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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악당본색(惡黨本色) (4) (126/201)

125화. 악당본색(惡黨本色) (4)

“넌 지금부터 몬테레이에 있는 공장을 운영한다.”

“네?”

디에고는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영광인 줄 알아라. 그 공장은 내 아버지가 세운 공장이었으니까. 한때 네 아버지 패밀리에게 강탈당했다가 지금은 내가 다시 차지했지.”

“그 소중한 곳을……. 제가 정말 운영해도 되는 겁니까?”

“응. 믿고 맡기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디에고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방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저는 이제까지 공장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건 걱정 마. 내가 친절하게 세세하게 쓰여 있는 메뉴얼을 줄 거니까. 거기에 쓰여 있는 대로 따라가면 돼. 대신 그걸 잘 숙지하는 것은 네 몫이겠지. 어때?”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작네?”

“알겠습니다!!!!”

바로 힘차게 대답하는 녀석이었다.

“한 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뭔데?”

“그 공장은 무슨 공장으로 사용될 것입니까?”

“좋은 질문이야. 그 공장은 이제 군수공장이 될 거야.”

“예?”

계속 놀라기만 하는 디에고였다.

“그만 좀 놀래라. 그래 가지고 심장이 남아 나겠냐?”

“아니…… 그게 무슨……?”

“아! 너는 아직 모르려나? 미국과 한국이 곧 전쟁을 벌일 건데 멕시코에서 한국을 도와주기로 했어. 고로 멕시코도 미국과 싸울 거야.”

“!!!!!!!”

녀석은 이제껏 놀랄 것 중에 가장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리스마 넘친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저렇게 놀라니까 바보 같긴 하다.

“농담…… 이시죠?”

“내가 굳이 너한테 농담을 할 이유가 있을까?”

“…….”

그래.

차라리 농담이기를 바랐겠지만 명백한 팩트야.

“한다고 한 순간부터는 발 못 뺀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마.”

“하, 하하. 정말……. 복수를 이런 식으로 하시다니. 결국 아버지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저까지 괴롭히실 생각이신가요?”

…….

얘 지금 뭐라는 거야?

“착각하지 마.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이건 오히려 갱생의 기회를 주는 거야.”

“네?”

“넌 지금 전 세계를 지키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거야. 겉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전쟁이지만 실상은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놈과 싸우는 거니까. 네가 도와주면 우리는 그 자식을 막을 수 있어. 어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짐 챙기고 떠날 준비해.”

디에고는 내 지시대로 신속하게 행동했다.

난 아버지의 공장을 데이터 쉴드 공장으로 재가동할 생각이었다.

마침 몬테레이가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바로바로 물품을 보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데이터 쉴드 공장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차피 연천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데이터 메뉴얼을 기계에다 넣으면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보급 지점까지 확보해 놓았다.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잭슨은 대통령 집무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발을 올리고 볼펜만 돌리고 있었다.

비서는 잭슨의 건방진 태도가 불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가 어떤 놈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멍하니 있지 말고 커피나 내오시지?”

잭슨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비서에게 커피를 요구했다.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지만 잭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동료는 잭슨의 부당한 명령에 항의하다가 그 자리에서 잭슨에게 살해당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지 아무도 잭슨의 행동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애꿎은 그녀의 동료만 그렇게 죽었다.

그녀는 당장에 이 일을 밖에다가 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되려 그녀만 화를 입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잭슨이 계속 자기를 위해 일해줄 것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비서는 벌벌 떨며 잭슨에게 커피를 내왔다.

그녀가 너무 떨려서 커피 물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왜 이렇게 떠는 거야? 정신 사납게!”

잭슨은 갑자기 일어나 비서의 양 볼을 세게 잡았다.

“꺄악!!”

“닥쳐!!!”

잭슨의 윽박에 비서는 황급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웠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하지만 공포로 인해 흘러 내려오는 눈물은 참지 못했다.

“하, 하핫. 하하하하하.”

잭슨은 그녀의 눈물을 보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에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자아내졌다.

“두려워? 이 내가 두려운 거야?”

“아, 아닙니다!”

비서는 황급히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떨려왔다.

“거짓말을 하네?”

“아, 아닙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부정했다.

하지만 잭슨은 믿지 않았다.

“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필요 없는데. 오늘부터 해고니까 나오지 마.”

그녀는 그만두라는 잭슨의 그 말이 그렇게 좋게 들릴 수가 없었다.

비서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잭슨은 비서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비서는 심하게 오들오들 떨며 잭슨에게 물었다.

“쓸모없으면 죽어야지.”

“네?”

탕-!

