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카람레시의 아이 (2)
이라크 바쿠바.
세계적인 테러리즘 단체인 TI가 주둔해 있는 곳이다.
강대국 곳곳에 일당들을 파견해 테러를 일삼아,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단체이다.
화가 단단히 난 강대국들은 TI를 혼내주기 위해 연합하여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TI는 워낙 견고해서 전혀 밀리지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결국 강대국들의 TI의 점령은 실패로 끝났고 TI의 기세만 더 올라가 버렸다.
그런 TI 본부에 웬 소년 하나가 등장했다.
“넌 뭐냐?!!!!”
갑자기 등장한 한 소년을 향한 TI 본부 경비병들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다.
푸슈슉-!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으깨져 버렸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들은 시체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소년은 유유히 TI의 본부로 들어갔다.
그에게는 감정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소년은 자신을 공격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CCTV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보며 경악했다.
두꺼운 차단막이 내려가며 소년의 경로를 막았지만,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차단막을 통과해 지나갔다.
결국 소년은 TI 지도자실에까지 손쉽게 도착했다.
“너……. 대체 뭐냐?”
TI 지도자 라드는 두려운 목소리로 소년에게 물었다.
“…….”
소년은 무표정으로 말없이 라드를 쳐다볼 뿐이었다.
“젖비린내나는 애송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죽고 싶어?!!!!”
라드는 분노하며 소년에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끄아아악!!”
충격에 의해 날아가는 것은 오히려 라드였다.
벽에 부딪힌 라드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부르르 떨기만 했다.
“너, 너……. 뭐야?!!”
라드는 두려운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또한 CCTV로 소년이 어떻게 여기로 들어오는지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직접 당해보니 얼마나 소년이 강한지가 몸소 체감되었다.
소년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초인이었다.
“TI 지도자 라드.”
소년은 드디어 그 무거운 입을 뗐다.
“내 종이 되어라.”
“뭐……?”
라드는 어이가 없었다.
새파랗게 어린 소년이 전 세계를 두렵게 만든 테러리스트 수장에게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내 종이 되기 싫다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니야? 너 같은 애송이가 무슨…….”
“그것참 아쉽군.”
라드는 말을 다 이어갈 수가 없었다.
지잉-! 털썩-!
그의 목이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걸 지켜보던 라드의 부하들은 질겁했다.
“뭐, 뭐야?!!!!”
“미친!!!!”
그들은 황급히 총을 들어 소년을 겨누었다.
“이렇게 계속 죽으면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데? 너희, 내가 한 번만 기회를 더 줄 테니까 그거 내려놓지 않을래?”
하지만 라드의 부하들은 여전히 소년을 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하아…….”
소년은 한숨을 내쉰 다음 손을 들었다.
“나, 나는 내려놓겠어!!!!”
한 부하가 기겁하며 황급히 총을 내려놨다.
“야!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 새끼가!!!”
동료들은 그가 총을 내려놓자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좋은 선택을 했군.”
소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잉-! 푸슈슈슉-!!!
갑자기 소년에게 총을 겨누었던 사람들의 목이 일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털썩-!!!
순식간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목 떨어진 시체가 되어버렸다.
“으……. 으아아아아!!!!”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소년에게 총을 거둔 자였다.
그는 처참하게 죽은 동료들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닥쳐!”
소년은 살아남은 부하의 입을 막았다.
덩치는 분명 작았음에도 힘이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소년은 아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했다.
소년은 그를 한번 노려본 다음 손을 뗐다.
“허억……. 허억…….”
그는 무서움에 숨을 헐떡였다.
“야!”
“……네.”
“이제부터 네가 새로운 라드다.”
“네?”
“…말귀 못 알아들으면 재미없는데.”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TI는 내가 접수한다.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알았어?”
“네!”
새로운 라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답을 힘차게 했다.
“그러면 당장 전 병력 집합시켜.”
“네! 알겠습니다.”
새로운 라드가 TI 전 병력을 집합시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미 소년은 TI 일당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거기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은 본보기로 죽여버렸다.
이미 그들 또한 warrior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와 같은 존재에게 함부로 덤볐다가는 가차 없이 박살 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TI 일원들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서둘러 집합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들 앞에 섰다.
“잘 들어라.”
이제는 아무도 그가 소년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엄청난 긴장감만 흐르고 있었다.
“너희는 여기 있는 새로운 라드의 명령을 따라라.”
“…….”
“대답이 없는 것은 죽고 싶다는 의미라고 알아도 될까?”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우렁찬 대답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특히 너희 같은 테러리스트 놈들에게는 말이야.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앞으로 대답 똑바로 해!”
“예! 알겠습니다.”
소년은 이런 것에 꽤 익숙해 보였다.
