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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새로운 국면 (2) (155/201)

154화. 새로운 국면 (2)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하하하…….”

진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굳이 그렇게 발악하지 않아도 내가 박살 낼 생각이었는데…….

“뭔데? 말해봐.”

[한 번 얻어터지고 가만히 잠자코 있었던 군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한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진짜 파이팅 넘치는 사람들이네…….”

경계선에서 멕시코와 전투하면서 일반 무기는 데이터 쉴드에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최근의 사태로 핵무기조차 내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죽고 싶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걸리는 사실이 있었다.

“음…. 디오.”

[네.]

“생각해보니까, 왜 최근에 올리버 국장, 부통령, 국방부 장관 녀석들에 대한 보고가 뜸했던 거야?”

마지막으로 보고 받았던 것이 녀석들이 미국 금융회사 연합과 같이 회의를 한다고 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는데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이렇게 전쟁을 준비한다는 보고라니…….

중간 보고가 생략되어 있는 게 의문이었다.

[그게……. 제가 놓치고 있었습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디오야.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말해줄래? 네가 무엇을 놓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이렇게 말하는 게 창피하기는 하나……. 사실입니다.]

“…….”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말은……. 잭슨과 비슷한 놈이 또 있다는 소리야? 그 녀석이 너의 데이터 유입을 막은 거고?”

그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터 조작을 한 것이죠. 제게 잘못된 정보를 준 것입니다.]

“하하……. 망할.”

잭슨이 없어지고 이제야 좀 편할 줄 알았는데 또다시 이 모양이다.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 유입을 막는 것을 넘어 조작이라니.

진짜 기가 찬다. 기가 차.

“혹시 누가 그렇게 했는지, 실마리는 있어?”

[제가 마지막으로 보고드렸던 게 녀석들이 회의를 했을 때입니다. 그때 올리버 국장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그 뒤로 제대로 된 설명을 안 했기 때문에 저는 올리버가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블러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 네가 그랬었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나도 녀석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올리버가 정말 무슨 수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

그 건방진 놈이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니…….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그 뒤로 녀석을 계속 감시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녀석은 그냥 매일같이 CIA 본부만 왔다 갔다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한 번, 녀석의 위치가 CIA 본부에 있는 동시에 펜타곤에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저에게 포착되었죠.]

“근데 설마 별거 아니라고 넘겼던 것은 아니겠지?”

[정확합니다. 그랬었죠.]

“하하. 이놈이?”

디오.

이 자식.

점점 인격이 형성되면서 게을러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은 업그레이드 안 해도 되는데…….

[그 뒤로 철저하게 녀석을 분석했습니다만 또 CIA 본부만 왔다 갔다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이렇게 전쟁 준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죠. 아마 올리버가 능력을 사용하게 된 걸 수도 있습니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디오가 내 안으로 들어오면서 초인이 됐다.

올리버라고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당장 가서 확인해보면 될 문제 아닌가?”

[그래도 되지만……. 좀 더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는 있는 거 같습니다. 제게 조작된 데이터를 보낼 정도면 보통 능력이 아닙니다.]

“…….”

디오가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데 굳이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겠지.

나는 분명 강하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지.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박이나가 나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들 나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어요?”

“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있으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며 음식을 한 입 베어 무는 일수였다.

“아……. 하긴.”

“무슨 일인데요? 또 뭔가 일어난 거예요?”

박이나는 불안해하며 내게 물었다.

굳이 숨겨둘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솔직하게 다 말하기로 했다.

“미국이 우리와 전쟁을 시작할 것 같아요.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

다들 표정을 보아하니 ‘그게 뭐 어때서’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게 뭐 어때서요?”

수진이는 또 굳이 그걸 입 밖으로 말해준다.

“난 또 뭐라고…….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

일수는 평온하게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

미국이 여기 한국으로 쳐들어오는 게 큰일이 아니구나.

하나 같이 다들 평온해서 힘이 빠질 정도였다.

하긴…….

멕시코와의 경계선에서 미군을 박살 냈고 핵 수백 발이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것을 막았는데 이런 게 뭐가 대수겠어.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다음 말에도 평온할 수 있을까?

“근데 문제는 아무래도 잭슨 같은 놈이 또 있는 것 같아.”

“네?!!”

“푸웁!!!”

일수는 먹고 있던 음식을 그만 앞에다 뿜어 버렸다.

역시…….

이건 큰일이구나.

근데 일수야…….

그렇게 음식 입에 다 튀겨놨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좀 닦을래?

“맙소사. 끝난 거 아니었어요? 그런 놈이 또 있었다고요?”

수진이의 얼굴은 꽤 심각했다.

“뭐, 나도 그렇고 이제는 너희들도 능력을 사용하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사용 못 할 이유는 없잖아.”

“그거야 우리는 라일 님이 도와줘서 그렇게 된 거고요.”

“그쪽에서도 잭슨이 도와줬나 보지.”

