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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핵전쟁 (1) (131/201)

130화. 핵전쟁 (1)

“탱크 20대, 자주포 34대, 전투기 2대, 전사 1253….”

국방부 장관은 씁쓸해하며 통계표를 읽어 내려갔다.

“…저희가 입은 피해 규모입니다.”

“…….”

대통령 집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말없이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렇게 피해를 많이 입은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호들갑인 거야”

잭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의 말에 모두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잭슨이 두려웠기에 불만의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잭슨 님. 한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올리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뭔데”

“이전의 경계선에서의 전투는 일부러 개입하지 않으신 겁니까”

다들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는데 올리버가 나서서 속 시원하게 물어봐 주었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올리버가 그렇게 나서준 것에 고마워했다.

“흐음…….”

잭슨은 심기가 불편한지 끓는 소리를 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할지, 아니면 일부러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할지 고민이었다.

자신이 warrior에게 당한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적당한 핑곗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표정을 보아하니 경계선에서의 전투 일로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결국 잭슨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방심한 바람에 그만 warrior에게 당해버려서 그런 거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라더라고.”

잭슨은 warrior가 데이터 통로를 다 불태운 것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었다.

warrior는 그의 생각보다 더 극단적인 놈이었다.

“다음부터는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렇군요.”

올리버는 딱히 잭슨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잭슨 님. 그나저나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통령이 나서서 그에게 말했다.

“뭐죠”

“금융회사 연합 쪽에서 잭슨 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회의에 참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알겠다고 하세요.”

잭슨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부통령은 힘 빠지게 대답했다.

잭슨은 다들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다들 그렇게 기죽을 거 없습니다. 제게는 아직도 패가 많으니까요.”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나왔다.

“당한 만큼 되갚아 줄 겁니다. 이번에는 한국의 본토를 칠 생각이니까요.”

“!!!!!”

잭슨의 발언에 다들 깜짝 놀라며 서로를 쳐다봤다.

“대단히 외람된 질문이오나 어떻게 말입니까”

국방부 장관은 약간 불안해하며 물었다.

“warrior 그 건방진 놈이 멕시코를 이용했죠. 이걸 그쪽 격언으로 이이제이라고 하던데요. 저희도 이이제이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잭슨은 재밌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안 그래도 미리 다 작업을 해 놓은 상태죠.”

잭슨은 혼자서 재밌다는 듯이 끌끌 댔다.

며칠 뒤.

뉴욕에서 다시 금융회사 연합 회의가 열렸다.

정기 총회는 아니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든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마이클은 회장답게 회의에 오는 회사 대표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때 처음 보는 사람이 회의장에 나타났다.

검은 머리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기분 나쁠 정도로 음침했다.

마이클은 그가 잭슨임을 한 번에 알아챘다.

“잭슨 앤서니 씨인가요”

그의 첫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마이클은 친근한 태도로 그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는 귀찮다는 듯이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잭슨 씨에 대해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마이클이 들은 말은 주로 정신병자에다가 사이코패스라는 부정적인 소리이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잭슨도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마이클은 괜히 긴장되어서 표정이 굳어버렸다.

잭슨은 그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그렇게 가까워질 리는 없으니까요. 저도 그쪽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거지 같은 것은 매한가지니까 좀만 참고 원하는 것만 이룬 다음에 깔끔하게 헤어지자고요.”

“…….”

마이클은 잭슨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잭슨은 그에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

“시답잖은 이야기는 그만하고 회의나 합시다.”

“……네. 들어가시지요.”

마이클은 잭슨의 태도에 기분이 많이 상했음에도 여전히 친절함을 유지했다.

괜히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그는 현 상황에서 warrior에게 맞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그렇게 금융회사 연합 회의가 진행되었다.

“모두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급하게 진행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두 참석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이클은 늘 그랬듯 능숙하게 회의를 진행해나갔다.

“이번에는 특별히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바로 잭슨 앤서니 씨입니다. 일어나서 소개 한번 부탁해도 될까요”

마이클은 잭슨에게 일어나라는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잭슨은 꿋꿋하게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잭슨은 혼자 재밌다는 듯이 끌끌 댔다.

그는 여전히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마이클은 잭슨이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그냥 자기가 소개를 대신하기로 했다.

“흠흠……. 우리 잭슨 씨께서 다리가 좀 편찮으신가 봅니다. 제가 대신 소개하도록 하죠.”

