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핵전쟁 (3)
“!!!!!!”
백기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알림에 경악했다.
“핵미사일을 쏜다고요?”
“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백기완 대통령은 데이터 자아를 이용해 곧바로 확인해봤다.
“이, 이런!!!”
국방부 장관 말대로 북한에서는 핵미사일의 포문을 열고 있었다.
백기완 대통령은 재빨리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해킹하여 북한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다.
[침투할 수가 없습니다. 엄청나게 견고한 데이터 벽이 핵미사일 시스템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
들리는 것은 실패 메시지였다.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데이터 자아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난다면, 그건 잭슨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라는 말이었다.
“망할…….”
대통령은 답답함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대통령님. 지금 전국에 비상경보를 울리고 빨리 대피하시는 게…….”
“잠시만요!”
백기완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안 그래도 나라가 불안한데 혼란만 가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라일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 말에 동의하며 일단 대기하기로 했다.
백기완 대통령은 곧바로 이라일과 연락을 취했다.
“네. 대통령님.”
“라일 씨.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큰일 났습니다. 북한 쪽에서 지금 이곳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의 말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라일 님이십니다. 대비가 되어 있을 줄 알고 있었습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계속해서 북한에 연락을 시도하여 항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백기완 대통령은 곧바로 이라일의 지시대로 행했다.
“장관. 일단 라일 씨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하니 경계하면서 대기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그다음 지금 당장 북한 이택근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하세요. 내 그와 직접 대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네!”
수행원은 대통령의 지시대로 북한에 연락을 취했다.
잠시 뒤 수행원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연락됐습니다. 지금 바로 연결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북한 측에서 대화를 거부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받아줬다.
“……수고했소.”
백기완 대통령은 바로 이택근 위원장과 통화를 시작했다.
“여. 백기완 대통령님. 그간 만수무강하셨습니까?”
이택근 위원장은 상당히 거만한 태도로 백기완 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당신들이 핵미사일을 쏘려고 하는데 우리가 괜찮겠습니까?”
백기완 대통령은 체면, 예의 차릴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
이택근 위원장은 백기완 대통령의 말에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시는가 보죠?”
“하하. 대통령님께서 이렇게 화끈하게 나올 줄 예상 못 해서요. 전혀 돌려 말하지 않으시군요.”
백기완 대통령과 달리 이택근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역시 대한민국이군요. 이렇게 바로 눈치를 채다니.”
“단순히 도발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여기서 당장 멈추는 게 좋을 겁니다. 그동안 선을 넘는 일을 벌이시더니, 이번에는 정도가 지나치군요.”
“하!”
이택근은 코웃음을 치며 나왔다.
백기완 대통령은 그의 거만한 태도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선을 넘은 것은 당신들이잖소. 이전에 한 짓은 생각도 안 하는가 봅니다?”
확실히 북한은 장수진과 전일수가 벌인 일에 대해 앙금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건 그동안 당신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것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 않소. 그리고 이건 정도가 다르지!”
백기완 대통령은 스멀스멀 분노가 올라오고 있었다.
“다르긴 합니다. 우린 진짜로 당신들에게 미사일을 쏠 생각이니 말이오.”
“뭐?”
백기완은 핵을 쏜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택근 위원장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당신 미쳤어?!!!”
결국 백기완 대통령은 폭발하고 말았다.
“안 미쳤소. 그리고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들리니까 작게 좀 말하시오. 귀청 떨어지겠소.”
백기완 대통령의 분노에도 여전히 장난스러운 이택근이었다.
“…대체 이유가 뭔가?”
“우리가 언제 당신들을 공격할 때 이유가 있었소? 그냥 당신들이 알아서 적당한 이유를 붙이시오.”
“이택근 너 이 새끼…….”
백기완 대통령은 급기야 욕까지 내뱉기 시작했다.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입이 상당히 거칠군요. 못 배운 거 티 내십니까?”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멈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하하하하하하. 무서워 죽겠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어떻게 해도 이택근 위원장과 대화가 안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이택근. 너 지금 잭슨이라는 그 미친놈한테 넘어간 것 같은데. 넌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어.”
“호오. 이거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속내를 들켰어도 이택근은 여전히 여유롭게 나왔다.
그는 완전히 이번 일에 자신감이 넘쳐 흘렸다.
“남한에서는 ‘적화통일’이라고 부르던가요? 우리가 이번에는 그걸 해볼 생각이라서요.”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백기완 대통령은 완전히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오냐. 이택근. 어디 한번 덤벼봐라. 이번 기회에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한번 이룩해보도록 하지.”
“하하하하하.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택근 위원장은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백기완 대통령은 화가 좀처럼 가시질 않는지 계속해서 씩씩댔다.
“후우…….”
그는 심호흡을 한번 깊게 내쉬고서는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 됐어. 그동안 손 봐주고 싶었어도 딱히 명분이 없었는데, 먼저 이렇게 시비를 걸어준다면 환영이지.”
백기완 대통령은 코웃음을 치며 바깥을 바라봤다.
“어쩌면 내가 통일을 이룩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르지.”
***
[이번에는 단단히 조치를 취해놨군요. 데이터 벽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두껍습니다.]
