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1화
11. 이게 여기 있었네? (2).
최면술은 일종의 심리적 조작이 다.
의식과 무의식이 경계 상태에 있 는 무방비 상태일 그 효과가 발휘 된다.
잘만 이용한다면 상대를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
물론 이론상으로 그럴 뿐이다.
실제로 써먹기는 꽤나 애매한 기 술이었다.
심령을 제압하여 의식과 무의식 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 최면술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려면 반 죽도 록 패야 한다.
거기에 의지에 따라 쉽게 걸리지 도 않고,걸려도 금방 풀려버리기 도 한다.
대부분의 강자들에게는 거의 먹 히지 않는 것이 바로 최면술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은 이 방법밖에 쓸 수 없는 것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을 수밖 에 없다.
그래도 잇몸이 생각보다 큰 도움 이 되었다.
최면에 걸린 한스는 요한의 질문 에 순순히 답했다.
“……하여,로만 후작이 모든 것 을 지시하였습니다.”
역시 한스와 아까의 그 농노는 로만 후작이 보낸 첩자가 확실했다.
‘일단 이건 그냥 놔두고 역이용 해야겠군.’
갑자기 첩자가 사라지면 로만 후작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그러니 내버려두고 이용해먹는 게 제일 좋다.
요한은 한스의 얼굴을 마주하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당신의 방으로 돌아가 바로 잠이 듭니다.”
“예……“잠에서 깨어나면 전날 계단에서 굴렀다는 것을 알고 치유를 받습니 다. 레드 썬.”
암시를 걸자 한스는 천천히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가 비틀거리며 저택으로 들어 가는 것을 본 요한은 자리에서 일 어 났다.
‘이정도면 내 정보는 어느 정도 는 숨길 수 있겠지만…… 첩자가 또 있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첩자가 있으면 어떠리.
잡으면 되는 것을.
요한은 빠르게 방으로 돌아가 곧 장 침대에 누웠다.
“자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 자.”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자서 근손실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 요했다.
* * *요한의 절맥이 치유되고 회복하 고 이주가 지났다.
이 주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다.
굳이 있다면 한스가 계단에서 굴 러 다쳤다는 정도?
그 외에 바그너 저택에는 정말 특별한 일이 없었다.
“요한 도련님과 프란츠 도련님이 더 싸울 줄 알았는데……“그래도 다행이지.”
하인들은 요한이 언제 움직일지.
그리고 프란츠가 과연 반격을 할 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프 란츠도,요한도 움직이지 않았다.
프란츠는 덤벼봐야 자신이 진다 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그냥 덤비지를 않는 것이 다.
그리고 요한 역시 마찬가지.
덤비지도 않는데 프란츠를 괴롭 혀봤자 나오는 것도 없다.
굳이 그를 건드릴 이유가 있겠 나.
마주하지 않으면 마찰이 생길 이 유가 없다.
물론 요한을 피하는 것은 프란츠 였다.
요한으로서는 건드리지 않을 이 유도 없지만 피할 이유도 없기 때 문이었다.
“야. 형을 봤으면 인사해야지?”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고생 이 많으십니다.”
“그래. 수고해라.”
여느 때처럼 순찰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프란츠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준 요한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래도 꾸준히 먹고 자고 마시며 훈련을 한 덕분에 몸은 조금씩 근 육이 붙어가고 있었다.
‘느려터졌네.’
물론 요한의 마음에 차지는 않았 다.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더러 운 몸뚱이다.’
아무리 먹고 마셔도 살이 찌지 않는다.
거기에 훈련을 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는다.
요한이 자신의 마른 팔을 보며 이를 갈자 그의 옆에 서 있던 하인 스는 짧게 말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시는 겁니 다.”
“뭔가 마법의 도움을 받는 게 나 을 것 같은데……월카스트 백작에게 명령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을 하는 요한이 마음에 든 것인지.
하인스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요 한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마법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 도 그저 근력의 강화가 있을 뿐입 니다.”
“그러겠지. 결국 마법 방해가 있 는 곳에서는 의미 없을 테니까.”
