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2화. 악당본색(惡黨本色) (1) (123/201)

122화. 악당본색(惡黨本色) (1)

띠리리리-!

한밤중 갑자기 로버트 의원의 전화가 울렸다.

신원미상의 전화였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별게 다 나를 괴롭히네.”

잠에서 깬 그는 짜증 나서 그냥 전화를 꺼버렸다.

띠리리리-!

“!!!!!!”

로버트 의원은 깜짝 놀랐다.

분명 꺼버린 핸드폰에서 전화가 다시 울리는 것이었다.

“부, 분명 껐을 텐데?”

로버트 의원은 자신이 꺼놨다고 착각했겠거니 하고 휴대폰을 다시 껐다.

이번에는 확실히 껐는지 안 껐는지 확인까지 했다.

띠리리리-!

“!!!!!!!”

다시 전화가 울렸다.

로버트 의원은 섬뜩함을 느꼈다.

“이번에는 분명 꺼놨을 텐데…….”

그는 술도 마시지 않았고 마약도 하지 않았다.

로버트 의원은 분명 제정신이었다.

“안 받고 뭐 해 새끼야?”

“!!!!!!”

이제는 알아서 전화가 받아져 버렸다.

“뭐, 뭐야?!!!”

로버트 의원은 까무러치게 놀랐다.

“뭐긴 뭐야? 나지. 잭슨. 잭슨 앤서니.”

“너, 너…….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로버트 의원은 잭슨의 싸늘한 목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건 알 거 없고. 그동안 잘 지냈어?”

“……하하하하.”

로버트 의원은 잭슨의 객기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상원의원인 자신이 잭슨에게 전혀 꿀릴 게 없었기 때문에 로버트 의원은 다시 자신감 있게 나왔다.

“잭슨. 이 아저씨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다니 많이 컸구나. 나야 이렇게 상원의원이 돼서 잘살고 있지.”

“그래? 축하해.”

“하! 고맙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더 일찍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크흐흐흐흐흐.”

잭슨은 미친 사람마냥 끌끌 대기 시작했다.

“진짜 아저씨는 그 개 같은 인성 여전하시네.”

“말조심해라 잭슨. 난 전과는 달리 상원의원이 됐으니까. 출소했다고 들었다.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겠지? 그렇게 까불다가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 아저씨는 이제 그럴 힘이 있단다.”

로버트 의원은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내 아들이 너를 때린 것은 잘한 짓이지. 살인마가 될 싹을 미리 알아봤으니까 말이야. 민심이라는 것은 참 웃겨 안 그래? 한순간에 떨어지기도 하고 또 한순간에 올라가기도 하지. 지금 이 아저씨처럼 말이야. 하하하하!”

로버트 의원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이죽댔다.

“아저씨. 상원의원 되고 나서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치네. 마음에 들어.”

잭슨은 그런 거는 상관없다는 듯이 깔보듯 말했다.

로버트 의원은 자신이 잭슨에게 더욱더 빈정거렸음에도 뭔가 그에게 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잭슨. 고작 그딴 헛소리나 하려고 이 한밤중에 전화한 거야? 나를 화나게 할 목적이었으면 성공한 거 같네. 내가 지금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졌으니까 말이야.”

로버트 의원은 잭슨을 도발하고 싶은 마음에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말이야 너에게 충고를 하나 해줄게. 너 그렇게 주제도 모르고 까불다가는 일찍 죽는다. 크리스틴처럼 말이야. 너 크리스틴 소식 들었지? 그러게 그냥 조용히 처 살 것이지 왜 한국에 가서 설치다가 그런 꼴을 당하냐고.”

“…….”

전화기에서는 잭슨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크리스틴이 네 유일한 친구였지 아마? 많이 슬펐겠구나. 우리 로버트도 굉장히 슬퍼하더라고. 아무튼 아저씨 말 듣고 조용히 살아라. 그래야 오래 살 수 있어. 알겠어?”

