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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거침없는 진격 (4) (150/201)

149화. 거침없는 진격 (4)

“나이스!!!”

올리버는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데이터 통로.

그것이 바로 잭슨이 남긴 유산이었다.

잭슨이 죽었을 당시

올리버는 곧바로 잭슨이 보낸 메시지에 따라 그가 남기 자료를 찾아봤다.

거기에는 세계 데이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잭슨이 간단하게 설명을 잘해 놓았기 때문에 올리버는 어느 정도 세계 데이터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사실 기억, 즉 데이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올리버는 이 세계의 원리를 깨달으면서 감탄했다.

warrior, 잭슨은 말 그대로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세계 데이터의 흐름을 알았고 그 데이터를 변환할 줄 알았다.

그들이 그렇게 강했던 것은 이 세계의 원리를 통달했기 때문이었다.

[데이터 통로를 찾는 것을 도와줄 데이터 자아를 남겨 놓았다. 녀석의 도움을 받아서 알아서 살길 찾아라. 그러면 무운을 빈다.]

잭슨이 남겨놓은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런데 잭슨이 남겨 두었다는 데이터 자아는 CIA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올리버도 모르게 잭슨이 작업을 해놓은 것이었다.

“진짜 끝까지 종잡을 수 없는 놈이군…….”

잭슨이 남겨 둔 데이터 자아를 보면서 올리버는 경탄했다.

“안녕하십니까? 올리버. 전 크리스틴입니다.”

“…….”

데이터 자아 이름이 크리스틴이라는 것에 올리버는 그만 실소했다.

이미 그는 잭슨과 크리스틴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 실제 크리스틴의 음성을 따온 것 같았다.

“진짜……. 무서운 집착이다.”

올리버는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잭슨 님이 당신을 도와달라고 특별히 부탁했었습니다.”

“그래. 고마워.”

올리버는 데이터 자아와 대화하는 것이 영 어색했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크리스틴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되었다.

“일단 데이터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데?”

“잭슨 님께서 여기 CIA 건물 어딘가에 데이터 통로를 열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어디에 있는지 안 알려주셨습니다.”

“…….”

올리버는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잭슨 미친놈이 지금 무슨 보물찾기마냥 데이터 통로를 여기 건물에 숨겨 놓았다는 거지? 그걸 우리보고 찾으라는 것이고?”

“네. 맞습니다.”

감정이 없는 크리스틴은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잭슨. 그 미친 새끼!!!!”

올리버는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주 마지막까지 지랄이야!!!!”

올리버는 위기의 순간에서까지 이런 미친 장난을 치는 잭슨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CIA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사이코들을 봐왔지만, 잭슨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사이코였다.

올리버는 곧바로 믿을만한 직원들을 불러 차분하게 데이터 통로에 대해서 설명했고 건물을 싹 뒤져서 그것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방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뭔가 만화영화에서나 볼법한 게이트가 열려 있었습니다.”

직원은 신세계를 경험한 탓에 희열에 차며 말했다.

“안내해.”

직원은 곧바로 올리버를 데이터 통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건물 지하 기계실에 위치했다.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찾은 거야?”

“정말 구석구석 찾았거든요…….”

올리버는 여기까지 와서 데이터 통로를 찾아낸 직원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직원이 기특한지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올리버는 데이터 통로 입구로 슬며시 다가갔다.

뭔가 엄청난 흐름이 느껴졌다.

입구에서는 매혹적인 파란 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걸 가만히 감상이나 하라고 알려준 것 같지는 않고……. 여기로 한번 들어가 보라는 것이겠지?”

올리버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데이터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큭!”

갑자기 엄청난 양의 밝은 빛이 눈으로 들어와 올리버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눈부심이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조금 뒤에 올리버는 눈을 뜰 수가 있었다.

“맙소사……!”

올리버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난 정말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있었군…….”

CIA 국장으로 있으면서 전 세계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비하면 그건 새 발의 피였다.

이건 아예 다른 세계였다.

“국장님.”

“뭐, 뭐야?!!!”

그를 안내한 직원도 세계 데이터의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밖에서 기다렸어야지 여기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

“너무 매혹적이어서 저도 모르게 발을 들이고 말았습니다…….”

“…….”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들어왔다는 것을 참 거창하게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올리버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세계 데이터의 세계를 돌아다녔다.

***

나는 박이나의 집무실 쇼파에 앉아 있었다.

“라일 씨.”

박이나는 나에게 결재서류를 내밀었다.

“확인해 보시고 사인해 주세요.”

내용을 확인해 보니, 요지는 ‘프렌드쉽’이 엄청난 매출을 거두어들임에 따라 디씨소프트는 돈이 넘쳐흘렀고 좀 더 사업을 확장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흐음…….”

“왜 그러세요?”

내가 고민하며 옅은 한숨을 내쉬자 박이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제는 일일이 저에게 확인 맡을 필요가 없지 않나 싶어서요. 그냥 이나 씨가 디씨소프트를 가지실래요?”

“네?!!!!”

박이나는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왜 그렇게 놀라요?”

