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예상치 못한 전개 (6)
“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어이 김정철 씨. 당신 장수진보다 약하잖아. 뭔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장수진보다 약하다고?”
김정철 또한 내 말에 어이없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걔한테 검술을 가르쳤는데 내가 장수진보다 약하다고? 제발 제대로 좀 알고 입 좀 놀려줄래? 장수진 걔는 내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그거랑 장수진이 너보다 약한 거랑 뭔 상관이야? 지금 네가 걔한테 검술을 가르쳐준 지 얼마나 지났는데 말이야. 이런 발전 없는 새끼 같으니라고. 네가 그러니까 그 모양 그 꼴인 거야.”
“이 새끼가…….”
내가 도발하자 김정철은 바로 발끈하며 나왔다.
“사예드를 대신 없애준 대가로 고통 없이 편히 죽여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굳이 험한 꼴 당하길 원한다면 원대로 해주지.”
“사예드를 대신 없애준 대가? 같은 편이 죽었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크흐흐흐흐흐. 그 거지 같은 얘가 같은 편? 그거야 설아 입장에서 그러겠지. 나는 아니야.”
“너희……. 완전 콩가루 집안이구나?”
진짜 하여간 제대로 된 놈들이 없다.
하긴…….
제대로 된 놈들이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겠지.
“설아가 착해서 녀석을 거둬준 거였지. 하지만 사실 너희를 박살 내는 거야 설아랑 나만 있어도 충분해. 어차피 그 녀석은 적당히 이용하다가 버리는 패였어.”
“너……. 그런 꼬마애한테 질투나 느끼는 속 좁은 놈이었구나. 진짜 수준 떨어진다.”
“이 개새끼가!!!!!”
결국 김정철은 폭발하고 말았다.
이렇게 도발에 잘 넘어가면서 어떻게 요원 생활했는지 모르겠다.
“아주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좋다. 그 잘난 콧대를 박살을 내주지. 너 같은 녀석들을 많이 만나봤지. 하나같이 내 앞에서 그렇게 까불다가 다 보기 좋게 당했다.”
진짜 딱 내가 저 녀석한테 하고 싶은 말이다.
다들 저렇게 기고만장하다가 꼭 다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지.
“야! 뭔 말이 더 필요하냐. 붙자.”
“하압!!!!”
김정철은 나에게 매서운 속도로 돌진해왔다.
역시 요원 출신들이 날쌔긴 하다.
퍼억-!!!!
김정철이 많이 화나긴 했는지 매우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
데이터 장벽으로 쉽게 막기는 했지만, 이제껏 만났던 적들 중에서는 가장 강한 펀치였다.
“자신감 있을 만하네. 꽤 하는걸?”
“마치 네가 나보다 우월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김정철은 이번에 높이 뛰어올랐다.
“이거나 먹어!!!”
녀석은 공중에서 화려하게 한 바퀴를 돌며 돌려차기를 가했다.
퍼억-!!!!!
더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가볍게 막혔다.
“좋은 발차기이긴 한데 그 정도로는 내게 생채기 하나 못 입혀. 고작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겠지?”
“하!”
김정철은 가소로운 듯이 웃으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주제에 꽤 하나 보구나. 좋다.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녀석은 지금까지 봐주는 듯이 말했다.
아마 힘을 다 사용하지 않아서 이렇게 나오는 것 같다.
내가 1km 두께의 데이터 장벽을 박살 내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겁 없이 싸우는 걸 보면 녀석도 힘에서만큼은 자신이 있나 보다.
“내가 말이야. 파괴 능력만으로는 이설아보다 강하거든. 고작 1km 장벽을 부수고 왔다고 그렇게 설치는가 본데 나는 그보다 더 두꺼운 것도 부숴봤어.”
“네가 그러든가 말든가 난 관심 없어. 어서 덤비기나 해.”
“죽어!!!!”
김정철은 다시 나에게 달려들어 펀치를 날렸다.
퍼억-!!!!!!
“어?”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아까보다 최소 10배 정도 더 큰 충격이 가해졌다.
