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환 공자님께서 돌아오셨다-9화 (9/400)

- 1권 9화

9.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2)

“웃기는군. 내가 손짓 한 번만 하면 죽을 수 있는 놈이 나에게 조언을 하려고 해?”

“믿기 싫으면 관두든가.”

싫으면 말라는 태도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벽이 사라졌기 때문 일까.

광약은 요한에게 주먹을 날리는 대신 입을 열었다.

“좋아. 한번 들어나 보지.”

“듣는 태도가 매우 불량하네.”

“할 이야기만 하자고 하지 않았 나?”

“그렇지. 자. 어느 정도 겨루고 나면 패왕은 진짜를 보일 거다.”

“진짜?”

“그래. 패왕의 진짜 관절기는 왼 손부터 시작해.”

“……뭐?”

“일반 견제기처럼 보이지만 말이 지. 하지만 잡힌 순간 너는 바로 끝이야. 그러니까 그걸 주의하라고.”

“그게 무슨……“이정도 조언이면 될 텐데? 아예 입에 떠다 먹여 줘야 하나?”

요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 다.

그것을 마주하던 광약은 살짝 입 술을 깨물었다.

요한이 소드댄싱을 전수받는 것 을 거절한 이상 청삼을 받을 수 있 는 방법은 없다.

물론 광약 정도라면 청삼을 갈취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 무도하지 않았다.

“만약 네 말이 거짓이라면 지금 의 무례에 대한 각오는 해둬야 할 거다.”

“만약 내 조언이 사실이라면 내 밑에서 몇 년 만 일하라고. 더 재 밌는 것들을 가르쳐 줄 수 있으니 까.”

요한이 자신을 향해 싱글거리는 것을 마주하던 광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두고 보지. 내가 돌아왔을 때 네가 그렇게 웃을 수 있을지.”

“나도 두고 보겠어. 다음에 만났 을 때 그렇게 머리 꼿꼿하게 세울 수 있는지.”

광약은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몸 을 돌렸다.

떠나가려던 그는 순간 발걸음을 멈춘 채 고개만 돌렸다.

“그런데 네 벽. 누가 무너트린 것이냐.”

“글쎄? 누굴까?”

요한의 입가에 걸린 미소.

자신감이 담겨 있는 어조.

광약은 더 묻는 대신 그대로 떠 나가 버렸다.

멀어지는 그를 보며 요한은 어깨 를 으쏙였다.

“좋은 노예 하나 생기겠네.”

* * *광약과 이야기를 마친 요한은 바 로 윌카스트 백작을 찾았다.

방에서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던 그는 요한이 들어오자 꽉 끌어안았 다.

“네가 이렇게 나을 줄은 몰랐 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째 좋아 보이지 않는구나?”

평생 침대에만 누워 있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만 듣던 요한 이다.

그것 때문에 요한의 성격은 꽤나 괴팍했었다.

그런데 나았는데도 이리 침착한 모습을 보이니 윌카스트 백작은 이 상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사이의 이야 기를 들었다만……“아. 프란츠 교육한 것 말씀이십 니까? 별것도 아닌 일인데.”

“어떻게 한 것이냐?”

“애 하나 교육하는 게 뭐 어렵다 고.”

“그리고 몸 안에 있다는 벽이 하 나 사라진 이유는 또 무엇이냐?”

“그 또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 니다.”

“……말하기 싫은 것이냐?”

윌카스트 백작은 걱정을 담아 물 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요한은 슬쩍 방을 살폈다.

윌카스트 백작의 방 안에는 바론 교단의 디바인 마크들과 성물이 꽤 놓여져 있었다.

요한은 회귀 전의 일을 떠올렸 다.

환생과 회귀는 바론 교단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

환생이나 회귀를 했다고 해봐야 바론의 신도들은 좋은 반응을 보이 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그냥 둘러대는 것이 낫다.

윌카스트 백작을 향해 웃으며 요 한은 여유롭게 말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잠 깐 관조했는데 벽이 무너져 내렸습 니다.”

