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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 예상치 못한 전개 (5) (181/201)

180화. 예상치 못한 전개 (5)

“!!!!!”

갑자기 웬 남자가 등장해 박이나는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무인도와는 걸맞지 않은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박이나는 행색과 분위기로 단번에 그 남자가 능력자임을 파악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내가 누구냐라……. 그냥 너를 인질로 잡으러 온 사람이랄까?”

그 남자는 초면부터 얄밉게 박이나에게 이죽대고 있었다.

“당신이 라일 씨가 말한 그 능력자군요.”

“글쎄? 그놈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남자는 박이나에게 저벅저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박이나는 경계하며 그 남자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네가 도망갈 곳이 있다고 생각해? 헛짓거리하지 말고 그냥 순순히 잡혀. 서로 피곤하니까 말이야.”

“당신! 더 다가온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남자는 박이나의 말에 깔깔대며 웃어댔다.

“진짜 주제 파악 못 하고 저렇게 말하는 꼴하고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

남자는 몸을 풀며 계속해서 박이나에게 다가갔다.

“오지 말라고요!!!!!”

박이나는 남자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다.

“어이. 너, 나를 자극하면 더 험한 꼴만 당할 뿐이야.”

남자는 싸늘한 얼굴을 하며 무섭게 말했다.

갑자기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박이나는 숨 막히는 긴장감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다시 박이나에게 다가갔다.

“당신! 진짜 안 되겠네요.”

박이나는 곧바로 남자에게 전기 공격을 가했다.

지지지지지직-!!!!!

남자 주위로 스파크가 생기더니 전기 충격이 일어났다.

“…….”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있었다.

분명 공격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남자를 보며 박이나는 당황했다.

지지지지지지지직-!!!!

박이나는 다시 한번 남자에게 전기 공격을 가했다.

“왜 한 번으로 깨닫지 못할까? 소용없다는 것을 모르겠어?”

“하압!”

박이나는 더 강한 충격을 남자에게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후우…….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네.”

남자에게 가해지는 전기 충격이 일순간에 멈춰버렸다.

“이 김정철이 우습게 보이나 보구나. 나름 요원 중에서는 뛰어났는데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박이나에게 뛰어갔다.

“하압!”

김정철은 높이 뛰어올라 박이나에게 발차기를 가했다.

챙-!

박이나는 황급히 보호막을 만들어 김정철의 공격을 막았다.

“흥! 이것도 한번 막아보던가!”

김정철은 다시 한번 박이나를 향해 발차기를 가했다.

박이나는 방어막의 두께를 더 두껍게 했다.

쨍그랑-!!!!

하지만 방어막은 그만 부서져 버렸다.

“하하하. 고작 이 정도였으면서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거야? 진짜 실망인데?”

요원 출신 김정철과 박이나의 육탄전은 애초에 가망이 없었을뿐더러 능력에서도 차이가 났다.

박이나는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냥 잡히라고 했지? 왜 굳이 발악해서 험한 꼴을 당하려는 거야?”

김정철은 박이나의 머리채를 잡으려고 했다.

지잉-!

박이나는 타이밍을 보며 다시 한번 방어막을 펼쳐 김정철의 손을 가둬버렸다.

“크크크크. 뭐 하는 거야? 이러면 내 손이 잘릴 줄 알았어?”

“!!!!!!!”

박이나의 기대와 달리 김정철의 손은 멀쩡했다.

게다가 방어막은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신체 능력도 달려. 데이터 다루는 능력도 달려. 진짜 노답이다.”

김정철은 박이나를 조롱하며 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으려고 했다.

“큭!”

박이나는 황급히 몸을 피하며 다시 방어막을 구축했다.

“그러니까 안 된다고!!!!”

김정철은 다리에 질량 변화를 준 다음 박이나를 발로 세게 가격했다.

콰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어막은 산산조각이 났고 충격의 여파로 박이나는 멀리 날아갔다.

“꺄아아아아악!!!!”

박이나는 그대로 바다까지 날아가 풍덩 빠져버렸다.

“허억……. 허억…….”

박이나는 잠시 공황 상태에 빠져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김정철은 물 위를 걸으며 유유히 그런 박이나에게 다가왔다.

“진짜 딱하다. 딱해. 너무 약해서 이렇게 하는 내가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야.”

박이나는 얼른 멘탈을 부여잡았다.

지금 상황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진짜로 당할 것 같았다.

박이나는 얼른 데이터를 조작해 김정철과 같이 물 위에 올라섰다.

“호오. 주제에 정신력은 좀 강한가 봐?”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지 그래?”

박이나는 더 이상 경어를 쓰지 않고 김정철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당신.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하하하. 그래. 어떻게 만들어 주는지 한번 기대해 볼게.”

둘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

“후우…….”

이 썩을 데이터 장벽은 무너질 생각을 안 한다.

한 500m까지는 해체가 잘 되었다.

그런데 날 농락하듯이 갑자기 순식간에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썩을…….”

간만에 맛보는 한계였다.

[라일 님. 이대로는 끝이 안 보입니다.]

디오도 정면 돌파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나는 데이터 장벽을 만지며 구조를 다시 분석했다.

굉장히 촘촘하고 견고한 장벽이었다.

솔직히 잘 만든 장벽임은 인정한다.

“이설아. 걔는 밥만 먹고 이것만 만들었나 봐?”

시험 삼아 다시 살짝 장벽을 무너뜨려 봤다.

슈슈숙-!

이제는 무너지자마자 다시 복구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게 바로 힌트였다.

