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2) (128/201)

127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2)

지잉-!

나는 곧바로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으로 모두를 이동시켰다.

“우웁!”

일수는 토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 것처럼 보였다.

“진짜 연속 두 번은 아니지 않나 후우…….”

일수는 많이 힘든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오빠. 괜찮아요”

수진이는 바로 일수를 부축해주었다.

“너는 괜찮아”

“저야 거뜬하죠. 이 정도 가지고 뭘요.”

“그래…….”

수진이는 문제없어 보였다.

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

“후우…….”

박이나도 힘든지 심호흡을 깊게 내쉬었다.

“많이 힘드시죠”

“…괜찮아요. 멕시코를 1초 만에 오는데 이 정도 어지러움은 감수해야죠.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박이나는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많이 덥죠 데이터 쉴드 사용해서 열기 좀 피하세요. 내열 기능이 있거든요. 저번에 멕시코 왔을 때 사용해봤었는데 완전 쾌적했었어요.”

“그래요”

내 말에 박이나는 얼른 데이터 쉴드를 켰다.

“정말이네요… 바로 시원해졌어요. 이것만 있으면 여름은 아무 문제 없겠는데요”

“하하하. 의도치 않게 발견한 기능이죠.”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멕시코 총사령관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경례를 했다.

나도 대충 그를 따라서 경례했다.

“오셨습니까”

“네. 상황은 어떻습니까”

“보시다시피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저희 쪽에서도 지금 바로 발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놨습니다.”

사령관은 주변에 있는 탱크들과 자주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이터 쉴드 보급은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여기 있는 병력에게는 전부 다 지급된 상황입니다. 추가 지급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좋습니다.”

나는 지휘관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가르시아 대통령께서는 warrior 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라고 지시를 내린 상황입니다. 저 역시도 warrior 님을 믿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warrior 님께서는 마약 카르텔을 괴멸시킨 분이시니까요.”

“하하하하하. 그래 주신다면 저야 고맙지요.”

총사령관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내가 멕시코의 영웅은 맞나 보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명령을 내려주신 대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대기해 주세요. 제가 한 번 더 미군을 설득해 볼 테니까요. 되도록 싸우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총사령관은 내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공격한다면 그때는 거침없이 싸워야죠. 어쩌겠습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하하하하. 그 이름 높은 Warrior와 함께 싸울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총사령관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그에게 한번 씨익 웃어주고는 미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나는 박이나와 전일수, 그리고 장수진에게 무전을 보냈다.

“다들 제 말 잘 들어요. 지금 저는 미군을 설득할 겁니다. 만약 설득에 실패하고 미군의 공격이 시작된다면 지체 없이 적들의 무기들을 해킹해주세요.”

“예!”

셋 다 우렁차게 대답했다.

뭔가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들 목소리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럼 저는 설득하고 오겠습니다.”

미군들의 분위기는 쓸데없이 비장했다.

녀석들은 마치 최후의 항쟁을 벌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쳐들어온 것은 자신들이면서 저러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모순적이었다.

분명 이 녀석들도 왜 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나랑 싸운다고 하니 더 무서울 수밖에.

하기야 내가 미군의 자랑인 특수부대들은 전원 몰살시켰는데 두렵긴 하겠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한번 이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이~.”

나는 미군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철컥-!

내가 다가오자 미군들은 곧바로 나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난 기분 좋게 인사했잖아. 그쪽들 인사는 좀 거친데”

“……무슨 속셈이냐 warrior.”

미군 측 사령관이 나와 말을 걸었다.

“내가 당신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하고 싶어서.”

“무슨 소리지”

사령관은 여전히 경계하며 물었다.

“거 대화 좀 하자는데 빡빡하게 굴지 맙시다. 뭘 그렇게 경계해”

“……지금 우리가 장난하고 있는 걸로 보이나 무슨 수작인지 물었다.”

계속해서 나를 못 믿는 눈치였기에 그냥 할 말만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그냥 이대로 물러가 주면 좋겠는데 그냥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제자리로 돌아가자고. 솔직히 당신도 지금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잖아. 이게 다 지금 미국 수뇌부가 미친놈한테 놀아나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하! 그런 개수작으로 우리 특수부대들을 꼬드겨서 뒤통수쳤던 건가 아쉽지만 이 몸은 그딴 같잖은 수에는 놀아줄 생각이 없어서 말이야.”

…….

뭔 개소리야

“…저기. 그놈들은 이렇게 내가 친절하게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제대로 알고나 말해라. 마침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특수부대들처럼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물러나는 게 좋을걸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말로는 그 녀석들과 같을 테니까 말이야.”

“닥쳐라. warrior. 군인의 자긍심을 건들지 마라. 국가가 명령하면 싸우는 게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시발. 진짜 그놈의 자긍심.

개 같은 놈에게 놀아나면서 죽는 게 군인의 자긍심이냐

진짜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나는 다시 좋은 말로 제안을 했다.

“이 전쟁에 어떤 사명감이나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하지 말아줄래 그냥 미친놈이 벌인 전쟁이니까. 당신들은 지금 그 미친놈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고.”

“…warrior. 당신은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아야 속이 후련한가 보군.”

