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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그녀의 과거 (1) (165/201)

164화. 그녀의 과거 (1)

“하하. 사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에이든 대통령은 호쾌하게 웃었다.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각오가 되어있으십니까?”

“잭슨과 올리버 그 일당들에게 당했던 것보다 더 최악은 없습니다. 어떤 대가든 저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블루마운틴을 한 모금했다.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에이든 대통령에게 방긋 웃어 보이고서는 나는 순간이동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미국도 물갈이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warrior는 미국에서 벌어진 모든 비리들을 다 드러냈다.

하나도 숨기지 않았다.

국제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예를 들면 독일 대통령 사찰 같은 것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다 공개했다.

그 어느 폭로보다도 미국에서의 폭로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건의 중요도와 양이 다른 다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읽다가 지칠 정도였다.

미국의 사법부는 더 난리였다.

들어오는 일은 산더미인데 일 처리할 사람은 없었다.

가뜩이나 인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다 내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났다.

“전 도저히 못 하겠어요.”

“저도요. 24시간을 풀로 평생을 일해도 못 끝낼 양이에요.”

법무부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렸다.

“방법이 있기는 하죠.”

“뭐요?”

“warrior에게 맡기는 거요.”

“…….”

말은 쉽고 간단해 보였지만 이것은 엄청난 상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미국인도 아닌 외국인에게, 미국의 일, 그것도 다른 일이 아닌 사법을 맡긴다는 것은 주권을 내주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건 한마디로 미국을 warrior에게 주자는 것과 마찬가지인 말이었다.

“미쳤어?”

미국 연방 대법원장은 warrior에게 모든 일을 맡기자는 사람들의 제안에 난색을 보였다.

“warrior가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로 이 일을 끝내지 못합니다.”

부하들은 대법원장이 자존심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

“대법원장님께서 이러시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자면 이미 미국은 warrior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이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

대법원장 스스로도 깨닫고 있던 거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에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이 warrior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띵동-!

그 와중에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심각한 이야기 중이어서 그냥 무시하려던 대법원장은 뭔가 석연치 않아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warrior]

“하아…….”

발신자의 이름을 보며 대법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체념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나에게 맡기면 모든 것이 편할 거요.]

마음만 먹으면 warrior는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그에게 의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고집을 부려봤자 소용없었다.

오히려 질질 끌어봤자 안 좋은 것은 대법원장 본인이었다.

“……warrior에게 맡깁시다.”

결국 대법원장은 모든 판결을 warrior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로 일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판결은 순식간에 끝났다.

대법원장은 확인차 한번 warrior가 만들어 놓은 보고서를 읽었다.

warrior는 엄청나게 세심하고 깔끔하게 판결을 내놨다.

그보다 더한 법 전문가는 없어 보였다.

대법원장은 그 뒤로 문서는 읽지도 않았다.

누가 해도 그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국 또한 단기간 안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많은 범죄자들이 잡혀들어갔다.

총기 범죄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총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새벽에 어두운 거리를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일도 안 생길 정도로 미국의 치안은 급격하게 좋아졌다.

변화된 세상이 찾아온 뒤에 따라오는 건, 그런 변화된 세상을 준 사람에 대한 찬양이었다.

미국에서도 warrior는 영웅이 되어버렸다.

세계 초강대국의 미국이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총기와 마약에 데이고 있었다.

그랬던 미국을 warrior가 한 번에 싹 바꿔준 것이었다.

사람들은 미국을 안전하고 깨끗한 사회로 만들어준 warrior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warrior!!!! warrior!!!!”

곳곳에서 warrior에 대한 외침이 이어졌고 사람들을 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warrior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국 또한 warrior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

스위스 융프라우

앞에 놓인 기가 막힌 장관을 보며 나는 라면을 들이켰다.

“크허!! 속이 다 풀리네.”

나도 모르게 굉장히 아저씨다운 리액션을 해버렸다.

“풋!”

옆에 있던 박이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피식했다.

“왜요? 아저씨 같아요?”

“네. 잘 아시네요?”

“예의상 아니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빈말은 못 하는 편이라서요.”

우리는 서로를 보며 방긋 웃었다.

어느새 박이나와 이렇게 농담 따먹기도 할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답네요.”

박이나는 설산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나 예전부터 이 융프라우에 오는 게 꿈이었는데. 갔다 온 친구들이 그렇게 자랑을 했거든요.”

“이제는 이나 씨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야겠네요. 나는 언제든지 그곳에 갈 수 있다고요.”

“하하하하하. 그렇네요.”

박이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순간이동이 가장 마음에 드는 능력이에요. 이렇게 어디든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엄청 싫어했잖아요. 느낌 이상하다고.”

“그랬죠. 사실 지금도 이상하긴 한데. 사람이 또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다 보면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편리한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박이나는 라면 국물을 들이켰다.

“음. 맛있네요.”

아까 경박스럽던 나와는 전혀 품격이 다른 반응이다.

역시 박이나는 우아하다.