“디오야. 방금 내가 깨달은 게 있는데, 일단 이건 이설아가 데이터를 보내서 복구된 게 아니야.”

[맞습니다. 외부 데이터의 유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벽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 자아라는 말이 되고 그 핵에서 복구 데이터를 보내고 있단 소리잖아.”

[맞습니다. 이 벽 안에 핵이 있습니다.]

“역시 그렇단 소리지?”

그렇다는 것은 핵만 부수면 이 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다.

문제는 핵의 위치가 어딨냐는 건데?

“내가 다시 한번 벽을 부술 테니까 어디서 복구 데이터가 흘러나오는지 파악해줘.”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데이터 장벽을 살짝 해체시켰다.

이번에도 벽은 복구되기 시작했다.

“추적해!”

[네.]

디오는 곧바로 데이터 경로를 따라 핵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라일 님. 도와주십시오. 이동 흔적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오케이. 맡겨주라고.”

디오 말대로 빠른 속도로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데이터를 복구시키며 길을 밝혀주었다.

“당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번만큼은 안 된다.”

나는 온 촉각을 곤두세우며 온 신경을 다해 복구에 집중했다.

[위치 발견했습니다!]

“오케이! 당장 좌표 찍어.”

[네!]

디오는 곧바로 장벽의 핵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좋아! 이제 게임 오버다.”

나는 핵이 있는 경로로 바이러스 데이터를 보냈다.

위치가 다 노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핵에 도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핵 잠식 시작합니다.]

디오는 바이러스 데이터를 이용해 핵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복구에 능하다고?

그렇다면 아예 통째로 먹어주지.

[잠식 완료했습니다.]

“좋아! 당장 복구 능력 중지 시켜.”

[네. 중지 시켰습니다.]

“그럼 이제 박살을 내야지!”

나는 오른 주먹에 질량 데이터를 강하게 주입시켰다.

“하압!”

나는 펀치 머신을 치듯 온 힘을 다해 벽을 때려버렸다.

콰아앙-!!!!!!!

데이터 벽이 요동치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복구되지 않았기에 벽을 부수는 것은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핵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라일 님. 이설아가 데이터를 보내 핵을 다시 차지하려고 합니다.]

디오가 내게 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못 두지.”

나는 얼른 드러난 핵을 향해 달려갔다.

[일단 막고 있지만, 데이터가 강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른 부숴버려야 합니다.]

“알았어!”

나는 데이터를 조작해 얼른 핵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나 먹어!”

나는 두 손을 들어 핵을 강하게 내려쳤다.

콰앙-!!!!!!

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벽을 부술 때보다 더 강하게 내려쳤는데 고작 금밖에 생기지 않다니, 어지간히 단단한 것 같았다.

만약 잠식하지 않은 채로 그냥 핵을 부수려고 했으면 답도 없었을 것이다.

한 방에 안 된다면 답은 간단하다.

부서질 때까지 내려치면 되는 것이다.

콰앙-!! 쾅-!!! 콰앙-!!!!

나는 계속해서 강하게 핵을 내려쳤다.

“하압!!!!!”

콰앙-!!!!! 쨍그랑-!!!

얼마 안 가 핵은 그대로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쿠쿠쿵-!

핵이 무너지자 나머지 벽들도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우! 이번에는 꽤 애먹었네.”

간만에 힘을 썼더니 땀이 조금 났다.

[라일 님. 동료들도 갇혀 있습니다.]

“아……. 그렇군. 박이나.”

갑자기 박이나가 생각났다.

온갖 멋있는 말을 다 해놓고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니…….

“당장 구하러 가자.”

나는 곧바로 박이나가 있는 무인도로 순간이동을 했다.

무인도 또한 견고한 데이터 장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다.

나는 장벽을 살짝 파괴한 다음 복구 데이터가 흘러나오는 곳을 찾았다.

[디오야. 바이러스 보내라.]

“네.”

디오도 이미 학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척하면 척이었다.

장벽 핵은 손쉽게 잠식되었다.

“그럼 부순다!!!”

나는 장벽에 강펀치를 가했다,

와장창-!!!!!!

장벽은 시원하게 부서져 내렸다.

나에게 사용한 감옥보다 강도가 약했는지 이번에는 핵만 남고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벽이 무너지자 어떤 남자와 박이나가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이나는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은 핵을 부수는 것보다 박이나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순간이동을 사용해 얼른 박이나에게로 이동했다.

“하압!!!!”

남자는 박이나에게 발차기를 가했다.

쾅-!

아슬아슬했지만 나는 놈의 발차기를 막을 수 있었다.

“이라일!!!!”

놈은 나를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여기로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녀석은 내 얼굴을 보고 기겁했다.

“라일 씨!”

박이나는 매우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행히 딱 맞게 온 거 같네요.”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길래 저는 라일 씨가 어떻게 되신 줄 알았어요.”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시 애를 먹은 것뿐입니다. 이제 그것도 다 해결됐습니다.”

나는 박이나를 공격했던 남자를 노려봤다.

“일단은 저 자식부터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녀석과 대치해서 섰다.

“하, 하핫!”

남자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얼른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라일. 대단하구나. 설아가 만든 벽을 부수고 오다니. 꽤 하는걸?”

“네가 그 김정철인가 뭔가 하는 놈이냐?”

“하! 너, 나를 아는구나.”

“이설아 따까리잖아. 그 정도만 알아.”

“듣던 대로 아주 시건방지구나. 하하하.”

김정철은 내게 썩소를 날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도 저년처럼 나에게 혼 좀 나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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