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새로운 빌런 (4)
콰앙-!!! 퍼엉-!!!!!
러시아군 기지에서는 이곳저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끄아아아악!!!”
“미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러시아군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완전히 멘붕에 빠져버렸다.
탱크와 전투기들이 차례로 터져나가고 있었고 건물도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날아온 미사일이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아무래도 내부에서 첩자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돼?!!! 게다가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렇게 큰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러시아군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융단 폭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비행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 저건 뭐야?!!!”
한 장교가 화염 속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짜르를 발견하고 외쳤다.
“하하하하하하. 아주 어찌할 바를 모르는군.”
다급한 그들과 달리 짜르는 매우 평온했다.
“혹시……. 이게 다 저놈 소행이야?”
철컥-!
군인들은 모두 짜르를 겨누었다.
“너희가 지금 나한테 총을 겨눌 때냐? 어리석기는……. 바로 도망간다고 해도 살까 말까인데 말이야.”
짜르는 그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닥쳐라!!!”
“진짜 왜 이렇게 덤비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니까? 다들 본인들이 뭐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뭐해?!! 다들 저 새끼 쏴 버려!!!!”
투두두두두두-!
사방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짜르는 그저 평화로울 뿐이었다.
“하암-!”
그는 진짜로 지루한지 하품을 해댔다.
“재미없다. 그냥 죽이는 게 더 재밌겠어.”
지잉-!
짜르는 순간 이동해서 순식간에 군인들 앞에 도착했다.
“뭐……?”
촤악-!!!
짜르 앞에 있던 군인은 시원하게 피를 내뿜으며 그대로 목이 날아갔다.
“뭐, 뭐야?!!!!”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러시아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좀 더 버틸 수는 없는 거야? 바로 죽어버리니까 너무 시시하다고. 타격감이라고는 전혀 없잖아.”
“이런 미친!!!!!”
투두두두두두-!!!
러시아 군인들은 탄창을 계속 갈아끼며 짜르에게 사격을 가했다.
촤악-!!!
하지만 차례로 목이 날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흐하하하하하. 죽어라!”
짜르는 마치 게임을 하듯 손쉽게 군인들을 썰어 나갔다.
그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탱크든 자주포든 다 잘려 나갔다.
사람은 말할 것도 아니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남아 있는 군인들은 짜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망가봤자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크하하하하하.”
짜르는 도망치는 군인들을 집요하게 쫓아가 죽여버렸다.
러시아군 기지는 순식간에 학살터로 변해있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짜르는 뭔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
그는 완전히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러시아군 기지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생존자는 짜르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었다.
“흐하하하하!!!”
그는 화염 한가운데서 미친 듯이 웃어댔다.
“내가 최고다!!!!! 하하하하하하하!!!!”
짜르는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강함에 취해 미쳐있었다.
***
한편 핀란드군은 난리가 나 있었다.
“내가 정신이 나가버린 거야 뭐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핀란드군 사령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저도 믿기지는 않지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에게 보고하는 부하 또한 곤란한지 어색한 표정을 했다.
“그러니까……. 잠시 물러나 있던 러시아군이 전멸해버렸고?”
“……네…….”
“그게 말이 돼?!!!!”
핀란드 사령관은 흥분하며 책상까지 때려댔다.
“그전까지 그놈들. 팀페레에 핵미사일을 쏠 거였기 때문에 대피한 거 아니었어? 실제로 핵이 떨어져서 그곳은 완전히 허허벌판이 되었어. 내 두 눈으로 버섯구름이 올라오는 것을 똑똑히 봤고. 근데 그다음에 들려오는 소식이 러시아군의 전멸이라니.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측에서도 확인했고 미국 또한 그렇게 연락을 보냈습니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갑자기 핀란드 사령관은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사령관의 안색이 달라지자 부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가 그 데이터 에너지를 흡수했고, 그다음 러시아군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은 아니겠지?”
“오! 똑똑한데?”
“!!!!!”
갑작스러운 괴한의 등장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졸도할 뻔했다.
“너, 너!!! 뭐야?!!!”
사령관과 그 부하들은 짜르에 등장에 몸을 덜덜 떨었다.
그들 모두 정확히 그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warrior와 같이 데이터 능력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너희는 멍청한 러시아 놈들과는 달리 바로 꼬리를 내리는구나. 재미없게 말이야.”
짜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핀란드군을 보며 피식했다.
“어때? 내가 너희를 대신해서 러시아군을 처리해줬는데 말이야.”
핀란드 사령관은 짜르 또한 러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말한다는 게 황당했다.
“왜 그런 짓을 벌인 거지?”
“그냥. 거지 같더라고.”
“…….”
‘그냥 거지 같아서’라는 이유 하나로 러시아군이 쓸려나갔다는 것을 사령관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고작 그 이유 하나로 자신의 군대를 쓸어버렸다고?”