설득하려고 했지만, 녀석의 적의만 불타오르고 있었다.

진짜 매번 느끼지만, 멍청한 놈들이 이상한 신념을 가지면 그것보다 무서운 게 없다.

저 새끼처럼.

“우리는 미국의 군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싸우다 죽을 거다.”

“특수부대들도 마약 카르텔과 미국 금융회사 연합을 위해 싸우는 주제에 그렇게 말하던데. 근데 지금 미국 내에서 누가 그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잘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던데 당신들도 똑같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나 봐”

“…….”

팩폭이 좀 강했는지 사령관은 말없이 이만 갈고 있었다.

갑자기 참모 하나가 나타나 사령관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령관은 그의 말을 심각하게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공격 명령이 떨어진 것 같다.

내 예상대로 사령관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고 미군 측의 모든 포가 우리 쪽을 겨냥했다.

“진짜 마지막 제안이야.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당신들에게 기회가 있어. 내 말대로 하면 당신들도 살아남고, 미국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그러니까 내 말 듣고 그냥 물러서.”

“유감이군.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

미군 측 사령관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뜻을 바꿀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내 말 잘 들어요.”

나는 곧바로 우리 쪽에게 무전을 보냈다.

“협상 실패했고 미군 측에서 공격 명령 떨어졌습니다. 곧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멕시코 총사령관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대답했다.

“다들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십시오. 곧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예!”

이미 멕시코 군인들은 각오를 다졌는지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이들의 이런 비장한 외침과는 달리 실상 이 전쟁은 미친놈 하나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란 사실이 애석했다.

그러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막아야 한다.

내 기필코 잭슨 그 자식은 박살 내고야 말 것이다.

“공격해라!!!!!!”

결국 미군 사령관은 팔을 내리면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펑-! 펑-!

곧바로 미군 측에서 무수한 포탄 세례가 날아왔다.

“디오. 막아!”

[네!]

곧바로 디오는 엄청나게 큰 데이터 장막을 생성시켰다.

쾅-! 쾅-!

데이터 장막은 미군의 공격을 바로 막아주었다.

“멈추지 말고 공격해라!! 적들을 모두 섬멸시켜.”

미군 사령관은 의욕 넘치게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하! 진짜 꼴 뵈기 싫어 죽겠네. 디오!”

[네.]

“저 녀석 좀 전기로 지져버려.”

[알겠습니다.]

지지지지직!

디오는 내 지시대로 사령관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하하하하하하. 멍청한 warrior 녀셕. 우리가 그 정도도 대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어느새 푸른 보호막이 나타나 사령관의 몸을 두르고 있었다.

저 새끼들.

역시나 데이터 쉴드를 가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전에 팔았던 1차 버전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잭슨 그놈도 데이터 쉴드를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하하!”

사령관은 미친놈처럼 웃어댔다.

잭슨도 그렇고 왜 이렇게 미친놈들이 많나 모르겠다.

하긴 미쳤으니까 이런 짓을 저지르겠지.

“언제까지 네가 최고일 거라 생각했나 이 오만방자한 놈아. 데이터 쉴드를 너만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 아쉽지만 우리도 가지고 있다고.”

“아 그러셔”

저 건방진 주둥아리는 내가 꼭 닥치게 만든다.

“디오!”

[네.]

“저 자식 데이터 쉴드 좀 해체해줘. 아주 조져버릴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디오였지만 사령관은 여전히 멀쩡했다.

“……하고 있는 거 맞지”

[하고 있는데 방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역시나 잭슨 그 자식도 지금 이 상황에 관여하고 있었다.

슈웅-!

그때 전투기들이 날아왔다.

“하하하하하! 우리 미군의 군사력을 보여주도록 하지.”

사령관은 호쾌하게 웃으며 한껏 뻐기고 있었다.

“진짜 저 웃음소리 어떻게 안 되냐…”

“라일 님.”

갑자기 장수진이 나에게 무전을 걸어왔다.

“어. 왜”

“사령관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욕은 좋은데 말이야. 지금 잭슨이 저 녀석을 보호해주고 있는데”

“제가 데이터 쉴드를 해체하고 신속하게 공격을 가하겠습니다.”

“…….”

그러니까 뭐라고

“네가 데이터 쉴드를 해체한다고”

“네. 라일 님이 알려준 원리대로 해봤더니 조금 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진 이 녀석…….

전에도 느꼈던 건데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좋아. 한번 해봐.”

“네. 주요 인물 암살은 제 특기니까요.”

수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미군 사령관을 향해 뛰어갔다.

“데이터 쉴드가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그냥 공격에만 집중해!”

미군 사령관의 말에 전투기가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썩을…….”

저건 좀 위험할 수도 있다.

나는 다시 한번 디오를 시켜 물리 방어막을 활성화시켰다.

콰앙-!!!

요란한 폭발 소리와 함께 엄청난 돌풍이 불었다.

역시나 물리 방어막으로 막지 않았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

“흐흐. 좋다.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

사령관의 말에 전투기들은 또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나도 참는 거에 한계가 있어.

의미 없는 전쟁이라 되도록 참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적극적으로 상대할 수밖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