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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북침 (3) (141/201)

140화. 북침 (3)

“휴우-!”

백기완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데이터 자아가 모든 핵미사일을 이라일이 막아버렸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수백 발의 핵미사일을 막다니… 진짜 라일 씨는 대단하군…….”

그는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이라일이 없었으면 지금쯤 여기 한국은 지구상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백기완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띠리리리-!

그때 그의 책상에 놓인 전화가 울렸다.

대통령은 즉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님. 접니다.”

이라일이었다.

“어이구. 라일 씨. 몸은 괜찮으십니까? 진짜 라일 씨의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그 잭슨도 물리치시고요.”

“하하하.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더 강해졌죠.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라일의 목소리는 생기가 넘쳤다.

잭슨이 사라져버렸으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일단은 지금 당장 전방에 배치된 군대를 북한으로 이동시켜주세요.”

“북, 북한으로요!?”

백기완 대통령은 급작스러운 이라일의 요청에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라일 씨……. 오늘 북한을 싹 다 밀어버릴 것은 아니시죠?”

“맞습니다. 역시 제 맘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이렇게 대답을 들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아직 통일을 하기에는 우리나라가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요.”

“그런 건 차차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일단은 저 건방진 이택근이 설치는 꼴을 제가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가 없거든요.”

“하하하하하.”

이번의 웃음은 멋쩍은 웃음이 아니라 통쾌한 웃음이었다.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렇네요. 이택근이 설치는 꼴은 저도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백기완 대통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잭슨이 없으니 우리 군인들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지요?”

“네. 이전까지는 그냥 최선을 다한다고만 말씀드렸으나, 지금은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군 중 그 어느 누구도 조그만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고 진격 명령 내리십시오.”

“하하하하하하하! 간만에 듣는 시원한 대답이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특유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좋습니다. 바로 지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임 시절 북한을 정복한 대통령이라는 이력을 제가 선물해드리겠습니다.”

단지 생각만 했었던 일이 직접 현실이 될 것을 생각하니 백기완 대통령은 기분이 묘해졌다.

그는 일개 국회의원이었던 자신이 이제 역사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라일 씨 덕에 저는 정말 많은 것을 얻는군요.”

“제가 말했죠. 저를 믿고 따르시면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요. 대통령님은 줄 잘 서신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렇네요.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 바로 라일 씨와 동업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이라일도 대통령을 따라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바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진격 명령을 내렸다.

***

북한 이택근 위원장 사무실

이택근은 초조해하며 잭슨과 리원하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둘은 지금 상황에서 그가 거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던 이택근은 직접 그들에게 연락을 취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두려워 그냥 참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띠리리리리-!

전화가 울리자 이택근은 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위원장님 여기는 제3 핵미사일 기지입니다!!! 설치된 핵미사일 전부가 알아서 남한으로 발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는 도중에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

이택근은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아까부터 계속 오는 전화는 죄다 이런 류의 전화였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핵미사일이 제멋대로 한국에 발사되어 버렸다.

이 일 자체로만 보면 오히려 바라는 것이었으나 문제는 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warrior가 한 게 분명했다.

“망할!!!! 사라졌다고만 말하지 말고 왜 사라졌는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예?!!!”

이택근의 급발진에 보고하는 장교는 당황했다.

그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당장 원인 알아내서 보고해!!! 한 번만 더 이딴 식으로 보고하면 죽을 줄 알어!!! 끊어!!!”

이택근은 한바탕 윽박지른 다음 수화기를 내던져버렸다.

“젠장할!!!!”

그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

띠리리리-!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신기한 것은, 그가 수화기를 던져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꽂히지 않아 전화가 전혀 울릴 수 없는 상태였는데 울린다는 것이었다.

이택근은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전화를 받았다.

그는 두려워서 상대가 말을 하기 전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받았으면 뭐라고 말 좀 해라. 새꺄.”

“!!!!!!”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는 이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택근은 전부터 동영상으로 그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었다.

바로 warrior였다.

“……warrior냐?”

“크하하하하하하.”

warrior는 뭐가 재밌는지 혼자 경박하게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진짜 눈물 나게 웃기네. 너 영어 발음 최악이다. 진짜 살다 살다 국무위원장 영어 발음까지 듣게 되네. 너무 뜬금없이 확 들어와서 터질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하하.”

이택근은 심각한 반면 warrior는 자기 혼자 수다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미친 거 아니야?”

“웃음이 왜 안 나오겠냐 이 병신아. 너 괴롭힐 거 생각만 해도 재밌어 죽겠는데 말이야.”

warrior는 특유의 이죽거림으로 이택근의 화를 살살 돋구었다.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왜 핵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진 거지? 그건 분명 네가 저지른 짓이다.”