“세상을 관조? 그렇다면 네가 프 란츠를 그렇게 만든 것도……“벽이 무너지며 힘을 얻었지요.”

‘거짓말은 아니지.’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를 주억거렸 다.

“세상을 관조하며 깨달음을 얻었 다라……그런 식으로 힘을 얻는 강자들도 분명 있었다.

그렇다면 요한이라고 해서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하긴 암왕께서도 깨달음을 얻고 경지에 오르셨다고 하셨으니……. 이거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한 것이냐?”

“매일 누워 있으며 심상 수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관조를 통 해 깨달음으로 돌아왔을 뿐입니다.”

요한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간 환생을 하며 사기를 치는 데는 이골이 난 요한이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윌카스 트 백작은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 았다.

“이거 참 대단하구나. 혹시 나중 에 네가 천하십강의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

그래도 시한부 인생이라던 아들 이 멀쩡해졌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 이다.

월카스트 백작은 웃으며 농담을 건넸고 요한은 빙긋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아버지.”

“그래.”

“세상 구경을 좀 해보고 싶습니 다. 어쩌면 남은 벽도 그런 식으로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세상 구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마왕의 등장을 대비하는 것.

그리고 이 시대에 있을 배신자들 을 쳐 죽이는 것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얻을 것 얻으려면 이게 낫다.’

쉬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

일단 위험한 일부터 처리하고, 또 잡을 놈들을 잡는 것이 우선이 다.

월카스트 백작은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격하게 동의했다.

“그래. 그게 좋은 생각 같구나. 그럼.”

그는 품에서 작은 카드 하나를 꺼냈다.

카드를 보자마자 요한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가 꺼낸 카드는 바로 아카데미 의 입학권이었다.

“아카데미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 니? 그곳이라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란다.”

‘저건 어디서 구했대!? 아니 지 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요한은 기대감을 품은 윌카스트 백작에게 딱 잘라 말했다.

“아카데미에는 가지 않을 겁니 다.”

* * *아카데미는 대륙에 있는 각 나라 에서 보낸 인재들을 모아 놓은 교 육기관을 말한다.

재능만 있다면 신분을 가리지 않 고 학생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그 재능이 단순히 검술 이나 체술,마법 같은 전투만을 칭 한 것은 아니다.

예절이라든가, 역사학,수사학, 연금술 같은 학문도 가르치고.

웅변이나 사고,문학, 음악에 대 한 것도 가르치며.

심지어는 정치학과 전략,전술 및 군사학에 대한 것도 배울 수 있 는 곳이다.

아카데미의 졸업은 곧 출세의 지 름길이기에 누구나 아카데미에 입 학하기를 원했다.

'거기서 딱히 배울 것도,얻을 것 도 없는데 굳이 갈 필요가……물론 요한은 빼고.

몇 가지 보물을 얻기 위해서 아 카데미에 가기는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요한이 거절하자 윌카스트 백작 은 의아해했다.

“아니 왜? 프란츠가 아카데미에 가는 것을 부러워했잖느냐.”

“지금은 딱히 부럽지 않네요.”

“허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 려무나. 차후 백작위를 계승하는 것도……“아. 그것도 관심 없습니다.”

대륙법에 의하면 계승권은 기본 적으로 장자에게 상속된다.

원래라면 백작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 요한은 교육과 훈련을 받아 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절맥 때문에 그 모 든 것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이 멀쩡해졌 다.

거기에 프란츠까지 이길 정도로 강해졌다.

그럼 요한을 후계자로 세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기대를 갖고 있었던 윌카스트 백작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아니 왜!?”

“프란츠가 하고 싶다는데 프란츠 한테 물려주십쇼.”

‘그냥 프란츠에게 넘겨주고 내가 필요한 것만 빼먹는 것이 낫지. 영 지나 작위 따위 나중에라도 얼마든 지 얻을 수 있고.’

애초에 영주라는 자리가 쉽게 받 을 만한 자리는 아니다.

권리는 많지만 의무 역시 상당한 것이 바로 영주.

