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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핵전쟁 (7) (137/201)

136화. 핵전쟁 (7)

[라일 님…….]

디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를 보아하니 분명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거야. 맞지?”

난 미국의 모든 핵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고장 내 놓았다.

따라서 잭슨이 조치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굉장히 적었기 때문에, 녀석이 뭔가 극단적인 수를 꺼냈음을 알 수 있었다.

[잭슨이 핵미사일에 접근하고 있는 중입니다.]

“……설마 날아가고 있는 미사일로 순간 이동했단 소리야?”

[네.]

“…….”

진짜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녀석도 비물질화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미사일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비물질화하면 미사일이 그대로 통과해버리니까 잡기 힘들겠지. 그렇다고 비물질화를 안 하자니 굉장히 위험하고.”

[아무래도 그렇겠죠. 어쨌든 녀석은 계속 순간 이동하면서 미사일에 접근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확실히 원격보다는 직접 접촉하는 게 데이터를 다루기가 더 쉽다.

녀석도 원격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미친 짓이다.

빠르게 날아가는 미사일에 계속 순간이동 하면서 접근해 해체한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못 해봤다.

녀석도 만만치는 않은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성공해버린다면…….

그 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알아서 뻘짓거리 하면서 힘 빼라고 내버려 두고 싶지만, 혹시나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방해 좀 해야겠어. 그렇다고 나도 녀석처럼 계속 순간이동 하면서 그 미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떡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녀석을 효과적으로 방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전처럼 데이터 통로를 싹 다 태워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디오는 상당히 거친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

이전에는 녀석이 어디로 갈지 예측이 안 돼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그렇게 못 했지만, 지금은 녀석이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곳으로 미리 전기 데이터를 보내면 녀석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디오! 미사일 이동 경로 계산해서 녀석이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 가능하지?”

[네.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케이! 그러면 알아서 삽질하고 있으니까 한번 빅엿을 먹여볼까?”

디오는 곧바로 내게 잭슨이 이동할 데이터 통로들을 알려주었다.

“땡큐 디오! 그러면 이제 전기 데이터를 보낸다!!!”

나는 디오가 알려준 통로로 전기 데이터를 엄청나게 흘려보냈다.

꽤 강하게 지져버렸기 때문에 통로가 다 아작 날 정도였다.

“아무래도 잡은 거 같은데?”

잭슨은 내 공격에 제대로 당한 것처럼 보였다.

녀석이 이제껏 막아 놓았던 것들이 다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모든 것이 다 풀리기 시작하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좋아! 이제 다 보이기 시작한다.”

애석하게도 잭슨은 아직 살아있었다.

대단한 녀석이다.

치명상을 입은 와중에도 급히 경로를 이동해 화를 면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꼬리를 잡혀버렸다.

나는 곧바로 녀석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잉-!

그곳은 어떤 무덤가였다.

피범벅이 되어 있는 잭슨은 어떤 무덤 옆에 누워 있었다.

녀석은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발로 가볍게 툭 쳤다.

“이렇게 허무하게 잡혀버리다니 시시한걸. 좀 더 극적으로 잡힐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하하하하. 망할…….”

잭슨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나는 잭슨이 누워있는 묘의 비를 힐끗 쳐다봤다.

거기에는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진짜 일편단심이네. 그 여자애가 그렇게 좋냐? 네가 미친놈만 아니었으면 정말 눈물이 날 정도다.”

“개……. 자식아. 크리스틴을……. 모욕하지……. 마라.”

녀석은 몸이 성하지 못해 부들부들 떠는 주제에 내게 욕을 해댔다.

진짜 집요한 놈이다.

“크리스틴은 모욕하지 않았어. 난 너를 욕한 거지. 괜히 혼자 발끈하지 마.”

“…….”

녀석은 말없이 숨만 거칠게 내쉬었다.

“그렇게 있어도 전혀 동정이 가지 않아. 왜냐면 네가 한 짓거리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네가 크리스틴을 잃어서 슬프다고 해도 그건 세계를 멸망시킬 이유가 되지 못해.”

“하하하하. 시발……. 최악이네. 네 녀석……. 훈계까지 들어야 하냐?”

녀석은 혼자 실성했다.

“warrior……. 강하긴 강하네. 솔직히 좀 어이없게 당해버리긴……. 했지만 말이야. 인정은 할게.”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녀석은 뭔가 이상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너……. 뭔가 작업을 해 놓은 거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녀석은 피를 토하면서까지 경박스럽게 웃어댔다.

진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똑똑하네. 아니 뭐……. 당연한 건가? 그래. 맞아……. 다 작업을 해 놨지.”

녀석은 충혈된 눈으로 나를 꿋꿋이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살리는 게 좋을 거야. 크흐흐흐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아무리 미쳐도 그런 짓은 안 해.”

“그래? 크흐흐흐흐. 내가 죽으면 한국은 그냥 끝장날 텐데?”

“……뭔 소리지?”

나도 모르게 절로 인상이 써졌다.

녀석은 그런 내 표정 변화를 만족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내 신체 신호가 끊기는 순간 전 세계의 핵이 대한민국을 향해 떨어질 거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작업해놨지. 너에게 당할 것을 대비해서 말이야.”

