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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핵전쟁 (6) (136/201)

135화. 핵전쟁 (6)

국방부 장관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눈빛 살아있네? 진짜 죽여버리고 싶게 말이야.”

“……너는 네가 엄청 잘났다고 생각하나 보지?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짝-!!!!!!

“커헉!”

건방진 면상을 보니 도저히 뺨을 안 때리고는 못 버티겠어서 한 대 갈겨주었다.

“잘 났지.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이렇게 난리 치고 있는 거잖아.”

“운 좋게 엄청난 힘을 얻었지만 너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못 돼. 너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걸 봐봐라.”

“…….”

진짜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말 할 수 있을지 이해가 안 된다.

“일단 네 말은 맞는 게 거의 없어. 운 좋게 이 힘을 얻었다고? 천만의 말씀! 이 힘을 얻기 위해 내가 영겁의 시간에서 얼마나 고생한 지 네가 알 리가 없으니까 그딴 말이나 지껄이겠지. 그리고 그릇이 못 되는 거는 내가 아니라 네가 추종하고 있는 잭슨이야.”

나는 통제석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때문에 세상이 엉망이 되었다고? 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너희들이 꿈꾸고 바라는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앞에 있는 통제 시스템에 손을 가까이 댔다.

“너……. 뭐, 뭐 하려는 거야?”

장관은 불안에 떨며 내게 물었다.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이거를 전부 부숴버리는 거지.”

“그, 그만해! 그랬다가는 여기가 핵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버린단 말이야!!!”

장관은 절규하며 나에게 외쳐댔다.

“그게 내 알 바일까? 내가 경로를 여기로 바꾸지 않았으면 그 미사일은 서울 한복판에 떨어질 예정이지 않았어? 그러면 네 말은, 서울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괜찮다는 소리야?”

“그, 그건…….”

장관은 할 말이 없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니들 목숨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 목숨도 소중한 줄 알아야지. 만약 내가 없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그렇게 말한 다음 통제 시스템에 고압 전기 데이터를 흘려보냈다.

지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엄청난 전류가 밀려들자 통제 시스템은 요란한 소리를 냈고 곳곳에서 스파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 안돼!!! 이게 얼마짜리인데…!!!!”

장관은 절규하며 시스템에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악!”

녀석은 알아서 감전되어줬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얼마짜리인지 내가 알 바야?”

나는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장관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직원들은 전부 기절해 있었고 방 안에 있는 시스템은 완전히 고장 나 버렸다.

정전도 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등장할 기미가 없다니, 잭슨 이 새끼 진짜 골 때리는 놈이네.”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솔직히 잭슨 그 녀석이 나타나서 국방부 장관은 지켜줄 줄 알았는데, 그냥 나에게 당하도록 이렇게 내버려 두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겁을 먹은 걸 수도 있겠다.

[라일 님. 계속 감지해봤지만 아무런 낌새도 없습니다.]

“그 녀석……. 설마 핵이 떨어지든 말든 관심 없는 거 아냐?”

왠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핵이 이대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십니까?]

“흐음…….”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핵이 이곳에 떨어지면 아무 잘못 없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금 미국과 교전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 잭슨 그 미친놈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내 마음이 불편했다.

순간 어쩌면 녀석도 나와 지금 심리전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아직 핵 떨어지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

“애애애애애애앵!!!!!”

미국 워싱턴 D.C 곳곳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실제상황입니다. 핵미사일이 지금 이곳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경찰들은 분주하게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핵이 떨어진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람들은 경찰들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쏜 핵이 여기로 지금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혹시 몰라서 이렇게 하는 것이니 저희 통제에 따라 어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경찰서장은 차분하게 사람들을 향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그는 군의 핵미사일 요격시스템이 먹통이어서 핵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군에 대한 신뢰가 엄청난지 다들 태평할 뿐이었다.

다들 이곳이 핵으로 불바다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서 대피하십시오. 실제상황입니다. 지금 여기로 핵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퍽 유!!!”

한 남자가 서장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걸어갔다.

“미치겠네…….”

서장은 답답해서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욕한 남자를 진압할 기운도 없었다.

“서장님!!!”

