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23화
23. 맞으면 정신을 차린다 (5).
“익 스퍼트라고!?”
경악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요한의 나잇대에 익스퍼트의 경 지에 올랐다.
물론 찾아본다면 그 정도 재능을 가진 이들은 적기는 하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어렸을 때부 터 무수히 많은 훈련을 받았기에 얻은 성취다.
병에 걸려 평생 침대에서만 살아 야 했던 요한이 가질 만한 무위는 아니 었다.
“말도 안 돼……그리고 충격을 받은 것은 칼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한이 절맥이 낫고,프란츠를 두들겨 됐다는 정보를 얻었을 때.
그에게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 었다.
하지만 그가 익스퍼트라니.
오러를 쓰면 요한을 이길 수 있 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선명한 붉은 오러에 의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 다.
“이익..... !”
-채애앵!!
적색의 오러와 청색의 오러가 충 돌했다.
그 충돌에서 승리한 것은 적색의 오러 였다.
검과 검이 부딪힐수록 점점 칼슨 의 오러가 줄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밀린다.
밀려가고 있다.
칼슨의 불안이 절망으로 바뀌었 을 때.
-서걱.
그의 목검에 담긴 청색 오러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
요한의 검이 목검을 반으로 잘라 낸 것이다.
“너…… 너 뭐야.”
“그게 아니야.”
칼슨이 감당할 수 없었던 절망은 당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당황을 요한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 너는 다른 말을 했어야 했 어.”
"뭐……?”
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미소.
그것을 본 칼슨이 불안감을 이기 지 못하고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
요한은 빠르게 그의 턱을 걷어찼 다.
“컥!! 어억…… 어……목검마저 떨어트린 칼슨은 자신 의 얼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턱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칼슨을 향해.
“그럼 잘 가게. 친구.”
요한의 검에서 생긴 붉은 노을이 내리쳐졌다.
“요한! 그만!”
그것에 놀란 귀족들이 외친 순 간.
한 자루 창이 요한의 머리를 향 해 날아들었다.
-채앵!!
칼슨을 공격하려던 검을 움직인 요한은 가볍게 철창을 걷어냈다.
튕겨져 나간 철창이 바닥을 구르자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이 닿은 곳에는 딱 딱히 굳은 얼굴의 유노 백작이 있 었다.
그가 창을 던진 것이다.
유노 백작의 난입이 요한은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애초에 칼슨을 도발하여 결투를 한 것 모두 그의 난입을 노린 것이 니 말이다.
그는 씩씩거리는 유노 백작을 향 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까 자기가 한 말도 기억 안 나시나 보네?”
“닥쳐라! 악독한 놈! 승부는 나 지 않았느냐!”
“이번 결투에서 승부를 가르기 위한 방법은 하나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검면으로 칼슨을 강하게 후려쳤다.
“으억......!!”
단 일격이다.
하지만 그 일격에 담긴 위력은 상당했다.
단 한 대를 맞았음에도 칼슨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스스로 항복을 말하는 것.”
그랬다.
자기 입으로 항복을 말하지 않는 다면 승부는 나지 않는다.
요한은 유들유들한 웃음을 지었 다.
“하지만 칼슨은 끝까지 항복을 말하지 않겠다는군요.”
“으으…… 아오"•… 아오……턱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바 람 빠지는 말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이를 갈던 유노 백작은 결국 결 투장 위로 올라갔다.
“그래. 네놈이 이겼다. 되었느냐?
참 대단하구나. 윌카스트 백작. 아 주 훌륭하시오. 저런 뛰어난 아들 을 두셨다니.”
“과찬이오.”
“저런 대단한 인재를 저택에 꼭 꼭 숨겨두고 있었다니. 혹시 다른 마음이라도 품은 것 아니오?”
“뭐?”
"반역이라도 생각하는 것 아니냐 는 말이오.”
“요한은 기사도 아니니 실력을 숨겼다는 것이 죄가 되지 않지. 나 중에 기사 등록할 때 마스터로 등 록하면 되는데 뭘.”
유노 백작의 비난을 윌카스트 백 작은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의 말을 무시한 유노 백작은 좌증을 훑어보며 말했다.
“도르마나 백작가에서 패배를 인 정하겠소!”
그의 외침을 들은 마고 후작은 요한을 보았다.
“너는 인정하나?”
"조건에 따라 인정하지요.”
“조건…… 하. 그래. 조건. 뭐냐? 돈을 원하냐? 아니면 철광석? 그것 도 아니면 내가 네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까?”
