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5화
15. 도발의 방법 (1).
바그너 백작령에서 타이론 후작 령까지는 마차로 이주 정도 걸린다.
관도를 이용하는 여행인 만큼 그 리 위험한 여행길은 아니었다.
각 영지에서 관도의 관리와 더불 어 순찰인원들을 대기시키기 때문 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 었다.
가을이 가까워지며 도적들과 몬 스터들이 조금씩 관도까지 침투하 고 있었다.
그러나 윌카스트 백작이 특별히 위험할 만한 일은 없었다.
무려 백작가의 여행이다.
호위를 위한 병사들은 당연히 함 께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허접한 도적들 따위를 상대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쳐라!!”
“와아아아!!”
“죽여! 마차에 접근하게 두지마 라!”
달려드는 도적들에게 병사들의 창이 꽂혔다.
꽤 많은 수의 도적이다.
하지만 하인스가 이끄는 기사들 과 용병대,병사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무참히 자신의 부하들이 당하기 시작하자 도적 두목이 나섰다.
커다란 도끼를 들고 나온 도적을 향해 하인스는 검을 뽑았다.
"나의 로드! 윌카스트 백작님에게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이! 이놈이!?”
하인스는 익스퍼트에 오른 뛰어 난 기사였다.
그런만큼 고작해야 유저에 불과 한 도적 두목을 어렵지 않게 상대 할 수 있었다.
-챙H 챙! 챙!
커다란 도끼에 푸른 오러가 부딪 힐 때마다 도끼의 날이 박살났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하인스가 두목을 잡고 있는 사이 병사들과 용병들은 도적을 전부 쓰 러트렸다.
“끝났습니다!”
용병 중 하나가 외치자 하인스는 포효했다.
“죽여주마!!”
검에 맺혀 있던 오러가 강해졌 다.
반쯤 박살난 도끼로는 이제 막을 수 없다.
도적 두목은 생명의 위기를 직감 하고 몸을 돌렸다.
"어딜 도망 가냐!!”
하지만 하인스의 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의 등에 꽂힌 검이 두목의 가 슴에서 솟구쳤다.
치명상을 입은 도적 두목이 천천 히 쓰러지자 하인스는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리해!! 포로 따윈 필요 없다! 모두 참수하도록!”
살아남은 도적들의 처분을 명령 한 하인스는 호위하던 마차로 다가 갔다.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그가 묻자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 를 끄덕 였다.
“사흘 전에 전투를 했는데 또 전 투라니. 이거 불안하군.”
"걱정 마십시오. 저희뿐만 아니 라 흑색의 수호자들이 함께하니 말 입니다.”
대부분의 영지에는 기사들뿐만 아니라 용병대를 고용하고 있었다.
로드만 왕국에서도 나름대로 이 름을 날리는 흑색의 수호자들은 시 체들을 아무렇지 않게 한 곳에 모 으고 있었다.
그들이 맡은 소임을 충실히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하인스는 안쪽에 있는 요한을 힐끔 보았다.
“흐음……여정 내내 요한은 계속해서 책만 읽었다.
이번 파티에 참석하는 귀족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두라는 월카 스트 백작의 명령 때문이었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할 일들이나 해.”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요한 은 무심히 대꾸했다.
‘굉장한 집중력이군……바그너 영지에서 훈련을 할 때 요한을 옆에서 도와준 하인스였다.
과거 절맥 때문에 병자 취급받을 때와는 꽤나 달랐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은 힘을 잃 는다.
그렇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요한 에게 간단한 걷기 훈련이라도 시켰 었다.
그때마다 온갖 성질을 내던 요한 에게 집중력 따위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확실히 달라지셨어.’
프란츠를 쓰러트린 날 이후로 요 한은 점점 바뀌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측면으로 말이다.
‘성질만 좀 죽이시면 더 좋을 텐 데.’
다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의 독설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실수하거나 잘못 한 하인이 있으면.
그리고 거슬리는 이들이 있으면.
요한은 울지 않고는 못 배길 정 도의 독설을 퍼붓는다.
그것에 당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 가.
