카스트 백 작이 물러나자 로만 후작은 결투장 위로 올라갔다.
“이보게. 요한. 이 자는 아까 보 니 저주받은 마창,거기에 폭발 마 석까지 보유했더군.”
“꽤나 자세히 알고 계시군요. 마 치 알고 계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하. 누가 보면 유노 백작에게 그 물품들을 준 것이 로만 후작님이 아닌가 싶을 정돕니다!”
요한은 노골적으로 주변 들으라 는 듯 외쳤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로만 후작은 그저 유유히 웃으며 대꾸할 뿐 이 었다.
“아까 우연히 봤네. 우연히. 내가 들어왔을 때 그와 자네가 싸우고 있더구만.”
유들유들한 어조로 말한 로만 후 작은 주변을 둘러본 후 차분히 말 했다.
“이 일은 이 로만이 받아서 처리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다 들 어찌들 생각하시는지?”
중립파 귀족으로 유명한 로만 후 작이라면 치우침 없이 문제를 해결 할수있을 것이다.
몇몇 귀족들이 그래야 한다 떠들 자 로만 후작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떤가?”
“명령이십니까?”
“그럴 리가. 그저.”
잠시 말을 멈춘 로만 후작은 씩 웃었다.
감히 너 따위가 내 말을 거절할 수 있냐는 듯.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겠냐는 듯.
권위로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부탁일세. 내 얼굴을 봐서 좀양보해주게나.”
“부탁이라 하셨지요?”
“그래. 내가 자네에게 할 수 있 는 게 부탁 외에 뭐가 있겠나?”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후작 정도 되는 사람이 백작가 공자에게 부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은 부탁이지만 명령이나 다름 없었다.
자신 있어 하는 로만 후작을 빤 히 보던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라…… 그럼.”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해제했 다.
로만 후작이 만족하자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움직였다.
“커억……정확히 심장을 관통한 검이 유노 백작의 등으로 뚫고 나왔다.
그것을 본 로만 후작은 딱딱히 굳었다.
분노한 듯한 그를 마주하며 요한 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절합니다.”
‘예쁘지도 않은 댁의 얼굴을 봐 서 뭐 하나? 지금 볼 것은 단 하 나.’
수군거리는 관전자들 사이에서 요한은 한 명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로만 후작과 함께 들어 온 흑마 법사.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비쩍 마른 소년 마법사.
그의 눈가에 새겨진 짙은 문신을 보자 요한은 만족했다.
‘오래간만이다. 야오. 빌어먹을 자식아.’
그토록 기다리던 자를 드디어 만 나게 되었다.
요한이 그에게 시선을 보내는 사 이 굳어 있던 로만 후작이 입을 열 었다.
“유노 따위 이겼다고 세상을 전 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가?”
비록 부탁이라고는 했지만 명령 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백작도 아닌 백 작가의 공자 따위가 무시했다.
로만 후작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분노한 그를 향해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어떻게 혼자서 세상을 다 감당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천천히 야오에게서 시선을 돌린 요한은 로만 후작을 향해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상대에게 나 이러는 것이지요.”
로만 후작은 불쾌하다는 듯 짧게 혀를 차고 획 몸을 돌렸다.
그가 나가버리자 윌카스트 백작 은 황급히 요한에게 다가갔다.
“괜찮으냐?”
“예.”
“어쩌자고 로만 후작에게 그런 도발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모르는 거냐?”
“압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로만 후작은 항상 말했지요. 승 부는 싸우기 전에 결정된다고.”
그는 교활하며,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승부를 내기 전 판을 만드는 자 다.
그렇기에 요한은 그가 다 만들어 놓은 판을 뒤집어엎어 버린 것이다.
그의 측근이고,전생에서 윌카스 트 백작을 이 파티에서 공격할 유 노를 죽임으로써.
그의 계획을 시작부터 무너트렸 다.
‘아마 지금쯤이면 우리 쪽의 정 보는 거의 다 모았다고 생각했겠 지.’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유노 백작이 죽었으니 로만 후 작도 이래저래 바쁠 겁니다.”
