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새로운 국면 (9)
“크으으으윽…….”
안에 있던 데이터 자아가 터지려고 하자 올리버는 괴로워하며 신음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버티기가 힘든지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올리버는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망할!!!!!!!!”
녀석의 입과 눈, 코 그리고 귀에서 파란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거 위험한 거 같은데……?”
강해진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긴 했어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핵폭발을 막을 수는 있다지만, 그보다 더 큰 폭발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했기에 방심하지는 말아야 했다.
문제는 그것보다는 호기심이 앞선다는 거겠지.
다른 것보다 데이터 응집체가 파괴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가 제일 궁금했다.
[라일 님.]
디오는 심각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제는 하도 이래서 별로 긴장감도 없다.
“왜? 네가 보기에는 좀 심각하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큰 폭발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큰 폭발이라면 어느 정도? 우리는 수백 발의 핵폭탄도 막았잖아.”
[그것보다 더 클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지구가 통째로 날아갈 것 같군요.]
“…….”
요즘 피곤했나 보다.
환청이 들리네……?
“디오야……. 그러니까…… 뭐라고?”
[지구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확인 사살해주는 디오였다.
“하아…….”
속에서 깊은 무언가가 올라왔다.
이것을 빡침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체념이라고 해야 할지…….
“잭슨……. 이 개새끼……. 또 엄청난 똥을 남기고 갔네…….”
뭐 따지고 보면 잭슨의 탓만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뭐라고 해야 할 대상이 필요했다.
어차피 그 새끼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고.
[라일 님. 큰맘 먹으십시오.]
“알았다…….”
잠깐…….
생각해보니까 올리버만 있는 게 아니잖아.
“폭발을 막아야 할 대상이 두 명인데?”
[그렇죠. 따라서 라일 님은 지금 지구 두 개가 터질만한 힘을 막아야 합니다.]
디오 이 자식은 꼭 이럴 때만 AI처럼 말한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까 되게 별일 아닌 거 같다. 진짜 좋네.”
[그렇죠?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시라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게 진짜!!!!”
결국 나를 폭발하게 만든다.
[라일 님. 진정하십시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폭발을 막으셔야 합니다.]
여전히 차분한 디오의 목소리가 굉장히 짜증 났다.
“아아아아악!!!!”
그만 악을 지르고 말았다.
“야! 너 이 일 끝나고 봐.”
디오 말대로 지금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차피 폭발되도록 유도한 것은 내가 자초한 일.
그리고 이걸 해결한다면 난 또 엄청나게 성장하겠지.
나는 서둘러 올리버와 그 부하직원을 데이터 장벽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폭발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아마 1분 뒤에 터질 겁니다.]
“알았어!”
나는 폭발을 기다리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후우…….”
분명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며 폭발을 기다렸다.
“끄아아아악!!!”
올리버와 부하직원의 몸이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터집니다!]
디오의 말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었다.
소리도 엄청 커서 미리 귀를 보호하지 않았으면 생명에도 지장이 갔을 거다.
“젠장!!!!”
엄청난 압력에 온몸이 떨려왔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빨이 다 부서질 정도였다.
“으아아아아아!!!!”
진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지구 두 개가 날아갈 정도의 폭발이라고?
말이 쉽지, 어마어마한 폭발인 것이다.
[라일 님. 어서 데이터 변환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나도 알아!!!!”
지금 막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어서 못 한 건데 짜증 나게 말이야.
그래도 디오가 정신을 차리게 해줘서 얼른 다음 단계로 나가기로 했다.
“하압!!!!”
나는 폭발 데이터를 얼른 공기 데이터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폭발이 너무 커서 이 데이터를 공기 데이터로 바꿔버리면 기후와 대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그랬다가는 지구는 살려도 인간은 죽는 거다.
“…망할. 이거 변환이 문제가 아니라 그대로 흡수해야겠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라일 님께서 너무 고통스러우실 것입니다.]
“어차피 지금 충분히 고통스러워! 빨리 끝낼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데이터를 그대로 흡수하기로 하겠습니다.]
곧바로 폭발하는 데이터들이 내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아까 했던 말 취소다.
이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는 줄 알았는데 더 극심한 고통이 가해지고 있었다.
“망할!!!!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
[라일 님.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하실 수 있으십니다.]
“젠장할!!!!!”
진짜 이 악물고 버텼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고생한 게 다 헛수고가 되는 거다.
근데…….
절망적인 것은 아직도 흡수할 게 한참 남았다는 것이다.
“하아…….”
진짜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라일 님!”
갑자기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일아.”
그 뒤에 등장하는 일수.
다음에는 박이나와 백기와 대통령이 등장했다.
“…….”
이들에게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데이터 장벽이 부서질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너무 힘들어서 대답할 정신이 없을 거예요.”
박이나는 내 마음을 너무나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뭐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좀 도와주도록 하죠.”
백기완 대통령은 두 팔 벗고 나서주었다.