가끔씩은 요한을 보자마자 경기 를 일으키는 사용인까지 있을 정도 다.
‘그 독설만 좀 어떻게 하시면 좋 을텐데.’
하인스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런 그를 향해 요한은 슬쩍 고 개를 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정리 끝난 것 같은데 가지?”
“알겠습니다.”
어느새 용병들도 정리를 끝내고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인스는 이동명령을 내리려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정리가 끝난 것은 어떻 게 아신 거지?’
바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요한이 다.
그런데 요한이 어떻게 안 것일 까?
의문이 생겼지만 하인스가 추론 해 낼 수 있는답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고 야영지에 도 착했다.
예정대로 그가 야영의 준비를 하 는 사이,윌카스트 백작은 요한을 앉혀두고 물었다.
“이 문장은?”
“테레몬 자작가의 문장. 현 테레 몬 남작가의 가주는 호반 테레몬.”
“테레몬 자작이 누구지?”
“남부에서 차밭을 운영하는 귀족 입니다.”
“테레몬 자작가가 어떻게 차밭을 운영하게 되었지?”
"테레몬의 초대 가주가 엘프의 도움을 받아 차를 기르는 법을 배 웠지요. 그래서 엘프에게 우호적입 니다.”
"그래. 호반 자작가는?”
“타이론 후작가의 가신이기도 합 니다. 현재 일 왕자 헤르듀크 왕자 님을 후원하는 주 세력이기도 하 고.”
“좋다. 그럼 다음은……그 외에도 윌카스트 백작은 빠르 게 물었고 요한은 정확하게 대답했 다.
며칠 만에 잘도 외웠다.
감탄한 월카스트 백작은 아쉬움 에 껍껍 입맛을 다셨다.
“그 정도 머리면 아카데미에 가 는 것이 나을 텐데.”
“지금은 절맥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절맥은 아카데미에서도……“으윽. 두통이! 다시 발작이 일어 날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월카스트 백작 은 종종 아카데미와 결혼을 언급했 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요한은 고통을 호소했다.
옆에 있는 야스진도 그런 압박이 발작을 부른다고 말하니 윌카스트 백작도 강권할 수는 없었다.
“끙…….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사고는 치지 마라.”
“제가 무슨 망나니도 아니고 사 고를 치겠습니까?”
생긋 웃는 모습이 오히려 더 불 안하다.
윌카스트 백작은 무척이나 떨떠 름해 하며 물었다.
“그,그러냐? 그런데 밤중에도 잠깐잠깐 자리를 비우던 것 같더니만. 뭘 하는 거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호라이즌 큐브를 사용했다.
호라이즌 큐브의 효용은 나오는 몬스터를 잡아 아이템을 얻는 것만 이 아니다.
무작위로 몬스터가 소환되니 훈 련을 하기에도 좋다.
한 번의 전투는 실력의 상승을 부른다.
그것이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 하 더라도 말이다.
‘그제는 오크! 어제는 트롤! 오늘 은 보물 고블린이 나오길 r“혼자만의 시간이라……. 저택에 서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더니. 혹 시 하녀들을 울리는 것은 아니겠 지?”
"소문 못 들으셨습니까? 저랑 만 난 모든 하녀들은 다 웁니다만.”
의미가 다르기는 했다.
하녀들이 운 이유는 요한의 비꼼 과 독설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윌카스트 백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도 들었다. 도대체 그런 말투는 도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 냐?”
“책에 나오더군요.”
요한을 위해 마련한 도서관을 떠 올리며 그는 의아해 했다.
“내가 그런 책을 샀었나?”
“예. 꽤 재미있었으니 아버지께 서 읽어보시지요.”
“크흠…… 아무튼. 타이론 영지 에서는 귀족다운 모습을 보여다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널 믿는다.”
믿는다고는 말하지만 윌카스트 백작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번에 오는 이들 중에는 이 아 비의 정적들도 꽤 있다. 특히 도르 마나 가문. 그의 아들인 칼슨이 이 번에 익스퍼트에 올랐더구나.”
“호오. 그렇습니까?”
