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북침 (7)
“자. 여기 오셔서 지원하시고 데이터 쉴드를 보급받으시길 바랍니다.”
안내원은 자신에게 지원하러 오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쭈뼛쭈뼛하면서 몇 명 오지 않았는데, 점점 불어나더니 지금은 가히 시장통을 이룰 정도였다.
“예! 열정이 넘치시는 것은 좋으나 차례와 질서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내원은 능숙하게 사람들을 달래면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가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다 warrior가 도와주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에게 확성 능력이 생겨 굳이 악을 지르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말이 전달되었다.
게다가 데이터 쉴드도 어디에서 계속 나타나 보급되었기 때문에 끊기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
“이택근 그 자식 때문에 내 아버지와 자식이 죽었어.”
“우리 가족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다 죽었어요. 저만 이렇게 간신히 숨만 붙어서 살고 있다고요.”
지원한 사람들은 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들은 이렇게 판을 만들어주니 다들 울분을 토하면서 반기를 들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북한 사람들은 몰래몰래 남한의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남한을 동경하게 된 그들은 정부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터 쉴드와 총을 보급받은 주민들은 비장하게 모여있었다.
지원한 사람들이 다 모이게 되자 안내원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모든 지시는 방금 보급받으신 데이터 쉴드를 통해 내려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지시에만 따라주면 되겠습니다. 돌발행동이나 사적인 행동은 피해주십시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안내원은 마지막 부분은 특별히 겁을 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걱정 말고 어서 우리를 안내해 주세요. 빨리 이택근 그놈을 죽여야 제 속이 편할 것 같으니까요!!”
“옳소!!!”
사람들은 흥분된 상태였다.
그들은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혁명군의 우렁찬 함성이 북한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준비가 다 된 것 같군요. 이제 진격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작전사령관을 향해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빨리 가능하다니요.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족히 며칠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요.”
“이정도야 금방 하죠.”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좀 재수 없으려나?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생각을 읽은 디오가 끼어들며 말했다.
“디오야……. 넌 똑똑하니까 ‘낄끼빠빠’가 뭔 줄 알겠지?”
[네. 당연하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뜻이잖아요.]
“알면 좀 그렇게 해줄래? 방금은 네가 끼어들 때가 아니었어.”
[칫!]
하하하하하.
‘칫’이라고?
[죄송합니다. 지금 분위기가 심각한데 우리가 이렇게 장난치면 안 되죠. 다시 일에 집중해주세요.]
뭐라고 하려는데 디오가 딱 알고 먼저 끼어들었다.
진짜 이 녀석…….
실체만 있었다면 딱밤 한 대를 바로 갈겼을 것이다.
왜 이렇게 얄밉지?
디오가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왠지 혼자서 겁나 재밌어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녀석과 실랑이 해봤자 나만 피곤하니, 그냥 다시 작전사령관하고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령관님. 이제 명령만 내려주시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상태인데요.”
“그렇군요. 뭐 질질 끌 필요 있겠습니까? 바로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죠.”
국가 간의 전쟁 상황임에도 사령관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사냥’이라는 말까지 한 것 보면 말 다 했다.
다들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택근은 죽을 맛이겠지.
“그럼 지시하겠습니다.”
작전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고 그렇게 이택근 사냥이 시작되었다.
***
함경북도 겸성군
이택근 별장.
투두두두두두-!
탕-! 탕-! 탕-!
이곳에는 엄청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젠장할. 그냥 마구잡이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택근 휘하 군인들은 그곳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 별장이 그들로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여기가 무너지면 우린 다 끝이야. 어떻게든 지켜!!!!!”
총참모장은 부하들을 향해 외쳐댔다.
이 급박한 전시 상황 중에도 그는 훈장이 치렁치렁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
다른 군정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 순간조차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택근을 비롯해 북한의 고위 인사들을 평양에서 달아나 여기로 피신한 상태였다.
휴전선 부근의 군대들이 전부 다 박살이 났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취한 행동이었다.
그들은 도망가는 것 하나만큼은 재빨랐다.
그들의 예상대로 평양은 순식간에 함락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군에서도 북한 정부를 배신한 사람들이 속출했고 일반 시민들도 무기를 들고 합세해 군을 박살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총참모장님!”
한 간부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지원은 어떻게 됐어? 뭐라고 해?”
“그게…….”
간부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총참모장은 화를 버럭 내며 그를 다그쳤다.
“9군단과 10군단에게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미 거기도 끝난 상황입니다. 군단장들은 모두 시민군에게 척결 당했고 살아남은 병력들은 시민군에게 붙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되려 그들이 여기로 진격하고 있답니다.”
“뭐가 어째?!!!!”
참모장은 분노하며 소리를 쳤다.
촤악-!!!!!
그가 간부에게 따지려는 순간 그 간부는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총참모장에게 쓰러졌다.
그에 총참모장의 얼굴과 옷은 피로 얼룩졌다.
“으아아악!!!”
