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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핵전쟁 (8) (138/201)

137화. 핵전쟁 (8)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제멋대로 가동되었다. 미군 핵미사일 기지의 모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작동시킨 거야? 그리고 왜 목적지가 한국인데?”

지휘관은 시스템 화면을 보며 악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어차피 한국이랑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인데 상관없지 않을까요?”

한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지휘관은 세상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병신이냐?”

지휘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을 내뱉으며 그 병사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지휘관은 병사의 얼굴을 향해 시원하게 소리를 질렀다.

“죄, 죄송합니다.”

병사는 사색이 되어 자신의 말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지휘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될 정도로 계속해서 일갈했다.

“당장 시스템 멈춰!!!”

지휘관은 통제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에 모두 열심히 핵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도가 없었다.

핵미사일 시스템은 자기 알아서 멋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쿠쿠쿠쿠쿠쿵!!!!!

결국 미사일은 발사되고 말았다.

“……망할.”

지휘관은 화면으로 날아가고 있는 미사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은 이제 끝이야.”

그러는 한편 러시아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둠스데이가 발동됐습니다…….”

레브 국장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콘스탄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장……. 그게 무슨 소리지?”

콘스탄틴은 기가 차다는 듯이 레브 국장에게 물었다.

레브 국장은 원체 진지한 사람이라 이제껏 가벼운 농담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저렇게 심각한 얼굴로 와서 말한다는 것은 그 말이 정말이라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난 둠스데이 발동을 지시한 적이 없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고?!!”

콘스탄틴은 사뭇 격양된 목소리로 레브 국장에게 따졌다.

“멋대로 가동된 듯합니다.”

“뭐……?”

콘스탄틴은 레브 국장의 말에 황당해했다.

“특이한 점은 목적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들을수록 가관이군. 둠스데이는 분명 미국과의 핵전쟁을 대비한 시나리오가 아니던가? 갑자기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저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레브 국장은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미친!!!!”

쾅-!!

콘스탄틴은 화를 내며 책상을 내려찍었다.

“그러면 당장 중지시켜야지 뭐 하는 거야?!!!”

“이미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멈출 수 없습니다. 어떤 조작도 불가능합니다.”

“…….”

콘스탄틴은 할 말을 잃고 레브 국장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띠리리리-!

그때 레브 국장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레브 국장의 표정은 더 심각해졌다.

“무슨 일이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콘스탄틴이 물었다.

“결국…….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합니다.”

“…….”

콘스탄틴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하하하….”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웃어댔다.

“한국은 이제 끝이야…….”

콘스탄틴은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만져댔다.

“한국에는 warrior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가 과연 둠스데이까지 막을 수 있을까?”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아…….”

콘스탄틴은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누가 이런 미친 짓을…….”

***

퍼엉-!!!!

핵미사일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물리 방화벽 용량을 그렇게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터지고 나서였다.

“크흑-!”

안 그래도 폭발력이 엄청난데 그걸 압축시켜 놓았으니 에너지가 엄청났다.

동시에 열 개가 그러고 있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망할!!!!!”

욕이 절로 나왔다.

디오가 왜 걱정했는지 알만했다.

[라일 님. 괜찮으십니까? 할만하십니까?]

“……미칠 노릇이니까 말 걸지 마라…….”

[네…….]

괜히 디오에게 화낸 거 같아서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 난 좀 민감하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이를 악물고 압력을 버텨내고 있었다.

“젠장. 막기만 해서는 답이 안 나와. 이 폭발 데이터 좀 다른 데이터로 바꿔 봐!”

[예. 변환 작업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으아아악!!!!”

진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폭발 압력이 엄청났다.

“빨리 해!!!!”

[네!]

디오도 열심히 데이터를 변환해주었다.

덕분에 압력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버틸 만 해졌다.

“후아! 살 만하네.”

압력이 완전히 다 내려가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쥐가 났는데 풀리는 기분 같다랄까?

물론 고통은 비교도 안 되게 크지만…….

[라일 님.]

젠장할.

저거 분명 1,000% 확률로 심각한 소식을 전하는 거다.

[지금 미국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다수의 핵미사일을 한국으로 쏘고 있는 중입니다.]

“…….”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가 않는지…….

지금 고통이 막 끝났는데 그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감당하라는 건가…….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잭슨과 더 딜을 할 걸 그랬다.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지…….

“어떡하지? 시간 좀 있냐?”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지금 빠르게 계산한 결과, 계속해서 20개씩 핵미사일을 해체해야 막을 수 있습니다.]

…….

10개 막는 것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계속해서 20개씩 막으라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

[……20개씩 막아야 합니다.]

“망할!!!”