어쩌면 어리기 때문에 더 순수하게 악한 것일 수도 있었다.
“너희는 지금부터 바그다드를 점령한다!”
“네!!!!”
갑자기 바그다드 점령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망설이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대답을 크게 했다.
“그럼 준비해라!”
“예!!!”
그렇게 아무런 대책 없는 TI의 이라크 점령이 시작되었다.
“이게 맞는 거야?”
TI 일원들은 준비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이 상태로 그냥 바그다드로 진격했다가는 개 박살 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도와주겠지. 들어보니까 warrior는 북한과 중국도 금방 점령했다는데. 아군의 피해는 전혀 없이 말이야.”
“그러겠지?”
그들은 기대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새로운 라드는 소년에게 보고했다.
“그래?”
소년은 씨익 웃었다.
“그러면 진격 시작해.”
“예!”
TI는 곧바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한편 이라크군은 TI의 동향을 다 파악한 상태였다.
“사령관님. TI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사령관은 부하가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봤다.
“이 녀석들……. 지금 이곳으로 진격해 들어오겠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미치겠군…….”
사령관은 황당했다.
TI가 게릴라전에는 능했지만, 솔직히 정면 대결에서는 이라크군이 더 우세였다.
그런 TI가 지금 밑도 끝도 없이 정면으로 바그다드로 진격해올 기색이었다.
“이 녀석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글쎄요…….”
부하는 곤란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저희도 지금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갑자기 이런 것이라서요.”
“설마…….”
사령관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보장도 없었다.
“……warrior가 개입한 것인가?”
북한과 중국을 단번에 제압한 그 괴물이 TI를 도와준다면 말이 되는 상황이었다.
“설마요……. warrior가 아무리 막무가내라지만 TI를 도와줄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warrior는 자신에게 덤볐던 놈들을 공격하는데, 우리는 그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았고요.”
부하는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그 역시 warrior가 여기에 개입한다는 것은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대체 TI는 왜 이러는 거야? 녀석들이 갑자기 미쳤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이 안 돼.”
사령관은 TI의 돌발행동에 답답할 뿐이었다.
“일단은 전투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찌 됐든 녀석들과 싸워야 하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알았다……. 전군에게 당장 전투 준비하라고 전해.”
“네.”
부하는 곧바로 조치를 취하러 나갔다.
애애애애애앵-!!!!
바그다드 기지에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라크군은 서둘러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어떠한 낌새도 전혀 없이 갑자기 TI와 이라크군의 전투가 임박하기 시작했다.
“진짜…….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대규모 전투를 준비하다니…….”
“게다가 TI 녀석들이 여기로 직접 쳐들어온다니……. 단체로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
이라크 병사들 또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TI와 이라크군은 대치하기 시작했다.
“시발……. 지금 이 상황이 진짜 현실이라니.”
사령관은 진격해 오는 TI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곧 놈들이 공격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장 공격해! 먼저 공격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당장 싸워!”
“네!!!”
참모는 곧바로 사령관의 지시를 알렸다.
이라크군은 일제히 TI를 향해 사격 준비를 시작했다.
“발사!!!!”
콰앙-!! 쾅-!!!
포탄과 총알이 TI를 향해 맹렬하게 쏟아졌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악!!!”
TI 측은 난리가 났다.
그들은 이라크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그냥 정말 대책 없이 자신들을 습격한 소년의 명령에만 따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소년이 자신들을 도와줄 거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TI 일당들은 제대로 박살 나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젠장!!!!! 처음부터 이건 말도 안 됐다고!!! 어떻게 이렇게 싸우라는 거야?!! 끄아아아악!!!!”
TI 진영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이라크군이 긴장하고 처음부터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봐주거나 망설이는 것 없이 이라크군은 TI를 거침없이 공격했다.
“저, 저기요…….”
새로운 라드는 전황이 심각하자 소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왜?”
소년은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다급한 TI 일당들과는 달리 소년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저희를 도와주시지는 않을 건가요? 이대로라면 그냥 괴멸하게 생겼는데요?”
“내가 왜 너희들을 도와줘야 하지?”
소년은 너무나 뻔뻔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 뻔뻔한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라드는 할 말이 없었다.
라드는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네가 공격하라고 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전투를 하고 있잖아!!! 그러면 우리를 도와줘야 할 거 아니야.”
어차피 이대로라면 이라크군에게 당할 게 분명했기에 라드는 보이는 게 없었다.
크게 분노한 그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소년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응. 전투하라고 했지. 근데 왜 그게 당연히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게 되지?”
“…….”
라드는 소년에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씩씩거리기만 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악!!!”
이러는 와중에도 그의 동료들은 계속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일이 상당히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소년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빨리 안 싸우고 뭐 해? 그냥 이대로 죽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