자신의 근육이 아니면 무슨 의미 가 있겠나.
요한이 씁쓸해하자 하인스는 흐 뭇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육체 가 강화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뛰십시오. 흘린 땀방 울이 곧 노력의 증거입니다.”
“그래. 그래.”
하인스는 조언 한마디를 해주고 획 가버렸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 다.
육체를 단련하는데 가장 좋은 것 은 노력의 부산물인 땀방울뿐이라 는 것을.
그렇기에 늘 하던 대로 저택을 수십 바퀴 뛰고.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실시한 다.
그 이후 기사들의 훈련을 겨우겨 우 소화하고 체력 보충을 위해 날 계란을 몇 개나 꾸역꾸역 삼켰다.
원래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요한은 최대한 빠르게 몸 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코어의 반동을 이겨내려면 근육을 키워야 해!’
신체의 균형 따위는 코어만 만들 면 나중에라도 맞출 수 있다.
그렇기에 요한은 필사적으로 근 육 단련과 지구력 향상에만 집중했 다.
그것이 윌카스트 백작은 무척이 나 마음에 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아 파하며 움직이지도 못하던 아들이 다.
그런 아들이 저리 열정적으로 훈 련을 하는데 어느 아버지가 흐뭇하 지 않을까.
“허허. 녀석.”
“좋으십니까?”
“좋지. 그럼. 그런데 쉬는 빈도가 잦군.”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 았습니다. 거기에 요한 공자님 으......w재능이 없다.
프란츠와 다르게 그의 육체적인 재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겠나.
“……차차 나아지시겠지요.”
"음음,그래야지.”
다시 한번 요한을 보고 흐뭇해한 월카스트 백작은 고민을 끝냈다.
"아들이 저토록 고생하는데. 그 냥 넘어갈 수는 없겠군.”
“예?”
"요한에게 훈련이 끝나면 내 방 으로 오라고 전해라.”
“설마 청삼을 요한 공자님께 드 리려는 것입니까?”
하인스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들 었다.
“익스퍼트가 복용하면 마스터도 노릴 수도 있는 것인데……오러를 다룰 수 있는 경지는 셋 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오러로 신체를 강화하 는 유저 단계.
두 번째는 오러를 장비에 깃들게 하여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높이는 익스퍼트의 단계.
세 번째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순수하게 오러를 구현화 하여 그 어떤 명검보다 날카롭고.
그 어떤 방꺼구보다 단단한 오러 블레이드를 구현할 수 있는.
마스터의 단계.
대다수의 오러 익스퍼트들이 마 스터에 오르지 못하고 평생 익스퍼 트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하인스 역시 익스퍼트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싶은 것은 무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윌카스트 백작이 보유 한 주인 없는 청삼에 욕심을 가지 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 첸 월카스트 백작은 빙긋 웃었다.
“청삼이 너에게 가지 않는 것이아쉽나?”
“그,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얼굴을 붉힌 하인스가 고개를 숙 이자 월카스트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이 저렇게 날아오르고자 하 는데…… 아비로서 뭔가 해주는 것 이 맞겠지. 너를 위한 청삼은 내 언젠가 또 구해주도록 하마.”
윌카스트 백작의 부드러운 위로 에 하인스는 겨우 아쉬움을 달랬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방에서 명상 을 하며 오러를 움직이고 있을 때 요한은 윌카스트 백작의 부름을 받 았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앉아라.”
윌카스트 백작의 방에는 프란츠 도 와 있었다.
요한을 본 프란츠는 흠칫 놀라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오,오셨습니까. 형님.”
이제는 자동이다.
프란츠가 인사하자 요한은 대충 답해준 후 자리에 앉았다.
형제가 자리에 앉자 윌카스트 백 작은 진지하게 말했다.
“슬슬 후계자를 결정해야겠는 데……프란츠의 안색이 흐려졌다.
지금까지라면 자신이 바그너 백 작가의 후계자로 유력했다.
하지만 요한에게 대차게 깨져버 렸으니 그것도 애매해져 버렸다.