디오는 별로 그렇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백기완 대통령에게 연락이 오기 훨씬 전부터 북한의 낌새를 눈치챘고 계속 조치를 취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되질 않았다.
“하아……. 잭슨 그 새끼는 내가 진짜 가만 안 둔다.”
녀석은 정말 내가 만났던 빌런 중에 역대급이다.
역대급으로 미쳤으면서 역대급으로 강한 놈.
[백기완 대통령 쪽을 살펴보니 북한과의 협상도 결렬된 거 같습니다. 북한 쪽에서는 처음부터 핵미사일을 쏠 작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겠지. 미친놈과 미친놈이 만났으니 얼마나 죽이 척척 맞겠어. 그리고 그동안 미국 눈치 보느라 핵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판을 만들어주니 아주 물 만난 물고기겠지.”
답답한 마음에 혀만 찼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지?”
[네. 이대로 가다가는 해체하기 전에 미사일을 쏠 판입니다.]
“그렇구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수진, 전일수, 이나 씨.”
나는 신세 좋게 자기들끼리 수다나 떨고 있는 셋을 불렀다.
“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이었다.
“애석하게도 지금 그렇게 희희낙락거리면서 놀 때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북한에게 핵미사일을 맞을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라서요.”
“네?!!!!!!”
다들 내 말에 질겁하며 화들짝 놀랐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역시나 박이나가 제일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잭슨이 북한을 꼬드겼나 봐요. 북한 쪽에서는 좋다고 녀석에게 붙어버렸습니다.”
“그, 그런…….”
박이나는 충격으로 인해 입을 틀어막았다.
“핵미사일 시스템을 해킹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그럼……. 어떡하죠?”
장수진 또한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내게 물었다.
“어떡해야 하겠어? 난 딱 답이 나오는데?”
나는 수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장 출동 준비하겠습니다.”
수진이는 바로 말귀를 알아먹을 것처럼 보였다.
“일수야. 너도 나랑 수진이랑 같이 북한으로 가자.”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나 빼놓고 가려고 했어?”
일수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설마 경험자를 빼놓고 가겠냐?”
“그렇지?”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나는 곧바로 박이나를 쳐다봤다.
“안 내키면 안 가셔도 돼요. 어떻게 하실래요?”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일 씨.”
박이나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 이미 결심했어요. 이제 물러서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핵미사일을 쏘려고 한다니 이건 선을 넘었죠. 저도 같이 갈래요.”
박이나는 결심한 듯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좋습니다.”
“준비 끝났습니다.”
수진이는 어디서 났는지 검은색 전투 슈트를 입고 나타났다.
“넌 또 그건 어디서 났냐? 게다가 환복 속도 실화냐?”
“이참에 구비했죠. 데이터 쉴드가 우리를 보호한다지만 아무래도 전투복을 입고 싸우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게 더 움직이기도 편하다고요.”
수진이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여러분 것도 다 준비해놨어요.”
“우와-!”
일수는 완전히 신나 있었다.
박이나도 맘에 드는지 바로 수진이가 준 슈트를 받았다.
“여기 라일 님 것도 있어요.”
수진이는 활짝 웃으며 나에게 쇼핑백을 넘겼다.
“어이. 장수진 양.”
“왜 그러세요?”
“너 점점 센스가 좋아진다.”
“하하하하.”
수진이는 내 말에 어이없어하며 웃어댔다.
“저 원래 좋았거든요. 이런 저를 그동안 라일 님이 못 알아봤던 거죠.”
“그래. 뭐 그런다고 치자.”
나는 녀석이 준 쇼핑백을 받았다.
“안 그래도 유니폼이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잘 준비해 줬네. 고맙다.”
“헤헤. 뭘요.”
수진이는 칭찬받아서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그럼 다들 빨리 갈아입고 오세요.”
잠시 뒤 우리는 수진이가 준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이런 옷은 처음 입어서 매우 어색했다.
혼자 민망해 하고 있는 박이나를 보니 나만 부끄러운 것은 아니나 보다.
“와-! 이거 짱인데?”
우리의 일수는 혼자 신나 있다.
해맑아서 좋겠다.
“뭐 다들 다 준비가 된 거 같네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녀석들을 혼내주러 갑시다.”
***
북한군 핵무기 발사 진영
북한군들은 한창 시스템을 조작하며 핵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 다 됐나?”
“아직 좀 남았습니다. 60%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빨리 해!”
“네!”
지휘관의 호통에 다들 더욱더 발사에 박차를 가했다.
띠리리리-!
지휘관 앞으로 연락이 왔다.
이택근 위원장이었다.
“인민을 위하여!!!”
지휘관은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연락을 받았다.
“그래. 잘 돼 가고 있나?”
“네. 이제 곧 있으면 발사 준비가 완료됩니다.”
“그래. 좋아. 준비되면 망설임 없이 쏴버려. 맨날 우리가 시늉만 하니까 우스운가 본데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알겠나?”
“네. 준비되는 대로 바로 발사하겠습니다!!!”
지휘관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 발사하고 다시 보고하도록.”
“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식은땀이 나는 지휘관이었다.
위원장과 연락을 마치고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탕-! 탕-!
그때 갑자기 웬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