잠깐…….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갑자기 이게 정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내 말로 인해 파티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디오야. 파티 끝나고 말하지 그랬냐. 로마네 꽁띠까지 땄는데 완전 술맛 배렸잖아.”

나는 디오에게 책임을 물었다.

[늦게 말했으면 더 뭐라 했을 거잖아요. 대체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그리고 라일 님이 나중에 말해도 될 문제였잖아요.]

살다 살다 이제는 디오까지 나에게 따진다.

“알았다……. 뭐라 안 할 테니까 화 풀어.”

좀 많이 삐진 것 같아 바로 달래주었다.

[네.]

또 곧바로 돌아오는 녀석이다.

“뭐…. 괜찮아요. 저 warrior입니다. 안심하고 그냥 이 시간은 그냥 즐기세요.”

“…….”

내가 이렇게 말해도 다들 표정이 심각했다.

“그래!”

갑자기 일수가 오버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warrior 라일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 미치광이 잭슨도 없애버렸잖아요. 이번에도 쉽게 없애겠죠. 게다가 라일이가 괜찮다잖아요. 우리는 그냥 라일이를 믿고 즐기자고요.”

일수는 다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다.

역시 녀석은 내 친구다.

“맞아요. 괜찮아요.”

일수가 도와주길래 나도 같이 사람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정말요?”

아무래도 내 표정이 많이 어두웠는지 박이나는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 정말로요.”

“라일 씨가 그렇다면……. 믿을게요.”

박이나는 여전히 석연치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일단은 드세요. 뭐 그렇게 급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차차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한번 엇나간 분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금방 헤어지고 말았다.

***

“아……. 이게 다 올리버 그 새끼 때문이야.”

모두를 돌려보내고 나는 디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뭐. 그렇죠. 다 그놈 때문이네요.]

“그런데 그냥 참고 있으라고?”

[조심하자는 거죠. 뭐 정 원하시면 가서 혼내줘야죠. 어쩌겠어요.]

“아무래도 그래야 내 속이 편할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단 녀석이 어딨는지 추적해볼게요.]

디오는 한참 열심히 찾고 있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좀 시간이 걸리길래 참다가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됐어?”

[찾았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CIA 본부로 나와 있어 뭔가 수상하다는 것입니다. 조작된 정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단 확인해보지 뭐. 뭔 일 있겠어?”

솔직히 잭슨 때야 처음 겪는 상황이라 신중하게 접근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나도 경험이 있었고 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다.

핵 수백 발을 막으면서 데이터 변환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성장을 해버렸다.

그리고 만약 올리버가 잭슨으로 인해 이런 능력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면 녀석보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잭슨 그 자식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놈인데 제대로 된 조치를 해 놨을 리가 없다.

설마 이게 다 올리버의 함정이라고 해도 나는 빠져나올 자신감이 있었다.

“디오. 그냥 CIA 본부로 이동하자. 지금 나는 녀석을 조지고 싶은 생각뿐이거든.”

[라일 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죠. 이동하겠습니다.]

“좋아.”

지잉-!

곧바로 디오는 나를 올리버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주었다.

“…….”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잘못된 정보가 맞았네요.]

“이 녀석들……. 꽤 하네?”

잭슨 이후 간만에 겪어 보는 난처함이었다.

탁-!

“뭐야?”

갑자기 방안이 밝혀지면서 앞에 있는 화면이 켜지기 시작했다.

상당히 의도적인 연출 같아 보였다.

나는 살짝 경계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없기는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앞에 있는 화면은 완전히 켜졌다.

“안녕하세요?”

스피커로 인사가 들려왔다.

“너……. 누구냐?”

[이건. 크리스틴의 목소리입니다.]

곧바로 디오는 재밌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크리스틴? 그 잭슨이 빠져있던 여자애?”

“맞습니다.”

대답은 스피커에서 나왔다.

“…….”

인공지능이었다.

보아하니 독립된 데이터 자아가 아니라 CIA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이터 자아처럼 보였다.

“너 설마, 이름이 크리스틴은 아니겠지?”

“맞습니다.”

“진짜……. 놀랍지도 않다. 잭슨 그 자식답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흔들어 댔다.

“그래. 크리스틴. 할 말이 있을 같은데 한번 말해봐.”

“눈치가 빠르시군요.”

“아무도 없던 상태기도 하고, 내가 오니까 이렇게 네가 등장하는 걸 보면 이게 상당히 의도된 연출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겠다. 시답잖은 소리 말고 용건이나 말해.”

“원하신다면 말씀드리지요.”

갑자기 화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면에는 꼴뵈기 싫은 얼굴이 등장했다.

나는 순간 머리가 띵해 이마를 짚었다.

“저 거지 같은 면상을 또 봐야 하다니…….”

화면으로 나온 것은 잭슨의 얼굴이었다.

녀석은 나를 쳐다보며 상당히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녀석의 괴팍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warrior! 내가 그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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