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예상치 못한 전개 (7)
퍼억-!!!! 퍽-!!! 퍼억-!!!
나는 샌드백을 때리듯 김정철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커헉-! 컥-!”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녀석은 나에게 온몸을 사정없이 맞았다.
나는 데이터 쉴드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녀석처럼 주먹이 깨질 리는 없었다.
퍼억-!!!
나는 있는 힘껏 녀석의 복부를 때렸다.
“케엑-!! 켁!”
녀석은 숨을 쉬기가 힘들지 끙끙대며 신음했다.
“맛이 어때? 아까 꼭 당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했었나? 그거 진짜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 그만해. 이쯤 했으면 됐잖아…!”
“허허. 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적당히 때리다가 끝내려고 했는데 또 녀석이 나를 자극해준다.
그러면 또 거기에 부응하며 신나게 때릴 수밖에.
“지금 네가 나한테 그렇게 명령조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니?”
퍼억-!!!
“너는 지금 나한테….”
퍼억-!!!!
“그런 명령조가 아니라….”
퍽-! 퍼억-!!!!
“제발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처지인 거야.”
퍼억-!!!!!!
시원하게 어퍼컷을 날려주었다.
녀석의 이빨 서너 개가 튀어나왔다.
“허억……. 컥!”
녀석의 입은 피로 가득했다.
하필 앞니가 빠져버려서 진짜 추한 몰골이었다.
“살려줘……. 제발…….”
녀석은 힘이 많이 빠졌는지 힘알탱이 없이 말했다.
“뭐라 하냐? 크게 말 안 해?”
“살려줘!!!!! 제발!!!!”
녀석은 화내듯이 악을 질렀다.
짜악-!!!!
나는 뺨을 갈겨주었다.
“누가 반말하래? 존댓말 안 써?”
“살려주십시오. 제발.”
“싫어, 새끼야.”
“…….”
녀석은 황당함과 절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라고……?”
“싫다고 새끼야. 내가 왜?”
나는 장난 가득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봤다.
“너 아까 내 머리 박살 내지 않았냐?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너무 끔찍했다고. 그리고 너, 이나 씨까지 괴롭혔잖아. 그런 너를 내가 어떻게 살려두겠어.”
“지, 지금……. 나랑 장난해?”
떨리는 녀석의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가득했다.
“네가 하라는 대로 말했잖아!!!!! 그러면 나를 처 놔달라고!!!!!!”
녀석은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괴성을 질러댔다.
“봐봐. 너를 살려주면 안 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주네. 너는 아예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어. 그러니까 죽어야지. 아! 생각해보니 이거 너희 논리 아니냐? 한국은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의미 없다고 다 죽여버린다며?”
“…….”
할 말이 없는지 녀석은 입술만 비죽였다.
“그대로 겪어보니까 이제 너희 논리가 얼마나 개 같은지 알겠지?”
“하아……. 시발.”
녀석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는 듯이 나지막하게 욕을 뱉었다.
“시답잖은 개똥철학 주입시키지 마.”
“뭐……. 그럴게. 어차피 너와는 대화가 안 통하니까 말이야.”
“너! 나를 죽이고도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당연하지. 너무 무사할걸?”
“크흐흐흐흐흐….”
녀석은 미친 사람처럼 끌끌 대기 시작했다.
“이설아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걔는 나를 너무 사랑하거든.”
“그래? 근데 말이야. 그거, 네 생각 아니야?”
“……뭐?”
김정철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솔직히 이설아에게 동료애가 있나 싶어서. 사예드가 나한테 죽어가는데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고. 내가 데이터 장벽을 파괴하려고 하니까 그제야 개입하던데?”
“그건 사예드니까 그런거고. 그 자식은 이설아에게 골칫덩어리였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그대로 내버려 둔 거였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아니야!!!!!”
녀석은 발끈하며 악을 꽥꽥 질렀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이렇게 발작하고 난리야? 너 설마……. 이설아가 너를 별로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사실은 잘 알고 있는 거냐?”
난 일부러 더 녀석을 약 올리며 말했다.
“닥쳐라!!! 네 놈!!!!”
김정철은 몸을 움직이려고 이리저리 발버둥 쳤다.
녀석은 머릿속에는 당장 나를 박살 내 버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보였다.
“힘도 없을 텐데 애쓰지 마. 너는 절대 못 움직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말이야,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생각해봐라. 이설아가 너를 정말 사랑했다면 이렇게 내버려 두겠니?”
“아니야!!!!!”
녀석은 이제 눈물까지 흘리며 울부짖었다.
새삼 이설아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애정을 갈구하는지 모르겠다.
사예드와 김정철은 마치 이설아의 애정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같았다.
“이제 그만 이설아가 너를 이용한 것임을 인정해라. 그게 너한테도 더 좋지 않겠냐?”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녀석은 철저하게 그 사실을 부정했다.
“뭐 알아서 해라. 어차피 넌 그냥 죽을 거니까 말이야.”