돌발상황에도 마이클은 요령껏 회의를 이끌어나갔다.

“잭슨 앤서니. 우리 미국 측에서 warrior의 대항마로 나온 분입니다. 듣자 하니 아마존에서 warrior를 위기에 빠뜨리셨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강한 분입니다. 지금은 미국 정부를 움직이고 있는 분이시죠.”

마이클의 소개에 다들 웅성대기 시작했다.

“뉴페이스의 등장에 다들 할 이야기가 많으신가 보군요. 하지만 회의를 진행해야 하니 조금만 정숙해 주시겠습니까”

마이클은 괜히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대표들에게 드러냈다.

대표들은 마이클의 눈치를 봤고,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진행해보도록 하죠.”

마이클은 화면에 기사들을 띄우기 시작했다.

모두 금융회사 연합을 비판하는 기사였다.

“보시다시피 현재 저희들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너무 심하고, 회사 실적도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조사해본 바론 이건 저희 라이언 은행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더군요.”

마이클의 말에 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마이클의 말대로 회사 손해가 막심했다.

“멕시코와의 교전 이후로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자칫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분위기까지 왔습니다.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마약 카르텔이 망하면서 얻는 손해보다 더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은 잭슨을 슬쩍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금융회사 연합은 잭슨 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잭슨은 눈을 슬며시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마이클은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잭슨 님도 아시다시피 warrior는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까지 흔들어서 현재 한국을 혼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희는 잭슨 님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잭슨은 관심 없다는 듯이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다.

“잭슨 님께서도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저희의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똥 싼 거 치워달라……. 이 소리구만.”

잭슨의 말에 마이클은 그만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저희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 잭슨 님에게도 좋은 일일 텐데요. 지금 국민은 한국과 멕시코와 전쟁을 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으니까요.”

마이클의 말에도 뼈가 담겨 있었다.

잭슨은 재밌다는 듯이 마이클을 쳐다봤다.

“제가 도와주면 저에게 무엇을 해줄 생각이시죠”

“걱정 말고 뭐든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해드릴 생각이니까요.”

“하하하하하. 그래요 뭐든지라. 뭐가 좋으려나……”

자신 있게 말했던 마이클이었지만, 막상 잭슨의 반응을 보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크리스틴을 살려줄 수 있겠습니까”

“……네”

마이클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 잭슨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생각보다 잭슨은 더 미친놈이었다.

“하하하. 농담이니까 표정 푸시죠.”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있었지만, 잭슨 혼자 요란하게 웃어댔다.

회의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딱히 적당한 게 생각나지 않으니, 원하는 것은 나중에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죠. 어차피 당신 말대로 그게 나한테도 좋은 일이긴 하니까요.”

잭슨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대충 보아하니 나랑 관련된 일은 이것뿐인 것 같군요. 다들 표정이 거지 같은 걸 보아하니 내가 있는 걸 별로 안 내켜 하는 것 같아서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

다들 그렇게 생각했기에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 예의상으로도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그러네. 뭐 됐수다. 당신들에게 뭘 바라겠습니까 그럼 의미 없는 회의 다들 잘하시기를 빕니다.”

잭슨은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 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뭐, 뭐야!!!!!”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잭슨이 갑자기 사라지자 모두 질겁했다.

비교적 평온했던 마이클마저 많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하하……. 정말 요새 내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니까…….”

마이클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마치 한바탕 폭풍이 몰아쳐 그곳을 쓸고 지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뭐, 대충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네요. 그럼 다시 회의를 진행해보도록 하죠.”

중국의 새로운 주석 리원하오.

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리원하오는 그렇게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다.

똑 똑 똑!

그의 힐링은 날카롭게 들리는 노크 소리로 인해 끝나버렸다.

리원하오는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졌다.

“누구냐”

그는 자신의 힐링 시간을 방해한 것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내며 물었다.

“잭슨입니다만.”

“……들어오시지요.”

그는 황급히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예상외의 방문에 리원하오는 적잖이 당황했다.

“제가 휴식 시간을 방해했나 봅니다. 기분이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아닙니다. 잭슨 님. 어차피 곧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그건 아니었지만, 리원하오는 잭슨 앞에서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잭슨은 요즘 그가 걸고 있는 희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잭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을 침공할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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