“그래. 맞아. 고작 그 이유로 다 뒤져버린 거야.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개 따위는 필요 없거든.”
방금 짜르의 발언으로 핀란드 사령관은 자신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러시아군을 전멸시킨 상대와 싸워봤자 답은 없다.
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짜르에게 복종하는 것뿐이었다.
“위대한 존재이시여. 우리가 당신의 개가 되겠나이다.”
핀란드 사령관은 무릎까지 꿇으며 짜르를 받들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도 눈치를 보다가 사령관과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
짜르는 만족한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어댔다.
“진짜 재미있는 놈들이네.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는걸? 너무 약삭빠른 거 아니야?”
짜르는 사령관에게 다가가 그의 모자를 벗겨냈다.
그런 다음 그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
너무 굴욕적이라 사령관은 참기가 힘들었지만 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이봐. 사령관. 손 좀 줄래?”
“……네?”
사령관은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인상을 썼다.
짜르는 그것을 보고 피식했다.
“개가 되겠다며. 그러면 내가 손을 주라면 줘야지. 설마 이제 와서 하기 싫은 것은 아니겠지?”
사령관의 생각보다 짜르는 더 미친놈이었다.
“개가 되겠다는 것은 은유적인 표현이지 정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요. 상식적인 선에서 그 말을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령관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최대한 고상하게 말했다.
쫘악-!!!!
짜르는 곧바로 사령관의 뺨을 갈겨버렸다.
“커헉-!”
어찌나 세게 때려버렸는지 사령관은 뺨 한 방에 그대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지금 나를 가지고 장난친 거야?”
“자, 장난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 안에서의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사령관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짜르에게 해명을 했다.
쫘악-!!!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강한 싸대기였다.
“커헉-!”
사령관의 볼은 터져서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은 네가 내 말을 그대로 듣는 거지.”
퍼억-!!!
짜르는 사령관의 복부를 세게 걷어차 버렸다.
“커헉-!!”
내장이 파괴됐는지 사령관은 입에서 피를 뿜어버렸다.
“아무래도 너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나 보네. 난 그딴 놈은 필요 없어. 그러니까 식량 축내지 말고 그냥 죽어버려.”
짜르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탕-!
그는 망설임 하나 없이 사령관의 머리에 총을 쐈다.
“…….”
사령관의 싸늘한 시체를 보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으로 인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령관의 그 부하들이겠지? 너희들도 다 죽자.”
“아, 아닙니다!! 저희는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촤악-!!
짜르는 다 듣지도 않고 그냥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마, 맙소사!!!”
“미쳤어…….”
핀란드 군인들은 자신들의 운명도 그렇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으아아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그곳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진짜 우스워 죽겠네. 왜 이렇게 다 하나 같이 다 한심한 거야?”
짜르는 그들이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며 말했다.
“나에게서 빠져나간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내가 여기를 그냥 다 폭파시켜 버린다면 어떨까?”
짜르는 코웃음을 친 다음 그곳에 데이터를 조작했다.
“다 죽어라. 이 한심한 족속들아.”
퍼어어엉-!!! 쿠콰콰콰콰쾅-!!!!!
그곳의 데이터를 일제히 모두 폭발 데이터로 변환되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버렸다.
핵폭탄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반경 50km 안의 사람들은 즉사했고 반경 100km 안의 모든 건물이 쓸려버렸다.
“흐하하하하하. 아름답군.”
짜르 혼자만 그 안에서 살아남아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그날은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될 날이었다.
***
[라일 님.]
한창 박이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디오가 불렀다.
목소리 톤을 보아하니 분명 심각한 일이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싶었다.
이 달콤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일 님. 지금 심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디오는 물러서지 않고 나를 다시 불렀다.
“후우…….”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무슨 일 있어요?”
옆에 있던 박이나는 갑자기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이상해하며 물었다.
“디오가 부르네요. 근데 분위기상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 같아서요.”
“무슨 일이라뇨……?”
박이나와 나는 동시에 디오가 왜 나를 불렀는지 눈치챘다.
“맙소사…….”
박이나는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핀란드에 역대급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게 무슨…….”
박이나는 충격으로 인해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하아……. 어떤 새끼야……?”
감히 나와 박이나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하다니…….
진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찢어버리고 싶었다.
[또 다른 데이터 능력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게 누군데?”
[콘스탄틴의 비서입니다.]
“후……. 그건 또 어떤 듣보잡이냐?”
[일전에 라일 님께서 이설아와 싸우면서 데이터 통로를 다 태워버리신 거 기억하십니까?]
“뭐……. 그랬었지. 근데 그게 왜?”
[그 여파로 데이터 세계에 균열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 다량의 데이터가 핀란드로 유입되었습니다.]
“그 데이터가 응집돼서 지금 그 콘스탄틴의 부하가 취한 거라고?”
[네…….]
하하…….
아주 쉴 틈을 안 주네.
“어떤 버러지 같은 놈인지 모르겠는데, 가만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