“치잇!”
나는 얼른 데이터 장벽을 두껍게 만들었다.
지지지직-!!!
하지만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김정철을 우습게 보지 마!!!!!”
녀석은 B급 조연 같은 대사를 날리며 다시 펀치를 날렸다.
쨍그랑-!!!!!!
대사는 구렸어도 힘은 제대로였다.
데이터 쉴드는 산산조각 나버렸고 그로 인해 나는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하하하!!!!! 고작 그 정도 두께로 이 김정철의 펀치를 막으려고 했다니. 아까 내가 1km보다 두꺼운 벽을 부쉈다고 하지 않았나? 사람 말을 어떻게 듣는 거야?”
“칫! 진짜 대사 하나하나가 다 구려서 못 들어주겠네.”
“아직도 상황 파악하지 못하고 이렇게 건방지다니. 네가 정신을 지금도 못 차렸구나.”
“네 놈한테 그런 소리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그냥 뒤져버려!!!!”
김정철은 높이 뛰어올라 양손을 맞잡은 다음 그대로 나를 위에서 내려찍었다.
나는 다시 데이터 쉴드를 구축했다.
“몇 번 말해?!!!! 소용없다고!!!!”
김정철은 힘차게 나를 위에서 찍어눌렀다.
“하압!!!!!!”
쨍그랑-!!!!
급하게 만들었던 데이터 장벽 또한 그대로 박살이 났다.
데이터 장벽이 얇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나에게 그대로 왔다.
“크헉-!!!”
나는 그대로 김정철의 주먹에 얼굴을 맞아버렸고 땅에 곤두박질쳤다.
“…….”
김정철의 주먹에 맞은 나는 충격으로 인해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나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몸을 부르르 떨기만 했다.
“크하하하하! 어떠냐? 내 주먹을 맞고도 아직 숨어 붙어 있는 것은 인정해주지.”
녀석은 발을 들어 내 얼굴을 짓밟았다.
“그 잘난 warrior도 여기까지군. 결국은 이렇게 될 건데 왜 개기는지 모르겠어. 그냥 좀 닥치고 나에게 바로 굽혔으면 이럴 일은 없었을 거잖아. 물론 좀 처맞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크하하하하하.”
녀석은 희열에 차 계속 호탕하게 웃어댔다.
“말할 힘도 없지? 거의 빈사 상태네. 하긴 내 주먹을 맞았으니 멀쩡할 리가 없지. 그냥 죽어라!”
녀석은 뒤로 약간 물러선 다음 내 얼굴에 사커킥을 날렸다.
퍼억-!!!!
내 얼굴은 완전히 반대로 돌아가 버렸다.
“거지 같은 새끼.”
녀석은 다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털어대기 시작했다.
“야!”
김정철은 박이나를 불렀다.
“네가 희망을 걸던 네 친구는 하늘나라 가버렸다. 이제 넌 어떡하냐?”
김정철은 박이나를 쳐다보며 한껏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너도 나한테 그대로 뒤지는 거지.”
김정철은 박이나에게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렇게 죽이지는 않을게. 나한테 개기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곱게 죽여줄 테니까 그냥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있길 바란다.”
“하!”
박이나는 의기양양해 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정철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웃어?”
김정철은 박이나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두려움에 떨며 그에게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여유가 넘쳤고 그를 비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김정철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지 그 반응은?”
“하하하하하하.”
박이나는 상황에 맞지 않게 웃어댔다.
“뭔데?!!!!!”
김정철은 짜증이 났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긴 뭐야? 네 꼴이 우스우니까 웃는 거지.”
“!!!!!”
김정철은 내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녀석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너!!!! 뭐야?!!!!”
녀석은 마치 유령을 본 것처럼 질겁했다.
“뭐긴 뭐야? 너를 농락하고 있는 사람이지.”
“뭐?!!!”
“아주 시원하고 좋더라. 힘이 장사야. 네 힘만큼은 내가 인정한다.”
“너 설마…….”
