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그녀의 과거 (7)
이설아가 쳐다보니 공관장과 함께 테러리스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총으로 이설아와 장수진을 겨누었다.
“하하하하하! 함정에 걸려들다니 꼴이 좋구나.”
공관장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이죽거리고 있었다.
“무슨 B급 배우 같은 대사를 하고 있어?”
“여전히 건방지네. 상황 파악도 못 하고 말이야.”
공관장은 자신이 완전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지 자신감이 철철 넘쳐흘렀다.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이설아는 공관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공관장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하! 눈빛 한번 살벌하군. 네가 지금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공관장은 버튼을 하나 꺼내 들었다.
“뭐지?”
이설아는 대충 예상이 갔기에 이를 빠드득 갈며 물었다.
“뭐 아는 것 같은데 새삼스럽게 왜 물어? 저 아이들과 교사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릴 버튼이지. 이걸 누르면 저 방에 있는 폭탄이 쾅 하고 터질 거야. 하하하하하하하!”
공관장은 비열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설아는 분노로 인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젠 인간이길 포기한 거냐? 너희 자식들은 네가 이러는 거 아냐?”
“모르지. 너희만 없다면 말이야.”
“이 새끼가…….”
이설아는 당장이라도 공관장을 작살내버리고 싶었지만 틈이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은 매서운 눈으로 이설아와 장수진을 감시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달려들려고 하면 총알 세례가 날아올 게 뻔했다.
그렇다고 방안으로 도망쳐 버리면 폭탄을 터트릴 것이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내가 미군들이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는 빠삭하게 알고 있어서 말이야. 유인하려고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뿌렸는데 이렇게 딱 걸려주네. 하하하하하하.”
공관장은 얄밉게 웃어댔다.
이설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온갖 생각을 다 했다.
이설아는 장수진을 힐끔 쳐다봤다.
장수진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큭…….”
이설아는 장수진의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데구르르르…….
테러리스트들에게 수류탄이 굴러들어왔다.
“도, 도망쳐!!!!!”
갑자기 수류탄이 굴러오자 다들 멘붕에 빠졌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설아와 장수진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탕-!
“끄아아아아악!”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이설아는 총을 쏴서 공관장의 손을 맞췄다.
공관장은 비명을 지르며 그만 기폭장치를 손에서 놓쳐버렸다.
쾅-!!!!
“끄아아아아악!!!!”
미처 도망치지 못한 테러리스트들 몇 명이 수류탄 공격에 당해버렸다.
이설아는 곧바로 테러리스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압!!”
“망할!!!”
이설아는 망설임 없이 기폭장치를 주웠다.
“휴! 다행이네.”
그녀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혹시나 수류탄에 의해 기폭장치가 터질 수도 있어 위험천만했지만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는데 다행히 통했다.
“어서 빼앗아!!!!”
테러리스트들은 황급히 이설아를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끼리 뭉쳐 있었고 이설아가 속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총을 쏠 수가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아군을 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은 하는 수 없이 개머리판으로 이설아를 공격하려고 했다.
퍼억-!
“커헉!!!”
이설아는 곧바로 자신을 공격하려는 테러리스트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다음 재빠르게 총을 집은 다음 상대를 발로 뻥 차면서 총을 빼앗아 버렸다.
“고맙다 잘 쓸게.”
투두두두두두-!
이설아는 빼앗은 총을 난사했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다 적이었기에 테러리스트처럼 아군을 맞출까 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또다시 테러리스트 몇 명이 그대로 당해버렸다.
탕-! 탕-!
“끄아아악!”
장수진도 이설아를 도와 테러리스트들을 한 명 한 명씩 처리해갔다.
“우리가 우스워?!!!!”
동료들이 당하자 테러리스트들도 악에 받쳐 이설아와 장수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
“흐핫!”
장수진은 재빨리 인질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총을 피했다.
투두두두두-!!!!
테러리스트들이 쏜 총에 의해 문에 구멍이 숭숭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인질들은 일찌감치 총이 안 닫는 곳으로 몸을 피한 후라 피해가 없었다.
“망할! 엄청 쏴대네….”
장수진은 엉망이 되어 있는 문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밖에는 여전히 이설아가 있었다.
장수진은 이설아가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크흑!!!”
이설아는 몸에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요원이라지만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었다.
“이 망할 년!!! 꼴이 좋구나!!!”
짝-!!!!
공관장은 쓰러져 있는 이설아의 머리채를 잡은 다음 뺨을 후려갈겼다.
“크흑!”
부상이 심한지 이설아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아파하기만 했다.
“네년은 이것 가지고 안 돼. 좀 더 당해야 한다고!!!”
퍼억-!!!!!
공관장은 표독스럽게 소리 지르며 이설아의 얼굴을 한 번 더 가격했다.
공관장의 주먹을 맞은 그녀는 뒤로 나빠져 버렸다.
“이런 미친!!!”
이설아가 당하는 모습을 보자 장수진은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지금 복도로 나간다면 본인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장수진은 용기 있게 앞으로 나갔다.
“이 개새끼들아!!!”
탕-! 탕-!
“끄아아아악!!!!”
“커헉!!!”
