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0화
10. 이게 여기 있었네? (1).
주변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의 어두컴컴한 밤.
한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저 택 밖으로 나갔다.
저택을 빠져나가 밭을 지나고.
농노들이 살고 있는 구역 안쪽에 들어간 한스는 다 허물어져가는 집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세 번 두드리고 천천히 말했다.
“작은 쥐가 운다.”
“까마귀는 금화를 탐한다.”
잠시 후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 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앉아 있는 농노에게 한숨을 쉬었다.
“요한 바그너의 절맥이 치유되었 다.”
“……뭐?”
요한 바그너의 이름은 꽤나 유명 했다.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는 절맥 에 걸린 바그너 영지의 대공자.
영지에서 그를 모르는 이들은 없 었다.
아니,영지뿐만이 아니다.
대륙에 있는 강자들 중에서도 요 한의 이름은 유명했다.
요한의 안에 있는 벽을 부술 수 있는 이는 지금까지 전무했다.
그 중 가장 강하고 유명한 자가 바로 상아탑의 로드이며 천하십강 중 하나.
암왕이었다.
그조차도 요한을 치료하는데 실 패했다.
그가 돌아갈 때 벽을 부수는 자 는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 이다. 라는 말을 했었다.
그것 때문에 한때 요한을 치료하 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도전했었다.
물론 결과는 전부 실패였다.
그런데 요한 바그너가 치료되었 다?
농노는 당혹스러워하며 다급히 물었다.
“누구냐. 누가 그의 벽을 치유한 건가?”
“그건 모른다.”
“무슨……?”
“투왕이 왔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어.”
분명 요한은 투왕 광약이 오기 전에 멀쩡히 움직였다.
아니,그걸 떠나서 프란츠를 가 볍게 쓰러트릴 정도로 강해졌다.
그 전까지는 정말 아무 일 없었 다.
“그럼 요한이 스스로 그 벽을 무 너트렸다고 봐야 하는 건가?”
남자는 의아해했지만 답은 낼 수 없었다.
만약 요한이 그 벽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을 풀 수 없는 이상 함부 로 답을 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단 로만 후작님께 보고 드려 야겠군.”
“그래야겠지.”
한스가 대꾸하자 남자는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그 외에는?”
“요한이 후계자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는 점?”
“어째서?”
“이유는 모른다. 그저 그가 그렇 게 말했을 뿐이니까.”
“■동斤 ......w.
한스의 말을 듣고 남자는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로만 후작이 판 단할 일이다.
“각하께서 얻으신 지도는 바그너 영지를 가리키고 있다. 그건 알고 있지?”
"아아. 그래.”
“요한의 몸이 나았다면 윌카스트백작이 다시 업무를 시작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첩자를 계속 운용하는 것은 문제 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에 한스는 고개를 저었 다.
“아직 조금 더 할 수 있어.”
“자신 있나?”
"물론이지. 그쪽은 돈이나 준비 해놔.”
저택에서 신경을 쓸 만한 것은 하인스 정도다.
프란츠는 애송이에 불과했고 다 른 가신과 기사들은 멍청이다.
주의할 만한 사람은 윌카스트 백 작이지만 그는 이제 막 복귀했다.
그러니 당분간은 문제가 없다.
한스가 건네준 다른 정보까지 받 은 농노는 손에 들린 종이를 흔들 며 의아해했다.
“그런데 요한이 프란츠를 이겼다 고?”
“그래.”
"괜찮으려나……”
“특별한 일은 없겠지. 그래 봤자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에불과하다.”
“하지만 요한은……절맥 때문에 할 일이 없어 책을 꽤나 많이 읽었다 들었다.
아들을 지극히 챙기는 윌카스트 백작은 요한을 위해 저택에 도서관 까지 만들 정도였다.
많은 책을 읽은 요한을 그냥 애 송이로 치부하기는 어려웠다.
농노의 걱정을 한스는 웃으며 넘 겼다.