지금까지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 던 것을 빼앗기게 생겼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할까.
어쨌든 진 것은 진 것이다.
결국 도살장 앞의 소처럼 프란츠 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월카스트 백작은 상냥히 말했다.
“후계자는 프란츠. 너에게 맡기 도록 하겠다.”
“예. 알겠습니…… 형님을 보 좌…… 예?”
프란츠는 씁쓸해하며 대답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제대로 들었는지 의심스 러 웠다.
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윌카스트 백작과 요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것 같지는 않 았다.
“비록 요한이 회복되었다고 하나 아직까지 절맥이 완치된 것은 아니 다. 요한,그렇지?”
“예.”
“그러니 가문의 안정을 위해서라 도…… 프란츠. 네가 고생을 해줘 야겠다.”
“어…… 어어? 하,하지만 형님 께서는……"네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게 되면 이 형을 잘 보살펴주면 된다.”
요한의 대답에 프란츠는 얼떨떨 해했다.
하지만 월카스트 백작의 시선과 요한의 시선이 이어지자 그는 이것 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가 하려는 일이 결코 쉬운 일 이 아니다. 그것을 늘 기억해주었 으면 하는구나.”
“명심하겠습니다!”
“프란츠. 네가 항상 고생하고 있 는 것을 보고 있었단다.”
윌카스트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 나 프란츠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에 안겨 있던 프란츠 는 지금까지의 설움이 북받쳐 오르 는 것을 느꼈다.
항상 형만을 본다 생각하던 아버 지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기쁘고,또 지금까지의 서러움이 보상받은 기분이다.
프란츠가 훌쩍거리자 요한은 가 볍게 박수를 쳤다.
“이야〜 보기 좋네.”
“형님……“나보다는 네가 더 잘할 것 같으 니까 맡기는 거야. 약속 잊지 마라.
나는 네 형이고. 이건 지울 수 없 는 사실이라는 것을.”
‘그러니 넌 나를 먹여 살려야 할 것이다.’
뒷말은 꾹 삼킨 요한이 상냥히 웃자 프란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드시…… 형님을 보살피겠습 니다. 형님께서 다시 안 좋아지신 다고 하더라도……“그래. 그럼 프란츠는 이만 나가 보렴. 공식적인 발표는 내일 하도 록 하마.”
“예!!”
기뻐하며 프란츠가 나가자 윌카 스트 백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만족하냐?”
“매우 만족합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윌카스트 백작은 옆에 둔 상자를 내밀었다.
“이겁니까?”
상자를 열어 본 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좋은 향기 가 뿜어져 나왔다.
사람을 닮은 형태의 삼이다.
엘프들이 전력을 다해 기른 삼.
이파리가 사파이어처럼 짙은 청 삼을 확인한 요한은 상자를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아들아. 그것을 네가 복용하면. 너의 절맥을 고칠 수 있는 것이 냐?”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그의 대답을 들은 윌카스트 백작 은 한숨을 쉬었다.
“나가보거라.”
“아버지.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자간에 무슨 은혜냐. 나가보렴. 피곤하니 슬슬 자야겠구나 ,,후계자 자리를 프란츠에게 내려 준 것이 영 아쉬운 모양이다.
윌카스트 백작이 씁쓸히 말하자 요한은 싱글거리며 상자를 들고 나 갔다.
방에 돌아오자마자 요한은 상자 를 열었다.
"하악…… 하악…… 이것만 있으 면……적어도 트리플 코어. 아니 잘만 하면 쿼드 코어까지 만들 수 있다.
문을 걸어 잠근 요한은 테라스로 나갔다.
만월이라 그런지 마력이 듬뿍 담 긴 백색의 달빛이 테라스에 그대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월광진법까지 쓴다면 청삼의 효 능을 더 높일 수 있겠지.’
저택에서 챙겨 둔 석필로 바닥에 마법진까지 그렸다.
복잡한 마법진이 테라스에 그려 지자마자 요한은 그 중심에 앉았다.
“자! 쿼드 코어! 가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