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예상치 못한 전개 (4)
퍼억-!!!!!
“커헉-!!!!”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가라앉는 느낌이다.
“어린아이면 막 사람 맘대로 죽여도 되는 거야? 그러면 다 끝나는 거야? 천만의 말씀이야.”
나는 야구 배트 하나를 가져왔다.
“자고로 너 같은 놈들은 매가 약이지.”
“그, 그걸로 뭐 하자는 거야?”
사예드는 야구 배트를 보며 소스라쳤다.
“뭐 하긴? 너에게 빠따 교육이 뭔지 알려주려고 하지.”
나는 녀석에게 온화한 미소를 날려주었다.
“자. 착하지? 엎드려 뻗쳐줄래?”
내가 조종하자 사예드는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며 엉덩이를 내게 내밀었다.
“자. 이번 시간을 통해 어른을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았으면 한다.”
“하, 하지 마!!!! 하지 마!!!!”
사예드는 발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를 자극할 뿐이었다.
“시끄러워!!!”
퍼억-!!!!!
이번에는 꽤나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끄아아아아아악!!!!!!”
사예드는 아주 죽겠다는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으어어어어!!!!”
녀석은 너무나 괴로운지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고 있었다.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이 개새끼야!!!!!”
“네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알겠습니다’ 하면서 그만둬 주겠냐?”
“하지 마!!!!”
퍼억-!!!!!!
“끄아아아아아악!!!!!!”
얘가 불쌍하냐고?
아니!
전혀.
“너 이 개자식!!!!!”
봐봐.
이 자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거지?”
나는 또 녀석을 때리기 위해 배트를 들었다.
[라일 님!!!!!]
갑자기 디오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왜?”
[이거 함정입니다.]
“응? 뭐?”
갑자기 디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함정입니다.]
내 눈에 사예드가 슬며시 웃고 있는 게 들어왔다.
“뭔데?”
“크흐흐흐흐흐흐.”
녀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웃고 있었다.
“이라일. 진짜 한심하구나. 너무나 한심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녀석. 라일 님을 한눈팔게 만든 뒤에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백기완, 전일수, 박이나가 전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
내가…….
저 녀석에게 한 방 먹었다고?
“이제야 눈치챈 것 같네? 크흐흐흐흐. 이렇게 단번에 낚여주다니. 너무 실망인걸?”
녀석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었는지 아까보다 더 건방져졌다.
“후우…….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직접 미끼가 되었지. 망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 이렇게 보기 좋게 당해주니까 말이야.”
“개소리를 하더라도 좀 알아듣게 좀 해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네가 이렇게 나한테 신경 쓰는 사이 네 친구들은 인질로 잡혀 있다는 거지. 물론 너도 말이야.”
[저 녀석 말이 맞습니다. 지금 우리는 데이터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디오가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데이터 복구 능력은 이제 막 개발하고 있던 터라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너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탐색해보니 흔적을 한 번만 지운 게 아니라 계속해서 지우고 있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데이터 복구 능력은 저 애새끼를 놓친 이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지.
“우리 설아 님께서 특별히 이 감옥을 만들어 주셨다. 네가 해제한다고 해도 이 감옥은 계속해서 복구되지.”
“그래? 대단하네?”
진짜 감흥이 없어서 대충 말했다.
“네가 내가 지운 데이터를 쫓아올 거란 것도 다 예상했던 바다. 역시나 그대로 쫓아오더군. 하지만 데이터 감옥이 설치되어 있다는 흔적은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왜냐면 네가 복구하는 속도보다 우리가 지우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계속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와중에 말은 잘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은밀하게 행동하는 데에 집중해왔다. 네가 설아 님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지. 그동안 너 혼자 잘났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있었지? 하지만 넌 설아 님 앞에서는 그냥 한낱 애송이일 뿐이다!!!!”
“말 다 했냐?”
나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어서 다시 배트를 들었다.
“뭐 하는 거지……? 내 말이 장난 같냐?”
녀석은 내가 다시 때릴 준비를 하려고 하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네 말 충분히 잘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한테 지금 겁나 맞고 싶다는 거지?”
“뭐라는 거냐? 이 미친 새끼야!!! 지금 상황 파악 안 돼?!!! 넌 여기에 갇혀 있고 네 동료도 모두 잡혀 있다고!!!”
퍼억-!!!!!
“끄아아아아악!!!!!”
녀석이 나의 화를 더 돋워 준 덕분에 난 더 힘차게 녀석을 때릴 수 있었다.
“끄어어어어!!”
이번에는 많이 강했는지 녀석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두 번째 교육 시작이다. 어른을 상대로 시답잖은 협박을 한다? 그러면 이렇게 조져지는 거다. 알겠어?”
“이 미친 새끼. 동료들이 다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안 죽어. 새끼야.”
나는 다시 배트를 들었다.
“우리 동료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그리고 말이야.”
나는 녀석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난 이설아보다 강해.”
“…….”
녀석의 얼굴에는 이제 공포가 드리워졌다.
