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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거침없는 진격 (2) (148/201)

147화. 거침없는 진격 (2)

“하하하하하하!”

리원하오는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호쾌하게 웃어댔다.

“크크크크큭.”

그는 좀처럼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주, 주석님?”

수행원은 불안해하며 그를 불렀다.

“재밌네……. 진짜로 재밌어. 하하하하하하하!”

한껏 정신없이 웃던 리원하오는 수행원을 바라보았다.

“이봐. 자네.”

“……네.”

“역사 좀 잘 아는가?”

“여, 역사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에 수행원은 당황했다.

“옛 명나라 시절. 후금이 명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어디를 거쳐야 했는지 아는가?”

“산해관……. 아닌가요?”

수행원은 확실하지 않은지 우물쭈물하며 답했다.

“그래. 맞아. 명나라로서는 가장 신경 써서 막아야 했던 게 그 산해관이라는 곳이었지. 그 위쪽은 다 산악지방이라 후금이 들어올 곳은 그곳밖에 없었거든.”

리원하오는 갑자기 표정이 바뀌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 산해관을 그만 너무나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지. 그 뒤로 명나라는 순식간에 후금에게 망하고 말았어. 수행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겠는가?”

“북한이 우리 중국으로 쳐들어올 길목이 바로 그곳이니까, 역사를 교훈 삼아 그곳을 철저하게 막자는 것인가요?”

“뭐,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왜 산해관이 그렇게 쉽게 열렸냐는 거지.”

갑자기 역사 이야기나 늘어놓는 리원하오 때문에 수행원은 답답했다.

하지만 따져봤자 좋을 게 없었다.

수행원은 일단은 그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오삼계가 산해관 문을 그냥 열어주었기 때문이죠.”

“크흐흐흐흐흐. 수행원. 잘 대답했소.”

리원하오는 만족스럽게 웃어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지. 명나라가 망할 징조가 보이니 오삼계가 명나라를 배신하고 산해관 문을 연 것처럼 북한도 그렇게 망해버렸다고 하더군. 그리고 지금 이 중국도 똑같은 길을 걷는 것 같고 말이야.”

리원하오는 다시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행원. 지금부터 우리 중국은 남북한과 전면전을 시작할 거다. 여기에 반하거나 도망치는 녀석은 즉각 척결하겠다. 알겠나?”

“네, 넵!!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얼른 힘차게 대답했다.

“항복과 후퇴는 절대 없다. 중국 국민 모두가 최후까지 녀석들과 싸울 것이다. 이견 있는 놈들은 무조건 사형이다.”

리원하오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warrior와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수행원은 리원하오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거기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본인 목이 먼저 날아갈 판이었다.

“네!!!”

어쩔 수 없이 수행원은 힘차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북한이 올 곳이야 뻔하다. 산해관 쪽으로 해서 오겠지. 사령원에게 연락해서 길목에 미리 대기하고 있으면서 집중 공격을 가하라고 전해!”

“네!!!”

수행원은 다시 우렁차게 대답한 다음 얼른 리원하오의 명을 전하러 떠났다.

리원하오는 혼자 자리에 앉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warrior. 아무래도 너는 내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야 속이 편한가 보군.”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북한을 이용한 공격은, 능욕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북한처럼 우리 국민들을 꼬드기겠지?”

리원하오는 warrior가 북한에서처럼 중국 내부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을 척결하려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행원에게 그렇게 강하게 말한 것이었다.

“warrior. 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너에게 투항하느니 그냥 죽는 게 낫지.”

리원하오는 앞에 놓인 술잔을 벌컥 들이키며 혼자 실성한 듯 웃어댔다.

***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 부근.

새로 편성된 북한군은 윗선의 명령에 따라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중국과의 전쟁이라니 그들은 이 상황에 너무나 황당해했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이람……?”

북한군 총참모장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기막혀하며 혼잣말을 했다.

얼마 전까지 대 이택근 부대 참모총장이었던 이 병사는 이제는 새 북한군 총참모장이 되어 북한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개 병사였던 그가 어떻게 전군을 지휘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그런 걱정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냥 warrior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됐었기 때문이었다.

“이택근을 척결하자마자 곧바로 중국의 리원하오를 척결하라니. 진짜 warrior 님은 어마어마하군.”

“그러게요.”

그 옆에 있던 참모가 그의 말에 호응해주었다.

총참모장은 이 상황도 어이가 없었다.

그 참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가 쳐다도 못 봤던 사람인데 어느새 위치가 바뀌어 옆에서 그를 보필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역시 군은 철저한 계급사회인지 참모는 빠르게 총참모장에게 숙이고 들어갔다.

사실은 warrior의 경고가 가장 큰 이유긴 했다.

그는 북한군 전체에게 자신이 새롭게 편성한 군사 체계에 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었다.

북한군 내에서 거기에 대항할 미친놈은 없었다.

“우리가 이택근을 손쉽게 무너뜨렸던 것처럼 아마 리원하오도 금방 무너뜨릴 수 있을 거야. 우리는 warrior 님을 등에 업고 있으니까 말이야.”

