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카람레시의 아이 (4)
“공격해 놓고 그냥 가도 되는 거야?”
TI 놈은 거들먹거리며 수진이에게 이죽대기 시작했다.
“뒤진 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 있네?”
수진이는 재밌다는 듯이 테러리스트 놈을 쳐다봤다.
“그냥 거기서 누워서 자빠져 있는 게 좋았을 텐데 말이야. 왜 굳이 죽고 싶어서 발악하는 거야?”
“하하! 건방진 년.”
테러리스트는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수진이에게 개기고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던데…….
본인 능력도 아니고 남의 도움이나 받는 주제에 저러는 꼴이 정말 한없이 우습다.
“죽어라! 건방진 년!”
테러리스트 놈은 칼을 들고 장수진에게 달려들었다.
챙-! 챙-!
수진이야 이제는 데이터를 다루는 데 도가 텄기 때문에 저런 공격 따위는 숨 쉬는 것보다 더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고작 이것 가지고 나한테 덤빈 거야?”
수진이는 어이없어하며 테러리스트를 향해 다시 한번 강한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이번에는 녀석의 데이터 쉴드를 해체한 다음 공격했다.
“흐하하!”
하지만 수진이의 공격 또한 막혀버리고 말았다.
테러리스트는 수진이를 보며 비열하게 웃어댔다.
“너…….”
수진이는 녀석이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무리에 섞여서 잘 몰랐는데. 너, 이제 보니 능력자구나…….”
“하하. 그걸 이제야 알다니 감이 안 좋은데? 내가 대놓고 이렇게 너한테 깝치는데 몰랐어?”
“네가 능력자라 해서 뭐 달라질 건 없어. 그냥 죽는 거지.”
“해보시던가.”
녀석의 도발에 수진이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내 들었다.
“원한다면.”
수진이는 전광석화처럼 달려가 녀석들 덮쳤다.
충격으로 인해 테러리스트는 그만 뒤로 자빠져버렸다.
“이 새끼가!”
“해보라며 자식아.”
수진이는 여유롭게 녀석의 데이터 쉴드를 해체해 나갔다.
“아까는 생각보다 복구 속도가 빨라서 그랬는데, 이번에는 어림없어. 이번에도 공격 못 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못 살지.”
“크윽!”
수진이가 완전 맘먹고 데이터 쉴드를 해체하고 있는지 놈은 쪽을 못 쓰고 있었다.
결국 녀석의 데이터 쉴드는 완전히 해체되어 버렸다.
“죽어라!”
푸슉-!
수진이의 칼은 녀석의 심장에 꽂혀 버렸다.
“끄아아아악!!!!”
테러리스트는 비명을 질러댔다.
“이로써 내 자존심은 지켜졌군.”
수진이는 희열에 차며 말했다.
이 녀석은 저렇게 건방진 놈들을 조져야 행복하나 보다.
물론 나도 그렇긴 하지.
근데…….
뭔가가 이상했다.
심장에 칼이 정통으로 꽂혔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즉사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저 테러리스트 놈은 무슨 좀비처럼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야…….”
수진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테러리스트를 관찰했다.
칼이 꽂혀 있는 곳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놈의 몸은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생체 데이터 조작은 상당히 까다롭다.
분명 저 테러리스트 놈의 능력을 아닐 터.
그 애새끼가 이 싸움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관여해주지.
나는 곧바로 놈 앞으로 이동했다.
“수진아, 비켜 봐.”
“네?”
나는 테러리스트 놈의 몸에 꽂혀 있는 수진이의 검을 집었다.
“너 warrior구나.”
이 미친 좀비 새끼는 나를 바라보며 비열하게 웃어댔다.
“그래. 감히 너 따위는 마주할 수도 없는 존재지. 이렇게 나서 준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닥쳐! 이거 안 치워?!!!”
녀석은 발끈하며 내 손을 잡았다.
“이익!”
힘을 꽤 줬는지 녀석은 몸까지 부르르 떨며 내 손을 아작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내게 이딴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너 뭐 하냐? 아주 애쓴다. 애써. 그딴 게 내게 통하겠냐?”
“잘난 척하지 마!”
녀석은 더 발악하며 힘을 주었다.
그래봤자 내게 아무런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결과는 똑같았다.
“내가 너 같은 애들 몇 명 만나봤었거든.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올리버란 녀석을 만났었지. 그 CIA 국장이었던 놈 있어. 무튼 그놈은 자기가 이용당하는 건 줄도 모르고 능력 좀 생겼다고 설치더라고. 그러다가 된통 당했지.”
난 반대로 녀석의 손을 잡아 세게 쥐었다.
“아아아아악!!!!”
녀석은 비명을 지르면서 발광을 했다.
하지만 난 봐주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 게 어디서 깝치고 지랄이야?”
나는 이어서 녀석의 심장이 재생되고 있는 것을 멈추게 했다.
“커헉!”
테러리스트 놈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잠깐…….”
뭔가가 이상했다.
[라일 님. 이거 미끼입니다!]
디오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테러리스트 놈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이 폭발 데이터로 바뀌고 있습니다.]
역시나 이 녀석은 버리는 카드였다.
이런 놈들의 말로가 다 이렇지.
그나저나…….
빨리 막지 않으면 최소 폭발 반경 10km는 작살이 난다.
나는 폭발 데이터를 공기 데이터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의 폭탄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에 이제 이런 거야 식은 죽 먹기였다.
“뭐야?”
하지만 변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소용이 없었다.
“왜 막히는 건데?”
[암호 데이터로 되어 있어서 풀지 않으면 변환이 안 됩니다.]
“…….”
또 그놈의 썩을 암호 데이터.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태평하게 암호나 풀고 있을 시간은 없다.
“젠장! 일단 막자.”
