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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1) (127/201)

126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1)

[라일 님.]

디오가 또 불길하게 나를 급하게 불렀다.

“왜 그래?”

[지금 빨리 미국 쪽 뉴스를 확인해 보십시오.]

나는 바로 인터넷을 켰다.

“…….”

역시나 안 좋은 소식이었다.

미국에서 멕시코 쪽으로 군대를 이동시키고 있다는 기사가 수두룩했다.

그 자식이 눈치챈 것이다.

“…뭐. 어차피 눈치챌 줄은 알고 있었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지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어째? 맞서야지. 우리 도와주겠다고 나선 멕시코가 불바다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지.

게다가, 어차피 대충 준비는 끝났다.

디에고가 내 지시대로 잘해준 덕분에 이미 데이터 쉴드가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가르시아 대통령에게로 가자.”

[네.]

가르시아 대통령은 한창 미국의 조치에 대해 회의 중이었다.

어차피 내가 개입하기로 한 거 그냥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슈융-!

“으아아아악!”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멕시코 고위 관료들은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저번처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하하……. 그렇게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요.”

철컥-!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경호원들을 총을 꺼내 나를 겨누기 시작했다.

“머, 멈춰!!!”

가르시아 대통령은 다급하게 외쳤다.

“이분이 바로 warrior다. 동영상 안 봤어?! 어서 그 총 내려놔!!”

대통령은 내 눈치를 보며 얼른 경호원들을 막았다.

그에 경호원들은 경계를 풀었다.

“다들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겠죠. 소개하겠습니다. warrior라고 합니다.”

그는 센스 있게 재빨리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warrior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회의에 참석해도 되겠는지요?”

“물론입니다. 저기 자리를 마련해주게.”

가르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수행원에게 지시하며 얼른 나를 자리에 앉혔다.

“하하. 너무 과한 대접 아닌가요?”

“멕시코의 영웅이신데 이 정도로 뭘요. 안 그래도 warrior 님과 대화가 하고 싶었습니다.”

회의장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다들 내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미소를 지은 다음 발언을 시작했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이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놈들이 우리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챈 것이죠. 곧바로 공격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행동이든 있을 것입니다.”

“단순 위협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실제로 공격을 할까요?”

한 의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상대가 상식이 조금이라도 박혀 있는 놈이면 단순 위협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미국을 조종하고 있는 놈이 제정신이 아니라서요. 공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나는 이 상황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확고하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미군의 공격을 대비할 생각이니까요. 여러분들은 일단 미국 정부에게 항의만 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공격이 없진 않겠습니다만, 항의를 통해 미국 내에서의 반발이 커질 테니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어서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멕시코군을 모두 북쪽으로 이동시켜 주세요. 전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몬테레이에 있는 공장에서 방어를 위한 무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나오는 대로 보급도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멕시코 국방부 장관은 각오를 다지며 대답했다.

눈빛이 살아있는 걸 보니 마음에 든다.

“그러면 부탁하겠습니다.”

***

“한국과 전쟁한다더니 이제는 왜 또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건가?”

“대체 지금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미국 곳곳에서 또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쌓였던 분노가 모두 터지면서 시위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거리에는 자칫 무력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나라 분위기는 점점 더 날카로워져 가는데, 여전히 잭슨은 대통령실에 태평히 앉아 새로운 비서가 따라주는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너는 좀 쓸만한 것 같다.”

잭슨은 섬뜩한 미소를 비서에게 날렸다.

그에 눈에 비서가 당황하는 게 비쳤다.

“뭐야? 너도 내가 두려운 거야……?”

똑똑똑!!!

잭슨이 비서에게 따지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잭슨 님. 국방부 장관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하. 장관 덕에 살았네? 나가 봐.”

잭슨의 말에 비서는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잭슨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국방부 장관은 급하게 나가는 비서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들어오시죠.”

잭슨의 말에, 장관은 비서에 대한 신경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신가요?”

“멕시코에서도 병력을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 귀여운 녀석들.”

잭슨은 재밌다는 듯이 깔깔댔다.

국방부 장관도 속으로는 잭슨이 많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잭슨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잭슨 님.”

“이봐요. GOD이라고 불러줄래요?”

잭슨이 정색하며 말했다.

장관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말을 바꿨다.

“GOD 님.”

“그래요. 좋네요. 계속해 봐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잭슨은 왼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역으로 그에게 물었다.

“녀석들도 우리와 싸울 생각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건데, 응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나라 안의 반대가 너무 심합니다. 이번 멕시코 쪽 조치 같은 경우는 정치계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으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잭슨은 국방부 장관의 말을 끊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시발! 어쩌라고요?”

잭슨은 국방부 장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어쩌라고요! 네?”

