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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새로운 세상 (1) (200/201)

199화. 새로운 세상 (1)

다들 내 말에 귀 기울여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말했던 세계 정부를 이제 세워볼까 합니다.”

“!!!!!”

다들 어안이 벙벙한 채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반응이 왜 그래요?”

“…….”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왜요? 싫어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일수가 대표로 나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너무 갑작스럽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어서…….”

“모른다고? 그러면 어렵지 않아.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

일수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나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농담이야. 친절하게 설명해드리도록 하죠.”

나는 앞에 창을 띄웠다.

“…이렇게 발표하려고 하니까 뭔가 회사에 있었던 때가 떠오르네요.”

순간 감회가 새로웠다.

진짜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도 만났고, 여러 빌런들도 만났다.

또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을 이뤄냈다.

이제는 세계 정부라는 말도 안 되는 것을 기획하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는 앞에 앉아 있는 동료들을 차례로 쳐다봤다.

전일수.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친구다.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하다.

박이나.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다.

정석한 때문에 같이 손을 잡았고, 이제는 내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너무나 아름답다.

장수진.

내 뒤를 캐던 녀석이었지.

시작은 안 좋았으나 이제는 나의 둘도 없는 따까리다.

진짜 적과 싸울 때는 장수진만 한 사람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기완 대통령.

warrior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었다.

이제는 우리 패밀리의 정신적인 지주다.

내가 차례로 바라보며 방긋 웃어 보이자 동료들은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너……. 뭐 하냐……?”

“…….”

일수 녀석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바로 깨져버렸다.

썩을…….

꼭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를 망친다.

나는 살짝 일수를 째려봤다.

“뭐……?”

일수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래.

모르겠지…….

됐다.

혼자만 감동 받을란다.

어차피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뭔가 민망해서 나는 그냥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나는 창에 세계 지도를 띄웠다.

“세계 정부를 만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전 인류를 위한 하나의 정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가 되는 것이죠.”

세계 지도에서 한국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이 세계 정부의 수도가 될 것입니다.”

다들 경악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게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처음에만 좀 놀랐지 이미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했나 보다.

하긴…….

아예 처음 꺼내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나는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시청처럼 각 지역을 관리하는 청사를 둘 것입니다. 그곳은 여러분이 다스리는 것이죠. 예를 들면 남아메리카 지부는 장수진이 관리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나는 어딘데?”

하하…….

지금 그게 중요하나 보구나?

그래.

뭐 알려주지.

나는 바로 일수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너는 북아메리카. 수진이랑 사이좋게 아메리카 쪽을 관리해.”

“오케이. 마음에 들었어.”

“저기……. 저는요?”

박이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다 알려드리도록 하죠. 이나 씨는 유럽지부입니다. 그리고 백기와 대통령께서는 아시아 지부지요.”

다들 해당하는 지역을 관리하는 데 그렇게 불만들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다들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매뉴얼을 다 드릴 거고, 데이터 자아와 함께 관리한다면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요.”

“그래. 재밌겠네.”

“좋아요.”

다들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근데 다 좋은데 말이에요. 우려가 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라일 씨의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장수진은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물었다.

“하!”

나는 콧방귀를 가볍게 뀌었다.

“괜찮아. 거부하는 놈들 있으면 다들 족쳐버릴 테니까.”

“…….”

내 대답이 이렇게 화끈할 줄은 몰랐는지 이번에는 다들 깜짝 놀라 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응. 진심이야.”

장수진은 내 대답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서 소통하며 나가는 것도 좋긴 한데, 때로는 강하게 나갈 필요도 있어.”

나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

“이제 다시는 망나니 같은 놈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할 거고, 범죄도 더 이상 없게 만들 거야. 그러려면 내가 전 세계를 통제해야 해. 전 세계를 이 대한민국처럼 내가 관리하는 것이지. 이제 이 지구상에서 범죄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거야.”

내 말에 다들 생각이 많아 보였다.

이해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여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확고해졌다.

큰 힘을 가진 만큼 책임감이 따르고, 그만큼 큰일을 해야 한다.

전 세계가 평화롭게 되는 데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자자!”

그동안 쭉 입을 닫고 있었던 백기완 대통령이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라일 씨가 하고자 하는 일에 완전히 찬성하며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밝힙니다.”

