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
- 1권 1화
1. 프롤로그.
기괴한 형태의 수많은 차원수들.
그리고 그들을 소환한 마왕.
모든 ‘적’의 시체를 앞에 둔 채 요한은 숨을 몰아쉬었다.
더 이상 살아 있는 적들은 없었 다.
그럼에도 요한은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지 않았다.
“수고했다. 요한.”
바론의 성기사인 아하스는 요한 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접근을 요한은 냉정 히 피해버렸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피하듯 말 이다.
그의 반응에 아하스는 흠칫 놀랐 다.
굳어있던 표정을 황급히 되돌리 며 아하스는 낮게 웃었다.
“요한. 왜 그래?”
하나,그의 미소를 마주하면서도 요한은 그저 냉정할 뿐 이었다.
그 냉정함에는 명백한 적의가 실 려 있었다.
허공에 있는 아하스의 손을 검으 로 가리키며 요한은 싸늘히 입을 열었다.
“자! 마왕도 잡았고! 슬슬 우리 문제에 대해 얘기해볼까??”
몰랐다.
며칠 전에 저들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 중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면.
아마 지금도 몰랐을 것이다.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허공에 손 을 넣었다.
“이야. 대단해.”
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석상 하 나를 꺼냈다.
얼굴 대신 촉수가 달린,세 다리 괴물의 석상이었다.
그것을 본 아하스의 안색에 그림 자가 자리 잡았다.
“설마 너희가 얼굴 없는 자의 권 능으로 내 눈을 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건 또 어디서 얻은 거 야? 나도 엄청 찾았던 건데.”
얼굴 없는 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기어 다 니는 혼돈.
인간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위 대한 자.
요한이 그를 언급했지만 돌아오 는 대답은 없었다.
“벌써 이놈의 숙주가 된 건 아니 겠지?”
“어디 갔나 했더니. 그거 네가 가지고 있었구나?”
아하스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요 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숨기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 었다.
“내가 이것만 가지고 있는 줄 알 았냐?”
아공간 주머니를 뒤진 그의 손에 서 들려 있는 것은 한병의 힐링 포 션이 었다.
“너……. 포션 다 썼다고 하지 않았나?”
요한이 힐링 포션을 들이마시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비릿한 웃음 을 지었다.
“유결. 힘든 척하지 마. 회복하고 있는 거 뻔히 보이니까.”
주저앉아 있던 엘프족 챔피언인 유결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오. 마법 준비하는 거 다 보 인다.”
흑마법사 야오는 이를 갈며 지팡 이를 겨눴다.
“길로틴. 네 아공간 주머니에 도 끼 하나 더 있는 거 알아.”
부러진 도끼를 바라보던 길로틴 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순간 마왕과 싸울 때 쓴 도끼 보다 더 좋은 도끼가 모습을 보였 다.
아하스와 유결,야오,길로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을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했 던 바론 교단의 성녀.
신성력을 모두 소모해 미안하다 고 울던 세레나에게서는.
찬란한 후광이 드러나고 있었다.
요한이 힐링 포션을 숨겨놨듯.
저들 역시 힘을 비축해두고 있었 다.
얼굴 없는 자의 권능을 이용해서 말이다.
“요한. 묻지 않는 거냐?”
“뭘 물어. 어차피 나 죽으면 너 희들도 한 달 후 다 죽는 거 뻔히 알 텐데.”
요한은 과장하여 웃으며 얼굴 없 는 자의 석상을 흔들었다.
“너희 혹시 이것만 믿는 건 아니 겠지? 내가 쓴 비술은 말야.”
그는 들고 있던 석상을 강하게 집어 던졌다.
상당한 힘이 실렸는데도 바닥에 떨어진 석상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 다.
“이놈이 직접 와도 못 풀어.”
요한은 자신의 손등을 들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손등에는 요 한의 것과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 었다.
오래된 자의 저주받은 비법인 생 명종속의 문신이었다.
시술자인 요한이 죽으면 저 문신 이 있는 이들 모두 한 달 안에 죽 는다.