“야! 진짜 어이가 없네? 넌 지금 그걸 적한테서 묻고 있냐? 네가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좋다고 다 대답해주겠어?”

“…….”

“그동안 네가 물어보면 옆에서 다 대답해주니까, 막 적도 네가 물어보는 거에 다 대답해 줄 거 같아? 정신 좀 차려라 이 병신 같은 놈아.”

“후우…….”

이택근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으면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조금만 더 건들면 그는 정말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하하하. 땅 꺼지겠다 인마. 그래도 내가 자비로우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맞아. 내가 한 거야. 너희가 쏜 핵미사일을 처음으로 없앴는데, 요령이 없어서 무식하게 제거하느라 진짜 겁나 빡셌다. 그때의 고통만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네 아구창을 쳐 버리고 싶은 기분이야.”

“…….”

이택근은 생전 처음으로 받는 대우에 분노를 넘어 황당할 뿐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한국어로 농락을 당하니 그의 속이 더 썩어들어갈 지경이었다.

“warrior. 그쯤 하는 게…….”

“닥쳐. 내 말 안 끝났어!”

warrior는 반대로 이택근에게 윽박질렀다.

“내가 지금 네 아구창 쳐 버리고 싶은 기분이라고 했지? 분위기 파악 안 해? 내 말 끝까지 잘 들어!!!”

“이게 진짜?!!!”

이택근은 결국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지지지지직!

그때 그의 주위에 스파크가 생기면서 전기충격이 그에게 가해졌다.

“끄아아아아악!!”

이택근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꼭 당해야 정신을 차리지?”

전화 볼륨이 갑자기 확 커져서 수화기를 대고 있지 않아도 상대가 말하는 게 다 들렸다.

“그냥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들어라. 난 사실 당장에라도 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너를 죽여버릴 수 있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정공법으로 천천히 그곳으로 밀고 들어갈 거야. 두려움에 떨면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이제 네 시대는 끝났어.”

“크윽…….”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으나 애석하게도 warrior의 말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에 이택근은 기분이 더 거지 같았다.

“뭐 소용없기는 할 텐데 발악하면서 버텨 봐봐. 혹시 아냐? 네가 나를 이길지?”

warrior는 얄밉게 또 웃어댔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감상하라고.”

뚜-! 뚜-! 뚜-!

전화가 끊기면서 듣기 싫은 전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망할!!!!”

이택근은 분한 마음에 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똑똑똑!!!!

그때 누군가 그의 방문을 노크했다.

“위원장님!”

“뭔데?!!!!”

수행원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이택근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놀라면서 그에게 달려왔다.

“위원장님! 괜찮으십니까?!!!”

“저리 치워!!!!!”

이택근은 그를 부축해주려는 수행원에게 괜히 신경질을 냈다.

수행원은 머쓱해서 손을 치웠다.

“무슨 일이야?!!!”

이택근은 온갖 인상을 써대며 수행원에게 물었다.

“그, 그게…….”

이택근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수행원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선전포고를 했고 지금 이곳으로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벌써 휴전선 부근의 군대들은 박살이 났습니다.”

“이 시발!!!!!!!”

이택근은 포효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는 곧바로 자기 책상으로 가서 권총을 하나 집어 들고 왔다.

“수, 수령님?”

“시발!!!! 뒤져버려!!!!!!”

탕-! 탕-! 탕-!

이택근은 자신의 수행원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뒤져버려!!!!!”

탁-! 탁-!

이택근은 분이 안 풀리는지 탄창이 비어 쇳소리가 계속 날 때까지 권총을 쏴댔다.

“으아아아아악!!!”

이택근은 분노하며 탄창이 빈 권총을 죽어있는 수행원을 향해 던졌다.

“시발 진짜!!!!!!”

그가 발악하는 소리가 관저에 울려 퍼졌다.

***

중국 베이징

주석 리원하오의 집무실

리원하오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잭슨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핵미사일 기지에서는 계속해서 한반도로 발사된 핵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졌다는 보고만 할 뿐이었다.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리원하오 또한 이 일이 모두 warrior의 소행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뭐가 잘못되어도 상당히 잘못되었어. 대체 잭슨 님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쾅-!

리원하오는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내려쳤다.

그는 warrior를 잡기 위해 그동안 모든 수모를 참으며 비밀리에 잭슨과 합작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젠장!!!! 아무래도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어!!!”

분명 잭슨이 싫어할 것이 예상됐지만 답답한 마음에 리원하오는 결국 먼저 전화를 걸기로 했다.

띠리리리-!

그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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