“로버트. 이 개새끼야!”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했던 잭슨은 결국 흥분하고 말았다.

로버트 의원이 그만 잭슨의 발작 버튼을 건들고 만 것이었다.

“허허허. 딱하구나. 아저씨가 이렇게 생각해서 충고해줬는데 전혀 씨알도 안 먹히다니.”

“충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슨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아저씨. 나도 충고 하나 해줄까?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이제 곧 어마어마한 고통들이 밀려올 것이거든.”

“…뭐?”

“일단, 당신 아들은 먼저 세상을 떠났어.”

“……그게 무슨 소리지?”

로버트 의원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너 자꾸 장난치면 아저씨한테 혼난다? 무슨 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장난인지 아닌지는 내가 자료 보냈으니까 한번 확인해봐.”

“…….”

로버트는 황급히 귀에서 휴대폰을 뗀 다음 화면을 쳐다봤다.

확인해보니 잭슨이 영상을 하나 보내놨었다.

로버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 영상을 틀었다.

“!!!!!!”

로버트는 그 영상을 보다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잭슨 말대로 자신의 아들이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잭슨은 그의 아들을 사정없이 칼로 쑤셔대고 있었다.

“잭슨!!!!! 너 이거 대체 뭐야?!!!! 내 아들 어쨌어?!!!!!”

로버트 의원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보시는 대로 이미 세상 하직했지. 어때?”

“너 이 자식!!!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로버트 의원은 격분하며 외쳤다.

그는 피눈물을 쏟을 지경이었다.

“자기 자식은 그렇게 소중히 여기면서 왜 남의 자식은 그렇게 만들었어? 크리스틴이 죽고 나서 걔네 부모님이 어떻게 된 줄 알아? 충격을 못 벗어나서 자살했어. 흐흐흐흐.”

잭슨은 넋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우리 엄마는 내가 감옥 가고 나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나 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네? 이 모든 걸 누가 초래했을까?”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로버트는 공포가 온몸을 지배하는 것을 느꼈다.

“바로 너지.”

“허업!!!”

로버트 의원은 경악하고 말았다.

어느새 잭슨이 자기 앞에 나타나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놀라 심장이 멎을 지경이었다.

“너, 너…….”

로버트 의원은 너무 떨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warrior 그 자식에게 고마워해야겠는걸? 이런 발상은 진짜 어떻게 하나 몰라? 순간이동 이거 해보니까 별거 아니긴 하네. 흐흐흐흐.”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넌 알 거 없어.”

잭슨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로버트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오, 오지 마!!”

로버트는 질색하며 자신의 책상으로 달아났다.

그는 거기에서 얼른 권총을 하나 꺼낸 다음 잭슨을 겨눴다.

“하하하하하. 아저씨. 제법 살벌한 것을 가지고 있네?”

“닥쳐라. 난 네까짓 것의 죽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덮을 수 있어.”

“흐흐흐흐흐. 그래?”

로버트가 총을 겨누고 있었음에도 잭슨은 완전히 여유로운 상태였다.

“허세 부리지 마. 내가 이걸 못 쏠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아니. 그것보다는 그걸 나한테 쏴도 소용이 없어서.”

“뭐?”

“아저씨. 혹시 warrior라고 알아?”

로버트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놈 때문에 그가 애용하던 마약이 완전히 끊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로버트 쪽에서는 warrior를 없애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그놈은 왜?”

“내가 그놈과 비슷한 면이 있거든.”

“너… 설마…….”

로버트는 warrior와 관련하여 이전에 봤던 영상들이 떠올랐다.

warrior에게 총알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왠지 로버트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반응을 보니 눈치챈 것 같네. 그럼 이제 아저씨는 그냥 나한테 죽는 일밖에 없겠네?”

“저, 저리 꺼져!!!”