잭슨은 격분하며 장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비상식적인 행동에 장관은 죽을 맛이었다.

“시발 이놈의 나라는 이래서 문제라고요. 2차 세계대전 때도 어차피 참전할 거 진작에 참여했으면 좋았잖아요. 그놈의 반대 세력 때문에 일의 진행이 안 돼요. 베트남 전쟁도 봐봐요. 거지 같은 반대 세력 때문에 망해버렸잖아요.”

국방부 장관은 잭슨의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장관은 그가 완전히 왜곡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잭슨이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민주주의가 좋긴 하죠. 근데 가끔 거지 같을 때가 있어요. 다른 의견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빨리빨리 결정해서 일을 후딱 처리해야 하는 순간에도 진행이 안 되잖아요. 그놈의 뭣도 모르는 민중들이 이렇게 일을 그르쳐요.”

“…….”

“신경 끄고 일 진행시켜요. 계속 반대하는 놈들은 명단 주고요. 제가 다 쓸어버릴 테니까요.”

이 미친놈이라면 정말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국방부 장관은 오싹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잭슨은 정말로 자신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 엎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국방부 장관은 잭슨 편에 붙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와서 발을 내빼는 것이 더 최악이었다.

“…알겠습니다.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을 나갔다.

***

며칠 뒤 뉴스에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미국이 한국에 이어 멕시코에게도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보다 멕시코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이 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었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어쩐지 병력을 남쪽으로 계속 보내고 있더라

-가만히 있는 멕시코는 왜 또 건들고 난린데?

-모르지. 어쩌면 마약 카르텔 일 때문일 수도 있어. 미국이 지금 그것 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하잖아. 듣자 하니 멕시코 쪽에서는 warrior를 지원해줬고 또 멕시코의 영웅이라면서 추켜세우고 있으니까 아니꼬웠겠지.

-아니 근데 고작 그런 걸로 전쟁을 일으켜?

-일으키려면 무슨 핑계인들 못 대겠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전쟁이라도 하는 거야?

-지금 접경지역 분위기 장난 아니래. 명령만 떨어지면 양측 모두 싸우기 일보 직전이라는데?

-허허허허. 누가 이길까? 미국? 멕시코?

-당연히 미국이지. 여기에 이견이 어딨어?

-꼭 그렇지만도 않아. 왜냐하면 멕시코 쪽에는 warrior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네? 진짜 어떻게 될까?

전 세계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라일 님. 준비 끝났습니다.”

한창 인터넷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수진이가 와서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럼 이제 다 불러볼까?”

나는 박이나, 백기완 대통령, 전일수를 여기로 이동시켰다.

하도 뭐라고 해서 미리 공지를 했고, 이동시키기 전에 한 번 더 공지를 해줬다.

지잉-!

“……진짜 이건 몇 번을 해도 적응이 안 되네.”

“저도요. 진짜 매번 속이 울렁거려요.”

“하하하. 저는 이제 익숙해진 것 같은데요?”

일수랑 수진이는 여전히 힘들어하는 반면 백기완 대통령은 활기가 넘쳐났다.

“젊은 사람들이 고작 이거 가지고 힘들어하면 되나?”

꼰대 같은 발언에 일수와 박이나는 울컥한 듯 보였다.

“대통령님. 저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대통령님이 너무 강하신 거라고요.”

“맞아요. 엄살 아니에요. 진짜 힘들다고요.”

박이나까지 볼멘소리를 하며 대통령한테 따졌다.

백기완 대통령은 흠흠 하며 헛기침 소리를 냈다.

“자자. 이제 제 말에 집중해주세요.”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얼른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다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거 같아요. 지금 대충 디오 초기 버전과 비슷한 상태에 도달했어요. 이 정도면 이제 구색은 갖췄네요.”

“와……. 이제껏 그 개고생을 해서 업그레이드시켰는데 겨우 구색을 갖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지금 업그레이드 속도 엄청 빠른 거야. 내 기억의 자아는 혼자 했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엄청난 시간이 걸렸어. 너는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넵.”

일수는 바로 납득하며 입을 다물었다.

“무튼 지금 전쟁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그래서 다들 역할 분담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백기완 대통령을 쳐다봤다.

“일단 대통령님께서는 계속 나랏일을 맡아주세요. 대통령님은 남아서 여기 한국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맞겠군요.”

“그다음 나머지 셋.”

나는 박이나와 전일수, 그리고 장수진을 차례로 쳐다봤다.

“셋은 저와 같이 지금 당장 멕시코로 이동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목소리에 힘이 없다.

내가 또 이거는 못 참지.

“목소리 크게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다들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힘차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셋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 보냈다.

“그럼 이동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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