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3)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지잉-!
나는 물리 방화벽을 공중에 펼쳤다.
공중에 갑자기 푸른 투명 패널이 생기자 전투기는 황급히 방향을 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전투기 두 대는 물리 방화벽에 부딪히면서 요란한 폭발 소리와 함께 그대로 터져버렸다.
“뭐, 뭐야!!!”
공중에서 전투기가 박살 나자 모두 경악하며 그것을 바라봤다.
“내가 언제까지 참아줄 거라 생각했어 경고를 계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듣겠다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런 미친…….”
미군 사령관은 하늘을 쳐다보며 질겁했다.
나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잔해를 물리 방화벽으로 감싼 다음 상대 쪽 진영으로 떨어지게 했다.
불타는 잔해들이 미군 측에 있는 자주포와 탱크를 향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 모두 도망쳐!!!”
미군들은 떨어지는 잔해를 보며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잔해들은 유성처럼 순식간에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콰앙-!!!!
“크핫!”
떨어진 잔해들은 미군 측 진영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젠장! 우리도 반격이다. 계속해서 쏴!!!”
“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공격으로 인해 오히려 미군들의 사기가 더 올라가 버렸다.
당한 만큼 더 분노한다 이건가
“수진아. 나 저 사령관 놈 굉장히 거슬리는데 좀 빨리 처리해 줄래”
“예. 알겠습니다.”
수진이는 적 진영을 향해 더 열심히 돌진했다.
“저건 뭔데”
미군 측에서는 혼자 달려오고 있는 수진이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혼자 저렇게 온다고 대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거야 빨리 처리해 버려.”
“네!”
미군들은 기관총을 꺼내 수진이를 조준했다.
“쏴!!!”
투두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진이를 공격해댔다.
튕-! 튕-! 튕-!
하지만 데이터 쉴드가 수진이를 보호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문제는 기관총의 화력이 강한지 수진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망할. 마치 역풍이 부는 것 같네.”
수진이가 고전하고 있는 것 같길래 녀석의 앞에 물리 방화벽을 하나 더 설치해 주었다.
“하하. 이러면 좋지요.”
물리 방화벽이 적들의 공격을 막아주니 수진이는 한결 더 편해 보였다.
“다시 갑니다.”
수진이는 적들을 향해 다시 힘차게 돌진했다.
펑-! 펑-!
한편 미군의 포와 자주포가 계속 우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콰앙-!
그래봤자 내 물리 방화벽에 막히고 있을 뿐이었다.
[라일 님!]
갑자기 디오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응. 알고 있어.”
갑자기 내가 펼쳐 놓은 물리 방화벽에 대한 대대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잭슨도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데이터 벽을 만들어 녀석의 데이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통로가 하나가 아닙니다. 다섯 개의 통로로 해체 작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젠장.”
잭슨 그 자식은 역시나 힘을 숨기고 있었다.
이전까지 녀석의 데이터 접근은 한 통로에서만 이루어져서 그곳만 막으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시에 다섯 방향으로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도 힘을 다 보여줬던 것은 아니야 이 자식아.”
나는 얼른 데이터 벽을 추가적으로 생성시켜 다른 통로들의 데이터 유입도 막아버렸다.
“좋아. 일단은 다 막았어. 이나 씨!”
“네.”
내가 부르자 박이나는 얼른 다가와 내 지시를 기다렸다.
“해킹 어떻게 됐어요 저 포탄들 거슬리니까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거의 다 끝나가요.”
박이나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정신이 없을 텐데 박이나는 그래도 침착함을 유지해 주고 있었다.
“됐어요!”
박이나의 외침과 함께 미군 측 자주포와 탱크들의 포가 반대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해킹에 성공한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내가 칭찬해주자 박이나는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총사령관님!”
나는 곧바로 멕시코 사령관을 찾았다.
“네. warrior 님.”
“포가 무력화됐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총사령관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바로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미군의 공격이 멈췄다. 이제 모두 공격해라!!!”
“네!!!”
그의 명령에 멕시코군은 미군 진영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장수진은 혼자 미군 진영에 도착해버렸다.
“하아……. 하아…….”
수진이는 뛰느라 힘들었는지 잠시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미군 측에서는 태평하게 쉬고 있는 수진이를 그냥 볼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물리 방화벽이 미군의 모든 공격을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수진이는 여유롭게 쉴 수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라. 좀 있다가 상대해 줄 테니까.”
수진이는 품에서 물을 꺼내 들이켰다.
“캬아. 살겠네.”
수진이가 보기 좋게 물이나 마시자 그것을 지켜보던 미군들을 모두 어이가 없었다.
적 진영에서, 그것도 총알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태평하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저 여유는 대체 뭐라는 말인가
수진이는 황당해하는 미군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미군들은 수진이의 미소에 엄청난 수치를 느꼈다.
“우리가 물로 보여!!!!”
“죽어!!!”
투두두두두두-!
미군들은 약이 올라 수진이를 더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들의 총알만 낭비할 뿐이었다.
“죽여달라고 용을 쓰는구나.”
수진이는 비어버린 물통을 땅바닥에 던진 뒤 다시 싸울 자세를 취했다.