백기완 대통령은 나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나도 그를 보며 피식했다.

“라일 씨가 대한민국에서 한 일을 보세요. 이 나라에서 범죄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까? 불만 가진 사람들이야 뻔합니다. 그런 놈들은 뭔가 뒤가 구린 나쁜 새끼들이겠지요.”

대통령은 격한 말까지 사용하며 나를 두둔해주었다.

근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으신데요…….

“한국만 그랬습니까? 북한과 중국, 멕시코, 그리고 미국을 보십시오. 다 라일 씨 덕분에 범죄 하나 없는 청정 구역이 되었습니다. 라일 씨가 전 세계를 관리한다면 이 지구 자체가 깨끗해지겠지요.”

대통령은 손을 높이 들며 말했다.

“고로 저는 찬성입니다. 아시아 지부를 맡겨주시면 제가 잘 관리하도록 하죠.”

백기완 대통령은 예나 지금이나 신중하면서도 한번 하기로 결심하면 거침없이 추진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이 나는 정말 마음에 든다.

“대통령님 말이 맞죠.”

일수도 일어나 손을 들며 말했다.

“저도 라일이를 믿고 하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이제껏 라일이 말 들어서 나쁜 것은 없었죠. 좀 고생은 많이 했지만요.”

뒤에 말에 뼈가 있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넘겼다.

“저도 동참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라일 씨가 뭘 하든 그냥 동의했어요.”

박이나도 일어나 손을 들며 말했다.

이제 장수진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하……. 이건 뭐 거의 강요 아닌가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다른 사람 찾으면 되니까.”

“뭔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요?”

마지막으로 장수진 또한 일어나 손을 들었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정말 뭔 말을 못 하겠다니까요……. 아무튼 저도 동의합니다. 이제 남미에서 카르텔이라는 말은 아예 존재하지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동료들 모두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동의해주었다.

“자! 그러면 이제 전 세계에 공지 띄우고 일을 시작해볼까요?”

“좋습니다!”

***

[공지.]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 메시지가 날아왔다.

핸드폰이 없는 사람에게는 서면으로 해서 공지가 전해졌다.

[지금부터 이 세계에는 세계 정부가 세워질 것입니다.]

[warrior가 책임지고 전 세계를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이 세계에서 비리와 범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입니다.]

[정직하고 공평한 세상,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을 이 warrior가 보장하겠습니다.]

[부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다들 협조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공지를 받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떤 의도로 warrior가 이런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warrior가 보내온 구체적인 정책들을 읽으면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여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미 warrior의 공신력과 힘은 검증된 상태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으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멕시코 또한 warrior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백기완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장수진이 우려한 대로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데모까지 하기 시작했다.

“warrior가 빅브라더냐? 적당히 해야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세상을 네 멋대로 할 속셈이냐? 우리는 너의 종이 아니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목청 높여 warrior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이런 반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들어가 버렸다.

warrior가 이들의 비리를 싹 다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 대부분이 비리와 범죄를 저질렀던 자들이었다.

이 역시 백기완 대통령의 말대로였다.

이로 인해 세계 정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더욱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반대할 이유가 없지. 무조건 찬성이야.]

[당연하지. 만약 반대한다? 그러면 켕기는 게 있다는 거야.]

[맞어. 본인이 떳떳한데 왜 반대하겠어. 다 본인들이 저지른 나쁜 짓이 warrior에 의해 드러날까 봐 그러는 거지.]

분위기는 점점 warrior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해졌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떳떳했던 사람들도 괜히 범죄자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싫었기 때문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전 세계 95% 사람들이 찬성했기 때문에 세계 정부를 세우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원하시는 대로 세계 정부를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warrior를 대표로 한 세계 정부가 출범됐다.

***

“전체 차렷!!!!!”

청와대에서는 우렁찬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계 정부 대통령께 경례!!!!”

“충성!!!!!”

앞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향해 일제히 경례를 했다.

“충성!”

나도 그들을 향해 경례를 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세계 정부 대통령 취임식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백기완 대통령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며 기어코 이렇게 일을 벌여 놨다.

진짜 민망해 죽겠다…….

지금 내 앞에서 경례하는 저 사람들은 전부 대통령들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의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 순간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나 편리한 능력이다.

“다음으로 세계 대통령의 취임 인사가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너무 어색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나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연설대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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