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4)
장수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장갑차를 바라봤다.
“야. 너 어차피 죽을 거니까 나와라. 사령관이라는 놈이 지금 뭐 하는 거야? 부하들 보기 창피하지 않냐?”
수진이의 말에도 꽁꽁 닫힌 장갑차는 열릴 생각이 없었다.
“이나 씨! 장갑차 해킹해서 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장수진은 박이나에게 무전을 걸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끼이익-!
잠시 뒤 장갑차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이래?”
당황한 사령관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붙잡았다.
“거 봐. 내가 말했잖아. 넌 어차피 죽을 거라고. 이왕 죽을 거 멋있게 죽지 왜 그렇게 추하게 죽으려는 거야?”
장수진은 끌끌 대며 사령관을 농락했다.
“젠장……!”
사령관은 초조해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라일 님!]
그때, 디오가 다급히 나를 불렀다.
동시에 나는 데이터 유입이 거세짐을 느꼈다.
이번에는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었다.
대상은 바로 박이나였다.
“젠장할!!! 바로 막아!!!”
나는 곧바로 박이나에게 흘러들어오는 데이터 공격을 막고자 데이터 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몇 개의 유입은 놓치고 말았다.
“이나 씨. 지금 잭슨 그놈이 이나 씨를 공격하고 있어요. 빨리 보안 체계를 강화하세요.”
“네?”
박이나는 처음 겪는 상황에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모르겠으면 그냥 데이터 자아에게 명령해요!”
“예…….”
하지만 늦은 거 같았다.
박이나의 데이터 자아는 빠르게 해킹당하고 있었다.
“망할!”
끼이이익-!
미군 사령관이 타고 있는 장갑차는 다시 문이 닫히고 있었다.
수진이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죠?”
“장수진!!! 당장 사령관 없애버려!”
시간이 없어서 일단 설명은 생략하고 수진이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네!”
수진이는 말귀를 바로 알아듣고 장갑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장갑차 문은 거의 다 닫히고 있어서 들어갈 틈이 없었다.
“망할.”
쿠쿠쿠쿠쿠-!
장갑차는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장갑차는 수진이를 그대로 깔아뭉개려고 했다.
“칫!”
아무리 데이터 쉴드가 보호하고 있다지만, 저 무거운 장갑차에 깔리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장수진은 황급히 몸을 날려 장갑차의 돌진을 피했다.
“망할. 대체 무슨 일이에요?”
“박이나의 데이터 자아가 해킹당했어. 복구하고 있는 중인데 좀 걸릴 것 같네. 네가 좀 알아서 처리해 봐.”
“이런!”
장수진은 짧게 탄식했다.
장갑차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다시 장수진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일수 오빠.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크흑! 나도 지금 정신없는데?”
일수는 지금 멕시코군에 껴서 한창 미군과 싸우고 있는 중이어서 다른 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쿠쿠쿠쿠쿠-!
그러는 사이 장갑차는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망할! 어찌 됐든 내가 헤쳐나가야 하네.”
수진이는 초집중하며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장갑차는 다시 장수진을 덮쳤다.
“흐핫!”
수진이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피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장수진은 잽싸게 장갑차 주변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하나 잡았다.
“크흑!”
수진이는 힘겨워하며 장갑차에 매달려 있었다.
매달려 있는 것도 정신 사나운데 갑자기 병사 하나가 장갑차 위로 나타났다.
그 병사는 수진이를 총으로 조준했다.
“하하하. 지랄맞네.”
투두두두두두두-!
총알이 수진이의 얼굴을 무참히 때렸다.
데이터 쉴드가 막아주고 있기에 피해는 없었지만, 얼굴에 총알이 쏟아지자 시야에 방해가 됐다.
“칫! 귀찮게.”
수진이는 끙끙대며 장갑차 위로 힘겹게 올라갔다.
그에 병사는 황급히 다가가 수진이를 장갑차 아래로 떨어뜨리려고 했다.
“핫!”
수진이는 얼른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병사의 방해를 피했고,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으앗!”
병사는 수진이의 발차기를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옥에나 떨어져 짜샤.”
수진이는 다시 그에게 발차기를 가했다.
“끄악!!!!!!”
그 병사는 요란하게 구르며 장갑차 아래로 떨어졌다.
“후! 스펙터클하구만.”
수진이는 한번 심호흡을 깊게 한 다음 몸을 풀었다.
“그러면 해킹을 시도해볼까?”
장수진은 데이터 자아와 함께 장갑차의 시스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
그 순간 반동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녀의 머리가 아파왔다.
“꺄악!!!!!!”
장수진은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질렀다.
“장수진! 괜찮아?”
“괜… 찮습니다. 잠깐 충격이 왔을 뿐입니다.”
바로 대답이 돌아오는 걸로 봐서 그렇게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라일 님. 잭슨이 바이러스 데이터를 보내고 있습니다. 데이터 자아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입힐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장수진 양이 바로 방어를 시도했기 때문에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잭슨 그 새끼 진짜 가지가지 하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그러면 우리 쪽에서도 준비된 게 있지.
좀 나중에 써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사용해야겠다.
“디오. 녀석이 데이터를 보내는 통로를 따라 전기 데이터를 보내. 우리도 역공을 가한다. 봐줄 필요 없으니까 전력으로 상대하자.”
[예. 알겠습니다.]
