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새로운 빌런 (3)
털썩-!
비서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지지지지직-!!!
그의 몸에서는 계속해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크윽-!”
그는 여전히 숨이 붙어 있었다.
“커헉-!! 컥-!”
한바탕 피를 토해낸 비서는 여전히 고통스러운지 연거푸 땅을 쳐댔다.
“하아……. 하아…….”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스파크도 가라앉고, 몸 역시 괜찮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컨디션이 최고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하, 하핫!”
그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그는 어린아이처럼 펄쩍대며 난리였다.
“드디어 내가 최강이 되었구나…!”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그의 데이터 자아가 말을 걸었다.
“오! 이게 그 소문으로만 듣던 데이터 자아인가?”
[그렇습니다. 저를 이레귤러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레귤러라……. 왜지?”
[저는 warrior 이라일이 이설아와 싸우면서 데이터 통로를 다 태워버린 바람에 생겨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라일이 너무 무리해서 통로들을 죄다 부숴버렸기 때문에 데이터 세계에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덕분에 다량의 데이터가 여기로 흘러들어왔고, 그게 모여 제가 만들어졌죠.]
“그렇군…….”
비서는 이레귤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눈치상 대충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있었다.
[핵폭탄을 여기로 투하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핵폭발로 인해 저를 감싸고 있던 데이터 장벽들이 전부 다 파괴되어 버렸으니까요. 그 때문에 당신은 저를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거 하늘이 나를 도와주는군.”
비서는 의기양양해 하며 날뛰었다.
[이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신은 이제부터 원하는 대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최곤데? 무엇을 할까……?”
비서는 잠시 고민했다.
“일단은 내 힘을 시험해보는 게 좋겠는데. 우선 건방진 우리 군대부터 조져볼까?”
[간단합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드릴까요.]
“좋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레귤러는 곧장 비서를 러시아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뭐, 뭐야?!!!!!”
사령관과 그의 부하들은 비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경악했다.
순간이동에 대해서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을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은 대통령 비서가 아닌가? 어떻게 된 거야? 대통령은 어딨어?”
“대통령? 내가 죽였어.”
“뭐……?”
비서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해서 사령관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콘스탄틴은 내가 죽였다고. 왜 제대로 들었으면서 묻는 거야. 네가 바라는 것 아니었나?”
비서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제대로 말해주었다.
사령관과 그의 부하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봐. 비서…….”
사령관은 무서운 얼굴을 한 채로 비서에게 다가갔다.
“당신 미쳤어?!!!!”
사령관은 안 그래도 콘스탄틴 때문에 기분이 많이 언짢은 상태였다.
비서가 자극한 덕에 그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 말은 네가 반역자라는 소리잖아. 이 새끼야. 그러면 이 자리에서 내가 너를 바로 척결해도 되는 거겠네?”
사령관은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꺼내 그에게 겨누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귀엽네. 그딴 걸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뭐?”
사령관은 자신이 총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당한 비서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비서가 순간 이동해서 여기로 왔다는 것을 떠올렸다.
“너……. 설마.”
사령관의 얼굴은 완전 사색이 되었다.
비서는 그런 사령관의 얼굴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설마다.”
“……말도 안 돼…….”
사령관은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가 그 힘을 왜 차지해?!!! 뭣도 아닌 새끼가!!!!”
사령관은 비서의 멱살을 세게 잡았다.
“난 너 따위의 이름도 몰라. 그만큼 넌 별것도 아닌 새끼라는 거지. 근데 네가 뭐라고 그 힘을 차지한단 말이냐.”
“하하하하. 진짜 대통령이고 너고 왜 이렇게 다들 순진하고 상황 판단을 잘못하는 거야? 내가 별것도 아닌 새끼라고? 그래, 맞아. 그랬었지.”
비서는 사령관의 팔을 잡아 쥐었다.
“끄아아아악!!!!”
엄청난 악력에 사령관은 비명을 질러댔다.
“근데 말이야. 그런 게 이제 뭐가 중요하겠어. 내가 최강이 됐는데 말이야. 예전에 잘났고 못났고는 이제 중요하지가 않다고.”
“끄아아악! 이거 안 놔?!!!!”
사령관은 비서의 손을 떼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서의 악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끄아아아악!!!!!”
“야. 사령관. 아까 너 내 이름을 모른다고 했었나? 나도 마찬가지야. 너 따위의 이름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서는 사령관의 팔을 들어 올린 다음 그대로 그를 던져버렸다.
퍼억-!
“커헉!!!”
날아가 벽에 부딪힌 사령관은 그대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몸은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사령관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어댔다.
“봐봐. 저 연약한 몸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비서는 사령관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가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다들 비서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못 하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이전 이름 따위, 어차피 기억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 이름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비서는 사령관의 얼굴을 밟았다.
“이제 기억해라. 이 몸은 새로운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바로 ‘짜르’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콰직-! 촤악-!!!
짜르는 그대로 사령관의 얼굴을 짓밟아 터트려버렸다.
“세, 세상에…….”