“요한.”
“바그너 공작님이라고 불러. 자 식아. 그 입 찢어버리기 전에.”
착잡함이 담긴 어조로 아하스가말하자 요한은 으르렁거렸다.
지금의 요한은 이들이 아는 요한 의 모습과는 달랐다.
늘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요 한이었다.
말투는 교양이 넘치고 행동은 기 품과 예의로 넘쳐 흘렀다.
그런 그가 바뀌었다.
요한이 검을 까딱거리는 사이 발 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짙은 금발의 잘생긴 중년인이었다.
수십의 기사들과 천하십강의 중 셋인 천왕,해왕,흑왕의 호위를 받 는 남자.
필로틴 제국의 황제 율호는 요한 의 앞에 선 후 여유롭게 말했다.
“그걸 얻은 건 나다.”
“어디서 구했냐고. 자식아.”
“어디 였지?”
율호는 슬쩍 고개를 돌려 물었 다.
그의 질문에 외팔이 노인은 차가 운 어조로 대꾸했다.
“죽음의 대지였습니다.”
“죽음의 대지 어디. 그 넓은 땅전부는 아닐 것 아냐.”
“뭘 그리 물어보나? 이제 다 지 난 일인데.”
율호가 씩 웃자 요한은 다시 재 촉했다.
“아. 거 더럽게 비싸게 구네. 그 냥 좀 가르쳐 줘라.”
시간을 끌어야 했다.
힐링 포션을 마셨다고 바로 회복 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입은 데미지 를 줄여야 했다.
그렇기에 요한은 이미 지나가 버 린 관심도 없는 일에 집착하는 모 습을 보였다.
요한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율호는 웃으며 순순히 답해주었다.
“죽음의 대지에 있는 잊혀진 드 워프의 유적 지하에서 구했다.”
“와. 거길 들어갔다고? 미친 거 아냐? 거기 들어가면 자식아. 병 걸려서 죽어.”
요한의 비난에도 율호는 그저 한 차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진지한 눈으로 요한을 응 시하며 물었다.
“예전에 단 한 번. 너는 기번의환생을 거쳤다고 했었지.”
예전 요한은 스스로 기번의 환생 을 거쳤다고 진지하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때,모두들 그 발언을 요한의 농담으로만 여겼다.
환생이 라니.
그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 가.
거기에 기번이나 각기 다른 차원 에서 환생을 했다?
이제는 대륙 유일의 종교가 된 바론 교에서는 환생과 회귀를 부정 한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바론 교 의 신도들.
당연히 요한의 환생설은 믿지 않 았었다.
“이 상황에서도 네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환생을 한다는 것 때문인가?”
“왜. 죽을 때 되니까 무서워졌 냐? 원한다면 내가 또 환생의 원리 에 대해 설명을……긴 이야기가 될 거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 면 회복도 될 것이다.
요한이 입을 열려 하자 율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또다시 침묵이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요한은 살짝 주먹을 쥐 었다가 폈다.
힐링 포션을 복용한 덕분인지 피 로와 부상들이 조금씩 회복되어가 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을 더 끌어야 해.’
그들을 차분히 훑어보던 요한은 검을 앞에 꽂고 양팔을 벌렸다.
“마왕은 죽었고 이 차원에 더 이상 위험은 없어. 그러니……“위험은 아직 남아있다.”
단언하는 율호를 요한은 뚫어지 라 응시했다.
그의 눈에 담겨있는 공포를 요한 은 읽었다.
얼굴 없는 자의 권능으로 숨겨져 요한조차 읽을 수 없게 된 그들의 속내가 드러난다.
변하기 시작한 율호의 눈을 요한 은 차분히 응시했다.
“네가 우리의…… 대륙의 공포 다.”
율호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듯 보였다.
그들의 반응에 요한은 순간 당황 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뭔 개소리 야.”
“네가 가진 지식과 힘. 그 모든 것이 두렵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세상이 변 화하는 것이 두렵다.”
