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거침없는 진격 (5)
“이게 대체 무슨…….”
기계실 직원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올리버 국장과 다른 직원은 마치 다른 세계 사람 같아 보였다.
그들 몸에는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국장님. 저건 대체 뭡니까? 그리고 왜 국장님 몸이 이렇게 빛나고 계신 거죠?”
직원은 올리버에게 자신의 궁금증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올리버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최고인데요?”
그 옆에 있는 직원도 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국장님……?”
직원이 보기에 올리버는 약간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한번 얻은 힘을 사용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럴까?”
그들은 앞의 직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들 할 말만 해댔다.
탁-!
올리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지잉-!
갑자기 기계실 전원이 전부 나가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안 돼!!!”
기계실 관리 직원은 절규하며 외쳤다.
“분명 도시가 다 정전되어도 여기 전력을 절대 나가지 않도록 설정됐을 텐데,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야?!!!”
직원은 정전으로 인해 처리해야 할 뒷감당이 아찔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흐하하하하하!!!!!”
직원이 그렇게 절규하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호쾌하게 웃어댔다.
“최고네. 잭슨……. 그리고 warrior. 이 엄청난 쾌감을 지들만 누리고 있었다니 정말 너무하는데?”
“하하하하. 그러게요. 이번에는 제가 해보겠습니다.”
탁-!
올리버 옆의 직원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다시 전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오오.”
기계실 직원은 그나마 다행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전 사태가 이 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당신들……. 초인이라도 된 것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아니…….”
올리버는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쩌면 신일지도.”
***
리원하오의 관저.
똑똑똑!!!!
“젠장할…….”
리원하오는 계속해서 들리는 저 노크 소리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수행원은 끊이질 않고 좋지 않은 소식만 그에게 전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나쁜 소식을 전할 게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수행원을 쫓아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정신 못 차렸다가는 정말 몰락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들어와…….”
“네.”
수행원도 계속해서 나쁜 소식만 전하는 게 힘들었는지 죽을상이었다.
“이번에도 거지 같은 일이 일어난 거냐?”
“네…….”
“하아……. 보고해.”
“예. 여기저기서 반란군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허허허…….”
리원하오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반란을 꿈꾸는 놈들은 죄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척결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그러면 이렇게 보고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처리될 문제잖아.”
“근데……. 그게 말입니다…….”
수행원은 곤란해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 주석님께 대항하는 사람들이 북한군과 마찬가지로 그 ‘데이터 쉴드’란 무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리원하오는 심히 당황하며 물었다.
“알아보니 북한이 그렇게 쉽게 무너졌던 이유도 다 그렇게 반란군에게 데이터 쉴드가 보급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체 놈들은 그것을 어디서 보급받은 건데?!!!”
리원하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윽박질렀다.
수행원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리원하오가 매번 이렇게 소리를 지르니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도 꿋꿋이 정신줄을 잡으며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게……. 순간 이동해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뭐……?”
리원하오는 수행원의 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게 말이 돼?”
“저도 믿기지는 않지만 사실입니다. 반란군에 동참한다는 의지만 표현하면 곧바로 데이터 쉴드가 나타나 버린답니다.”
“이런 젠장할!!! warrior 그 새끼가 또 같잖은 수를 쓰는군!!!!”
쾅-!
리원하오는 분노하며 책상을 내려찍었다.
“하아……. 하아…….”
그는 화가 가라앉지 않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러면 우리 군도 반란군에 가담한다고 하면서 데이터 쉴드를 제공받으면 되잖아.”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warrior가 바보는 아닌지라……. 다시 우리 쪽에 붙은 순간부터 데이터 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답니다.”
“망할…….”
리원하오는 답답한 마음에 앞에 있는 술잔에 독주를 따른 다음 그것을 벌컥 들이켰다.
“크으……. 쓰네. 인생도 쓰고…….”
리원하오는 혼자 미친 듯이 끌끌거리며 웃었다.
“이봐. 수행원.”
“네.”
“너도 내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망설였는데?”
“아닙니다!”
수행원은 더 빠르고 크게 외치며 자신의 떳떳함을 증명하려 했다.
“크크크크. 그렇단 말이지?”
리원하오는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이봐!! warrior!!!!!”
그는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분명 듣고 있을 터이다. 나에게 대항하는 사람에게 데이터 쉴드를 제공한다고?!!!!”
아무 응답이 없었지만 리원하오는 계속 할 말을 이어나갔다.
“좋다. 그러면 나도 나 리원하오에게 대항하겠다. 이러면 나에게도 데이터 쉴드를 제공해주는 건가? 크하하하하하하!”
“주, 주석님?”
수행원은 리원하오가 드디어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
지잉-!
“!!!!!!”
수행원은 깜짝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푸하하하하하하!!!!!!”
리원하오는 더 크게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그의 앞에는 어느새 데이터 쉴드가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웃기지도 않아요. 크하하하하하. warrior. 이 개자식. 아주 나를 농락하는구나.”
갑자기 리원하오는 분노하며 데이터 쉴드를 집었다.
그런 다음 그는 그것을 땅바닥에 내려쳤다.
쾅-!
하지만 데이터 쉴드는 멀쩡했다.
“이 시발!!!!”