이 상황이 너무 짜증이 났다.

진짜 잭슨 그 새끼는 이제껏 만났던 놈 중 제일 악질이다.

이제 사라졌으니까 망정이지.

어찌 됐든 지금 정신 차리고 쏟아지는 핵미사일을 막아야 한다.

한번 해보지.

내가 바로 이 시대의 먼치킨이니까 말이야.

“디오!”

[네.]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라. 한번 필사적으로 막아 볼 생각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나는 각오를 다진 다음 핵미사일 제거에 다시 나섰다.

핵미사일을 물리 장벽으로 감싼 다음 디오가 폭발 데이터를 공기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말을 쉬웠지만, 이 작업은 너무 고통스럽다.

핵이 정말 무섭긴 무섭다.

“크아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왔다.

숫자도 많아서 문제인데, 조금 전보다 두 배의 압박을 버텨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힘내십시오. 제가 최대한 빨리 변환시켜보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빨리해 봐. 지금 죽을 거 같으니까!”

[예!]

디오도 분투하고 있는지 변환 속도는 확실히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아……. 하아…….”

나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어떻게 20개를 막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라일 님. 공격을 막으려면 계속해서 해야 합니다.]

“하아……. 하아…….”

디오에게 대꾸할 힘조차 없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라일 님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이만할까요? 라일 님은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핵미사일을 막았습니다. 그 이후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만두라니,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달콤한 말일 수가 없다.

솔직히 진짜 힘들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또 오천만 국민이 한 번에 몰살당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그 개고생했던 게 물거품이 될 거라는 것이다.

[라일 님?]

“…….”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를 똑바로 잡았다.

[계속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나 warrior야.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모두 다 극복해나갔어. 지금 이 위기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끝까지 막는다.

무조건 막을 것이다.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한반도에 떨어지고 있는 핵미사일을 물리 장벽으로 감쌌다.

“으아아아아아악!!!!!”

나는 또다시 엄청난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젠장할!!!!!!”

극도로 몰려오는 고통을 견뎌내느라 이빨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좀만 더 버티십시오. 힘내십시오!]

디오는 나를 격려하고자 온갖 응원의 말을 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무식하게 압박을 견뎌낼 뿐이었다.

“하아……. 하아…….”

나는 힘이 풀려 그만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찌어찌 이번에도 20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시켰지만, 이 이상은 무리였다.

한계가 온 것이다.

큰소리 떵떵 쳤지만, 정말 이 이상 했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앞으로 해체해야 할 핵미사일이 많이 남아 눈앞이 깜깜해졌다.

무슨 정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다시 핵미사일을 막으려고 했다.

이제는 생각할 힘도 없다.

그냥 시도할 뿐이었다.

[라일 님.]

그때 디오가 나를 불렀다.

뭔가 목소리가 이전과는 다르다.

좀 더 희망에 찬 목소리다.

“왜?”

나는 기대에 차서 대답했다.

디오가 뭔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금 작업으로 인해 저는 또 성장해버렸습니다. 이제 폭발 데이터를 변환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하, 하핫!”

기대한 대로 좋은 소식이 들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시 위기는 사람을 성장시켜준다랄까? 네가 사람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이 와중에 업그레이드라니 진짜 대박이다!!!!!”

힘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지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쉬십시오. 제가 한 번에 다 없애버릴 테니까요.]

“그 정도라고?”

물리 장벽 없이 변환한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방금 몇 번의 시도로 패턴 파악을 끝났습니다. 말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낫겠군요.]

디오는 말이 끝나자마자 핵미사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

디오가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을 지켜보며 너무 놀라 말이 안 나왔다.

디오 이 녀석은 진짜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핵미사일이 사라졌다.

폭발 즉시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 끝났습니다.]

디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이러면 아까까지 그 생고생한 내가 뭐가 되냐? 물론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좋긴 한데, 이렇게 끝나니까 뭔가 좀 허무하네…….”

[라일 님이 버텨주신 덕에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라일 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고맙게도 디오는 나를 추켜세워줬다.

“말이라도 고맙다. 무튼 디오 넌 최고야. 전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쏜 핵미사일을 막아내다니. 진짜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거 엄청 대단한 거잖아?”

[예. 이제 잭슨도 없어졌고 우리를 막을 수 있는 놈들은 없습니다.]

“그렇군…….”

잭슨 그 미친놈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빅엿은 이렇게 또 잘 해결되었다.

진짜 끝까지 지긋지긋한 놈이었다.

대한민국에는 핵미사일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피해도 전혀 없었다.

어쨌거나 결국 승자는 나였다.

[라일 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뭘 어째?”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미친놈 믿고 나에게 개겼던 놈들에게 역공을 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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