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3화
3. 환생시켜 준다며 松.
짧은 기절 이후 깨어난 요한은 침착하게 생각했다.
항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 것 은 아니 었다.
언제나 계획 밖의 일은 생겼었 다.
그때마다 징징거릴 정도로 요한 은 나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회귀를 긍정 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긍 정적이 되냐?”
긍정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마지막 마왕은 강했다.
기번의 환생을 겪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요한마저도 고전할 정도로.
그런 마왕을 다시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 끔찍한 짓을 또 해야 하는데 좋을 리가 있겠나.
아무리 행복 회로를 돌려봐도 행 복해지지 않았다.
“아오!! 열받…… 크억! 콜록! 콜록! 우웩.”
심경에 생긴 불안감 때문일까?
요한의 약한 몸은 고통을 불러일 으켰다.
피고름까지 토해내며 기침을 한 요한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 빌어먹을 절맥.”
요한은 빠득 이를 갈고 눈을 감 았다.
천천히 자신의 몸 안을 관조한 그는 혈맥을 막고 있는 아홉 개의 벽을 발견했다.
요한의 몸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마력을 막아내는 아홉 개의 벽.
오러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아홉 개의 벽.
황금시대라 불리던 때조차 치료 법이 없어 그냥 죽을 수밖에 없었 다는 끔찍한 병.
그 병에 걸린 이상 요한은 오러 를 다루는 기사도,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도 될 수 없었다.
아니,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천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 나 고생했던가.
“일단 살고 보자……절맥을 그냥 둔다면 삼 년 안에 고통으로 죽든.
아니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 살하든 할 거다.
그렇기에 요한은 바로 절맥의 제 거 작업을 시작했다.
‘하늘을 뒤덮은 마는 땅을 뒤흔 드는 선을 내리누르리니. 이를 통 하여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되리 라.’
구결을 외우며 마음을 진정시켜 나갔다.
11번째 삶..
무림이라는 곳에서 익혔던 천마 신공을 시전했다.
물론 차원에 따른 육체의 이질은 천마신공의 효능을 모두 막고 있었 다.
하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 기에는 충분했다.
'마음에 따라 세상 만물이 흔들 릴지니. 이는 주술(I況術)이며 심술 (心術)이고 버림받고 저주받은 외 법(外法)이라. 침착하고,또 침착하 여. 모든 것에 동하리라.’
천마신공의 호흡법으로 숨을 쉬 며 마음을 달래고.
이제는 기껏해야 노예들에게나 한두 구절 전해지는 주가를 되뇌었 다.
노예들이 주인에게 덜 맞기 위 해.
그들의 눈치를 제대로 살피기 위 해서.
노예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지던 고대의 힘.
주술은 몸 안에 굳건히 서 있는 벽과 천마신공의 경계를 혼동케 만 들었다.
‘소드 댄싱은 예리함에 뜻을 둔 무술이다. 검자의 숲에 기반을 두 며.
한 자루의 검으로써 수백의 도 를.
한 자루의 검으로써 수천의 창을 상대하는 비법이니. 이 흐름을 막 을 수 있는 것은 천하에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리고 천하십강 중 하나인 투왕 광약에게 배운 소드 댄싱의 요결을 되 된다.
모든 준비를 끝낸 요한은 자신의 안에 있는 하나의 벽을 자신과 천 천히 동화시켜 나갔다.
“으......,,혈맥을 막는 벽은 소드 댄싱의 요결에 따라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주술에 따라 순응하 는 정신과 합쳐져 곧 막강한 힘이 되었다.
그 힘을 천마신공을 통해 적절히 몸 안에 배분해 나간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끔찍한 고통이 찾아오는 방법이다.
하지만 요한은 야생마처럼 미쳐 날뛰는 기운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이미 한번 해봤던 일이기 때문이 다.
“쿨럭!”
요한의 약한 몸이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들이 몸 안에 타 고 흘러나간다.
하지만 그 야생마 같은 기운도 절맥의 다른 벽을 넘을 수는 없었 다.
그렇기에 그 기운은 움직이기 위 해서 말라붙어 있는 피폐한 몸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대기 중에 녹아 있는 오러와 마나가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누구나 혈맥에 가지고 있어야 할 오러 로드와 마나 로드 가 아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흑…… 쿨럭! 쿨럭!!”
무리다.
지금 요한이 하는 짓을 아는 사 람은 누구라도 막을 것이다.
아예 생으로 사람을 하나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한은 고통을 감내하며 계속해서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고통을 버텨내는 사이.
야생마같은 힘이 몸 안을 한 바 퀴 돌 수 있는 한줄기 길을 만든 순간.
그의 근골이 비틀리며 자리를 잡 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또다시 막대한 고통을 동반했다.
그리고 요한이 그 고통을 버텨냈 을 때.
“푸•…“ 하<아아"......
심장에 첫 번째 코어가 완성되었 다.
코어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아까 의 고통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될 정 도의 평안함이 몸을 감쌌다.
코어를 만든 것만으로도.
혈맥을 새로 새긴 것만으로도.
간단한 육체개변을 해낸 것만으 로도.
끊임없이 그의 몸을 괴롭히던 고 통이 가라앉았다.
무사히 첫 번째 코어를 만든 요 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래도 코어 만드는 법을 이미 알고 있어서 좀 할만 하…… 네……?”
심장의 코어를 다시 한 번 확인 하며 만족해하던 요한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랬다.
충분히 할 만했다.
회귀 전에는 첫 번째 코어를 만 들기 위해 수십 번도 넘게 죽을 뻔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한 번에 코어를 만들었다.
“아냐,이것뿐만이 아니야.”