잭슨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머리에 구멍이 난 비서는 힘없이 털썩 쓰러졌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잭슨은 자신의 얼굴에 튀긴 피를 닦으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또 죽이셨습니까?”

총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온 올리버가 잭슨에게 말했다.

“거짓말을 하더라고. 짜증 나게. 쓸모없어져서 죽여버렸어.”

“…….”

CIA 국장 자리에까지 올라 온 올리버는 이제껏 수많은 미친놈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잭슨처럼 미친놈은 처음 봤다.

잭슨은 사이코패스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이 녀석은 매우 강했다.

올리버의 마음 한편에는 자신들이 잭슨에게 붙은 게 과연 잘한 짓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빨리 저 시체 덩어리 좀 치워주실래요? 역겨워서 못 보겠으니까요.”

“……네.”

올리버는 잭슨의 말을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에게 붙어버린 이상 되돌릴 수가 없었고, 지금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되려 그가 화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올리버는 부하들을 불러 입단속을 시킨 다음 비서의 시체를 치우도록 했다.

“고마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잭슨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리버는 잭슨이 미쳐가는 게 점점 더 심해진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로버트 의원을 죽인 이후로 증상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피 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건가?’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올리버는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는 걸 느꼈다.

“그나저나 올리버 국장. 제가 부탁한 것은 어떻게 됐어요?”

잭슨은 한국에 스파이를 보내 warrior의 정황을 파악하라고 올리버에게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감시가 삼엄해 스파이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되려 스파이들이 붙잡히는 상황까지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노력하는 중이지만……. 솔직히 잘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잘 안 되고 있으면 안 될 텐데요?”

잭슨은 볼펜만 유심히 살펴보며 무심히 말하다가 갑자기 하던 짓을 멈추고 올리버를 쳐다봤다.

그는 올리버를 향해 씨익 웃었다.

올리버는 온몸이 오싹해져서 하마터면 다리가 풀릴뻔했다.

“warrior 그 녀석이 대비를 잘해 놨는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계속 녀석을 캐보고 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단 말이에요.”

잭슨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요. warrior가 지금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에요. 분명 뭔가를 꾸미고 있을 거라니까요? 근데 제가 그것을 알 수 없어요. 더 깊게 접근해봤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당할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

잭슨은 올리버에게 침까지 튀겨가며 넋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당장 warrior가 뭐 하고 있는지 알아내서 저한테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잭슨은 올리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올리버는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는 ‘네가 모르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내?’라고 따지고 싶기도 했지만, 꾹 참았다.

“빨리 알아내 주세요.”

“……네.”

“가봐요.”

잭슨의 명령에 올리버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잭슨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드네.”

아까 그가 말했다시피 잭슨은 warrior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었다.

warrior는 철저하게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숨기고 있었다.

물론 잭슨만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었다.

잭슨 또한 warrior가 자신을 추적 못 하도록 철저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했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정보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warrior가 잭슨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이렇게 보안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잭슨은 지금과 달리 warrior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다 알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정보를 얻어내며 warrior를 죽일 계획을 세웠었다.

잭슨은 아마존에서 확실하게 warrior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warrior의 반격이 매서웠고, 그의 회심의 공격은 막혀버렸다.

그로 인해 상황은 오히려 잭슨에게 안 좋게 흘러가 버렸다.

warrior가 그의 존재를 알아버렸고 그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해 나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예 실마리 하나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잭슨은 아마존에서의 실패를 통탄해했다.

정체를 계속 숨기면서 더 확실해졌을 때 warrior를 공격했었어야 했다.

잭슨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 거야? 그게 뭘까?”

warrior는 에이든 대통령과 합작해 내란을 조장하려 했다.

꽤 좋은 시도이긴 했지만, 정치인들 대부분이 그의 편인 상황에서 여론 따위야 공권력으로 밀어붙이면 잠재울 수 있는 것이었다.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한들 잭슨은 그냥 무시하고 계속해서 전쟁을 하는 쪽으로 밀어붙일 계획이었다.

warrior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국민들을 선동한 선에서 끝낼 리가 없어. 뭔가 허술해. 마치 여기로 시선을 돌리게 한 다음에 실은 다른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잭슨은 warrior가 어떤 일을 꾸밀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녀석은 분명 한국에서 싸울 생각은 없을 거야. 그 작은 땅덩어리에서 싸웠다가는 본인들 피해만 막심할 테니까. 그렇다고 미국으로 역으로 쳐들어올 리는 없는데 말이야…….”

잭슨은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혼잣말을 하다가 멈췄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잭슨은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 녀석, 멕시코 대통령과도 꽤 사이가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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