그는 절망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투두두두두두-!
계속 그들을 향해 총알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젠장할!!!!!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총참모장은 얼른 고개를 숙인 다음 재빨리 몸을 숨기며 이동했다.
그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이쪽은 총에 맞을까 봐 몸도 제대로 내빼지 못한 채 싸우고 있는 반면, 적들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사실은 현재 진격에 오고 있는 적들이 대부분 막 편성된 오합지졸 군대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주로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정규 훈련을 받은 그의 군대를 손쉽게 박살 내면서 진격해 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총을 쏘든 포탄을 쏘든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푸른 방패라고 불리는 남한의 사기적인 무기가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참모장님!!! 그 어떤 공격을 해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 아무리 해도 저 푸른 방패를 뚫어낼 수가 없습니다!!!!!”
그의 부하는 암담해 하며 말했다.
“소용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제발 어떻게 좀 하란 말이야!!! 이러다가 다 죽겠어!!!”
“…….”
예전 같으면 부하는 바로 ‘네’라고 외치며 그의 명령을 따랐을 텐데,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부하가 그러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푸른 방패를 뚫어보려고 이미 공격은 수차례나 해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의 공격은 무리였다.
남는 건 죽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부하는 권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에 갔다 댔다.
“너, 너!!!! 뭐 하는 거야?!!!!”
총참모장은 경악하며 그에게 외쳤다.
“적의 손에 죽느니……. 그것도 저런 오합지졸들에게 맥없이 죽느니 차라리 제 손으로 죽겠습니다. 그편이 더 명예로울 것 같군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체념한 부하는 덤덤하게 그에게 말했다.
“다, 당장 그만둬!!!!!”
“총참모장님께서도 이제 그만하시고 저처럼 자결하시는 게 좋을 거 같군요. 그편이 모범적이고 더 명예로울 테니까요. 그럼 지옥에서 뵙겠습니다.”
“안돼!!!!!!”
탕!!!!!
총참모장의 절규가 무색할 정도로 부하의 자살은 너무나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으아아아아!!! 망할!!!!”
그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부하의 시신을 보며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일단 별장 안으로 대피하십시오.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그냥 당할 뿐입니다.”
그 와중에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부하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그가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도 부하들은 계속해서 죽어 나갔다.
“총참모장님!!! 어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빨리 후퇴해서 별장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 어서 빨리 이동해!!!!”
부하가 재촉하자 총참모장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황급히 이택근의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초, 총참모장?!!”
이택근은 별장 안으로 들어오는 총참모장을 보며 놀랐다.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남아있는 군은 백 명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았다.
“적을 막지 못하고 여기로 오면 어쩌자는 것이요? 빨리 가서 막으시오!!!”
무서워서 앞으로 나가 싸우지도 못하는 이택근은 총참모장을 떠밀며 말했다.
“무립니다. 여기가 아마 우리의 마지막 전투지가 될 것 같군요.”
“뭐……?”
이택근은 질겁하며 말했다.
투두두두두두두-!!!!!
그때 수많은 총알이 저택 안으로 휩쓸고 지나가면서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쨍그랑-!!!!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저택 안에 있던 군인들도 시민군의 총에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
총참모장은 두려워서 바닥에 누워 몸을 움츠리며 벌벌 떨고만 있었다.
“총참모장!!! 모양 빠지게 뭐 하는 거야?!!!! 빨리 지시를 해서 막으란 말이다!!!”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택근은 분노하며 그에게 윽박질렀다.
“시발!!!!”
그에 총참모장 또한 분노하며 이택근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뭐가 어째?”
이택근은 자신에게 대드는 총참모장을 황당해하며 쳐다봤다.
“너 지금 나한테 반기를 드는 거야? 죽고 싶어?!!!!”
“시발. 지금 이 상황에서 뭘 바라는 거야? 우린 어차피 끝났어. 이제 죽는다고!!!!”
결국 총참모장도 자신이 곧 죽을 거라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런 그에게 이제 무서울 것은 없었다.
“이제 다 끝난 거야!!!! 우린 다 끝난 거라고!!!!”
그는 이택근의 멱살을 잡으며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총참모장 미쳤어?!!!”
이택근은 멱살을 풀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총참모장은 더 세게 멱살을 쥘 뿐이었다.
“이왕 죽을 거 너라도 죽이고 죽어야겠다. 예전부터 난 네가 마음에 안 들었어.”
총참모장은 그동안 숨겨왔던 그의 본심을 드러냈다.
“죽어!!!”
퍼억-!
“끄아아악!!”
총참모장은 이택근의 얼굴에 시원하게 펀치를 가했다.
이택근은 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총참모장은 그대로 이택근 위에 올라타 그에게 파운딩을 가하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퍼억-!!!!
“크윽!!!”
이택근은 맥없이 그에게 맞을 수밖에 없었다.
“죽어!!!!”
총참모장은 악에 받쳐 이택근을 더 패기 시작했다.
탕-!!!!
그때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총참모장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