“너! 나를 겁줘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가 본데 천만의 말씀이야. 난 죽을 각오 하고 여기에 왔어. 너를 붙잡을 수만 있다면, 설아 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내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고.”
“응.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녀석의 머리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 다음 골프 치는 자세를 취했다.
“이제 보니 엉덩이가 아니라 머리를 때려야겠어. 머리가 비정상인 거 같으니까.”
“하, 하지 마!!!! 하지 마!!!!!”
아까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녀석은 정신 사나울 정도로 손사래를 쳐댔다.
“그냥 처맞으세요.”
퍼억-!!!!!
난 시원하게 녀석의 머리를 배트로 날려버렸다.
추욱-!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흠……. 아까 비명을 질렀던 게 더 재밌었는데. 이번 반응은 재미가 없네.”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전기로 지져주니 녀석은 다시 기절에서 깨어났다.
“허억……. 허억…….”
녀석은 충격이 꽤 큰지 많이 힘들어했다.
“이제야 좀 보기가 좋네. 역시 머리를 때리니까 좀 나아지는 건가?”
“커헉! 컥!!!”
녀석은 많이 어지러운지 토까지 했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남의 집이라고 아주 막 하는구나.”
토사물을 보니 인상이 저절로 써졌다.
진짜.
이 꼬마애는 나를 어지간히 빡치게 한다.
“나, 나를 죽이면 설아 님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 내가 보기에는 이설아는 널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냐?!!!!”
녀석은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이설아가 녀석의 발작 버튼인 거 같았다.
“넌 그냥 이용당하다가 버려지는 패일 뿐이야. 아직도 그걸 모르겠냐?”
“아니야!!!!”
녀석은 혼자 분을 못 이겨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뭐, 맘대로 생각해라.”
“당장 항복하고 설아 님께 빌어라. 네가 고개를 숙인다면 혹시 아냐? 설아 님이 너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지.”
“야. 목숨 따위는 바칠 수 있다며. 막상 죽으려니까 두려운 거야? 왜 이렇게 혀가 길어?”
나는 권총을 꺼내 녀석의 머리를 조준했다.
“마지막 교육이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톡톡히 명심하고 지옥에 가길 바란다.”
“나를 죽이면 너도 살인마잖아!!! 그리고 너는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고!!! 나보다 네가 더 최악이라고!!!”
“아! 모르나 본데 범죄자랑 살인마는 사람이 아니야. 난 그런 놈들만 조졌어.”
“이익!!!!!”
녀석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여댔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네가 안 좋은 일 당했다고 그렇게 막 사람을 죽이고 다니면 안 돼. 알겠지? 너 때문에 죽어간 이라크 군인들은 무슨 죄야?”
“이거 당장 풀어!!!! 안 풀면 다 죽여버릴 거야!!!!”
“여전히 정신 못 차리네. 나머지 교육은 지옥에 가서 받길 바란다.”
철컥-!
나는 녀석의 머리에 총을 댔다.
“잘 가라!”
타앙-!
사예드의 몸은 축 늘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는 중2병의 말로였다.
“하아……. 집이 엉망이네.”
나는 어지럽혀진 집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라일 님. 어서 데이터 감옥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사예드의 말이 그렇게 허풍은 아닙니다. 동료들이 위험합니다.]
“오케이.”
나는 눈을 감고 주변의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했다.
“…….”
솔직히 금방 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데이터 장벽이 두꺼웠다.
현실로 치자면 지금 내 집 주위가 1km 두께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두께에 어이가 없었다.
“그 미친년은 밥만 먹고 이것만 만든 거야? 그리고 언제 이걸 설치한 건데?”
진짜 토가 나올 정도의 두께였다.
젠장…….
그냥 협상할 걸 그랬나?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겠어. 풀어야지. 진짜 지금 내가 고생한 것보다 100배는 더 갚아 줄 거다.”
나는 혀를 끌끌대며 데이터 장벽을 해체하러 갔다.
***
박이나는 지금까지 무인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순간이동을 시도해봤지만 이동되지 않았다.
이라일에게도 계속 연락을 해 봤지만 연락도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녀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었을 때야 이곳이 휴양지였다.
하지만 이동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조난 영화를 찍어야 했다.
식량도 없고 물도 없고 지낼 곳도 없다.
그야말로 막막해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능력은 사용할 수 있었고 그녀의 데이터 자아는 멀쩡했다.
문제는 섬 주위를 감싸고 있는 데이터 장벽이었다.
1km 두께의 장벽이라니.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두께다.
그 장벽이 데이터 유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면 돌파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녀는 데이터 장벽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제 속도는 절망적일 정도로 느렸다.
1시간을 투자했지만, 고작 1m의 장벽만 해제되었다.
“언제 다 해제하지……?”
아직도 999m의 장벽이 남아 있어 그녀는 깝깝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지잉-!
장벽은 그녀를 농락이라도 하듯 다시 복구되었다.
그녀가 1시간 동안 투자한 노력은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하아…….”
그녀는 힘이 빠져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일 씨. 저 무서워요.”
그녀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은 없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박이나는 너무나 답답할 따름이었다.
“어이. 아가씨!”
그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