“그 녀석이 너에게 시비를 걸 수 도 있다. 적절히 피하렴. 나도 나름 대로 주의를 하기는 하겠지만……요한을 공격할 만한 거리는 많았 다.
절맥이라는 병을 트집 잡을 수도 있다.
그것 뿐만아니라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 것도 공격 대상이 된다.
그 외에도 트집을 잡고자 한다면 수천 가지나 잡을 수 있다.
“옷차림도 좀 예의 바르게 하 고.”
“예. 예.”
“댄스까지는 바라지도 않겠지만 영애들이나 부인들에게도 잘 대해 야 한다.”
“하하. 이러니까 마치 제가 물가 에 내놓은 어린애 같군요.”
"그만큼 주의하라는 것이다.”
“명심,또 명심하겠습니다.”
생글생글 웃는 요한을 향해 윌카 스트 백작은 피식 웃었다.
“대답은 잘하는구나.”
“대답이라도 잘해야지요. 아무튼 저는 잠깐……“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냐? 하인스라도 데려가렴.”
"괜찮습니다. 야스진.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야스진을 데리 고 요한은 근처에 사람이 없는 곳 으로 향했다.
“넌 여기 있어.”
“예. 그런데 진짜 괜찮으시겠습 니까?”
“걱정 마.”
“휴……. 알겠습니다.”
만약 요한이 잘못되기라도 한다 면 추천장은 고사하고 목이 날아간 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괜히 요한의 말을 거슬렀다간 피 보는 것은 자신이다.
야스진은 어제처럼 자리에 앉았 고 요한은 수풀을 헤치고 들어갔다.
"그럼 시작해볼까……? 보물 고 블린. 나와라……!”
세 번의 실패와 함께 붉은색 아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 붉은 세계에 선 채 몬스터를 기다리던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이번에 나온 적은 레드 스켈레톤 알케미스트.
사악한 연금술을 쓰는 언데드였 다.
“쯧……. 짜증나게시리.”
레드 스켈레톤 알케미스트라면 꽤나 높은 등급의 몬스터다.
하지만 마스터인 요한에게는 그 저 잡몹에 불과했다.
길게 뽑은 오러 블레이드를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레드 스켈 레톤 알케미스트는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와 동시에 적색의 공간이 해제 되자 요한은 땅에 떨어져 있는 두 병의 붉은색 물약을 주워들었다.
“레드 스켈레톤 알케미스트를 잡 았는데 고작해야 상급 힐링 포션 두병이라니……상급 힐링 포션도 나름 귀한 물 건이다.
하지만 요한이 바라는 것은 아공 간 주머니.
고작 힐링 포션으로는 만족할리 없었다.
“어이. 가자고.”
오늘의 수확을 마친 요한이 돌아 오자 야스진은 조심스레 그를 훑어 보았다.
옷에 풀이 조금 달라붙은 것 말 고는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
“도대체 뭘 하신 겁니까?”
“궁금하면 따라와서 보든가.”
“사흘 전에 따라갔을 때 죽이려 하셨잖습니까.”
“에이. 죽이려 하긴. 가슴에 모기 가 있어서 그거 잡으려고 한 거지.”
“저는 공자님께서 검을 겨누셨을 때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내 밑에서 일하는 사람 인데 쉽게 죽일 수야 없지.”
중의적 의미를 담은 말이다.
밑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죽이지 않겠다는 것이며.
또 주제 파악 못 하면 그냥은 안 죽인다는 말이기도 했다.
“ —O , O으1그 ......•”
능글맞게 대꾸하는 요한을 야스 진은 너무한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었 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몰 라?”
“그런 말은 처음 듣습니다만“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지. 자, 가……말을 잇던 요한은 획 고개를 돌 려 수풀 쪽을 응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야스진 은 의아해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모양이네.”
"그렇습니까?”
“그래. 자. 가자고.”
야스진과 함께 요한은 느긋하게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후 잠시 후.
요한이 응시했던 수풀 쪽에서 검 은 고양이 한 마리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애오오옹〜“앞발로 얼굴을 비비던 고양이의 시선은.
“애오오옹〜“요한이 향한 곳에 꽂혀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