나는 디오와 함께 녀석이 보내는 데이터를 전기 데이터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방법을 아껴놓은 이유는 전기 데이터가 데이터 통로를 완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면 녀석이 남긴 흔적까지 싹 다 타버리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힘들어지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어차피 녀석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를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추적은 다른 통로를 이용해도 상관없다.
“이거나 먹어라!!!!”
데이터 통로에 전기 충격이 강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기 데이터는 녀석이 보내는 바이러스 데이터를 포함해 그 통로 안에 있는 데이터를 몽땅 태워버렸다.
파지직-!!!!!
그에 데이터 유입이 곧바로 끊겨버렸다.
“…성공한 것 같네.”
녀석은 데미지를 입었는지 더 이상 데이터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잭슨이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가 기회야. 빠르게 정리해 버려!!!”
나는 전군에게 무전을 보내며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낭보가 들리자 다들 전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디오! 우리는 녀석들의 데이터 쉴드를 해체하자고.”
[알겠습니다.]
푸슈슉-!
“뭐, 뭐야?!!!”
미군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두르고 있던 데이터 쉴드가 사라지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야?!!!”
미군은 순식간에 멘붕에 빠져버렸다.
“어떻게 된 거긴. 너희가 다 좃 된 거지.”
멕시코군은 미군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미친!!!”
투두두두두두두-!!!!
멕시코군은 미군을 향해 거침없는 공격을 보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팽팽했던 전세는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했다.
데이터 쉴드가 없는 미군은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미군 진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수진아. 잭슨 그 녀석 한동안 정신 못 차리고 있을 거야. 빨리 이제 사령관 조져버려.”
“알겠습니다.”
잭슨의 방해가 없어졌으니 수진이가 장갑차를 해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끼이이이익-!
장갑차는 그 자리에서 멈추기 시작했다.
“읏차!”
수진이는 가볍게 장갑차에서 뛰어내려 착지했다.
“열려라 참깨!”
수진이의 외침과 동시에 장갑차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문이 내려오면서 사색이 되어있는 미군 사령관과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 나는 너희들 보고 싶었는데, 너희들은 나를 별로 보고 싶지 않았나 봐?”
“이런 젠장!”
사령관은 어찌나 두려운지 몸이 떨리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흥! 아까까지 그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 갔어? 역시나 너희들은 데이터 쉴드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잖아.”
“닥쳐!!!!”
사령관은 악에 받쳐 소리를 꽥 지르며 권총을 꺼내 장수진을 겨눴다.
“죽어 이 개 같은 년아!!!”
탕-! 탕-! 탕-!
쏘는 족족 총알이 계속해서 장수진의 이마에 명중할 정도로 사령관의 사격 솜씨는 뛰어났다.
하지만 데이터 쉴드 앞에서 그의 뛰어난 사격 솜씨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총 하나는 잘 쏘네. 그건 인정.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장수진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 다음 장갑차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뭐, 뭐해?!!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저년을 공격해!!!”
사령관은 모양 빠지게 부하들을 떠밀고 있었다.
부하들 또한 겁먹은 것은 매한가지였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령관 말 좀 들어라. 여기는 군기가 개판이네? 하긴 사령관이 병신인데 부하가 제대로겠어?”
“크윽!”
부하들은 장수진이 점점 더 다가오자 안 되겠는지 가지고 있던 총을 들어 장전했다.
“호오. 그걸로 공격하려고?”
“죽어!!!!!”
투두두두두두두-!!!
장갑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은 총을 쏘며 장수진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좋네. 군인은 자고로 그렇게 용맹해야 하는 거지.”
미소 짓고 있던 수진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다들 이만 죽어라.”
장수진은 그녀에게 돌진해오는 미군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단검은 그대로 그 군인의 얼굴에 박혀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수진이는 단검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남자에게서 검을 빼낸 뒤 목덜미를 한 번 더 찔려 완전히 처리해버렸다.
그 뒤로 계속해서 장수진의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미군들은 계속해서 장수진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지만, 그녀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장갑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은 차례로 장수진의 검에 희생되었다.
“끄아아아악!”
마지막 병사가 피를 토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장수진은 그 병사에게서 칼을 빼낸 다음 피를 털어냈다.
“이제 네 차례다. 각오는 되어있나 사령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령관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쓰러져 있는 부하들을 바라봤다.
“그러게 라일 님이 몇 번이고 기회를 줬잖아. 왜 그 기회를 걷어차고 미친놈 편에 붙냐 이 말이야.”
“사, 살려줘. 제발 살려주게.”
사령관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장수진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진심이야? 너는 양심도 없냐?”
장수진은 정색하며 말했다.
“크흑!”
사령관은 장수진이 뜻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냅다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휴. 아주 끝까지 못났네….”
장수진은 사령관을 쫓아가 그의 목에 칼을 박았다.
결국 사령관도 부하들과 같이 장수진에게 당해버리고 말았다.
“사령관 처리했습니다.”
수진이는 나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오케이! 전군에게 알린다. 상대측 사령관이 죽었다. 어서 빨리 다 쓸어버려!!!”
“예!!!”
멕시코군은 더 힘차게 미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경계선에서의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
“크윽…….”
잭슨은 warrior의 공격에 당해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데이터 통로를 몽땅 태워버리다니. 그 자식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잭슨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무방비의 상태로 당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재빨리 방화벽을 구축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지만 여전히 충격이 큰지 잭슨은 신음하기 시작했다.
“시발….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