“다 쉬었다. 이제 원대로 싸워주도록 할게.”
수진이는 허리 뒤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난 이게 더 편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수진이는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압!”
장수진은 힘껏 뛰어올라 미군 한 명을 덮쳤다.
그 군인은 부딪친 충격으로 인해 땅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으앗!!”
“이만 죽으세요!”
수진이는 단검으로 그 군인의 목을 찔렀다.
챙-!
하지만 데이터 쉴드로 인해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 하하하!”
그 미군은 같잖다는 듯이 수진이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딴 걸로 이 데이터 쉴드를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아쉽지만 네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아.”
그는 수진에게 한껏 비아냥거렸다.
“하! 나! 데이터 쉴드가 사람 여럿 배린다니까. 데이터 쉴드만 없으면 별것도 아닌 놈들이 설쳐대니까 도저히 못 봐주겠네.”
“뭐 더 말 다 했어!!”
그 군인은 자신을 무시하는 수진이의 발언에 발끈하며 그녀를 공격하려 들었다.
그는 주먹으로 수진이를 가격했다.
퍽-!
펀치가 꽤 강하게 들어간 것 같았으나 수진이는 가볍게 그 남자의 주먹을 잡아버렸다.
“봐봐. 별것도 아니잖아.”
수진이는 그를 무시하며 내려봤다.
“그냥 죽자.”
“하하하. 넌 나를 못 죽여. 이 미친년아.”
“과연 그럴까”
수진이는 그 군인의 몸에 손을 댔다.
그러자 수진이가 손댄 부위부터 시작해 데이터 쉴드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뭐, 뭐!!!!”
그 군인은 데이터 쉴드가 사라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부렸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데이터 쉴드가 사라지니까 표정 좋네. 너한테는 그 표정이 딱 좋은 거 같아.”
“이, 이런!!!!”
“죽어라!!”
수진이는 다시 한번 그 군인의 목에 칼을 냅다 꽂아버렸다.
푸슉-!
이번에는 칼이 제대로 들어갔다.
수진이는 그 군인의 목에 박힌 칼을 힘차게 빼냈다.
“끄아아아아악!!!!”
목에서 피가 솟구치면서 그 군인은 괴성을 질러댔다.
수진이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머지 군인들을 바라봤다.
섬뜩함을 느낀 미군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 수진이의 공격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어버렸다.
“이제야 다들 상황 파악이 되나 보네 보기 좋아.”
수진이는 우아하게 칼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근데 그러면 뭐 해 이제 다들 죽을 건데.”
“이런!”
수진이는 순식간에 미군들에게 돌진했다.
그다음부터는 거침없었다.
여기저기서 칼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수진이는 데이터 쉴드 해체와 동시에 칼로 찌르면서, 빠르면서도 깔끔하게 적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저건……. 대체 뭔가”
미군 사령관은 자신들의 진영을 휩쓸고 다니는 수진이를 보며 두려움에 차 물었다.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참모 역시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로서는 데이터 쉴드가 저렇게 쉽게 뚫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업!”
순간 미군 사령관은 장수진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장수진은 흠칫하는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녀는 사령관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사령관은 맘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체면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는 눈에 띌 정도로 다리를 오들오들 떨어댔다.
“안녕하십니까. 사령관님.”
장수진은 여유 있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넌…. 대체 뭐냐”
“자세한 건 알 거 없고, 당신을 죽이러 온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두시죠.”
“저년이!!!”
사령관은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자신에게 막말을 하자 자존심이 상해 악을 질렀다.
그는 사령관이 되고 나서 이제껏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다들 자신의 눈치를 보기 바빴는데, 어디서 이상한 애가 나타나 그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령관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분노가 두려움을 이겨내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느냐!!!”
“미친놈한테 조종당하는 병신 아닌가”
장수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를 농락했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사령관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장수진은 그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아까 내가 기관총을 헤치고 오는 거 못 봤나 봐 지금 고작 그걸로 나를 제압하겠다는 거야”
“…….”
장수진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기에 사령관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사태 파악이 되면서 두려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들 뭐해!! 빨리 저년을 없애버려!!!”
사령관이 명령하자 병사들이 나타나 장수진을 둘러쌌다.
“하! 진짜 한심해서 원.”
장수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끌끌 찼다.
“뭐 어차피 다 죽일 거니까 상관없겠다. 덤벼라.”
“으아아아아아아!!!”
장수진이 손을 까딱하자 미군 병사들은 그녀를 덮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사령관은 참모와 함께 장갑차 쪽으로 도망갔다.
사령관이 오자 장갑차에 있던 미군들은 당황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잠깐 여기에 좀 있어야겠다. 어서 문 닫아.”
“……네.”
미군은 사령관의 말에 장갑차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그 안에서 바깥의 상황을 바라봤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장수진과 싸우고 있는 병사들은 차례로 그녀의 손에 쓰러지고 있었다.
사령관은 다시 봐도 어이가 없었다.
장수진에게 데이터 쉴드 따위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후우…….”
병사들을 대충 정리한 장수진은 사령관이 숨어 있는 장갑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령관은 긴장감으로 인해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