서슬 퍼런 기세로 그가 쏘아붙이 자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런 건 필요 없고. 제가 원 하는 것은 하납니다."
“닥치고 원하는 것이나 말해. 뭐 든 주마.”
“오. 그렇다면 항복을 받아들이 지요.”
요한은 웃으며 수긍했다.
하지만 유노 백작이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었다.
마고 후작은 유노 백작을 차가운눈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공증하는 결투에 난입하 고,엉망으로 만든 책임은 어떻게 질 생각이지?”
이번 결투는 마고 후작이 직접 공증한 것이다.
칼슨의 건방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멋대 로 까분 것이다.
그 정도는 웃으며 넘어가 줄 수 있었다.
그것을 빌미로 유노 백작,그리 고 나마스 왕자의 성철쇄 기사단에 게 꽤나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 을 테니까.
하지만 유노 백작의 개입은 선을 넘어선 일이다.
아무리 파벌이 다르다고 하더라 도 백작이 후작이 공증한 결투에 난입하다니.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유노 백작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고 후작님. 이번 일에 대한 책임으로 타이론 영지에 올해 받아 야 할 철광석의 대금. 받지 않겠습 니다.”
올해 타이론 영지로 보낸 철광석 은 상당히 많았다.
그 비용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도르마나 백작가는 꽤나 타격을 입 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고 후작은 피식 웃었 다.
"고작 그것으로 끝날 것 같나?"
“추가로 배상금을 내겠습니다. 그리고 귀족원에 스스로 죄를 청하 러 가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유노 백작이 지불할 수 있는 선의 끝이다.
이 이상 요구한다면 유노 백작도 위험을 각오하고 영지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알기에 마고 후작도 웃으 며 받아들였다.
이 정도 무례의 대가로 저 정도 라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마고 후작이 받아들인 것으로 결 투가 끝이 났다.
그것으로 관전하던 귀족들은 안 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알려야겠다.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려야겠다.
그들이 그리 생각했을 때 새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 푹.
오러가 담긴 요한의 검이 칼슨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유노 백작을 향해 차갑게 웃은 요한은 죽어가는 칼슨의 심장에 박 힌 검을 살짝 비틀었다.
그것만으로 칼슨의 눈에서 생명 의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끄르륵……“뭐,뭐 하는 짓이냐!!”
“원하는 거 준다면서?”
요한은 천천히 검을 뽑아내며 말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도르마나 백 작가가 무너지는 거야.”
"이노오오옴!!”
쓰러진 시체를 보며 분노를 터트 린 유노는 다짜고짜 요한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그 창을 피해내며 뒤로 물러난 요한은 빙글 검을 돌려 잡았다.
“와. 갑자기 공격? 귀족의 명예 가 땅에 떨어졌구만.”
“닥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분명 요한이 떡이 되도록 맞고 끝날 줄 알았던 결투에서 칼슨이 패배했다.
거기에 요한이 그의 목숨을 거둬 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 이 하나 더 밝혀졌다.
“오러 스피어!?”
“유노 백작!! 마스터였소!? 소문 이 사실이었나!?”
“왜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오!?”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나라에 등 록된 기사가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것은 죄가 된다.
당연한 일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기사는 실력에 따라 전쟁터에 배치된다.
기사가 실력을 속이는 것은 전시 에 작전 배치에도 큰 영향을 준다.
그것 때문에 기사가 되는 자는 매년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여 보고 해야 했다.
지금까지 유노 백작의 실력은 익 스퍼트로 알려져 있었다.
오러 스피어를 쓸 수 있는 마스 터의 경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유노 백작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네놈만은 죽인다!!!”
불같이 화를 내며 유노 백작은 오러 스피어를 휘둘렀다.
하지만 요한은 가볍게 그의 공격 을 피해내었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달려드는 그에게서 멀어지며.
요한은 히죽 미소 지었다.
‘이렇게 나오길 바랐다. 네가 이 정도로 날뛰어줘야 로만 후작의 계 획이 틀어지거든.’
미쳐 날뛰는 유노 백작의 공격을 피하며 요한은 숨을 가볍게 들이마 셨다.
그 순간 요한의 심장에 위치한 네 개의 코어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흡!!”
활성화된 코어 덕분일까?
오러 스피어와 그저 오러가 실린 검이 부딪혔을 뿐이다.
하지만 밀려난 것은 오러 스피어 를 쓰는 유노 백작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 이다.
