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새로운 국면 (3)
“…그리웠겠냐, 이 미친놈아?”
면상만 봐도 아주 욕이 절로 나온다.
“키헤헤헤헤헤헤헤. 역시 그렇지?”
잭슨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진짜 계속 듣고 있다가는 내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너는 죽어서로 지랄이냐?”
“안 죽었는데?”
“거짓말치지 마. 이 미친놈아.”
“칫! 안 속네.”
내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살아있다면 당연히 말이 안 되지.
진짜 살아있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솔직히 녀석이 나의 호적수였던 것은 인정한다.
“지금 네가 이렇게 나랑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올리버 녀석이 성공했다는 거겠지.”
“뭘 말이야?”
“흐흐흐흐흐흐흐.”
진짜…….
저 웃음소리 어떻게 안 되냐?
“혹시나 내가 너에게 죽을까 봐. 이렇게 대비를 해 놨었거든.”
“무슨 대비? 그냥 똑바로 말해주면 안 되냐? 왜 이렇게 자주 묻게 해?”
“모두를 엿 먹일 대비지.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녀석은 그냥 자기 혼자 할 말만 해대고 웃기만 했다.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더욱 확실히 알았다.
이 새끼랑은 대화하면 안 된다.
“다 필요 없고. 그냥 여기를 날려버리면 너랑 이제 대화 안 해도 되는 거지?”
나는 곧바로 핑거 스냅을 날리려고 했다.
“워! 워! 워! 잠깐만!!!!!”
녀석은 다급하게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 참을성 없어. 그러니까 인내심 테스트하지 말고 빨리 용건이나 말해.”
“거참 성격이 급한 친구네. 너 그래 가지고 누가 친구 해주겠…….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려고 하자 잭슨은 황급히 나서며 말리기 시작했다.
진짜 한 번만 더 이러면 정말로 날려버릴 생각이다.
“올리버가 너와 맞설 수 있도록 내가 데이터 통로를 여기다가 열어 놓았지.”
“…….”
데이터 통로.
내 기억의 자아가 있었던 세계 데이터의 세계로 가는 통로다.
나는 녀석과 싸우기 위해 계속 업그레이드를 했던 반면, 녀석은 이런 짓이나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 당하고 말지…….
“그래서, 지금 올리버가 그 데이터 통로를 통해 세계 데이터의 세계로 갔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 너와 나처럼 초인이 되었다는 소리야?”
“하하하하하하하. 역시 warrior구먼. 똑똑해.”
“뭘 이 정도 가지고 이 미친놈아.”
“너는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미친놈이라는 말은 오히려 칭찬이라고.”
미쳤다…….
진짜 이 새끼는 최고의 미친놈이다.
“어. 그래. 미친놈아.”
“하하하하하하하.”
하아…….
이제 진짜 그만 대화하련다.
탁-!
나는 핑거 스냅을 날렸고 이곳의 전력을 완전히 다 나가게 만들었다.
정전이 일어나면서 주위가 깜깜해졌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작에 이럴 걸 그랬어. 괜히 미친놈과 대화하면서 기분만 잡치고. 디오.”
[네.]
“이만 나가서 올리버나 찾자. 내가 어두운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예. 알겠습니다.]
디오의 대답이 있고 한참이 지났지만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되지 않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디오?”
[지금 계속 시도 중인데 이동되지 않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크하하하하하하!!!”
다시 화면이 켜지면서 잭슨이 등장했다.
“하아…….”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너 설마 데이터 방벽에 나를 가둔 거냐?”
“푸하하하하하하하. 이제야 눈치채면 어쩌라는 거야?”
잭슨 녀석은 고소한지 계속 미친 듯이 웃기만 해댔다.
“정전을 네가 일어나게 한 줄 알았지? 아니야. 바로 내가 한 거야. 푸하하하하하하.”
녀석은 나를 물 먹였다는 것에 만족하며 완전히 환희에 차 있었다.
그런데 착각했어, 이놈아!
“좀 놀아주니까 기어오르네?”
나는 천천히 화면 가까이로 걸어갔다.
내가 다가오자 미친 듯이 웃던 잭슨이 웃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뭐, 뭐야?”
녀석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너 나한테 한 번 졌었잖아. 그러면 그냥 찌그러져 있으란 말이야. 이렇게 처 기어오르지 말고.”
다는 곧바로 화면에 손을 댄 다음 녀석의 데이터를 변환하기 시작했다.
잭슨 짝퉁이 내가 핵미사일을 막아내기 전에 만들어진 녀석이라 그런가, 나를 너무 얕본 거 같다.
하지만 나는 그때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져 있다.
“아, 안 돼!!!!”
데이터 방벽이 무너지고 녀석의 데이터가 해체되기 시작하자 잭슨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그만둬!!!! 크리스틴이 사라진단 말이야!!!!!”
녀석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외쳐댔다.
“크리스틴이 그렇게 소중했으면 그냥 조용히 박혀 있었어야지. 왜 이렇게 나를 불러내서 지랄이야?”
“그거야 내가 미친놈이니까.”
“…….”
대꾸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나는 녀석의 데이터를 무너뜨리는 데 집중했다.
“안돼!!!!!”
잭슨 녀석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묘수였겠지만 그것마저 나한테 이렇게 쉽게 막혀버렸다.