그런 자리를 요한이 뭐가 아쉬워 서 손을 대겠는가.

거기에 지금은 몸을 단련하고 필 요한 것들을 찾아야 하는 시기.

후계자 교육받겠다고 잡혀 있을 이유도,시간도 없었다.

‘그냥 프란츠 덕을 좀 보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후계자는 네가 되어 야 한다. 규정상……“예외조항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계승권 경쟁도 그리 보기 드문 일이아닌데……”

“그,그렇긴 하지만. 장남이 이렇 게 멀쩡한데……떨떠름해 하는 윌카스트 백작을 향해 요한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아버지.”

“뭐냐.”

“청삼. 저에게 주십시오.”

“그건 또 어떻게!?”

“광약이 말해줬습니다. 저를 치 료하는 대가로 청삼을 받기로 했다 고.”

하지만 광약은 그대로 가버렸다.

거기에 요한은 스스로 절맥을 치 유했으니 청삼이 공중에 붕 떠버렸 다.

요한은 그 청삼을 당당히 요구했 다.

“그거 제가 받겠습니다.”

“그 귀한 것을 어디에 쓰려는 거 냐?”

“좋은 곳에 쓰려는 겁니다.”

“끄응. 이 녀석아. 청삼이 어떤 물건인지 알고는 있는 거냐?”

“지력이 강한 숲에서 엘프들이 십 년간 정성껏 길러야 만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숲은 죽어버리고.

청삼이 꽤 귀한 영약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자연을 아끼는 엘프들이 숲을 버 려가면서 만들어야 할 정도의 강력 한 영약.

그것이 바로 청삼이다.

요한이 청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하자 윌카스트 백작은 입술을 깨 물었다.

“진지하게 물으마. 그걸 어디에 다가 쓰려는 거냐?”

이런 반응을 보니 농담으로 넘기 는 것은 통하지 않을 듯싶었다.

월카스트 백작의 시선을 마주하던 요한은 솔직히 답했다.

“제가 먹을 겁니다.”

청삼 정도의 영약이라면 코어를 만들며 생기는 반동을 막아낼 수 있다.

잘만하면 트리플,아니 무리하면 쿼드 코어까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쿼드 코어만 만들고 훈련하면 어느 정도는 힘을 가질 수 있어. 반드시 청삼을 얻어야 해.’

요한이 기대감을 품으며 바라보 자 윌카스트 백작은 신음했다.

“으음…… 그걸……“그게 있으면 제 몸이 더 건강해 질 겁니다.”

이번만큼은 거짓이 아니다.

요한의 진지한 표정에 윌카스트 백작은 한숨을 쉬었다.

“……좋다. 하지만 청삼을 네가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후계자 자리를 프란츠에게 줘도 다른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

“물론이지요.”

“그래,알았다. 나가보거라.”

청삼이야 요한에게 주는 것도 상 관없지만 후계자 자리가 문제다.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그 가 축객령을 내리자 요한은 곧장 방을 나섰다.

그가 방을 나섰을 때 문 앞에는 키 큰 하인이 서 있었다.

그는 당혹스러워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그. 요한 공자님. 정 말 백작 위를 잇지 않으시려는 겁 니까?”

꽤나 놀랐는지 그는 몸까지 부르 르 떨고 있었다.

그를 응시하던 요한은 고개를 가 웃거 렸다.

“분명…… 이름이……“한스입니다. 공자님.”

“한스라…….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냐?”

“아. 차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서……“이야기 끝났으니까 됐어. 필요 없으니까 다시 가져가라.”

한스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 고 가버리자 요한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를 드러내었다.

‘바그너 영지가 금방 무너진 이 유가 이거였군.’

첩자가 있다.

그것이 바그너 영지가 몰락한 이 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잡아놔야겠는데……요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참. 아버지가 나 때문에 바빠서 영지 관리 좀 못했다고 집 안이 개판이구만. 날 잡고 푸닥거 리 좀 해야겠네.”

요한은 별다른 걱정 없이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방으로 향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