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북침 (5)
사령관은 바짝 긴장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사령관에게 말했다.
“그렇게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도우러 온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지뢰도 다 터트려버린 것 아닙니까?”
“…….”
사령관은 내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앞으로 여기도 사람들이 다닐 곳이 될 건데 지뢰가 남아있으면 안 되겠죠.”
나는 웃음기를 머금으며 그에게 말했다.
“정말로 통일을 이룰 생각이십니까?”
“그런 복잡한 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것 같군요. 저는 일단 북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집중할 생각이니까요.”
“…….”
사령관이 짧게 탄식했다.
나는 굳이 거기에 반응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전에 국방백서에서는 우리의 적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고 정의하면서 북한 일반 주민을 적으로부터 분리시켰었죠?”
“예……. 맞습니다.”
“사령관님께서도 지금 우리의 적을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 쪽으로 포섭할 생각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죠?”
사령관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저는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북한 정권을 무너뜨렸으면 좋겠거든요.”
“…….”
사령관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 걸로 봐서 내 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설명한다고 했으나, 사령관은 다른 의미에서 내 말을 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warrior 님이 지금 무슨 의도로 그렇게 지시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령관은 약간 강한 어조로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린다면 그 이후의 일 처리가 더 곤란해집니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북한을 점령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아…….
그 이야기였어?
나는 사령관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이 염려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됩니다만, 일단 그건 제가 없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네……?”
“제가 있는 한 그런 것은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겁니다. 새로운 북한 정부는 곧바로 제 따까리가 될 것이니까요.”
나는 분명한 내 뜻을 그에게 밝혔다.
내 진지한 태도에 사령관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유일한 대항마였던 잭슨이 사라진 지금.
내가 하고자 하면 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warrior 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대로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부하들에게는 제가 직접 지시하죠.”
“감사합니다.”
사령관은 내 힘을 충분히 인지했는지 대화가 통했다.
간만에 개념 있는 사람을 만나니까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
북한군 초소.
두 명의 병사가 긴장감을 유지한 채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야…….”
한 병사가 같이 근무를 서고 있는 동료를 불렀다.
“왜……?”
혹시나 적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소곤소곤 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몰래 엿들은 건데……. 이미 휴전선 부근의 군대들은 개박살이 났대.”
“…….”
동료의 말은 들은 병사는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지금 그거 모르는 사람 있어?”
“하긴…… 그렇지…….”
병사는 머쓱해 하며 말했다.
“우리도 이대로 허무하게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당장 우리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러긴 하지…….”
그들은 암담해 하며 씁쓸하게 말했다.
“하아……. 진짜 인생 뭐 같다.”
“그러게. 우린 대체 왜 북한에서 태어나가지고……. 남한 놈들은 그 warrior인가 뭐인가 믿고 편하게 싸울 것 아니야? 진짜 우린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래. 너흰 진짜 운도 지지리도 없다.”
“!!!!!!!”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에 그들은 모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놀라 자빠졌다.
“너, 너! 너!”
한 병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너’만 계속해서 내뱉을 뿐이었다.
“똑바로 좀 말해라. 진짜 불쌍해서 못 봐주겠네.”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여,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다른 녀석은 재빨리 총을 들어 나를 겨누려고 했다.
“나한테 총 쏜 순간 너희들은 그 즉시 죽는 거야.”
나는 최대한 분위기를 잡으며 무섭게 말했다.
진짜로 나에게 총을 쏜다면 나는 곧바로 녀석들에게 최대 전압으로 전기를 먹일 생각이었다.
나는 나한테 절대적으로 복종할 놈들이 필요했다.
경고를 했음에도 개긴다면 바로 버릴 뿐이다.
병사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총을 바로 내렸다.
“호오…….”
나는 만족스러워서 혼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희들 내가 누군 줄은 알어?”
“warrior 님 아니십니까?”
둘은 고민하지도 않고 당차게 말했다.
“그래. 잘 알고 있네. 하긴 그러니까 바로 내 말대로 총을 내렸겠지.”
나는 가서 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둘은 어색하게 내 격려를 받았다.
“아까 너희도 말했다시피,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너희는 그냥 개죽음만 당하는 거야. 그런데 이 자비로운 내가 너희에게 기회를 주려고.”
“기회요……?”
“그래. 일단 이거 받아봐.”
나는 녀석들에게 데이터 쉴드를 나눠주었다.
“이게 뭐죠?”
“우리 남한군들이 바로 이것 때문에 무적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이게 모든 공격을 다 막아주거든.”
“설마?!!! 그 ‘푸른 방패’가 이거였습니까?”
데이터 쉴드를 ‘푸른 방패’라고 부르니까 뭔가 게임 아이템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우리는 이것을 데이터 쉴드라고 불러.”
“호오.”
녀석들은 감탄하면서 신기한 눈으로 데이터 쉴드를 구경했다.
그러다가 녀석들은 뭔가 깨달았는지 갑자기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이걸 적인 우리에게 왜 나눠주는 겁니까?”
“이제 너희가 적이 아닐 예정이기 때문이지. 지금부터 당장 북한군 때려치우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너희는 살 수 있다.”
“네?!!”
둘은 놀라며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싫으면 관두던가.”
