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3화
13. 틀리는 게 이득이 될 때도 .
있다 (1)
윌카스트 백작의 요청에 받은 프 란츠는 다급히 대답했다..
“혀, 형님이라면 괜찮으시겠지 요.”
프란츠도 혼자서 영지를 돌아다 니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
물론 가끔씩 주제파악 못하는 놈 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프란츠도 쉽게 이길 수 있다.
그런 자신을 개 패듯이 펠 수 있 는 요한이다.
그가 어디 가서 맞고 오겠나?
오히려 패고 오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들으셨습니까?”
프란츠가 확답을 내놓자 요한은 웃으며 말했다.
“으음. 정 그렇다면야. 그래도 혹 시 모르니…… 그렇지!”
윌카스트 백작은 프란츠의 어깨 를 가볍게 잡았다.
“프란츠. 네가 따라갔다 오렴.”
“예!?”
“영지에 대해서는 네가 더 잘 아 니 요한에게 설명도 해주고.”
순간 프란츠는 옆통수에 꽂히는 엄청난 살의를 느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요한은 싱 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테이블 밑에 있는 그의 손은 꽉 주먹이 쥐어져 있었다.
저 주먹의 의미가 무엇인지 프란 츠가 모를 리 없었다.
“저,저도 이래저래 일이 많은지 라……프란츠는 빠르게 생존을 선택했 다.
식은땀을 흘리며 프란츠가 사양 하자 요한은 냉큼 말했다.
“안 그래도 바쁜 동생을 어찌 데 리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뭐 프란 츠. 네가 그렇게.”
잠시 숨을 멈춘 요한은 프란츠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따라와야겠다고 한다면 말 리지는 않겠다.”
식탁 밑에 있던 주먹이 가볍게 움직였다.
프란츠는 자신도 모르게 그 주먹 에서 천천히 눈을 돌렸다.
“그래. 우리 형제의 우애를 돈독 히 다지며 바깥 구경도 함께하자. 이왕이면 주변에 사람도 없으면 좋 겠네.”
차라리 따라오면 죽여 버리겠다 고 말하는 게 덜 무섭겠다.
프란츠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 리며 크게 고개를 저었다.
“형님도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잖습니 까. 언제까지 싸고돌아서야 남자가 될 수 없다고.”
“그래도……“바그너 영지는 안전하니 괜찮을 겁니다. 하인스를 비롯한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치안관리를 하고 있고. 또 얼마 전에 쓰레기 같은 놈들을 쳐내기도 했으니……프란츠는 정색하고 필사적으로 월카스트 백작을 설득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래. 알겠다. 그래도 오늘 안에는 들어오겠지?”
“물론입니다.”
짧은 아침식사가 끝났을 때.
요한은 회귀한 이후 두 번째로 저택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 * *회귀 전 요한이 공식적으로 저택 을 나가게 되는 것은 바그너 영지 가 영지전에서 패배한 이후였다.
로만 후작에게 바그너 영지를 빼 앗기게 되고,노예가 되었을 때.
그제야 그는 저택에서 추방되며 밖을 구경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두 발로 걸어서 나간 적이 없었다.
“이거 참…… 감개무량하구만.”
저택을 걸어내려 가며 요한은 씁 쓸히 중얼거렸다.
햇살을 받으며 이렇게 나가는 날 이 오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어째 홀가분하군.”
마음속에 있던 짐을 조금이나마 던 기분이다.
저택에서 나와 거리로 내려간 요 한은 꽤나 넓은 영지의 전경을 둘 러 보았다.
‘분명 바그너 영지의 일 년 농업 수입은 밀 이만오천 가마니였 지……. 상업세라든가 방목세같은 것까지 치면 얼마였더라?’
가끔 윌카스트 백작이 와서 영지 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던 요 한은 밭을 보며 인상을 썼다.
‘개판이군.’
72번의 환생을 겪으며 요한에게 .
는 꽤나 많은 지식이 남아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농업에 대한 지 식도 있었다.
그런 요한에게 있어서 지금의 농 업 방식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 었다.