갑자기 부하 경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부하 경찰은 많이 망설이고 있었다.

“사람들 통제하는 것은 그만두고 이만 철수하라고 합니다.”

“뭐?!!!!”

서장은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 그만 악을 꽥 질러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핵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소리야?”

“아닙니다. 그냥 핵미사일이 여기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 같습니다.”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서장은 하도 기가 차 실소하며 말했다.

“대체 정부는 무슨 생각인 거야?”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

“잭슨 님!!!”

부통령과 올리버는 상기된 표정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왔다.

보통 같았으면 노크를 하고 잭슨의 응답을 기다렸겠지만, 너무 다급한 나머지 그들은 그냥 무작정 집무실로 들어왔다.

“당신들은 예의도 없군.”

잭슨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들은 잭슨이 인상을 쓰자 흠칫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잭슨의 기분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그리고 핵미사일이 여기로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국방부 장관은 연락도 안 되고 요격시스템은 먹통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부통령은 그동안 잭슨에게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격양된 목소리로 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잭슨이 무섭기는 했는지 어느 정도의 예의는 유지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잭슨은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부통령. 겁에 질린 주제에 잘도 말하네. 역시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 이건가요?”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통령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통령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부통령…….”

잭슨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통령을 부르며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러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부통령은 솔직히 이제 잭슨이 못 미더웠지만, 그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저를 믿는 거죠? 그러면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줄래요? 나를 믿는다면 그냥 이대로 나가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알겠습니다.”

부통령은 속에서 북받치는 화를 참느라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부디 제대로 막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잭슨이 이렇게 말한 이상 더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부통령은 올리버와 함께 집무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부통령을 보며 잭슨은 코웃음을 쳤다.

집무실에 혼자 있게 되자 잭슨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망할…….”

잭슨은 팔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어이가 없군……. 이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다니.”

그는 온몸에 땀이 나고 있는 것을 느끼며 혼자 끌끌거렸다.

잭슨은 부통령 앞에서는 자신 있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전에 warrior에게 전기 충격을 당했던 연유에서였다.

잭슨은 맘 같았으면 warrior가 펜타곤에서 난리 치고 있을 때 그곳으로 가서 그와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그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warrior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어떻게 한다…….”

잭슨은 답답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사실 경찰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은 자신이 warrior에게 졌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내가 시발 그 새끼 때문에 이렇게 모양 빠져야 해?”

갑자기 잭슨은 분노로 인해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빨리 warrior를 물 먹이고 싶었다.

“요격시스템을 다 가동시켜야겠어.”

그는 정신을 차리고 핵미사일을 저지하려고 했다.

펜타곤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는 하나, 모든 요격시스템이 다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서부 해안에 있는 항공모함에 메시지를 보냈다.

[핵미사일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다. 좌표를 보낼 테니 그곳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핵미사일을 요격해라.]

그는 메시지를 보낸 다음에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항공모함 측에서 메시지가 왔다.

[갑자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아…….”

잭슨은 짜증이 치밀어오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시발. 진짜 귀찮게 하네.”

그는 곧바로 항공모함이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해서 갔다.

“헉!!!!”

잭슨이 갑자기 등장하자 항공모함의 선원들은 다들 기겁했다.

그는 선원들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사령관에게로 갔다.

사령관은 잭슨이 막무가내로 다가오자 긴장하며 그를 쳐다봤다.

“시스템 어딨어?”

잭슨은 노기를 띤 얼굴로 사령관에게 물었다.

“저기 있습니다.”

사령관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주저 없이 바로 잭슨에게 시스템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잭슨은 사령관의 안내에 따라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거기에 손을 대며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했다.

“하하. 이 시발 것!”

시스템 안에는 바이러스 데이터들이 이미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급속도로 시스템 안에 바이러스들이 퍼져 있는 상태라 일일이 제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전기 데이터로 다 태워버리자니 그렇게 하면 시스템까지 망가질 판이었다.

어딜 가나 요격 시스템이 이 모양일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이러면 뭐 아무것도 못 할 거라 생각했나 보지? 미안한데 난 생각보다 미친놈이라고.”

잭슨은 그렇게 말하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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