이번에는 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이 회사는 엄연히 라일 씨 거라고요. 저는 단지 CEO로서 고용된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제 회사를 이나 씨에게 드리겠다고요.”

“…….”

박이나는 황당해하며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왜요? 싫어요?”

“지금 디씨소프트가 올해 얼마를 벌어들이고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예요?”

“그게 1조 달러보다 많습니까?”

“……네?”

박이나는 내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1조 달러보다 많냐고요?”

“그건……. 아니죠.”

“제가 중국으로부터 받아낸 돈이 1조인데요? 그리고 솔직히, 이제는 1조 달러도 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에요. 지금의 저에게는 돈이야 얼마가 됐든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재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 돈은 내게는 무의미했다.

“그건 알지만……. 회사를 그냥 통째로 받기에는 제가 너무 부담되는걸요.”

박이나는 여전히 곤란해하며 말했다.

“부담 갖지는 마세요. 사실 이제는 저도 자유롭고 싶어서요. 제가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려서 디씨소프트에는 이제 관심이 없네요.”

“하하…….”

내 말에 박이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긴, 라일 씨처럼 대단한 사람에게 이런 회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박이나도 수긍하며 말했다.

나는 사인한 결재서류를 박이나에게 주며 말했다.

“참 인생이라는 게 재밌네요. 여기 사원으로 일할 때만 해도 이 회사는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 보였는데, 이제는 너무나 작아서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그렇죠. 저만 해도 처음 라일 씨가 저에게 이 회사를 운영하라고 부탁했을 때만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됐어요.”

“하하하하하.”

새삼 우리가 엄청나게 성장해버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릇이 성장한 만큼 더 큰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추진합시다. 사업을 확장하는 거요.”

“말투를 보아하니 뭔가 생각하시는 게 있는 거 같은데요?”

역시 박이나는 눈치가 빠르다.

“맞습니다. 생각해 놓은 게 있죠.”

“뭐죠? 설마 회사 CEO도 모르게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제가 그렇게 매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말투를 보아하니 박이나는 약간 심통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중국과 미국 일이 정리되면 차차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때 같이 이야기해보게요.”

“하긴 지금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 새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긴 하네요. 알겠습니다. 일이 다 정리되면 알려주세요.”

“그러죠.”

“저……. 그리고 라일 씨…….”

박이나는 뭔가 망설이면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죠?”

“사업 이야기도 좋지만 일이 정리되면……. 같이 놀러라도 가고 싶은데요?”

박이나는 부끄러워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 그동안 너무 정신없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냥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네요.”

아마 그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었던 게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좋죠. 이제는 제가 순간이동도 쓸 수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만 하시죠.”

“하하하하하.”

박이나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방금 하신 말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면 그냥 허항된 말이지만, 라일 님이 말하니까 너무 당연한 것이 된다는 게 웃기네요.”

“저 warrior입니다. 제게 불가능한 것은 없어요.”

[풋!]

디오의 비웃음을 듣자 뭔가 중2병 같은 대사를 한 것 같기도 해 창피했다.

그나저나…….

요새 진짜 디오가 많이 건방져졌다.

‘왜 웃지?’

[방금 그 대사를 듣고도 안 웃는 사람은 박이나가 유일할 것입니다.]

‘…….’

디오 말대로 박이나는 전혀 비웃고 있지 않았다.

“네 맞아요. 라일 씨는 언제나 말하는 것을 그대로 이루셨죠. 기대하겠습니다.”

박이나는 너무나 진지했다.

[아마도 박이나 씨와 라일 님은 잘 맞는 것 같네요.]

‘디오야. 낄끼빠빠.’

내가 가볍게 주의를 주자 디오는 들어갔다.

“이나 씨.”

“네.”

“저는 더 거대한 꿈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나 씨도 동참하셨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박이나는 수줍게 웃었다.

“라일 씨. 이미 이 회사의 CEO가 된 순간부터 저는 라일 씨를 따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전투도 참가하면서 그 의지를 이미 여러 번 비쳤던 것 같습니다. 전 라일 씨를 믿어요. 라일 씨가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어쩌면 전 세계를 제 밑으로 둘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

덤덤한 표정을 했지만 박이나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는지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대답했다.

“네. 라일 씨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시겠죠.”

“그렇게 되면 어쩌면 이나 씨는 이 회사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라일 씨가 맡기신다면 최선을 다해 다스릴게요.”

하하하.

이 여자는 정말로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것 같았다.

어떻게 인연이 돼서 이렇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좋은 조력자를 얻은 것 같다.

역시 난 인복이 많다.

“하하하. 일단은 중국과 미국 일부터 해결합시다.”

나는 이제 다른 지시를 하러 박이나와 작별 인사를 한 뒤 그곳을 나왔다.

***

CIA 지하 기계실.

오랜만에 기계를 정비하러 온 직원은 방 끝에서 푸른 빛이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곳으로 갔다.

“헉!”

그는 깜짝 놀라서 그만 자빠지고 말았다.

거기에는 이상한 푸른 게이트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거기에서 갑자기 올리버 국장과 직원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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