리원하오는 오기로 가득 차 데이터 쉴드를 발로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데이터 쉴드는 끄떡없었다.
“시발!!! 시발!!! 시발!!!!”
리원하오는 완전히 악에 받쳐 표독스럽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아……. 하아…….”
그가 아무리 짓밟아도 데이터 쉴드는 멀쩡했기에 리원하오는 이만 행동을 멈춘 다음 다시 의자에 앉아 숨만 가쁘게 내쉬었다.
“수행원…….”
리원하오는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수행원을 불렀다.
“네.”
“warrior가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야. 분명 결판을 낼 것이다. 내 모든 수단을 동원해 warrior를 작살내고 말 것이야.”
리원하오는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엄청난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warrior!!!! 듣고 있어?!!!!! 내 너를 무조건 없애버리고 말 것이다!!!!!!”
리원하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으아아아아아!!!!! 수행원!!!!!”
“예!!!”
“내 직접 나서겠다. 나한테 반하는 놈들은 내가 직접 목을 따고 말 것이야. 당장 나갈 테니 어서 준비해!!!!!”
“네, 넵!!!!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급히 리원하오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러 나갔다.
***
“푸하하하하하하.”
나는 리원하오의 반응을 보며 포복절도했다.
나름 카리스마가 넘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잭슨이 죽어 상심이 큰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그래도 아직은 파이팅이 넘치고 나에 대한 적의가 가득해서 상대할 맛이 나기는 했다.
우칭산을 상대할 때와는 또 다른 맛이다.
“악취미에요.”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수진이는 괜히 시비를 건다.
얘…….
또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교육을 시작할 때가 또 되었나?”
내 말에 수진이는 흠칫하며 놀랐다.
진짜.
이 녀석은 이렇게 한 번씩 격의 차이를 인지시켜줘야 한다.
“중국군을 무참히 썰던 놈한테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언제는 거침없이 없애버리라면서요…….”
“맞아. 그러긴 했지.”
“그리고 그 녀석들 알아보니까 악질이에요. 리원하오에게 불만 가진 사람들을 다 죽이려고 했어요. 아무리 상부의 명령이라지만 너무한 것 아니에요? 하마터면 몇만 명의 민간인이 죽을 뻔했어요.”
“하긴 그랬지…….”
리원하오는 북한의 일을 교훈 삼아 내부의 불만은 무참히 짓밟으려 했다.
중국 내에는 그래도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이 있는지 일부 사람들이 리원하오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리원하오는 군대를 동원해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
북한 경계선 부근에서 장수진과 싸웠던 군대가 그런 놈들이었다.
아!
물론 내가 대피시켜준 덕에 리원하오에게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은 피해 하나 없이 살아있다.
“나는 그런 극악무도한 놈의 수장을 괴롭히고 있을 뿐이야. 뭐가 악취미야?”
“저는 한 번에 썰어버리지만 라일 님은 무슨 숟가락 살인마처럼 지금 찔끔찔끔 괴롭히고 있잖아요. 너무 잔인하다고요.”
“…….”
난 지금 얘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해한 사람은 알아듣게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수진아……. 아무래도 네가 많이 심심한가 보구나. 내가 심심하지 않게 해줄게.”
“예?”
지잉-!
수진이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나는 녀석을 데리고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왔다.
“으앗!!!”
“헉!!!!”
아직은 순간이동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지 북한군은 나와 수진이를 보며 놀라 자빠졌다.
“warrior 님!!!!”
총참모장 녀석은 내가 오자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여긴 우리에게 맡기시지……. 어쩐 일로 직접 행차하셨습니까?”
“슬슬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아서. 그래도 마무리는 대장이 직접 해야 하지 않겠어?”
“아……. 그러시군요.”
총참모장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직접 안 데리고 오셔도 여기로 곧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수진이는 푸념하듯 말했다.
“시끄러! 넌 이번 전투에서 데이터 쉴드 사용 금지야.”
“네?!!!”
소규모 전투도 아니고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데이터 쉴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장수진은 당황하며 외쳤다.
“진심이에요?”
“진심이야. 그동안 전투가 너무 쉬웠지? 한번 옛날처럼 싸워보라고.”
“자,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수진이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나한테 매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이미 그렇게 정했어. 저번에 북한에서는 알아서 데이터 쉴드도 안 쓰고 싸웠으면서 이번에는 왜 그러실까?”
나는 능청을 떨며 말했다.
“이거랑 그거랑은 다르다고요. 이렇게 총알이 사정없이 날아다니는 곳에서 어떻게 데이터 쉴드 없이 싸워요?”
“옛날에는 데이터 쉴드 없이 싸우고 그랬어. 뭘 새삼스럽게 그래?”
“……지금 저보고 그냥 죽으라는 거예요?”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
장수진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앞으로 까불래? 안 까불래?”
“안 까불게요.”
“진짜 한 번만 더 그러면 안 봐준다.”
“네…….”
수진이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또 이렇게 꼬리를 내리고 나오니 내 마음이 약해진다.
아.
정말 나는 자비로운 것 같다.
“좋아. 그러면 장수진 양. 이 녀석들 데리고 오늘 안에 리원하오를 몰락시키기를 바랍니다. 중국 내의 반란군에게도 내가 다 지시해 놓은 상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수진은 힘차게 대답하며 단검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