장수진은 공관장과 같이 이설아를 괴롭히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머리를 맞춰 처리해버렸다.
“이 건방진 년이!!!!”
동료가 당하자 남아있는 테러리스트는 자신을 공격하러 오는 장수진을 저지하려 들었다.
투두두두두-!!!
총알 세례가 장수진에게 사정없이 날아왔다.
“치잇!!!”
장수진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렀다.
정말 미세한 차이로 총알은 장수진의 몸을 비켜 지나겠다.
“뒤져버려!!!!!”
탕-! 탕-!! 탕-!!!
“끄아아아악!!!”
마지막 남은 테러리스트는 그렇게 장수진에게 당해버렸다.
“시, 시발 오지 마!!!!”
공관장은 어느새 챙긴 기폭장치를 들며 장수진을 위협했다.
그는 겁에 많이 질렸는지 몸을 사정없이 떨어댔다.
“시발……. 지금이라도 그거 내려놓고 항복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마.”
“닥쳐!!!! 어차피 내게는 미래가 없어!!!!! 다 멸망하는 거야!!!!!”
공관장은 악에 받쳐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조용히 말해. 안 그래도 지금 골치 아프니까.”
“내가 장난하는 거 같아? 진짜로 이거 눌러서 터트려버릴 거야.”
“미친 새끼…….”
장수진은 덤덤한 척 말해지만 사실 초조한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이설아의 상태가 심각해 보였고 궁지에 몰린 공관장이 버튼을 누를 가능성도 높았다.
장수진은 계속해서 공관장을 처리할 각을 봤다.
“이 개 같은 년 때문에 다 망해버렸어!!!!”
퍼억-!!!!
“커헉!!!”
공관장은 쓰러져 있는 이설아의 몸을 발로 걷어버렸다.
그에 이설아는 피를 토하며 신음했다.
“…….”
장수진은 얼른 공관장에게 달려가 그를 작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악효과였다.
“흐흐흐흐흐.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 저 인질들이 살 수 있을 거야.”
장수진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공관장은 더 안심하고 설쳐대기 시작했다.
“시발!!! 죽어버려!!!”
퍼억-!!!
공관장은 발로 이설아의 머리를 짓밟아버렸다.
거기에 장수진의 이성의 끈이 그만 끊어져 버렸다.
장수진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공관장에게 달려들었다.
“이 미친 새끼가!!!!!!”
장수진은 공관장 덮쳐 그를 쓰러뜨렸다.
“크윽!”
그녀는 재빠르게 기폭장치를 공관장의 손에서 빼앗으려고 했다.
딸칵-!
하지만 결국 공관장은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콰앙-!!!!
인질들이 있던 방 안에서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아아악!!”
폭발의 여파로 인해 장수진과 공관장은 그대로 앞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크윽!”
다행히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반대로 공관장은 충격이 좀 있어 보였다.
장수진이 바로 반응해서 공관장을 방패막이로 삼은 덕이었다.
공관장은 힘겹게 기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난……. 살 거야. 꼭 악착같이……. 살아남을 거야.”
그는 온갖 힘을 다 쓰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시발. 그만 뒤져버려.”
탕-!
장수진은 공관장의 머리에 총을 쐈고 그대로 공관장 또한 처리되었다.
화르르륵-!
인질들이 있던 방 안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명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인질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즉사한 것으로 보였다.
장수진은 쓰러져 있는 이설아를 내려다보았다.
이설아의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숙여 이설아의 맥박을 체크했다.
“…….”
심장이 전혀 뛰고 있지 않았다.
이설아는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죽은 것이었다.
“……시발…….”
장수진은 망연자실해 하며 이설아의 몸을 한 번 더 체크했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상태였다.
“시발!!!!!!!!!!!!”
장수진은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
[이게 그때의 일입니다.]
디오는 내게 2017년의 그 날 이라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세하게 다 보여주었다.
디오가 손수 영화처럼 보기 편하게 다 편집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
“하아…….”
나는 탄식하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발.”
욕이 절로 나왔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는 몰랐었다.
당연히 장수진에게는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전에 이걸 가지고 약점을 잡았던 게 생각나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는 했다.
“진짜. 내가 이렇게 화나는데 장수진은 얼마나 더 억장이 무너질까?”
그 공관장이 내 눈앞에 있으면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 공관장은 죽은 거야?”
[보시다시피 장수진 양의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그러면 그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거야?”
[그 폭발에서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
어느 정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디오가 사실 확인을 해주니 더 씁쓸해졌다.
[녀석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폭발로 인해 그대로 밖으로 튕겨져 나갔는데 밖에 있던 천막에 떨어져 살 수 있었죠. 화상을 입었고 부상은 좀 있었지만,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인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근데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 모든 원흉은 공관장 새끼랑 테러리스트 놈들이잖아. 왜 장수진과 우리에게 지랄인 거야?”
[이미 그들이 죽어버린 상황에서 원망할 대상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원망할 대상을 찾아야 녀석도 살아갈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방금 되게 사람 같이 말해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런 경험을 한 것을 딱하지만, 그렇다고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한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지.”
나는 확고하게 말했다.
“지금에 와서 상대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난 단지 나에게 덤비는 놈이 있으면 그냥 다 조질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