녀석은 이제야 자신의 신체 감각이 조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나 씨가 웃음만 참았으면 널 더 속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니……. 그걸 어떻게 참아요? 크큭.”
박이나는 여전히 웃기지 킥킥댔다.
“대체 뭔데?!!!”
김정철은 우리만 신나서 떠들어 대자 짜증을 냈다.
“알려줄 테니까 그렇게 화내지 마라. 사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때렸던 것은 데이터 쉴드가 아니라 코코넛이었어.”
나는 한쪽에 부서져 있는 코코넛을 가리켰다.
“아주 신나서 열심히 때려대더라? 그것도 맨손으로 말이야.”
나는 녀석의 감각을 원래대로 돌려주었다.
“크흑!!”
녀석은 그제야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냥 맨손으로 그걸 때렸는데 안 아프면 비정상이지. 그래도 요원이긴 한가 부수긴 하더라.”
“너 이 자식!!!!”
김정철은 심하게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봤다.
“이나 씨가 웃은 것은 내가 네가 부숴놓은 코코넛을 먹었기 때문이야. 맛있더라고.”
나는 녀석을 약 올리며 들고 있던 코코넛을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이 개자식아!!!”
김정철은 분노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녀석은 내 얼굴을 가격했다.
“끄아아아아악!!!!”
반대로 비명을 지르는 것은 녀석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이미 주먹이 박살 나 있는데 또 코코넛을 때리고 있네.”
“크윽!”
김정철은 눈물까지 흘리며 아파하고 있었다.
“어휴. 딱하나 눈물까지 흘리냐?”
“너 이 시발 새끼!!!!!”
김정철은 다시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크윽!!!!”
하지만 녀석은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좀 봐주니까 너희가 나랑 견줄 수 있을 거 같았어? 진짜 착각도 자유야.”
이번에는 내가 녀석에게 다가가 주었다.
“어이. 김정철.”
나는 녀석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었다.
“넌 말이야. 나에게 안 돼.”
짜악-!!!!!
나는 녀석의 뺨을 시원하게 갈겨버렸다.
“크헉!!!”
생각보다 충격이 큰지 녀석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아! 이건 질량 변화를 한 싸대기라 좀 더 아플 거야. 그냥 때리면 재미없잖아. 이나 씨.”
“네.”
“이나 씨도 여기로 와서 한번 때려보세요.”
“네.”
박이나는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김정철에게 다가왔다.
“질량 변화 좀 하고 때려주세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짜악-!!!!
박이나는 있는 힘껏 김정철을 때렸다.
그래도 심성이 고운 편에 속한 박이나인데 이렇게 망설임 없이 때리다니.
어지간히 녀석이 싫었나 보다.
“커헉-!!!”
강 싸대기를 두 대 연속 맞은 김정철의 뺨은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고작 두 대 맞고 죽으려고 하면 어떡하냐? 좀 더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너! 이거 안 풀어?!!!!”
김정철은 표독스럽게 울부짖었다.
“아직 힘이 넘쳐 나네. 좀 더 때려도 되겠다. 이나 씨. 좀 부탁드립니다.”
“네. 맡겨주세요.”
박이나는 CEO 제안을 수락했을 때보다 더 의욕 넘치게 나왔다.
이제는 팔까지 걷어붙였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짜악-!!!! 짝-!!!! 짜악-!!!!
박이나는 김정철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댔다.
“다른 쪽 뺨도 때려주세요. 한쪽만 때리면 재미없잖아요.”
“그럴게요.”
짜악-!!!! 짝-!!! 짝-!!!!
박이나는 반대 뺨도 야무지게 때려주었다.
“전 이 정도면 충분해요. 체증이 다 가라앉는 거 같아요. 스트레스 완전 풀리는데요?”
“좀 더 하시지.”
“괜찮아요. 라일 씨에게 넘길게요.”
“하하하. 그러면 이제 한번 제가 교육 좀 시켜볼까요?”
나도 팔을 걷어붙인 다음 몸을 풀었다.
“이 꽉 물어라.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