“뭔 등신 같은……“네 존재 자체가……말을 멈춘 율호는 가슴 속에 담 겨 있는.
지금까지 꺼내지 못하고 꼭꼭 숨 겨둔 말을 토해냈다.
“우리의 공포다.”
율호의 말을 들은 요한은 코웃음 쳤다.
너무 가소로워서 화보다는 웃음 이 나왔다.
“웃기고 있네. 차라리 빼앗기는 게 두렵다고 하지 그래?”
모두를 바라보는 요한의 시선에 는 비난과 경멸이 담겨있었다.
“기술과 물자의 발전이 이루어진 바그너 공작령이 왕국, 나아가 제 국이 되는 것을 막고 싶겠지.”
“…… 그건.”
율호는 답하지 못했다.
그에게서 눈을 돌린 요한은 유결 을 멸시했다.
“내가 이뤄낼 기술의 발전이 두 렵고,그로 인해 숲이 파괴될 것을 막고 싶겠지.”
흑마법사이며 뛰어난 네크로맨서 인 야오를 향해 요한은 감탄했다.
“흑마법을 위해 써야 할 시체들이 의학 발전으로 줄어드는 것을 막고 싶겠지.”
바론 교단의 성기사인 아하스와 세레나에게 요한은 신성모독의 손 짓을 보였다.
“마왕을 물리친 나를 사람들이 신성시하여 유일한 종교가 된 바론 교가 흔들릴까 두려웠겠지.”
모두들 정곡을 찔렸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을 둘러보며 요한은 고개를 젓고 바닥에 구르는 석상을 들어 올렸다.
“설마 이게 너희들 부추긴 거냐?”
“그저……. 깨달았을 뿐이고 거 래했을 뿐이지.”
“거래? 무슨 거래?”
“너와 우리의 죽음으로. 마왕에 의해 피폐해진 대륙에 다시 영화를 가져다주기로 하였다."
얼굴 없는 자는 뛰어난 달변가이 며 선동가.
하지만 없는 마음을 만들어내지 는 못한다.
즉 저들의 속내에는 이미 요한에 대한 질투와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는 이야기였다.
그것을 얼굴 없는 자가 부추기고 부풀렸다.
거기에 그런 거래까지 들어왔으 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요한을 배신하 는 것이 숭고한 의식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 었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완전히 그 놈의 숙주라도 된 것 같네.”
어이없어하던 요한은 입술을 잘 근 깨물었다.
“경고한다.”
검이 내밀어졌다.
지금까지 그의 적을 쓰러트린 강 력한 검이 겨눠졌다.
그 검극을 보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내가 진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너희가 무서워 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공포를 마주하는 이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숨조차도 제대로 쉴 수 없어 하 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싸늘히 입 을 열었다.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다들 물 러나라.”
“아무리 너라고 한들 우리 모두 가 힘을 합친다면…… 너를 쓰러트 리지 못할 것은 없다.”
“그건 해보기 전까지 모르는 일 이지. 그러니까 우리 쉽게 가자. 응?”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 보던 요한은 몸의 회복 상황을 확 인했다.
‘조금만 더……’
아직 모자르다.
싸우기에는 회복이 덜 되었다.
그렇기에 요한은 무척이나 간절 한 어조로 말했다.
“아하스. 대악마가 네 몸을 차지 했을 때 내가 널 구해줬었지.”
이어진 시선은 세레나에게 꽂혔 다.
“세레나. 너 이. 망할 계집애야. 차원수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내가 너 구해준 거 기억 안 나냐?.”
다음은 율호.
“율호. 너는 내가 암살 몇 번이 나 막아줬지?”
움찔한 율호가 시선을 피하자 야 오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런 야오에게도 요한의 시선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야오. 너 나 아니었으면 그 책 을 구할 수나 있었겠냐?”
도끼를 꼬나 잡은 채 길로틴은 요한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결국 질끈 눈을 감았다.
"길로틴. 넌 내가 아니었으면 헤 카톤케일에게 잡혀 죽었을 것 아니 냐.”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유결에게요한은 이를 갈았다.
