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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새로운 국면 (1) (154/201)

153화. 새로운 국면 (1)

“…와. 대박. 중국과 북한은 이제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어요.”

장수진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게 다 누구 덕분?”

나는 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물었다.

“위대하신 warrior 님 덕분이죠.”

수진이는 바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나를 칭송했다.

거의 엎드려 절 받기나 다름없긴 하지만, 한 번씩 이렇게 사실을 일깨워줄 필요는 있다.

“잘 아는군. 장수진 양.”

옆에 있던 백기완 대통령, 박이나, 전일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러고 있는 우리를 바라봤다.

“둘이 뭐 하세요?”

박이나, 백기완 대통령을 대신해 일수가 대표로 나에게 물었다.

일수가 나서자 둘은 속 시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교육 중이잖아. 너도 좀 받을래?”

“사양할게.”

일수는 내게 화사한 미소를 보내며 산뜻하게 말했다.

“흠흠…….”

갑자기 백기완 대통령이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왜 그러세요?”

나는 그런 그를 받아주며 물었다.

“그게……. 우리 이렇게 보는 게 오랜만이지 않겠습니까?”

“…….”

백기완 대통령은 서운해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에게 신경을 잘 못 썼던 것 같다.

“제가 대통령님께 좀 소홀히 대했던 것 같군요. 하지만 정신없어서 그런 거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이해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만나서 좋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중후한 웃음을 보였다.

“실은, 라일 씨와 상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무슨 일인가요?”

“슬슬 북한의 일에 우리가 손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언제까지 이 상태로 둘 수는 없으니까요.”

백기완 대통령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통일할지 말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거죠?”

나는 직설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사실 우리가 통일에 대해서 가볍게 말하기는 했지만…… 이게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잖습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솔직히 이제 와서 통일을 이루기에는 남북한간에 너무나 많은 격차가 벌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버리고, 이제 확고하게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래도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백기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했다.

“예전이라면 저도 반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상황이 어떻게 다르다는 거죠?”

“라일 씨가 있다는 게 다른 거죠.”

대통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라일 씨는 북한 사람들의 사고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알아서 사람들이 이택근 정부를 무너뜨리게 만들어버렸어요. 그리고 그런 그들이 이제는 당신을 거의 국무위원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라일 씨의 명령이라면 뭐든지 할 기세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뭐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사실이긴 하죠.”

실제로 지금 북한에서는 끊임없이 내가 북한을 다스려주기를 간절히 청하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거절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만……. 라일 님의 생각은 어쩌십니까?”

“흠……. 글쎄요? 한민족이 이렇게 계속 나뉘어 있는 게 보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렇다는 것은…….”

백기완 대통령은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내 앞에서는 이렇게 속내를 빤히 드러내 주니 뭔가 웃겼다.

“처음부터 저는 확고했습니다. 통일돼야죠. 그러기 위해 경계선 부근에 있는 지뢰도 다 제거한 것입니다.”

“후후후후!”

대통령은 만족해하며 웃었다.

“그렇게 원하셨으면 그냥 추진하시지 왜 이렇게 제 의견을 묻는 것입니까? 엄연히 대통령님이 이 나라의 지도자이십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라일 씨는 제 자문위원이니까요.”

“하하. 자문위원이라…….”

그런 직책이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으니 뭐,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대통령님.”

“네.”

“만약에 말입니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된다면 대통령님께서 세계를 다스리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네?!!!!”

백기완 대통령은 내 말에 기겁하며 반응했다.

이미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박이나, 전일수, 장수진은 그것을 보며 피식할 뿐이었다.

“세계를 다스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대통령님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여러 나라에서 문의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데이터 쉴드를 보급받을 수 있겠냐고요. 그것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거……. 라일 씨께서는 생각보다 야망이 넘치시는군요.”

“눈이 많이 높아져 버렸거든요. 이제 웬만해선 피가 끓지 않는군요.”

“하하하하하하하!”

백기완 대통령은 특유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라일 씨.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만 다스리는 것으로 제가 만족할 수는 없지요.”

“하하하하.”

“좋습니다. 만약 라일 씨가 계속 저에게 이런 일을 맡기신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 호응할 생각입니다.”

“그럼 됐군요. 예전의 한정식집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약 체결입니다.”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백기완 대통령은 인자한 표정으로 내 악수를 받았다.

“늘 그렇듯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짝! 짝! 짝!

일수는 상당히 고귀한 척을 하며 박수를 쳤다.

녀석이 박수를 치자 나머지 인원들도 따라서 치기 시작했다.

“……뭔데?”

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녀석에게 물었다.

“뭔가 겁나 멋있잖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했어.”

“저는 잘 모르겠는데……. 뭐 나쁘지는 않았어요.”

장수진 저 녀석은 비웃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심증만 있으니까 그냥 넘어간다.

“저는 멋있다고 생각해요.”

