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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북침 (8) (146/201)

145화. 북침 (8)

“으아아아아아!!!”

총참모장이 머리에 피를 쏟아내며 자신 쪽으로 쓰러지자 이택근은 괴성을 질렀다.

투두두두두두-!!!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그의 별장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모두 총에 맞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집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죽었는지 이제는 비명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정리된 거 같습니다.”

이택근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망할…….”

이택근은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죽은 척하기로 했다.

이택근은 총참모장이 쏟은 피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잘만 하면 사람들을 속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큰 착각이었다.

“이택근.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게 사람들은 그를 금방 찾았다.

“죽은 건가?”

“아니요. 생체 반응을 보니 아주 멀쩡히 살아있습니다.”

“그럼 죽은 척하고 있다는 거군.”

심지어 그들은 이택근이 그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까지 간파했다.

“이택근. 개수작 부리지 말고 일어나.”

한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셋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쏜다.”

그는 이택근을 겨누며 말했다.

“하나! 둘! 세…….”

“쏘, 쏘지 마!!!! 일어날게!!!”

이택근은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을 쏘려는 사람을 말렸다.

“진작에 그러지 그랬어?”

그는 모양 빠지는 이택근을 보며 피식했다.

이택근은 말투 때문에 이들이 북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역시나 맞았다.

그는 다시 위엄을 차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 수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또 이렇게 총까지 겨누다니……. 동무는 제정신인 건가?”

“응. 지금 정신이 너무나 말짱하다우.”

“오히려 너를 따랐던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시민군들은 이택근을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건방진!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당장 총 안 치…….”

퍼억-!!!!!

시민군 한 명이 개머리판으로 이택근의 얼굴을 갈겨버렸다.

“끄어어어억!!!”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택근의 이빨은 시원하게 빠져버렸다.

“커헉!!!!”

그의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다.

“아직도 네가 우리의 수령인 줄 알어? 정신 못 차려?!!”

시민군은 오히려 이택근을 압도하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택근을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것에 희열에 차 있었다.

“지, 지금 동무들은 반동분자에게 넘어가서 제정신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붙는다면 내가 지난 과오는 다 잊고 용서해주도록 하지.”

“…….”

시민군들은 이택근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이 너무나 싸늘해서 이택근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그럼 이건 어떤가? 당신들에게 높은 지위를 주겠네. 어때? 내 밑에서 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보는 것이?”

시민군 한 명이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

“무, 무슨?”

퍼억-!!!!

“꾸에에에엑!!!!”

이택근은 다시 한번 개머리판으로 얼굴을 맞았다.

그는 이제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

“이택근이. 아직도 모르겠어? 너의 시대는 이제 끝이야. 네가 우리에게 줄 지위 따위는 없다고. 알겠어?”

시민군들은 그에게 현실을 자각시켜주었다.

이택근은 이들에게 어떤 회유도 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태세를 바꿔 그들에게 빌기 시작했다.

“제, 제발 살려주게. 제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이택근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으어어엉!!! 제발 살려주게. 제발!!!! 으어어어어!!!”

이택근의 한심한 모습에 시민군들은 오히려 환멸감을 느꼈다.

“그동안 우리를 그토록 무서움에 떨게 했던 존재가 바로 이거라니…….”

한 시민군은 지난 세월을 통탄해하며 말했다.

“이택근이. 달게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아, 안 돼!!!!”

퍼억-!!!!!

시민군은 절규하는 이택근의 얼굴을 다시 개머리판으로 찍어버렸다.

이번에 이택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기절하며 쓰러져 버렸다.

“끌고 가!”

시민군들은 기절한 이택근을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갔다.

***

촤악-!!!

“푸하!!!”

갑자기 찬물이 얼굴을 때리자 이택근은 얼굴을 부르르 떨며 깨어났다.

“일어나. 새끼야.”

“뭐, 뭐야?!!!!!”

이택근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여, 여기는?!!!”

이택근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평양의 중앙광장에 있었고 엄청난 인파가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어떤 행사보다도 더 많이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대체 뭐야?!!!”

이택근은 경악하며 자리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온몸이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긴 뭐야? 네 처형식이지.”

“……뭐?”

그는 그 옆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향해 물었다.

“넌 대체 누구야?!!!”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북한 새 정부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지.”

“…….”

아직 30대도 안 넘은 것 같은 핏덩이가 이딴 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택근은 기가 찬 노릇이었다.

“개소리 말고 어서 이거 안 풀어?!!!!”

짝-!!!!!!

“아악!!!”

그 남자는 이택근의 뺨을 아주 시원하게 갈겨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전방에서 엄청난 함성 소리가 몰려왔다.

“어이 이택근. 이 소리 들려?”

자칭 북한의 새로운 대통령이라고 한 그 남자는 이택근에게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너의 고통을 바라고 있어. 고작 뺨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이렇게 모두 열광하고 있잖아. 어때?”