“유결. 내가 너희 부족이 오래된 자의 제물이 될 뻔한 거 전부 살려 준 거 기억 안 나?”
요한은 지금까지 자신이 그들을 도와줬던 일들에 대해 전부 말해줬 었다.
그 말을 듣던 율호는 씩 웃었다.
"우리가 널 구해준 일은 생각하 지 않는 건가?”
"비율을 봐라. 비율을. 내가 구해 준 적이 더 많잖아!”
거세게 외친 요한은 눈을 감았 다.
그를 응시하던 아하스가 한걸음 나섰다.
“살아가야 할 모두를 위해서.”
“ ,,“같이 죽자. 요한.”
그의 말을 시작으로 모두가 전투 를 준비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 자신의 목 숨보다,신의보다 중요한 것을 선 택했다.
그들을 마주하던 요한은 얼굴을 쓸어 만졌다.
‘아직이야. 좀 더 시간을 끌어야해.'
만전의 상황이 아니다.
좀 더 시간을 끌어야 저들을 쓰 러트릴 수 있다.
거기에 저들이 이미 얼굴 없는 자의 숙주가 되어 권능까지 받고 있다면.
더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 우리 옛날에 갔던 곳. 어디 더라. 그래. 파이돈 유적. 거기 서……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만. 대화는 끝이다. 공격 준비 해.”
“나 말 아직 안 끝났어! 자식 아!”
언제나처럼 야오가 전투의 시작 을 알렸다.
그의 신호에 마법사들이 지팡이 를 들었다.
“필로틴 기사단. 움직여라.”
율호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검 을 뽑았다.
아하스는 철퇴를 꽉 잡았고 야오 는 준비한 마법을 발동시키려 했다.
유결과 길로틴 역시 자신들의 무 기를 쥐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세레나는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여 신성력을 모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용사들을 앞에 두고도 요한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쳐라!!”
준비가 끝난 이들이 포위망을 굳 힌다.
신성 마법과 흑마법.
자연 마법과 오러 블레이드까지.
작정을 한 이들이 마왕 살해자요한을 향해 공격을 준비했다.
그들을 마주하며 요한은 주먹을 쥐어 보았다.
만전의 상태에 비하면 한참 모자 라지만 싸울 수는 있었다.
“젠장.”
“쳐라!!”
쓰러진 마왕의 시체를 뒤에 둔 채.
자신을 죽이려는 ‘전’ 동료들을 노려보며.
요한은 심장에 자리 잡은 아홉 개의 코어를 가동했다.
그 순간 막대한 힘이 요한의 몸 에서 피어올랐다.
치고 들어오는 수많은 공격들을 피하거나 막던 요한은 코어의 회전 이 멈추자 당당히 선언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요한이 말을 꺼내자 달려들던 모 두가 경악했다.
“벌써 영역선포가 가능하단 말 야!?”
“저항해라!! 저항에 실패하면......I"
“끄아아악!!”
“아아아아악!!”
하지만 몇몇 기사들은 저항에 실 패했는지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을 터트렸다.
누군가는 엎드려 울고,또 누군 가는 자해를 시작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동료를 공격해 그의 심장을 꺼내 요한에게 바치려 고 한다.
하지만 겨우 저항에 성공한 이들 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영역선포가 끝났을 때 요한이 얼 마나 강해지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쳐!!”
신성 마법으로 강화된 공격과 흑 마법의 저주가 날아온다.
자신을 향한 막대한 적의를 마주 하면서도 요한은 두려워하지 않았 다.
이미 시작된 전투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싸 우는 게 우선이다.
“그래. 이왕 이리 된 거. 그동안 거슬렸던 거 전부 엎어주마!”
요한이 포효한 순간.
그의 ‘적’들에게 공포가 감돌았 다.
마왕을 상대할 때 보다.
얼굴 없는 자와 같은 위대한 자 의 석상을 마주했을 때 보다 더욱 끔찍한 공포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