총참모장은 warrior를 믿고 참모를 그냥 편하게 대하기로 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참모도 그럴 생각인지 그를 존대하며 말했다.

끼익-!

갑자기 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멈추기 시작했다.

“뭐야?!!”

총참모장은 이상해하며 밖을 쳐다봤다.

간부 하나가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총참모장님!!”

“무슨 일이야?”

“우리가 여기로 올 줄 알았는지 앞에 중국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

총참모장은 코웃음을 치며 차에서 내렸다.

그가 보니 앞에 뭔가 새까만 것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설마 저게 다 중국군이야?”

“네.”

“세상에…….”

역시 중국은 물량이라고 했던가.

어마어마한 숫자에 총참모장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띵동-!

그때 그의 데이터 쉴드 알람이 울렸다.

역시나 warrior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굳이 다 죽일 필요는 없다. 회유나 항복의 의사가 있으면 곧바로 살려주고 계속해서 대항하는 놈들은 즉시 척결해라.]

“애들아. 명령 떨어졌다. 처리하자.”

총참모장은 씨익 웃으면서 조직폭력배 같은 멘트를 내뱉었다.

그의 명령에 북한군은 모두 전투 태세를 갖추며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북한군과 중국군은 서로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대치해 서기 시작했다.

“이야~! 진짜 어마어마하네.”

총참모장은 중국군의 물량에 또 새삼 감탄하며 말했다.

“어이! 지금부터 내 말 크게 방송으로 내보내.”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부하가 급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 다 됐습니다.”

“아! 아!”

총참모장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 말 잘 들어라! 너희가 이렇게 호기롭게 나왔고 병력도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사실 너희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를 못한다. 우리 군의 피해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며 오히려 너희는 전멸할 것이다. 우리는 warrior 님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지 총참모장은 병사일 때의 미숙함은 어느새 없어지고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는 자신 있게 중국군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지금이라도 우리에게 투항하고 리원하오를 척결하는데 합류한다면 너희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해서 우리와 싸운다면, 오직 멸망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은 여전히 북한군을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배신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리원하오의 경고 때문인지 중국군은 흔들림 없이 북한군과 대치했다.

“안타깝군…….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다니.”

총참모장은 혀를 끌끌 찼다.

“전군. 들어라!!!!”

그는 데이터 쉴드를 통해 용맹하게 부하들에게 알렸다.

“지금부터 저 건방진 놈들을 모조리 척결하도록 해라!!!!”

“예!!!!!”

우렁찬 함성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퍼엉-! 퍼엉-!

투두두두두두두-!

중국군은 곧바로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었다.

콰앙-!!!! 쾅-!!!

자주포가 연달아서 발포되었고 북한군 진영 여기저기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북한군들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하하하하하!!! 동무 이건 정말 최고라우!!!”

“정말 그렇다우!! 어떻게 된 게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우!!!”

북한군들에게 이건 마치 놀이와 같은 것이었다.

포탄에 맞은 북한군을 멀리까지 날아갔지만, 전혀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흐하하하하!!!!”

“나도 포탄에 맞고 싶다. 그렇게 재밌어?”

데이터 쉴드는 이런 이상한 대화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게 공격이 전혀 통하지가 않다니…….”

반대로 중국군 측에서는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계속해서 쏴라!!! 리원하오 주석께서 특별히 명령하셨다. 저 건방진 북한군을 쓸어버리고 우리 대 중국의 자존심을 회복해라!!!!”

“으아아아아!!!!!”

중국군은 자신들의 물량이 북한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아직까지는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이렇게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큰 착각이었다.

데이터 쉴드 앞에서 어떻게든 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전군!!!! 공격!!!!!”

총참모장의 발포 명령과 함께 북한군 측에서도 공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

퍼엉-!!!!

“끄아아아악!!!!!”

중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보통 전쟁에서는 버리는 총알이 많다고 한다.

다들 겁에 질려서 제대로 된 조준 사격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군 측에서는 총알에 맞을 두려움이 하나도 없었기에 조준 사격으로 총알 낭비 없이 중국군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북한군은 평온한 반면, 중국군은 미칠 지경이었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제대로 된 사격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뭐 하는 거야?!!! 그렇게 쏘면 적들이 맞겠냐고? 제대로 사격 안 해?!!!”

사령원은 총을 제대로 쏘지 못하는 부하들을 보며 답답해했다.

투두두두두두-!!!!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사령원이 답답해하든 말든 북한군들은 엄청나게 총을 쏘며 진격해왔다.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항복하고 리원하오를 척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면 언제라도 받아주겠다.”

북한의 총참모장은 적들을 회유하기 위해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중국군들은 거침없이 몰려오는 북한군들을 보며 망설이기 시작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망설이는 놈들은 바로 여기서 총살당할 거니까 알아서 해!!!!”

사령원은 분노하며 부하들을 다그쳤다.

“어서 공격해!!!!!”

“네!!!!”

중국군들은 사령원의 일갈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북한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중국군 진영에서 누군가가 헤집고 다니면서 중국군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야?!!!”

적은 전광석화 같이 움직이며 중국군들을 사정없이 베어내 나갔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군인들이 쓸려나갔다.

사령관이 보니, 어떤 여자가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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