이 차원에서 강해지기 위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코어를 만드는 법을 안다.
육체개변을 하는 법을 안다.
또한.
저번 생에서 얻지 못했던 것들을 얻는 법을 안다.
“그래……”
얻지 못하고 빼앗긴 것도 있었 다.
시간이 지나 사라진 것도 있었 다.
어떤 미친놈이 발견해서 먼저 써 버린 것도 있고.
다른 종족들이 꼭꼭 숨기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빠르게 얻을 수 있다면?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차원에 통용되는 힘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은 요한에게 있어 무엇보다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었다.
“……오,바론님이시여. 감사합니 다.”
유유자적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 다.
편하게 쉬는 것도 가능하다.
갑질이든 망나니짓이든 뭐든 전 부 가능하다.
그리고 바론에게 말했던 마지막 부탁인.
“그 놈들을 찢어발기는 것도.”
요한이 바란 모든 것이 가능했 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이뤘으면 좋겠어.
“아아…… 바론님. 내 나중에 공 물 좋은 거 올려 드리……“도련님! 몸은 괜찮……요한이 기뻐하고 있을 때 벌컥 문이 열렸다.
죽과 약을 가지고 들어 온 유리 유모는 방의 꼴을 보고 얼어붙었다.
요한이 앉아 있던 침대는 그의 피로 흠뻑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야…… 야스진 치유사님!!”
곧바로 저택이 떠나가라 비명을 내지른다.
그녀가 나가버리자 요한은 침대 보에 물은 자신의 피를 응시했다.
고통과 함께 기회가 찾아왔다.
“진심으로 바란 것이라……어쩌면 이것을 바랐을지도 몰랐 다.
자신을 배신했던 자들을 짓밟는 것.
그것을 바랐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자신의 피를 쓱 찍어 만지며 차 갑게 웃었다.
“하지 않는 것이 바보지.”
유리의 다급한 외침을 받고 요한 의 방에 온 치유사 야스진은 난감 해했다.
“으......w유 .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성력 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신성력이 있다고 해서 사 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제는 귀족계급만이 가능한 직 업이 다.
귀족이 아닌 이들이 사제가 되기 위해선 추천서와 더불어 꽤나 많은 기부금이 필요하다.
상단이나 귀족들과 일해 돈이 있 다면 기부금을 내고 추천서를 사서 사제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가능한 이들은 당연히 적 었다.
그렇다면 평민 중에 기부금을 내 지 못하고 추천서도 없는 이들은 무엇을 하느냐.
수행 사제라는 이름으로 십 년 이상 신전에서 일하든.
아니면 치유사로 일하며 돈을 모 으고 귀족이나 왕족들의 추천서를 받는다.
요한을 진찰하는 야스진 역시 마 찬가지 였다.
그는 수행사제가 아닌 치유사가 되기를 택했다.
귀족 하나만 잘 잡으면 돈과 추 천장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 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에게 요 한은 꽤나 좋은 환자였다.
절맥이라는 불치병 걸린 사람이 다.
매일 치유술을 써야 하지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거기에 요한의 아버지인 윌카스 트 바그너 백작은 장남을 끔찍이 여기는 사람.
그렇기에 이곳에서 몇 년만 버티 며 요한의 삶을 늘려나간다면.
그가 바라는 추천장과 더불어 기 부금을 낼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었 다.
“……어. 음……물론 그건 방금 요한을 치료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평소대로 치유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야스진이다.
하지만 요한의 상태를 확인하자 그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 러 내렸다.
“야스진 치유사님……?”
유리는 간절한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환자와 가까운 이가 가장 두려울 때가 언제겠는가.
치유사가 저렇게 당혹스러워할 때다.
“어떻게 된 건가요? 예? 설 마……“어…… 음……대답을 못 하는 이유는 간단했 다.
요한에게서 느껴지는 벽이 여덟 개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아홉 개가 있었던 벽 중 하나가 사라졌다.
순수한 의원이라면 축하해줄 것 이다.
일반적인 사제였다면 신의 기적 이라 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스진은 그럴 수 없었 다.
‘왜 절맥이 여덟 개만 남은 거 지?’
지금까지 그 어떤 사제도,그 어 떤 치유사도.
하물며 뛰어난 마법사나 기사들 까지도.
그 누구도 요한의 몸에 있는 아 홉 개의 벽을 없애지 못했다.
아니,없애기는커녕 흠집조차 내 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가 고민하며 신음하는 사이 요 한은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유모. 유모가 그렇게 눈 시퍼렇게 뜨고 죽일 듯 서 있는데 제대로 치유나 하겠어?”
“하지만 도련님.”
“나가.”
“예!?”
“나가라고.”
“……예,예에……유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간 다.
문이 닫히자 요한은 계속 의미 없는 치유술을 쓰는 야스진에게 말 했다.
“남자 손잡는 취미 있어?”
“……어떻게 된 겁니까?”
“알면서 뭘 물어?”
심드렁한 요한을 향해 야스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벽이 하나 사라졌다는 것 정도 는 눈치챘을 거 아냐.”
요한의 반응은 심드렁하기 그지 없었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절맥이 치유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요한 공자님이…… 이렇게 침착 한 분이셨나?’
요한의 모습이 달라보였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요한은 이 렇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타인에게 짜 증으로 푸는 편협한 망나니 공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의 요한은 그런 망나 니와는 달랐다.
과거 자신을 내리깔고 보던 바론 교단의 대사제와 닮아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 같다.
그정도로 막대한 위압감을 요한 은 뿜어내고 있었다.
“저……야스진의 눈에 의심이 서렸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요한은 피식 웃었다.
“왜? 이제 꿀 못 빨게 된 것 같 아서 아쉬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