“당연하죠. 혼자만 이 짐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
“맞아요.”
“그래. 혼자만 멋있어지려고 하면 곤란하다고.”
일수야…….
너는 이게 멋있어지려는 것으로 보이냐?
녀석의 실없는 말에 순간 힘이 빠질뻔했다.
“하압!!!!!”
다들 나를 도와 데이터 장벽을 더 두텁게 만들어 주었다.
“후우…….”
솔직히 별로 도움이 안 될 줄 알고 기대도 안 했는데…….
압박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와! 진짜 다들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숨통이 트이네요.”
이제는 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크흑!”
“윽!”
이제는 내가 괜찮아지니 다른 사람들이 죽을상이었다.
“솔직히……. 우리가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죠?”
장수진은 많이 힘든지 끙끙대며 말했다.
“근데 도움 겁나 되죠?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요.”
저 와중에 저런 말 하는 거 실화인가…….
건방지긴 한데.
사실이긴 해서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지 마. 가끔은 우리에게도 의지하라고.”
일수 또한 힘겹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맞아요. 이렇게 같이 하려고 저희한테 힘을 주신 것 아닌가요?”
“라일 씨. 우리도 라일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요. 언제든지 부탁하세요.”
박이나와 백기완 대통령도 나를 격려해주며 말했다.
모두 지금 버티는 것도 상당히 버거울 텐데 나에게 힘을 주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뭔가 코끝이 시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는 것은 아니고.
“…고마워요. 다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하고 말했다.
“모두의 도움으로 저는 이번에도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동료들이 도와주는 것을 이용해 더 빠른 속도로 폭발 데이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내가 빨리 흡수해야 동료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내 기억의 자아를 받아들였던 것보다 더 큰 고통과 압박이 들어왔다.
잭슨 이 새끼가 생각 없이 거대한 응집체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도와준 덕에 많이 할 만해졌다.
내 기억의 자아는 유언으로 동료들을 키우라고 했었다.
녀석은 이렇게 될 것까지 내려다보고 있었나 보다.
솔직히 장수진의 말대로 동료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은 맞다.
아무래도 내가 능력이 훨씬 더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네 명이 합쳐서 도와주니 그 도움은 충분히 유의미한 것이었다.
“하압!!!!!”
동료들의 도움을 생각해 나는 필사적으로 버티며 데이터를 받아들였다.
“라일아. 빨리해주면 안 되겠냐? 나 너무 힘든데…?”
일수 이 녀석은 모양 빠지게 저러고 있다.
“오빠!!!! 좀만 더 버텨요!!!! 할 수 있어요.”
“그래!!! 힘내 보자!!!”
일수는 곧바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사랑의 힘은 놀라운 건가?
이 녀석…….
수진이의 격려를 받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거 같기도 하고.
“좋아!!! 좀만 버텨줘.”
데이터들이 흡수되면서 나는 점점 더 강해졌기 때문에 흡수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압박이 줄어들고 있어요. 이제는 할만해진 거 같아요.”
“좋아. 라일아!!!! 힘내라!!!!”
“하압!!!!!”
핵폭발을 막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다 보니까 이것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데이터 자체를 내가 완전히 흡수하고 있던 터라 성장 속도가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다들 쉬어요! 이제는 혼자 할 수 있어요.”
“진짜?!!!”
“그럼 저희 다 손 놉니다!”
내 말이 끝내기가 무섭게 다들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엄청 힘들었었나 보다.
“이제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나는 반 정도 남아 있던 폭발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흡수해버렸다.
“……끝났다.”
결국, 이번에도 나는 막고 말았다.
털썩-!
진이 빠져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라일 씨!!!”
“하아……. 하아…….”
박이나가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본인도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나는 정말 괜찮은 동료를 얻었다.
“어떡해……. 괜찮아요?”
“괜찮아요……. 좀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
솔직히 죽을 거 같은데 너무 걱정하는 거 같아 괜찮은 척했다.
“아휴. 죽겠다.”
“오빠. 많이 힘들죠? 고생 많으셨어요.”
…….
저 둘은 자기들끼리 저러고 있다.
“라일 씨. 수고하셨습니다. 전 조금만 해도 힘들던데 라일 씨는 어떻게 끝까지 버티신 겁니까?”
백기완 대통령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경험했으니 내가 말도 안 되는 것을 했다는 잘 알았을 거다.
“저 아니면 이걸 누가 막아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요. 디오 말로는 지구 두 개를 터트릴 수 있는 폭발이라고 합니다.”
“하하……. 지구 두 개요?”
백기와 대통령은 입을 벌리며 고개를 흔들었고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박이나는 질겁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걸 어떻게 막은 거예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저 warrior에요.”
“……하하.”
박이나는 어이가 없는지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박이나 백기완 대통령, 그리고 나는 완전히 긴장을 풀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우리를 수진이와 일수는 어이없어하며 쳐다봤다.
녀석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해서 웃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웃어댔다.
쾅-!
그때 폭발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