오러 스피어가 어떻게 단순히 검 에 입힌 오러에 밀리나.
요한의 검이 보검이라면 모를까.
그것이 아닌 이상에야 보지 않는 다면 누구도 믿지 못할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유노 백작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무인으로서의 본능은 이 자리에 서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간신히 무시 했다.
기껏 키운 후계자를 죽인 놈을 두고 어떻게 물러나겠나.
“죽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수 많은 공포와 사선을 넘은 그이기에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뭔가 일어날 것 같으니 최대한 빨리 요한을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칼슨이 요한에게 유효타 를 먹이지 못했던 것처럼.
유노 백작 역시 요한의 춤추는 듯한 검술에 휘둘리고 있었다.
“네놈은 반드시 죽인다!!”
결국 그 불안감과 짜증이 극대화 되었을 때 유노 백작은 이를 악물 고 허공에 손을 넣었다.
그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온 것 은 한 자루의 검은색 마창이었다.
가시나무를 닮은 검은색 창극이 요한의 가슴에 겨눠졌다.
“저주받은 마창이여! 이곳에서 내 적을 꿰뚫어라!!”
“저주받은 마창!?!”
“저건 상아탑에서도 금지한 물품 인데!!?
“유노 백작! 진짜 미쳤소!? 어째 서 그딴 흉물을 보유했단 말이오! 당장 멈추시오!!”
그들이 경악하든 말든 유노 백작 은 다짜고짜 요한에게 마창을 던졌 다.
모두가 경악한 그때.
요한의 심장에서 미친 듯이 회전 하던 네 개의 코어가 멈췄다.
그리고 빛줄기처럼 날아가던 불 길한 마창이 요한의 손에 잡혔다.
“헉!”
놀란 귀족들이 숨을 멈추는 소리 가 들린다.
요한은 자신의 앞에서 퍼덕거리 는 마창을 뒤로 휙 집어 던졌다.
“거 쓸데없는 짓은. 그나저나 너 마창도 가지고 있었냐? 일단 저건 내가 잘 써주마.”
저주받은 마창이나 마검.
더 나아가 혹은 대량살상이 가능 한 폭발 마석같은 물품들.
그런 것은 상아탑에서 인정하지 않은 마법사들이 만든 물품이다.
이런 물품을 발견하거나 제작자 를 상아탑에 잡아가면 그들의 신뢰 를 얻을 수 있다.
‘어차피 개들한테도 얻을 거 있 으니…… 저건 가져다 줘야겠군.’
심드렁한 요한에 비해 유노의 안 색은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 다.
회심의 수였던 마창마저도 막혔 다.
오러 스피어조차 통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마른 요한은 어느새 유노 백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 로 강대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막아야 한다.
뭐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막아야 한다.
유노를 감싸던 막대한 분노는 이 제 생존 욕구로 변해 있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필사적으로 창을 휘둘렀지만 공 격은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
요한은 그저 차갑게 비웃으며 유 노 백작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막을 뿐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알 수 없는 막연한 공포감에 휩 싸인 유노는 몸을 돌렸다.
창을 잡은 이후 생전 처음으로 적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정도로 유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제,제기랄!!”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유 노를 응시하는 요한의 눈은.
명백하기 그지없는 멸시였다.
그 멸시를 담아 요한은 차분히 선포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순간 도망치려던 유노는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빠졌다.
뒤쪽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볼 필요는 없다.
봐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유노 백작의 의지를 무시하며 몸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아……아무것도 없었던 요한의 등 뒤에 어느새 나타난 거대하고 불길한 석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그 석문이 천천히 열리 기 시작했다.
반쯤 열린 문의 안쪽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하늘을 꿰뚫을 정도의 거목 앞에 는.
“ —O •■ O— 아I•”
하나의 기괴한 괴물이 고고히 서 있었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크고.
수십,수백,수천이나 될법한 칼 날 같은 촉수를 지녔고.
세상을 뒤덮을 만한 수십 개의 거품을 몸에 두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 하나의 눈으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 었다.
누구라도 본다면 겁에 질려 엉엉 울고 말 정도인 그것을.
차라리 눈이라도 뽑아내면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위대한 존재 를.
오로지 유노 백작만이 인식하고 있었다.
“네놈…… 뭐…… 냐……바닥에 주저앉아 중얼거리는 그 를 향해.
거대한 문과 그 안의 괴물을 뒤 에 둔 요한은 싸늘히 웃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