“젠장할…….”

이택근은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껏 그는 이런 취급을 당해온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모두가 그를 대우해주었고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다 하고 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뒤를 이어 국무위원장이 되었을 때.

모든 사람이 그 앞에서 벌벌 떨었고 어떻게든 환심을 사려고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랬던 세월이 무색하게 그는 너무 비참한 모습이었다.

“이 내가 이렇게 되다니…….”

그는 허무해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도 네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정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북한의 새 대통령은 그의 머리에 총을 댔다.

“와아아아아아!!!!!!!”

그러자 다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이택근?”

“하하하하하…….”

그는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맥없이 웃기 시작했다.

“시발. 진짜 거지 같네. 이렇게 끝나다니 애석할 따름이다.”

“우린 아니야. 이렇게 끝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 이게 다 warrior 님 덕분이니까.”

“warrior…….”

그는 씁쓸해하며 그 이름을 말했다.

생각해보니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게 warrior를 건드리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를 건드린 것이었다.

왜 한 치 앞을 모르고 그에게 그렇게 덤볐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는 절대 warrior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잘 가라. 이택근.”

“망할…….”

타앙-!!!!

총소리와 함께 이택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warrior!!!!!”

“warrior!!!!!”

사람들은 이제 warrior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건 자신들에게 변화된 세상을 가져다주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에 표현이었다.

“warrior!!!!”

“warrior!!!!!”

그렇게 한동안 warrior에 대한 부르짖음은 식을 줄을 모른 채 계속됐다.

***

“하아…….”

일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땅 꺼지겠다. 아직 젊은 주제에 뭔 한숨이야?”

일수는 나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뭐야 그 표정은?”

“내가 왜 이런 표정인지 알려줘? 첫째, 보통 그런 말은 나이 많은 어르신이 아래 사람들에게 하는 거야. 둘째, 내가 한숨을 쉬게 한 원인이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 정말 웃기지도 않아.”

일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건들었다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하……. 알았어.”

나는 얼른 일수에게 굽히며 들어왔다.

녀석 말대로 녀석이 이러는 것은 나 때문이기도 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데이터 쉴드를 왕창 만들라니. 그게 말만 하면 다 가능하냐?”

“가능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이게 진짜!!!”

결국 일수는 폭발에서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헤드락을 당해야 했다.

“그게 다 내가 개고생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만 개만 만들어도 힘든데 뭐? 백 만개? 너는 내가 무슨 네 노예인 줄 아는 거야?”

“야! 야! 아퍼!!!!”

나는 비물질화를 통해 헤드락에서 빠져나왔다.

“와……. 진짜 저 사기 기술.”

“너도 쓰고 싶지? 그러면 좀 더 업그레이드를 시키라고.”

“…….”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진짜 더 하다가는 일수가 손절칠 것 같아서 그만하기로 했다.

“둘이 뭐 해요? 또 라일 님이 일수 오빠 놀렸죠?”

연구실 안으로 들어온 장수진은 오자마자 일수를 두둔해주며 난리였다.

“진짜 라일 님 너무한 것 아니에요? 일수 오빠 데이터 쉴드 보급하느라 진짜 고생했단 말이에요.”

일수는 그새 뿌듯해하며 만족스럽게 수진이를 쳐다봤다.

뭔가 일수를 장수진에게 빼앗긴 느낌이었다.

그래…….

친구보다는 사랑 찾아간다 이거지?

“그나저나 라일 님은 역시나 대단하시네요.”

자기를 쳐다보는 내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장수진은 화제를 돌리며 이번에는 나를 칭찬했다.

“뭐가?”

“북한 주민들이 직접 이택근 정부를 무너뜨리는 거요. 결국 해내셨잖아요.”

“데이터 쉴드만 있으면 뭔들 못하겠냐.”

“하긴……. 그러면 그걸 보급해준 우리 일수 오빠가 대단한 거네요.”

결국 기승전일수가 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장수진도 일수에게 마음이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둘 사이에는 뭔가 오묘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에휴. 뭐, 둘이 알아서 하겠지.”

“네? 뭐라고요?”

무심코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와버리고 말았다.

“아니야. 그냥 아무 소리나 한 거야.”

나는 얼른 장수진에게 대충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이제 북한은 어쩌실 생각이에요?”

“맞어. 나도 그게 궁금했어. 지금 우리나라 뉴스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라고. 통일이 될 거라니 뭐라니.”

일수와 수진이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일단 통일은 나중 문제고 북한이 해야 될 일이 하나 있지.”

나는 그들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게 뭔데? 또 뭔가 상식을 뛰어넘는 답변을 들을 것 같은데?”

“보통 그럴 때는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하지 않냐? 상식은 뭔데?”

“알았어. 그러니까 그게 뭔데?”

나는 궁금해하는 일수를 향해 말했다.

“중국을 공격하게 할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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