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새로운 빌런 (9)
“…….”
녀석은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섭지? 막 오들오들 떨리지?”
“하……!”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떨고 있는 게 딱 보였다.
“그렇게 헛웃음만 내면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내가 믿을 거 같아? 너 다 티나. 이 병신아.”
“warrior…….”
짜르는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좀 하나 보구나? 그곳에서 빠져나오다니 대단해.”
“응. 별것도 아니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냥 너를 대신 넘겨주는 걸로 거래했거든.”
“…….”
짜르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 몸이 너무 대단해서 세계 데이터가 흡수하기에는 부담스럽거든. 딱 너 정도를 흡수해야 만족하겠더라.”
“너는 시종일관 건방지구나.”
“너 같은 놈 앞에서는 더욱 그러지. 이 한심한 새끼야.”
“흥! 나를 넘기는 대가로 여기에 다시 왔다고? 아쉽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다시 데이터 세계로 보내주도록 하지.”
녀석은 단검을 빼내 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재밌네. 무서워 떨면서 이렇게 덤비는 모습이 말이야.”
“누가 너 따위를 무서워해?!!!!!”
짜르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내게 돌진했다.
“죽어!!! 이 개자식아!!!!”
“목소리 크고 좋네. 그만큼 비명 소리도 아름답겠는걸?”
탁-!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지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난 녀석에게 전기 충격을 강하게 먹였다.
역시나 비명 소리가 우렁차다.
“잠깐 그러고 있어 봐. 난 내 여자친구를 도와줘야 해서.”
나는 곧바로 박이나에게로 갔다.
“이나 씨. 괜찮아요?”
“크윽……. 라일 씨.”
박이나는 완전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폭발할 때가 아니다.
침착하게 박이나를 도운 다음에 터트려도 늦지 않다.
나는 폭발 데이터를 전부 다 공기 데이터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아!!!”
박이나는 할만해졌는지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라일 씨. 하아…….”
박이나의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말하지 말고 좀 쉬세요. 나머지는 다 나한테 맡기고요.”
폭발은 다 사라졌고, 박이나가 설치해 놓았던 데이터 쉴드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라일 씨. 역시 대단하시네요…….”
박이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저 warrior잖아요.”
“하하. 네. 그럼 뒤를 맡기겠습니다…….”
박이나는 곧바로 기절해버렸다.
이미 한계치를 초과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이다.
박이나는 정말 집념의 인간이다.
“하아…….”
박이나가 많이 힘들어했을 것을 떠올리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개자식…….”
난 곧장 짜르 녀석에게 갔다.
“끄아아아아악!!!!! 망할……!”
녀석은 여전히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전기 충격에서 빠져나가려고 발악하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이상 녀석은 이제 끝난 거다.
나는 쓰러져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너무 처참해서 차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디오! 모두 회복시켜.”
[네.]
내 싸늘한 명령에 디오는 군말 없이 동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차라리 지옥에 가고 싶을 거다. 이 망할 새끼야.”
난 순간이동으로 녀석 앞에 섰다.
“뭐, 뭐 하려는 거야?”
녀석은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퍼억-!
나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답해주었다.
“데이터 세계가 널 잘 흡수하도록 두드려서 부드럽게 만들어줘야지. 그냥 때려서 육질을 연하게 만드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야.”
“뭔 개소…….”
퍼억!!!
나는 녀석에게 다시 한번 강펀치를 날리며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넌 그냥 닥치고 내 말만 들어. 말하지 마.”
슈웅-!
나는 날아가는 녀석에게로 순간 이동했다.
그런 다음 녀석의 복부를 발로 내려찍었다.
퍼억-! 콰앙-!!!!
녀석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커헉-!!!”
녀석은 피를 토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 동료들과 싸웠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거다. 일단 넌 데이터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크윽…….”
녀석은 괴로워하며 계속해서 입에서 피를 뿜었다.
“네 데이터 자아 이름이 이레귤러라고 했나? 이름값대로 상식밖에서 놀아서 물리적인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더군. 내 동료들은 그것도 모르고 너에게 계속 공격을 가했고, 네 손 안에서 놀아났지.”
나는 발을 들어 녀석의 얼굴을 사뿐히 즈려밟았다.
“끄아아아악!!!”
“하지만 그거야 네가 데이터를 못 쓰게 만들면 그만이야. 네가 상식밖에서 논다면 나도 상식밖에서 노는 거지.”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발악을 했지만 나는 녀석을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아직 육질이 연해지려면 멀었어. 더 때려야 해.”
“그, 그만!!! 그만!!!!!”
퍼억!!!!!
나는 발을 들어 그대로 녀석의 얼굴을 찍었다.
“커헉!!!!”
녀석은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흰자까지 보이며 아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밖에 안 됐으면서 그동안 그렇게 처 설치고 다녔던 거냐?”
“그, 그만해.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겠어. 내가 너 밑으로 들어가도록 할게. 어때? 난 너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네 동료들보다는 강하단 말이야. 나를 밑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야…….”
나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움 하나도 안 돼. 넌 그냥 쓸모없는 새끼야.”
“…….”
녀석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스트레스 풀이용은 되겠다.”
나는 야구 배트 하나를 꺼내 들었다.
“타격감은 이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사, 살려줘!!!!!”
퍼억-!!!!!
나는 녀석의 안면을 시원하게 때렸다.
“꾸에에에엑!!!!!!”
짜르는 괴상한 비명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이빨 6개가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
“역시 타격감 지리네.”