박이나는 정말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그렇게 말했다.

“푸웁!”

그 모습에 일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래요?”

박이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에요. 갑자기 기침이 나와서요.”

일수는 시치미를 떼며 딴소리를 했다.

“그런데, 그런 먼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북한 문제부터 구체화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수진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뭔가 좀 아니꼽긴 한데 틀린 말은 한 게 아니니까…….

“뭐, 다른 것보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죠. 남한으로 흡수되지 않을 거면 통일은 없습니다. 북한은 기존의 체제를 버리고 완전히 남한의 체제를 따라야 하는 거죠.”

“사실 그게 제일 좋기는 합니다. 라일 씨께서 북한 쪽에 강하게 말해주시면 군말 없이 실행할 것 같기는 하군요.”

“그러면 이것부터 먼저 처리하기로 하죠. 이권 문제는 이다음에 해도 되는 것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북한 쪽에 공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근데 일단은 좀 즐깁시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간만에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아니. 간만에 힘 좀 써서 음식을 차렸더니 왜 다 안 먹고 있어요? 무슨 제사 지내요?”

간만에 등장한 가정부 아주머니는 우리가 음식에 손도 안 대고 있자 서운해하며 말했다.

“혹시나 음식이 떨어졌을까 봐 왔더니 하나도 안 줄어들어 있네. 뭔 일 있어요?”

“뭔 일은 없고, 잠깐 진지한 이야기 하느라 그랬어요.”

아주머니의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나는 얼른 해명을 했다.

“진짜 맛있는 냄새는 엄청나게 나는데 먹지는 못하고. 너무한 거 아니야?”

일수는 내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먼저 먹으면 되잖아. 왜 네가 안 먹어 놓고서는.”

“야! 사람이 예의라는 게 있지. 아직 건배도 안 했는데. 그리고 대통령께서 먼저 드셔야 우리가 먹을 수 있지.”

일수가 틀린 말은 한 것은 아니었다.

백기완 대통령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다 먹고 나서 이야기할 걸 그랬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에요. 대통령님 덕에 배고파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박이나는 친절하게 말하는 듯 보였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말에 뼈가 있었다.

“하하하하. 어서 잔을 따르죠.”

백기완 대통령은 황급히 가져온 포도주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 먹었던 그 ‘로마네 꽁띠’였다.

“우와-!”

일수는 병을 보자마자 바로 환성을 질렀다.

“저거 그때 진짜 맛있었는데. 이걸 또 먹게 될 줄이야. 대통령님. 그거 가져오셨으니까 봐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백기완 대통령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능숙하게 병을 딴 뒤 나에게 잔을 따라주었다.

“일단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뭘요. 대통령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훈훈한 대화를 하고 난 뒤 대통령은 친히 직접 나머지 사람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대통령님이 따라주는 술도 마시고. 정말 전일수. 겁나 출세했구나.”

일수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

나는 대통령인 술 따라준 것보다 네가 대통령께 눈치 준 게 더 신기한데…….

“자 모두 잔을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이!”

“제가 ‘우리 모두를’ 하면 ‘위하여’ 해주시기 바랍니다.”

진부하지만 그래도 무난한 건배 제의가 나왔다.

여기에 호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우리는 기분 좋게 잔을 부딪친 다음 ‘로마네 꽁띠’를 들이켰다.

진짜…….

최고기는 하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우와-!”

나머지 사람들도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모두 감탄하며 잔만 바라볼 뿐이었다.

“음식도 드셔보시죠. 저도 간만에 아주머니가 해준 밥을 먹어보네요.”

“네.”

대통령이 앞에 놓인 음식을 뜨자 일수도 재빨리 음식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야…….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냐?

나는 기특함 반 황당함 반인 표정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일수는 내가 그러든지 말든지 열심히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아주머니! 진짜 최고예요. 진짜 완전 짱!!!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맛입니다!!!”

“호호호호호. 아이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일수가 폭풍 칭찬을 해주자 아주머니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였다.

일수야.

잘하고 있다.

계속 그렇게 립서비스 부탁한다.

박이나와 장수진 쪽도 알아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일수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더 기품이 있었다.

“진짜 맛있네요. 아주머니. 혹시 나중에 제가 요리를 배울 수 있을까요?”

장수진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배우고 싶은지 진지하게 물었다.

“좋지. 언제 시간 나면 말해요. 제가 비법을 다 전수해드릴 테니까.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께 제가 이 정도도 못 하겠어?”

“감사합니다. 무르시면 안 돼요. 저 정말 배울 테니까.”

장수진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자 뭔가 일수의 표정이 좋아 보인다…….

일수야…….

설마 벌써 결혼하는 것까지 상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나는 일수를 보며 혼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라일 님…….]

간만에 맞이한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디오가 그것을 깨뜨려버렸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목소리를 보아하니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니다.

“또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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