콰앙-!!!
테러리스트의 몸이 터지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곧바로 폭발 주위로 데이터 쉴드를 만들어 충격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데이터 쉴드 안에서는 거센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 난리였다.
“라일 님. 괜찮으십니까?”
수진이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누굴 걱정해? 이전에 핵미사일 막은 거에 비하면 이 정도 압력은 아무것도 아니야.”
압력은 괜찮았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그 미성년자 애새끼에게 뭔가 당한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암호 풀었습니다!]
“오케이.”
잭슨이 마지막에 남겼던 선물처럼 정교한 암호는 아니었다.
그 애새끼가 그냥 나를 가지고 놀고 싶었나 보다.
나는 곧바로 폭발 데이터를 공기 데이터로 바꿔 잠재웠다.
“하하……. 애새끼가 어리다면 다 봐줄 줄 알고 착각하나 본데, 천만의 말씀이야.”
“…….”
내 말에 수진이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야! 장수진. 마음 단단히 먹어라. 네가 지금 보고 있듯이 그 애새끼가 테러리스트들 데리고 장난치고 있잖아. 너 이것도 봐줄 거야?”
“아닙니다…….”
“대답이 시원치 않은데? 그냥 여기서 빠질래?”
“아닙니다! 이건 저 때문에 벌어진 일. 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검을 들어 녀석에게 던졌다.
수진이는 가볍게 검을 받았다.
“그럼 잘 해봐. 판은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웬 미친놈이 실성하며 등장했다.
녀석은 검을 들고 설쳐대고 있었다.
“수진아. 저것부터 빨리 치워줄래?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예. 알겠습니다.”
수진이는 가볍게 웃은 다음 녀석에게 다가갔다.
“야! 너 뭐냐?”
“너? 지금 이 몸을 그렇게 부른 건가?”
그 미친놈은 수진이를 가소로운 듯이 쳐다봤다.
“응. 너 이 미친놈아.”
“흐하하하하하!!!!”
녀석은 다시 박장대소하며 찰지게 웃기 시작했다.
진짜 살인 충동 일으키게 하는 데는 자질이 있어 보였다.
“TI의 지도자인 이 라드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정말 용기 하나는 가상하구나.”
꼭 저렇게 B급 조연 티 내는 대사를 한다.
그 애새끼가 보호해줄 줄 알고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
과연 그럴까?
탁-!
나는 TI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데이터 쉴드를 전부 다 해체시켰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마음 먹고 절대 복구 못 하도록 철저히 해체했다.
복구하려는 낌새는 없다.
역시 그 애송이 놈은 튀었다.
“덤벼라. 이 몸이 친히 상대해 주지.”
TI 지도자 녀석은 저런 사실은 전혀 모른 채 여전히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
응.
넌 이제 뒤졌어 바보야.
서겅-!
“…응?”
저 라드라는 놈은 팔 하나가 날아갔는데도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하긴 이건 수진이가 너무 빨라서 일려나?
푸슈슉-!!!!
잘려 나간 녀석의 팔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으아아아악!!!”
녀석은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떨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녀석은 완전히 멘붕에 빠져 있었다.
“보호해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왜 갑자기?!!!!”
“병신아. 믿을 놈을 믿어야지. 믿을 사람이 없어서 철부지 어린아이를 믿냐?”
수진이는 쓰러져서 발악하는 녀석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무래도 다시 원래의 수진이로 돌아온 것 같다.
너는 그 표정이 어울려 수진아.
세상 한심하다는 듯이 능욕하는 그 표정 말이야.
“난 말이야. 너 같은 테러리스트 놈들이 제일 싫어.”
수진이는 칼을 돌려대며 녀석의 목에 칼을 댔다.
“아주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보니까 말이야.”
수진아…….
그러면 너는 너도 싫겠다?
아!
저놈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제발! 저를 보호해주십시오!!!! 저를 살려주십시오!!! 당신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보호해 주십시오!!!!”
저 녀석은 마치 신에게 빌듯 그 애송이 녀석에게 빌기 시작했다.
처절하게 울부짖었지만, 당연히 아무 조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녀석은 찌질한 애새끼라고.”
“그, 그런!!!!!”
녀석은 현실을 부정했다.
“뒤져!”
푸슉-!
수진이는 그대로 녀석의 목에다가 칼을 꽂아버렸다.
녀석은 절망에 찬 표정으로 그렇게 죽어갔다.
“장수진! 돌아왔네. 계속 그렇게 하라고!”
나는 수진이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수진이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자! 그럼 잠시 차질이 있었지만, 다시 가보도록 해볼까요?”
나는 TI들의 모든 데이터 쉴드를 해체했고 반대로 이라크군은 보호해주었다.
“자! 어서 저 건방진 녀석들을 해치워라!!!”
아까까지 다 죽어가던 표정을 짓던 이라크군 사령관은 지금은 아주 자신만만해져서 설치고 있었다.
진짜 이놈이나 저놈이나 태세 전환들은 왜 이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내 지원을 받은 이라크군은 TI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대는 안 됐다.
잠시 자신들이 바그다드를 정복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놈들은 현실을 쓴맛을 톡톡히 맛보고 있었다.
알아서 죽으려고 찾아온 녀석들을 없애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으아아아악!!!”
“살려 줘!!!!”
거의 괴멸 상태에 이르자 그제야 살아남은 놈들은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나는 녀석들의 위치 정보를 이라크군에게 돌렸다.
이라크군이 마지막 남은 TI 일당까지 야무지게 처리했다.
그렇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TI는 하루 반나절도 안 돼서 전멸해 버렸다.
“쉽네. 쉬워.”
나는 TI를 처리한 것에 만족해하며 손바닥을 가볍게 털었다.
띠링-!
그때 갑자기 메시지 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