“멈춰!!!! 멈춰!!!!”
녀석은 이빨이 빠져 발음이 새 나갔다.
너무 찌질해서 동정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딴 녀석에게 동정심은 사치였다.
“뭘 멈춰? 아직 육질 안 연해졌어.”
“난 고기가 아니야! 사람이라고!!!”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의 기준에 너는 한참 못 미치는데? 과연 너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 제발 봐줘. 다시는 안 나대고 살게.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테니까 제발 좀 살려…….”
퍼억-!!!!
더 듣기 싫어서 그냥 때려버렸다.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그냥 맞자.”
퍼억-!!! 퍼억-!!! 퍼억-!!!!
나는 미친 듯이 녀석을 배트로 때려댔다.
“와! 스트레스가 다 풀리네. 너무 후련한데?”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녀석의 몸 구석구석을 전부 다 때려주었다.
“…….”
녀석은 완전히 떡이 된 채로 몸만 부들부들 떨어댔다.
어찌나 열심히 때렸는지 온몸에 땀이 났다.
“이제 좀 연해진 거 같은데?”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어이! 세계 데이터 형씨! 듣고 있지?”
쿠구구구구구-!!!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다 지켜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먹기 좋게 만든 것 같은데, 이만 이 녀석을 데려가 주겠어?”
지잉-!!!
짜르 녀석 아래로 갑자기 검은 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일 님. 메시지가 왔습니다. 세계 데이터가 보낸 것입니다.]
“읊어봐.”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 덕분에 세계의 균형은 다시 유지될 것이다.’라고 보냈습니다.]
“오케이!”
나는 씨익 웃음 다음 다시 허공을 향해 외쳤다.
“이 망할 자식 좀 잘 처리해 줘라!!!!”
슈욱-!!!
검은 원은 짜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안 된다고!!!!”
녀석은 아직 힘이 있는지 그 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이제 인생이 재밌어졌단 말이야! 맨날 남의 수발만 들고 살았어. 이제 좀 왕 노릇 좀 하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단 말이야.”
녀석은 혼자 억울해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 힘은 너 같은 놈들이 가져서는 안 돼.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지. 나처럼 말이야.”
“이 버러지 같은 놈!!! 네가 뭐가 된 줄 아는 거냐?!!! 넌 그냥 운이 좋은 녀석이야. 아무것도 아닌 새끼가 힘 좀 얻었다고 잘난 척하기는!!!”
“하아……. 더 때릴 것 그랬어. 그렇게 맞고도 이렇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다니 진짜 너도 독하다 독해.”
나는 다시 빠따를 들었다.
“매가 부족한 거 같았으니까 좀 더 맞자.”
“이 버러지 같은 놈!!!!!”
퍼억-!! 퍼억-!!!! 퍼억-!!!!
나는 데이터 세계가 녀석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잘 때려주었다.
결국 녀석은 데이터 세계로 넘어가 버렸다.
나머지는 알아서 잘할 것이다.
[끝났군요…….]
디오는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때까지 만났던 빌런 중에 역대급으로 추하고 질긴 놈이다.
“그래. 끝났네.”
나는 얼른 동료들에게로 가봤다.
박이나는 문제 없었다.
그냥 곤히 자고 있을 뿐이었다.
심각한 것은 나머지 셋이었다.
[다 치료해놨습니다. 이전보다 더 훨씬 건강해진 상태입니다.]
디오는 의기양양하게 뽐내듯 말했다.
“그래. 잘했다. 여기 너밖에 없어.”
이럴 때는 그냥 바라는 대로 칭찬해주면 된다.
녀석이 실체가 있었다면 쓰다듬어 줄 텐데 그러질 못하니 그냥 말로만 한다.
일수와 수진이, 그리고 백기완 대통령의 몸은 온전했다.
디오는 이들이 입고 있던 옷까지 깨끗하게 복구시켰다.
“각자 방으로 옮겨 줘. 가서 좀 쉬라고 해.”
[네.]
디오는 내 말대로 동료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뒤처리를 해야겠구먼.”
브뤼셀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진짜 부수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다니까.”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고치는 것은 별거 아니다.
그냥 투정 좀 부려본 거다.
“나 warrior야. 이런 것 식은 죽 먹기라고.”
나는 혼자 방긋 웃은 다음 데이터 능력을 사용해 파괴된 건물들을 원래대로 복구시켜주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 집.
이라일 패밀리 전부가 모여 있었다.
“아니, 이름이 너무 허접한 거 아니냐고? 이라일 패밀리가 뭐야?”
일수는 입이 삐죽 나온 채로 불만을 토로했다.
“맞아요. 다른 이름으로 하면 안 돼요? 이를테면 장 컴퍼니 같은 것도 있잖아요.”
“지금 네 성 따서 그렇게 지은 거야? 진심으로 그렇게 한 말이냐?”
난 어이없다는 듯이 수진이를 쳐다봤지만,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전 좋은데요? 우리 모두 라일 씨 덕분에 이렇게 가족처럼 지내게 된 거 아닙니까? 좋네요.”
역시 백기완 대통령은 내 편을 들어주었다.
“그게 사실이긴 한데……. 너무 구린데?”
일수는 여전히 불만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전일수 패밀리.”
이 자식이 장난하나……?
“그냥 이라일 패밀리로 가겠어. 그런 줄 알아.”
“치잇!”
일수는 아쉬워했지만 다른 아이디어가 없는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일단 이름은 이렇게 하고 다음 할 일을 알려주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