“괜찮다니까.”
“주의. 또 주의하도록.”
결국 농노는 품에서 금화 한 주 머니를 꺼냈다.
그것을 받은 한스가 히죽 웃자 남자는 차분히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잡히더 라도 후작님이 언급되어서는 안 된 다. 알고 있나?”
“당연히 알고 있지.”
첩자로서의 기본이다.
배후를 밝히지 않는 것.
그래야 다음 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네 몸에 걸려있는 저주를 잊지마라.”
“명심하겠다.”
한스가 나가자 남자는 짧게 혀를 찼다.
“요한이 움직인다라……. 이게 길이 될지 흉이 될지는 모르겠군.”
그는 빠르게 작은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를 쓰고 까마귀의 다리에 매달았다.
훈련받은 까마귀가 창밖을 통해 날아간다.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는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가던 까마귀는 어 디선가 날아온 돌에 의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떨어진 까마귀에게 다가간 소년 은 다리에 묶여 있는 통을 확인했 다.
안에 담겨 있는 종이를 펼쳐 본 그는 피식 웃었다.
“어쭈. 이놈 봐라?”
* * *즐거운 거래를 마치고 한스는 저 택으로 귀환했다.
하인들이 공용으로 쓰는 방이 아 닌,뒤뜰에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 간 그는 커다란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있는 비밀 장치를 열어 금화를 부은 한스는 히죽 웃었다.
“이제 몇번만 더 하면 나도모은 돈이 상당하다.
무려 수천골드가 넘어간다.
이 금화가 만개를 넘어선다면.
그때 다 치우고 다른 나라로 넘 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준남작위라도 사겠다.
언제나 빼앗길 수밖에 없는 평민 이 아닌,귀족의 삶을 살 것이다.
즐겁게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이 반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창고 입구 쪽에서 들린 문이 열 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이 새벽에 창고에 들어올 사람은 없다.
만약 있다면 자신을 보고 들어 온 자 뿐.
‘설마 들켰나?’
한스는 잔뜩 긴장한 채 품 안의 단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누구냐.”
“나다. 이 자식아.”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뚱한 표 정의 요한이었다.
창고의 부서진 틈새에서 들어온 달빛에 비친 요한을 본 한스는 안 도했다.
“하아…… 도련님. 이 시간에 주무시지 않고 무슨……“까마귀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말이지.”
요한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빠져나온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였다.
“에…… 현재 바그너 영지의 상 황 및 군비. 세금 수입…… 거기에 내가 움직인 것까지 적혀 있구만. 얼씨구? 요한 바그너가 계승권을 포기……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았 냐?”
종이를 구긴 요한은 빙긋 웃었 다.
“아까 있었던 일 얘기하지 말라 고?”
“……도련님. 뭔가 오해가 있으 신 것 같습니다.”
한스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 을 느꼈다.
전령이 써먹는 까마귀.
그리고 자신이 보고했던 내용들.
걸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감 돌았다.
한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어떻게 하지?’
프란츠를 가볍게 때려잡은 요한 이다.
그런 요한을 자신이 이길 수 있 을까?
“그런데 좀 재밌는 얘기가 있더 라? 바그너 영지에 탈무의 던전이 있다던데?”
“ ,,“그런 걸 알았으면. 자식아. 영주 님께 먼저 보고를 해야지. 왜 엄한 사람한테 보고를 하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건 어떻게 안 거지?’
요한이 가지고 있는 종이는 잠입 한 전령이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탈무의 던전에 대해서는 로만 후작 측에서 이미 알고 있던 정보다.
그런데 그것을 저 종이에 적을 리 없잖은가.
그렇다면 요한은 탈무의 던전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반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오. 계속 입을 다무시겠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쓱 몽둥이를 들었다.
“그럼 존중해줘야지.”
“큭……!"
“난 취향은 존중하는 사람이니 까.”