전략을 수정하고 계획을 다시 짜 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쿼드 코어를 완성했다지 만 아직은 로만 후작과 싸울 수 없 다.
그러니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렇기에 유노 백작을 죽인 것이 요한에게는 현재로써 가장 좋은 수 였다.
‘코어가 한 여섯 개만 더 있었다 면 이런 짓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럼 뭐하러 이러겠는가.
그냥 로만 후작 찾아가 죽이지.
하지만 고작 네 개의 코어에 훈 련되지 않은 몸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를 죽이고 나서 요한이 죽는 다.
그러니 요한으로서는 이런 뒷공 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 잘 될 겁니다.”
로만 후작이 새로운 계획을 짜고 판을 꾸릴 때까지는 여유가 생긴다.
그동안 훈련을 하고 싸울 준비를 해야 했다.
‘어쨌든 나는 대만족이다.’
요한은 흐뭇하게 웃으며 혼란에 가득 차 있는 파티장을 둘러보았 다.
유노 백작과 같은 편이었던 몇몇 귀족들은 죽일 듯 요한을 노려보았 다.
하지만 그와 거리가 있는 귀족들 은 요한의 행동을 꽤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 사이 요한은 월카스트 백작에 게 다가갔다.
“아버지.”
“왜 그러냐. 피곤하니? 가서 쉴 래?”
영역전개 때문에 피곤하기는 했 다.
하지만 지금은 쉴 때가 아니었 다.
“일단 아버지 쪽 사람들을 모아 주세요. 괜히 다른 말 나오면 골치 아프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지.”
어차피 모여야 했다.
월카스트 백작과 적대하는 유노 백작이 죽었다.
이후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 도 모이기는 해야 했다.
“너도 함께 가자.”
“지금은 좀 힘들 것 같네요.”
고개를 저은 요한은 결투장에서 내려갔다.
그가 향한 곳은 마고 후작이 앉 아 있던 곳이었다.
묘한 표정으로 요한을 응시하던 마고 후작은 그가 다가오자 자리에 서 일어났다.
“따라 오거라.”
“예.”
“마,마고 후작님!”
마고 후작이 요한을 데리고 가려 하자 윌카스트 백작은 황급히 그를 잡았다.
발걸음을 멈춘 마고 후작이 날카 로운 눈으로 응시하자 윌카스트 백 작은 고개를 숙였다.
“요한이 도르마나 백작가와 싸운 것은……“먼저 칼을 뽑은 것은 유노 백 작…… 아니,이제는 백작가도 아 니게 되겠군. 유노 그자였다.”
“……하아. 감사합니다.”
"귀족 살해의 죄를 물을 생각은 없다. 그저 몇 가지 확인해보고 싶 은 것일 뿐이니 자네는 걱정 말 게.”
“그렇다면야……둘이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을 보니 윌카스트 백작은 마음이 불편했다.
웃기는 일이다.
절맥에 시달릴 때도 윌카스트 백 작을 불편하게 만든 요한이었다.
그런데 다 낫고 나서도 이렇게 불편하게 할 줄이야.
‘어째 저 녀석은……. 에휴. 제 아비 속 타는 건 아는지 모르는 지.’
울적해 하던 윌카스트 백작이 어 깨를 축 늘어트리자 헤위안 자작이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윌카스트 백작님. 슬슬……“아. 그래. 거기 자네.”
“예.”
어색한 얼굴로 서 있던 하인은 윌카스트 백작의 부름에 흠칫 놀랐 다.
“요한이 나오면 내 방으로 오라 고 전하게나.”
“알겠습니다.”
하인에게 전언을 마친 윌카스트 백작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나도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둬야 겠군.’
요한은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했 다.
하지만 아들이 가문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데 손 놓고 구경만 하겠는 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그리 생각하며 월카스트 백작은 기다리고 있는 귀족들에게 다가갔 다.
‘지금은 최대한 내 편을 모아야 한다.’
아플 때나 멀쩡할 때나.
속만 바글바글 썩게 만드는 사랑 스러운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 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