“설산 데이트 굉장히 좋은데요?”

박이나는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있는 듯했다.

“가끔 이렇게 도시와 멀어져서 자연 경치를 보면 평온하고 좋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박이나는 기분 좋게 내게 맞장구치며 말했다.

“게다가 그곳이 융프라우라니 얼마나 좋아요? 흐흐. 진짜 새삼 놀란다니까요?”

“뭐가요?”

“이렇게 능력을 사용한다는 게요. 다 제가 라일 씨를 만난 덕이죠.”

“하하하하하.”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정석한의 비서였던 그녀.

그리고 그놈한테 죽을 뻔한 나.

그게 우리의 첫 시작이었다.

같이 복수도 하면서 디씨소프트도 먹었고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제는 어느새 서로가 듬직한 동료가 되어있었다.

“그렇네요. 생각해 보니 정말 이런 인연이 신기하긴 하네요. 전 이나 씨랑 같은 대학교 다닌 것도 몰랐었는데요.”

“하하하하. 진짜. 우리 같은 대학교 나왔네요. 세상 좁다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추억들을 공유했다.

그동안 업무적인 이야기나 무거운 일들만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가벼운 주제로 대화하니 너무 좋았다.

“이만 일어날까요? 라면으로는 부족하잖아요. 제가 괜찮은 레스토랑 알아놨어요.”

“흐흐. 좋습니다.”

탁-!

나는 곧장 박이나를 데리고 순간이동했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우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레스토랑 종업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어휴. 놀래라.”

웨이터는 놀란 가슴을 쓸어 담고는 나에게 왔다.

이럴 줄 알고 미리 공지했는데도 이런다.

“warrior 님이시죠? 예약된 방으로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게 프로랄까?

“사람들이 많이 놀라네요.”

“익숙해지려면 좀 걸리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 몇 번은 계속 놀랐거든요.”

박이나는 웨이터들이 그렇게 놀란 것을 충분히 공감한 듯했다.

난 잘 모른다.

뭐, 본인들이 익숙해지겠지.

나는 그냥 계속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살 거다.

이렇게 편리한 것을 괜히 사람들 눈치 보느라 못 쓸 이유는 없지.

웨이터는 굉장히 고급진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여기입니다.”

“우와-!”

방 안으로 들어온 박이나는 소녀같이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온갖 보석들이 방안을 치장하고 있었다.

모든 가구들은 하나하나가 다 그야말로 예술작품이었다.

“진짜 대박이네요. 볼 게 너무 많아서 눈이 질리지가 않는데요?”

“음식은 더 최고일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예!”

힘차게 대답한 박이나는 신나서 방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나는 그녀가 그러고 있도록 한동안 내버려 두었다.

“아차! 우리 지금 식당에 왔죠? 박물관에 온 것으로 착각했네요.”

알아서 자각하고 의자에 앉는 박이나였다.

“음식은 어떻게 할까요?”

“저는 잘 몰라요. 라일 씨께서 알아서 시켜주실래요?”

“하하. 알겠습니다.”

디오는 나와 박이나의 취향을 분석해 최고의 메뉴 선택을 제안해 주었다.

나는 디오의 추천대로 음식을 시켰다.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들이 나왔다.

맛 또한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너무나 맛있어서 황홀경에 빠질 지경이었다.

“저 솔직히 라일 씨가 자주 데리고 갔었던, 그 물 한 병에 만 원하는 레스토랑이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여기가 더 짱이네요.”

박이나는 나에게 계속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마워요. 라일 씨. 진짜 최고예요.”

“당연하죠. 저 warrior입니다.”

“하하하하.”

내 단골 멘트에 박이나는 재밌다는 듯이 깔깔댔다.

“솔직히. 진짜 솔직히 그렇게 말하실 때마다 오그라드는데. 막 싫지는 않아요. 항상 시의적절하거든요.”

“하하하. 박이나 씨는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일수는 제가 이 말 할 때마다 경악하고 수진이는 표정 관리 아예 못 하거든요.”

“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요.”

박이나는 착하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으면 나는 오그라들어서 못 버텼을 거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누가 제게 소개해 주겠어요. 음.”

박이나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찌른 다음 기분 좋게 먹었다.

“역시 짱이네요.”

“이나 씨가 맛있어하니까 저도 좋네요.”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이것 또한 최고였다.

어떤 요리사는 디저트를 최고로 신경 쓴다고 한다.

마무리가 좋아야 사람들 마음에 오래 남는다나 뭐라나.

그런데 그 말에는 확실히 동의한다.

이번 식사는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최고다.

“이 아이스크림 두고두고 먹을 정도로 맛있네요.”

“진짜로요. 저 농담 안 하고 너무 감동해서 눈물까지 나올 정도예요.”

우리는 마음껏 음미하며 행복해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려고 할 때 박이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라일 씨…….”

“예.”

“지금 여기서 이런 이야기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제가 너무 궁금해서요.”

“어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사업 확장 이야기 말이에요.”

“아!”

맞어.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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