‘기술의 발전 대신 오러나 마법 의 발전만 이루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밭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분뇨를 그냥 뿌려버리다니. 이건좀……/이런 식으로는 독성 때문에 작물 이 말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몇 년 안에 수확량 이 크게 줄 수도 있었다.
밭의 흙을 만져 본 요한은 툭툭 손을 턴 후 근처의 냇가에서 손을 씻었다.
“비료 개발에 농업개발까지…… 프란츠가 할 일이 많겠군.”
물론 요한이 할 일은 아니었다.
굳이 그가 나선다면 간단한 조언 정도뿐?
영주의 자리를 거절한 순간부터 이런 의무와 요한은 거리가 멀었다.
“어…… 뉘십니까?”
밭일을 하던 농노 하나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를 지그시 응시하던 요한은 뒤 통수를 긁적거렸다.
“바그너 저택에서 나온 사람이 다. 신경 쓰지 마라.”
“아,아이고 나으리! 저,저희는 소작을 빼돌리는 것이 아니라……“그거 검사하러 온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는 농노를 지나치며 요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본 농노는 제대로 씻지도 않았다.
위생은커녕 목욕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위생을 어떻게 하지 못하면 역 병 한번 났을 때 떼죽음 당하겠네. 프란츠. 힘내라.’
위생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것 역시 프란츠다.
이래서 관리자 자리가 피곤한 거 다.
온갖 일을 다 해야 하니까.
‘뭐 좋다고 이 짓을 하는 건 지……회귀 전이야 마왕과 싸워야 할 전력을 구비해야 했다.
그렇기에 요한도 온갖 노력을 다 해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개발과 개선을 이뤄냈었지만.
지금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이번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 나 만.’
요한은 의아해하는 농노들을 뒤로 한 채 콧노래를 훙얼거리며 목 적지로 향했다.
적당히 사람이 없는 산길에 들어 서자 요한은 천천히 산에 올랐다.
탈무의 던전은 요한도 한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화무십일홍이라.
로만 후작도 결국은 그 권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졌었다.
그 이후로만 후작이 차지하던 바 그너 영지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때 탈무의 던전에 들어가 본적 이 있었다.
그 기억을 되살리며 요한은 천천 히 걸었다.
회귀 전과는 지형이 꽤나 달랐지 만 어떻게든 찾을 수 있었다.
“여기구나.”
주변을 살피던 요한은 찾던 동굴 을 발견해냈다.
회귀 전에는 이곳에 꽤 많은 건 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산지에 불과 했다.
아직까지는 개발되지 않은 곳이 다.
주변을 천천히 훑어 본 요한은 동굴을 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 앞 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쩌적!
그의 손에 맺혀진 붉은색 오러 블레이드는 단 일격에 바위를 반으 로 갈라버렸다.
갈라진 바위가 양 옆으로 허물어 지자 그 안에 숨겨진 무저갱이 모 습을 드러냈다.
빛 한점 없는 동굴 안쪽을 응시 하던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의 빛을 이용해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 겼다.
“자……. 그럼 가볼까.”
느긋하게 걸어 동굴의 끝에 도착 한 요한은 커다란 문 앞에 멈춰셨 다.
문에는 복잡한 문양과 함께 황금 시대의 고대문자가 적혀 있었다.
시동어를 말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문이다.
그 문을 마주하며 요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둠 카토. 마가 타이가츠. 마에 나스 보리탄.”
열려라. 탈무의 빛이여. 그에 따 라 진리의 뜻이 모습을 비추리라.
황금시대에 사용되던 고대어가 요한의 입에서 유창히 터져 나왔다.
마왕이 등장했을 때.
마왕의 전조로 인해 대륙은 크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 다.
그렇기에 대륙의 모든 존재는 살 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내 놓고 공유해야 했다.
힘,재산,마법,그리고 황금시대 는 물론 고대인 암흑시대의 지식까 지.
그것을 모두 바쳐서 강대한 마왕 과 마왕을 따르는 차원수들과 싸워 야 했다.
그런 마왕과 정면에서 싸웠던 요 한이다.