“미쳤어…….”
그곳에 있던 러시아 군인들은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 기겁했다.
그들은 사령관이 죽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 새끼가!!!”
군인들은 일제히 총을 들어 짜르를 겨누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하하하하. 너희들 뭐하냐?”
짜르는 재밌다는 듯이 군인들을 쓱 훑어봤다.
“난 또 너희들이 그냥 구경만 하길래 나를 인정해주고 있는 줄 알았지. 근데 그냥 병신들이었구나?”
“그 입 닥치지 못해?!!!”
부하 장교는 총을 들이대며 짜르를 위협했다.
“아쉽네. 아까 그 장면을 봤으면 너희들이 나에게 얼른 복종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덤비고 있네…….”
“반역자에게 어떻게 복종해?!!!”
탕-!!!
결국 장교는 분노하며 짜르에게 총을 쐈다.
투두두두두두-!!
그는 탄창에 있는 총알을 전부 다 사용하며 짜르에게 난사했다.
“…….”
하지만 공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짜르에 몸에 부딪힌 총알들은 그냥 찌그러진 채 땅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그의 몸은 강철보다도 더 단단해 보였다.
총을 쏜 장교의 얼굴에는 절망이 드리워졌다.
그는 자신이 감정에 사로잡혀 전혀 의미 없는 짓을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행동이 자신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르는 장교를 같잖다는 듯이 바라봤다.
“뭐 하냐 너? 크흐흐흐흐흐.”
“망할…….”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콰직-!!!
장교의 머리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방 안의 분위기는 긴장이 가득했다.
다들 공포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짜, 짜르!!! 살려주십시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종이 되겠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다들 무릎까지 꿇으며 짜르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이렇게 나오네!”
짜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어댔다.
“그래. 드디어 이 몸의 위대함을 깨달았다는 말이지?”
짜르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은 군인들을 둘러봤다.
“근데 아쉽지만 너희들을 살려둘 수는 없어.”
“……네?”
“너희들이 나를 섬긴다 해서 내게 이득이 없거든. 너희 같은 보잘것없는 녀석들은 둬봤자 도움은 안 되고 식량만 축내지.”
“그런……!”
군인들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에 비해 짜르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좋은 표정들이네. 좋은 표정이야. 보고 있자니 너무 기분이 좋은걸?”
짜르는 옆에 있는 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아쉽지만 잘 가라.”
“아, 안돼!!!”
콰직-!
그의 머리 또한 앞서 죽은 장교와 마찬가지로 뭉개져 버렸다.
“이 시발!!!!!”
군인들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벌떡 일어나 짜르에게 총을 쏴댔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봤자 개죽음당할 게 뻔했기 때문에 공격이 통하든 안 통하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다였다.
투두두두두두두두-!
방 안에는 요란한 총소리가 가득했다.
짜르는 그러거나 말거나 차분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퍼억-!
그는 총을 쏴대는 군인에게 다가가 그의 복부를 발로 찼다.
“커헉!”
충격이 어마어마했는지 그의 몸은 그대로 터지며 짓이겨져 버렸다.
“죽어!!!! 이 미친 살인마 새끼야!!!!!”
군인들은 더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었다.
짜르는 차례로 군인들을 죽여나갔다.
“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방 안에는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으어어어어…….”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군인은 오줌까지 지리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크핫!”
짜르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진짜 짠하네 짠해. 기분이다! 너는 특별히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어서 도망가.”
“…….”
그 군인은 이미 정신이 나가 그 자리에서 떨고만 있었다.
“어서 도망가라고!!!!”
“으어어어어!!!”
짜르가 윽박지르자 그 군인은 그제야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갔다.
“진짜 한심해 죽겠네.”
짜르는 차분하게 그의 뒤를 쫓았다.
“너 뭐야?!!!”
방 밖의 복도에는 다른 군인들이 총을 들며 대기해 있었다.
다들 요란한 총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며 나온 것이었다.
“난 짜르라고 한다. 너희가 섬겨야 할 존재지.”
“뭔 개소리야?!!!”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른 군인들은 모두 짜르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래. 이것도 재밌겠네. 저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것을 빨리 보고 싶은걸?”
“이 미친 새끼가 진짜.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콰직-!!! 퍼억-!!!
짜르에게 윽박지르던 군인을 제외하고 복도에 있던 군인들은 일제히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다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짓이겨져 있었다.
“뭐, 뭐야?!!!!!”
혼자 살아남은 그 군인은 갑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동료들이 죽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크하하하하하하! 역시 재밌네. 표정이 어떻게 저렇게 한순간에 바뀔까? 진짜 웃겨.”
짜르는 그 군인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아까까지 그 자신만만했던 표정은 어디 갔냐?”
“으어어어어…….”
군인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물어볼게. 넌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으어어어어…….”
그는 미쳐있었다.
“그냥 죽자.”
콰직-!
그 군인도 그렇게 동료들을 따라갔다.
“흐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재밌네. 이렇게 계속 헤집고 다녀야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