녀석은 다 죽어가는 주제에 이 말만은 똑바로 했다.

정신력 하나는 엄청난 놈이다.

“그런 거야 내가 쉽게 막을 수 있을 텐데?”

“크흐흐흐흐흐. 그렇게 안 될 거니까 내가 이렇게 여유가 있는 것이겠지?”

녀석의 말이 허세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너는 그동안 나를 이기기 위해서 계속해서 데이터 자아를 업그레이드 시켜왔겠지. 하지만 나는 데이터 암호를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데이터…… 암호?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나를 보며 녀석은 피식 웃었다.

“핵미사일이 대한민국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너는 그 암호를 다 풀어야 해. 암호를 풀지 않으면 절대 해체되지 않는다. 물론 너가 시간을 계속 투자한다면 그 암호는 풀릴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그런 거였군.

나는 기분 나쁘게 히죽대고 있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선택해라. 나를 살릴 건지 죽일 건지. 근데 내가 죽으면 대한민국도 망하는 거야. 이대로 대한민국이 망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야?”

녀석은 내게 시답잖은 압박을 해대고 있었다.

이렇게 나오면 내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든 다음 녀석을 겨눴다.

“……뭐야?”

탕-!

난 녀석의 몸에 그대로 총을 쐈다.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피가 섞인 치아를 드러내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이 미친 새끼!!! 내가 죽으면 대한민국도 멸망해!!! 정녕 그것을 바라는 거냐?”

“어디서 되지도 않는 협상질이야?”

나는 녀석에게 썩소를 날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데 대한민국이 망하기는 왜 망해?”

“…….”

잭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하! 진짜 돌겠군. 넌 지금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거야!!”

“너를 살리는 게 제일 최악이야.”

나는 녀석의 머리를 조준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크흐흐흐흐.”

녀석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잘 막아 봐라 미친놈아.”

“……좀 더 멋있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마지막 말이라니 아쉽네. 크리스틴 곁으로 잘 가라.”

“조까. 병신아.”

탕-!

잭슨의 몸이 힘없이 늘어졌다.

지긋지긋한 놈이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인간이다.

[라일 님…….]

더러운 기분을 정리할 새도 없이 디오의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잭슨 말이 사실입니다. 방금, 전 세계의 핵 발사 시스템이 가동되어 현재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허세는 아니었나 보다.

이제껏 이딴 작업을 하느라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었다니, 정말 상상 이상으로 미친놈이다.

“아까 저 녀석이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암호를 해체해야 한다고 그러던데…….”

[예. 잭슨 말대로 엄청나게 복잡한 암호 시스템이 막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도 이걸 풀려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사일은 그 전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겠지…….”

잭슨 이 새끼 어지간히 칼을 갈았나 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네.

“아무래도 해체는 무리인 것 같네.”

[예…….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사람들은 모두 대피시킬 생각이십니까?]

“아니. 5,000만 명을 언제 다 이동시키겠어?”

[그렇다면……?]

“막아야지.”

[…….]

괜히 불길하게 디오는 대답이 없었다.

“뭐라고 말 좀 해줄래? 그렇게 나오니까 괜히 불안해지잖아.”

[……진심이십니까?]

“응. 다른 수가 없잖아.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잭슨을 처리했던 거야.”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라일 님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내 기억의 자아 덕분에 정신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데 말이야.”

[……방금 빠르게 계산한 결과 성공 확률은 7.4%입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7.3%면 할 만한 거지. 나는 더 낮을 줄 알았어.”

잭슨 그 자식은 핵미사일 하나도 제대로 못 막았는데 나는 지금 몇백 발을 상대해야 한다.

아! 그놈은 내가 방해해서 그런 건가?

어찌 됐든 무모한 것은 맞다.

“일단 시작해보자고. 진짜 대한민국으로 핵미사일이 이렇게 떨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나는 가볍게 몸을 풀어댔다.

“좋아! 가장 가까운 핵미사일부터 처리하자. 어디야?”

[북한과 중국입니다.]

“……그러시겠지. 역시나 도움이 안 되는 이웃이야. 미사일 좌표 보내줘. 아, 미국으로 날아오는 것도 말이야.”

[네.]

디오는 나에게 현재 대한민국으로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디오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미사일들을 데이터 장벽으로 감쌌다.

한 번에 다 터트리고 싶었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간 보기로 열 개 정도만 데이터 장벽으로 감쌌다.

“디오. 다 터트려버려!”

[열 개를 동시에 말입니까?]

나는 열 개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디오 생각에는 많은가 보다.

“응.”

[위험할 것 같은데요…….]

“괜찮아. 감당할 수 있을 거야. 일단 해봐.”

[……알겠습니다.]

디오는 불안해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이 열 개 말고도 앞으로 막아야 할 것이 수백 개다.

지금 한 개씩 막을 여유는 없다.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하는 게 잭슨을 살리는 것보다는 낫다.

[그럼. 터트리겠습니다. 저도 도울 테니 부디 잘 버텨주시기를 바랍니다.]

“알았어.”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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