요한 역시 마왕과 싸우기 위해 고대어를 익힐 수밖에 없었다.
-쿠우우웅!!
마력으로 감싸져 있던 입구가 모 습을 드러내었다.
인위적으로 생각되는 돌벽과 햇 불이 있는 끝이 없는 통로를 마주 하던 요한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쿠우우우웅!!
그가 들어가자마자 요한을 삼키 듯 입구가 닫혔다.
힐끔 막힌 입구를 뒤돌아본 요한 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달그락…… 달그락•…"!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요한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발걸 음을 멈춘 채 기다렸다.
-딸깍! 딸깍!
통로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붉은 색 뼈를 가진 레드 스켈레톤 다섯 구.
그것도 중무장했다.
어지간한 모험가들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만한 적들을 마주한 채 요한은 빙긋 웃었다.
“그래도 던전에서 처음 만난 사 인데. 대화로 어떻게 안 되려나? 에칼 타크 라크마차.”
-딸깍! 딸깍!
“안되는군.”
고대어로 말해봤지만 레드 스켈 레톤들에게는 적의만 느껴질 뿐이 었다.
흉흉한 안광을 내뿜으며 첫 번째 레드 스켈레톤이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해머가 자 신의 머리를 내려치자 요한은 가볍 게 피해낸 후 스켈레톤의 팔뼈를 후려쳤다.
-와그작!!
오러가 담긴 주먹에 맞았기 때문 일까?
팔뼈가 간단히 부러져버렸다.
레드 스켈레톤이 뒤로 물러나자 요한은 바닥에 떨어진 낡은 해머를 주워들었다.
“오…… 해머. 이것도 참.”
-딸깍! 딸깍!
잠시 진형을 정비한 레드 스켈레 톤이 적의를 품으며 빠르게 달려들 자 요한은 싸늘히 웃었다.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요한은 이를 드러내며 레드 스켈 레톤들에게 달려갔다.
-딸깍! 딸깍!
레드 스켈레톤의 턱이 움직인다.
그들이 든 무기가 빠르게 허공을 날았다.
그것들을 해머로 튕겨낸 요한은 빈틈을 노려 해골들을 부숴나갔다.
-파각! 파가각!!
붉은 뼈가 박살나며 스켈레톤들 이 쓰러져 나갔다.
간단히 레드 스켈레톤을 쓰러트 린 요한은 해머를 까딱거렸다.
전투의 소리를 들은 탓일까?
복도의 끝에서 스켈레톤들이 몰 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히죽 웃은 요한은천천히 걸었다.
어렵지 않게 스켈레톤 무리들을 쓰러트려나간 요한이 던전의 끝에 도착했을 때.
넓은 방의 중앙에 있는 인형이 움직였다.
-위이잉!
광약보다 더 큰 몸을 가진 존재 가 움직일 때마다 기계음이 들린다.
두터운 몸에 새겨진 마법진이 빛 을 낸 순간.
그 인영의 눈 부분에서 푸른 빛 이 번뜩였다.
- 마이다 가토 바이츠.
침입자 발견.
기묘한 음색이 인영에서 터져나 오자 요한은 씩 웃었다.
“이야. 황금시대 골렘까지 있다 고?”
던전의 수호자가 황금시대 골렘 일 줄이야.
요한은 탈무의 던전에 있는 것이 무엇일지 점점 기대가 되기 시작했 다.
슬쩍 들어 올린 해머에 오러가맺힌다.
다른 손에는 타오르는 불길 같은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전투 준비를 마친 요한에게 고대 골렘은 천천히 움직이며 말했다.
- 라다 마탄 가도가.
침입자 격퇴가 시작됩니다.
고대 골렘 역시 요한에게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순간 그의 몸에서 날카로운 칼날 과 가시들이 솟아났다.
한걸음.
한걸음.
골렘이 다가오자 요한은 이를 드 러내며 외쳤다.
“할 수 있으면 해봐!!”
빠르게 달려오는 황금시대 골렘 이 공격을 시작하자.
요한 역시 곧장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