상대는 자신을 완전히 첩자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얼마 전의 요한이었다면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어제 요한은 프란츠 를 쓰러트렸다.
즉,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지 고 덤비는 것이 나았다.
“……도련님. 혼자서 저를 이길 수 있으실 것 같으십니까? 경비병 이라도 부르셨어야지요.”
“충분히 이길 것 같아서 온 거니 까 걱정 마. 야. 빨리 끝내자.”
몽둥이를 까딱거리며 요한이 시 큰둥하게 말하자 그는 빠르게 달렸 다.
‘나도 호신술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어!! 틈을 노린다면……!’
한스는 날카로운 단검을 내밀며 요한에게 달려들었고.
-빠악!
한방에 쓰러졌다.
“끄L-f OOO......”.
한스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단 한 대를 맞았을 뿐인데 코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가 얼굴을 잡고 신음하는 사이요한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분명 저주가 걸려 있을테니 그냥 하는 심문은 무리가 있겠지?”
생글생글.
오두막의 사이에 비춰진 달빛이요한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의 웃는 얼굴은 그야말로 공포 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오…… 오지 마……"내가 힘이 있었으면 그냥 쉽게 자백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어쩌겠 어? 내가 힘이 없는 것을.”
저주에 걸려있다고 해서 딱히 자 백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으니 말 이다.
요한은 질문하는 대신 쓰러져 있 는 한스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빠아악!
“끄아아악!!”
“야. 이제 시작인데 그렇게 아파 하면 어떻게 하냐.”
그 말대로였다.
요한은 망설임 없이 계속해서 한 스를 후려쳤다.
“끄악……으윽!! 억……!!”
가죽 터지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 온다.
신나게 타작을 한 요한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을 쏙 닦았다.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프란츠도 요한의 타작을 버티지 못 했다.
고작해야 첩자에 불과한 한스가 버려낼 수는 없었다.
반죽음 상태가 된 한스를 이리저 리 확인한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해볼까.”
낮게 중얼거린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한스를 똑바로 앉힌 요한은 손에 있던 것을 뚝 떨어트렸다.
실에 매달린 동전이었다.
실의 끝을 잡은 그는 한스의 얼 굴을 툭툭 쳤다.
부어오르고 터진 눈이 천천히 떠 진다.
간신히 의식만 잡고 있는 그의 앞에서,요한은 천천히 동전을 흔 들었다.
“자…… 당신의 의식은 천천히 안개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시고……‘‘ O...... ”
“이 동전을 주시합니다. 그렇죠. 그렇게…… 그렇게 자신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요…… 자……달콤하고 편안한 어조 때문일까?
아니면 죽도록 두들겨 맞았기 때 문일까?
한스의 의식은 점점 흐려져가고 있었다.
“제가 신호하면. 당신은 완전히 무의식의 바다에 몸을 담굽니 다…… 하나. 둘. 셋. 레드 썬.”
요한이 신호하며 손가락을 튕긴 순간.
한스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 다.
최면상태에 빠진 그를 확인한 요 한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더러워서 빨리 몸부터 만 들어야겠군. 하…… 내가 최면술까 지 쓰게 될 줄이야.”
요한은 자신의 마른 손을 보았 다.
그거 몇 대 됐다고 손바닥 여기 저기는 찢어지고 부어 있었다.
“이 시간에는 자야 근손실이 없 는데…… 기껏 운동한 거 다 날아 가게 생겼네.”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훈련도 중 요하지만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중 요하다.
잘 자야 할 시간에 이렇게 음직 여버렸으니 근손실은 얼마나 될까.
첩자 하나 잡자고 소중한 근육회 복 시간을 날려버린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넌 진짜 용서가 안 된다.”
작게 중얼거린 요한은 그에게 싸 늘히 말했다.
“당신의 볼에 커다란 모기가 앉 았습니다.”
그의 말이 끝난 순간.
한스는 자신의 뺨을 강하게 후려 갈겼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