녀석은 내가 핵미사일을 막고 이렇게 강해질 거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나는 잭슨이 남겨두었던 데이터를 모조리 흡수하며 그의 기억을 읽었다.
“하하하하하하.”
녀석의 기억을 읽으면서 나는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짜 잭슨 이 새끼는 희대의 또라이기는 하다.”
나는 혼자 박장대소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
“대통령님!!!”
수행원이 급하게 백기완 대통령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미국이 거의 코앞까지 진격해 왔습니다.”
“……후우…….”
백기완 대통령은 수행원의 보고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라일의 집에서 파티가 있은 뒤.
그 뒤로 그와 연락이 되질 않았다.
전일수, 장수진, 박이나에게 다 물어봤지만, 그들도 이라일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전까지 백기완 대통령은 안심하고 있었다.
분명 파티에서 이라일이 괜찮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알기로 이라일은 절대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라일은 단 한 번도 그가 하겠다고 한 일을 못 이룬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님…….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연락이 안 된다는 게 말도 안 된다.
그에게 정말 아무 일이 없다면 지금쯤 진작에 지시를 내리고도 남았다.
이라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했다.
“일단 전 병력 전시 태세로 준비시키고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게.”
“예!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황급히 명령을 수행하러 떠났다.
“라일 씨.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백기완 대통령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띠리리리-!
그때 갑자기 그의 전화가 울렸다.
백기완 대통령은 황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대통령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수화기에서 전일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일수 씨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대놓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응을 보아하니 대통령님께서도 라일이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나 보군요.”
“예. 맞습니다. 일수 씨도 저와 똑같은 상황인가 보군요.”
“네…….”
일수 또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식. 대체 뭐 하고 있는지.”
“아무래도 라일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는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돼요.”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라면 이 같은 상황은 도저히 말이 안 됐다.
“라일이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설마……. 녀석이 당해버렸다는 거예요?”
전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대체 누가 라일이를 이길 수 있어요? 녀석은 이 세상 최고로 강하다고요. 그리고 만약 라일이가 어떤 놈한테 당했다면 우리가 그 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요?”
“…….”
백기완 대통령 또한 이라일을 이긴 상대를 과연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일단은……. 뭐라도 합시다. 라일 씨가 없더라도 우리가 알아서 사태를 해결해야 해요. 라일 씨는 우리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전수해주었다고요.”
백기완 대통령은 어른답게 얼른 멘탈을 붙잡고 전일수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전 지금 전군에게 전시 태세를 갖추라고 명했고 계엄령까지 선포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교전해야 한다면,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린 힘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예……. 대통령님 말이 맞죠. 저랑 장수진도 서둘러 준비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통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전일수 앞에서는 덤덤한 척했지만, 백기완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
제주도 해군기지.
백기완 대통령, 장수진, 박이나, 전일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미군이 거의 코앞까지 진격해 온 상황이었다.
“……사정거리까지 왔네요.”
전투기 사정거리까지 항공모함이 도착해버리면서 전운이 짙어져 버렸다.
“어떡하죠……?”
박이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물었다.
“먼저 공격할까요?”
역시나 장수진은 호기로웠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 지금은 전과는 상황이 달라. 라일이가 없을뿐더러 상대는 라일이를 이긴 놈일 수도 있어.”
전일수는 침착한 척 말을 했지만, 사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상황이었다.
그는 간신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은 대기해볼까요? 근데……. 잠깐!!”
“!!!!”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돼서 다들 깜짝 놀랐다.
“뭐야?!!!!”
그들은 갑자기 누군가가 앞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
“……설마…….”
장수진은 경악하며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후후후후.”
상대는 장수진의 그런 모습을 보며 비웃기 시작했다.
“누군데?”
일수는 갑자기 나타난 상대를 궁금해하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장수진만은 그가 누군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올리버 국장……. CIA 국장입니다.”
“뭐?!!”
장수진의 말에 일수 또한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이 녀석에게 능력이 생긴 건데?”
최근에 능력이 생겼을 게 분명한데 순간이동까지 사용할 정도라니…….
진도가 빨라도 한참 빨랐다.
그들은 개고생해서 이렇게 겨우 사용하는 것을 그는 단기간에 획득한 것이었다.
모두 기가 찬 표정으로 올리버를 쳐다봤다.
“크큭!”
올리버는 다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게 재밌는지 웃음보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뭐가 웃겨, 이 자식아?”
전일수는 그의 무례한 태도에 기분이 상해 따지기 시작했다.
“웃기지. 병신 같은 너희들 표정이 말이야.”
“뭐가 어째?!!”
순간 욱해서 치고 나가려는 전일수를 장수진이 황급히 말렸다.
“아까 오빠가 저보고 신중해야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흥분했어요?”
전일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버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참 건방져. 건방지단 말이야.”
올리버는 완전히 거들먹거리며 그들에게 이죽댔다.
그에 전일수는 화가 더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혹시나 올리버가 라일을 어떻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일수는 얼른 확인하고 싶었다.
“야! 너 우리 라일이 어쨌어?”
“라일? warrior?”
“그래.”
“크크크크크크.”
올리버는 비열하게 웃기 시작했다.
“어쩌긴, 잡아 족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