“아, 아닙니다. 당장 때려치우겠습니다!!!”
둘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바로 달라붙었다.
“진작에 그렇게 나와야지. 앞으로 행동 빨리빨리 해. 늦장 부렸다가는 곧바로 기회가 날아갈 테니까.”
“옙!!!!”
둘은 기합이 제대로 들어가 있었다.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너를 대(對) 이택근 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한다.”
“예?!!!”
그 병사는 기겁하며 놀랐다.
“싫어?”
“아, 아닙니다!!!!”
녀석은 또 바로 대답했다.
“좋아. 그다음 너!”
나는 옆에 있는 녀석을 가리켰다.
“네!”
녀석도 우렁차게 대답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과연 내가 어떤 직책을 줄지 기대하는 눈치다.
이 낯짝을 보고 있자니 뭔가 심술이 발동했지만, 그냥 주기로 했다.
어차피 허수아비들이니까 이렇게 막 높은 지위를 줘도 상관없다.
“너는 지금부터 북한 새 정부의 대통령이다.”
“……예!!!!”
놀라서 대답이 약간 늦었지만, 뭐 이 정도면 넘어가 준다.
“좋아. 그러면 대통령님과 참모총장님.”
“예!!”
“지금부터 데이터 쉴드를 착용한 다음, 거기에서 나오는 지시대로 행동하시면 되겠습니다. 모두 알겠습니까?”
“네!!!”
둘은 힘차게 대답하면서 바로 데이터 쉴드를 착용했다.
***
북한군 초소 중앙통제실.
쾅-!
한밤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뻥 차며 당차게 들어왔다.
“뭐, 뭐야?!!!!”
근무를 서고 있던 장교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장교가 졸린 눈을 씻고 확인하니 말단 병사 두 명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이런 간나 새끼들!!!”
그는 조용히 들어오지 않은 병사들로 인해 엄청나게 분노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장교는 병사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겨버렸다.
탁-!!!!!!
“끄아아아악!!!!”
하지만 다친 건 병사의 머리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손이었다.
“미친!!! 무슨 머리가 돌대가리야?!!”
그는 엄청 아파오는 손에 눈물까지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장교가 아파하자 서로를 쳐다본 다음 씨익 웃었다.
“웃어? 이 개새끼들이!!!!”
장교는 성을 내며 이번에는 그 병사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퍽-!
“끄아아아악!!!”
이번에도 아픈 것은 병사가 아니라 장교였다.
“대, 대체 뭐야?!!!!!”
“동무. 일단 한 대 맞고 정신을 차리는 게 낫겠소.”
“뭐?”
퍼억-!
그 병사는 개머리판으로 자신을 때렸던 장교의 대가리를 찍어버렸다.
“끄아아아악!”
장교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간나 새끼!!! 뭐 하는 짓이야?!!!”
통제실에 있던 군인들이 병사의 돌발행동에 분노하면서 모두 벌떡 일어났다.
“지금부터 이곳은 내 명령으로 돌아간다.”
딱 봐도 어색한 말투여서 카리스마라곤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병사는 자기 혼자 만족스러운 듯이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통제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벙찐 표정으로 그 병사를 쳐다봤다.
“뭐가 어째? 이 미친 새끼가.”
다른 간부가 분노하면서 그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까 장교가 그랬던 것처럼 그 병사를 때리려고 했다.
그 간부는 병사의 얼굴에 시원하게 펀치를 날렸다.
퍼억-!!!
“끄아아아악!!!”
하지만 역시나 깨지는 것은 그의 주먹이었다.
“동무는 학습 능력이 없네그려. 앞의 동료가 다치는 것을 보면 정신을 차리고 나를 안 때렸어야지.”
“넌!! 대체 뭐야?!!!”
병사는 씨익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부로 신설된 대 이택근 부대 참모총장이올시다!”
병사의 말에 통제실 안의 북한군들은 황당해했다.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그렇다면 역시 너는 반동분자란 소리군!”
“어이. 정신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지금 warrior 님의 지원을 받고 있다.”
“…….”
병사가 warrior를 언급하자 통제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들 반응을 보아하니 warrior 님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듯하군.”
병사는 자신감에 넘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warrior 님께서는 특별히 자비를 베푸셔서 이택근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은 살려주기로 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우리에게 붙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그 병사의 말에 북한군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그들 눈에는 두 병사의 주위로 푸른 막이 형성되어 있는 게 보였다.
다들 그것이 푸른 방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warrior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저 둘의 말은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사실 이들 또한 전의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식은 패전 소식밖에 없었다.
그것도 적군의 피해가 단 하나도 없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이런 상황인데 계속해서 싸운다는 것은 그냥 허무하게 개죽음만 당할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다들 현실을 직시해라. 이택근은 이제 망했다. warrior 님의 도움으로 앞으로 북한은 새롭게 태어날 테니 여기에 붙는 게 좋을 거다. 만약 계속해서 저항하겠다면 죽음만이 기다릴 것이니 제발 옳은 선택을 하면 좋겠다.”
병사의 말에 다들 반박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게 현실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붙겠다.”
“나도 붙겠다.”
북한군들은 그렇게 하나둘 포섭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