나는 권총을 꺼내 녀석의 머리에 댔다.
“이만 편히 쉬어라.”
탕-!! 촤악-!!!
김정철의 몸은 그대로 땅에 철퍼덕 쓰러졌다.
“진짜 이 순간까지도 그대로 내버려 두네……. 이설아 걔는 동료애라곤 전혀 없는 거야?”
솔직히 마지막에는 나타나서 녀석을 구해줄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진짜…….
대단한 녀석이다.
“라일 씨. 괜찮아요?”
박이나는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저야 괜찮죠. 이나 씨는 괜찮으신가요?”
“안 괜찮아요.”
박이나는 나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지켜주신다면서요……. 저 많이 무서웠어요.”
그렇게 말하는 박이나의 눈에 눈물이 맺기 시작했다.
사실 그랬을 거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그녀를 죽이려 했으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하지…….
“미안합니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아니에요. 사실 고마워요. 그냥……. 투정 부려봤어요.”
박이나는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창피했는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울먹이고는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슬슬 빡침이 올라왔다.
나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다니…….
이설아 이 사이코 년.
두고 보자.
나는 박이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박이나는 한동안 그렇게 울었다.
***
쨍그랑-!
이설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있던 유리잔을 바닥에 던지며 깨뜨려버렸다.
“하아……. 하아…….”
그녀의 숨은 거칠어져 갔다.
“내가……. 사예드와 정철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라…….”
그녀는 이라일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 말이 계속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예드와 김정철은 그녀에게 짐이었다.
그들이 그녀 곁에서 어서 사라져주었으면 했다.
그녀는 사예드와 김정철을 그냥 이용해 먹다 버리는 카드로 생각했다.
문제는 이라일이 사예드를 죽일 때였다.
그녀는 자신이 냉정하게 사예드의 죽음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점점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라일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갔다가는 모든 일을 그르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꾸역꾸역 화를 참았다.
어차피 이라일은 그녀가 만들어 놓은 장벽 안에서 계속 갇혀 지낼 신세였다.
그러나 이라일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
그는 장벽의 핵을 금방 찾았고 벽을 박살 내 버렸다.
그 벽은 그녀가 2년 동안 공들여서 만든 벽이었는데, 그게 너무나 손쉽게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이설아는 점점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라일은 박이나가 있는 곳도 손쉽게 들어가서 김정철까지 제압해버렸다.
“김정철…….”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내뱉었다.
사실 김정철이 일방적으로 그녀를 좋아했을 뿐이지 그녀는 김정철에게 관심이 없었다.
물론 고맙기는 했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갈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의 죽음을 밝히려고 했다.
그게 고마워서 그녀는 김정철을 구해줬던 거고 결혼까지 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설아는 그 모든 게 귀찮아졌다.
그녀의 마음에는 복수심만 자리 잡았다.
그렇게 그녀는 김정철도 버렸다.
뚜욱-! 뚝-!
그녀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온했던 그녀의 표정은 심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크흑……. 큭.”
그녀는 괴로워하며 울었다.
사예드와 김정철이 죽고 나서야 그녀는 그들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렇게 그들의 죽음을 바랐지만, 막상 그들이 죽고 나니 그리워졌다.
이설아는 자신의 마음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으나 달래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이라일…….”
그녀의 슬픔은 이제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설아는 이제 확실하게 타겟을 잡았다.
이전까지 그녀의 복수심은 애매했고 대상이 부정확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확실해졌다.
“이라일. 이제는 내 차례야.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죽여주지.”
이설아는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과 지금 느끼고 있는 괴로움에 대한 모든 분노를 이라일에게로 돌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이라일과 그 주변 사람들을 죽여야겠다는 신념밖에 없었다.
“좀 더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이설아는 바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
“젠장할.”
장수진은 전일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이동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VRMMORPG 사업에 관하여 전일수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느낀 그녀는 계속 전일수에게 순간이동 하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전일수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천 연구소에서 보냈기에 장수진은 그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곳 또한 갈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의 이동은 가능했지만 연천 연구소만은 갈 수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이 상황이 불길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장수진은 직감적으로 이 일이 이설아와 관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그녀는 연천 연구소 주위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연구소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으로는 이동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걸어서 연구소로 들어가려 했다.
“뭐야……?”
얼마 가지 않아 장수진은 거대한 데이터 장벽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이것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었던 거야……?”
장수진은 그 데이터 장벽에 손을 대었다.
“세상에…….”
그 장벽은 그녀가 이때까지 보았던 그 어떤 장벽보다도 견고하고 단단했다.
게다가 두께는 상상 초월이었다.
“설아 언니……. 당신은 대체…….”
장수진은 기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설아의 능력은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장수진은 이설아와의 싸움이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쿠쿠쿠쿠쿠쿵-!!
“뭐, 뭐야?!!!”
그때 큰 소리가 나며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장수진은 그게 데이터 장벽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것임을 눈치챘다.
“맙소사!”
데이터 장벽은 점점 수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