로버트는 잭슨에게 총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달리 다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탕-! 탕-! 탕-!

역시나 그의 공격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총알은 잭슨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뒤에 있는 벽을 때릴 뿐이었다.

“인간들은 어쩜 그리 하나 같이 어리석은 줄 몰라. warrior가 그렇게 소용없다고 말해도 굳이 총을 쏘던데 아저씨도 똑같네.”

“닥쳐라!!!”

로버트는 악에 받쳐 총알을 계속 쏴댔다.

탁-! 탁-!

하지만 탄창은 금방 비워졌고 애꿎은 쇳소리만 났다.

“이제 뭘 더 할래?”

잭슨은 로버트를 향해 섬뜩한 미소를 날렸다.

“할 거 없지? 그러면 그냥 나한테 죽어.”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로버트는 갑작스러운 전기 충격에 몸을 요란하게 떨며 쓰러졌다.

“신기하지? 아저씨 주위에 있는 공기 데이터를 전기 데이터로 변환하면 그렇게 돼. 내가 뭔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잭슨은 쓰러져 있는 로버트의 머리채를 잡았다.

“네, 네 이놈!”

로버트는 이를 악물며 잭슨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아저씨. 이 와중에 표정 좋네? 완전 죽이고 싶게.”

푸슉-!

잭슨은 품에서 칼을 꺼내 그대로 로버트의 눈에 꽂아버렸다.

“꾸에에에에엑!”

로버트는 괴성을 질러대며 몸부림쳤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슨은 쾌감을 한껏 즐기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괴기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하하하하하. 아저씨. 너무 웃기네요. 더 몸부림쳐봐요. 하하하하하하하.”

“끄어어어어어.”

로버트가 신음할수록 잭슨은 더 즐거워했다.

잭슨은 마치 약을 한 것처럼 쾌감에 한껏 도취하여 있었다.

“더! 더 고통스러워하란 말이야! 그래서 나를 즐겁게 해줘. 더! 더 고통스러워해!!!”

“이, 이 사이코 자식아!!!!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더. 더 고통스러워 해!!!!!”

잭슨은 쓰러져 있는 로버트의 등에 칼을 꽂기 시작했다.

그가 칼을 뺄 때마다 역한 소리와 함께 로버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더 고통스러워 해!!!”

잭슨은 미친듯이 로버트를 난도질했다.

로버트는 두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었다.

“사, 살려줘.”

로버트는 힘겹게 잭슨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아저씨. 그렇게 살고 싶어?”

“살려줘……. 난 이제 권력을 누리기 시작했단 말이야.”

로버트는 여전히 목숨을 구걸했다.

잭슨은 그런 그가 더 역겨워졌다.

“당신은 그딴 좆 같은 것 때문에 크리스틴을 죽였지. 안 그래?”

“자, 잘못했어……. 그러니까 살려줘…….”

“잘못을 뉘우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살고 싶은 건지 구분을 못 하겠네.”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원대로 이제 그만 찌를게. 어차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알아서 죽을 텐데 그냥 바로 죽이면 싱겁잖아. 너만큼은 편하게 죽게 할 수 없지.”

“으어어어…….”

로버트는 희망이 없는지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절규했다.

“아저씨. 어쩌면 먼저 죽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크리스틴이 없는 이 세상은 어차피 내게 의미가 없어서 다 박살 내버릴 생각이거든.”

갑자기 잭슨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는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 아저씨랑 아저씨 아들이 살아 있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먼저 죽이는 거야. 사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렇지만 warrior 그 새끼 때문에 몸을 사렸었지.”

잭슨은 허탈한 듯이 헛웃음 냈다.

“근데 이제 녀석에게 정체를 들킨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지 뭐야?”

로버트는 고통으로 인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 전혀 듣고 있지 않았지만, 잭슨은 계속 독백을 이어나갔다.

“불쌍한 크리스틴. 이런 놈 때문에 죽어버리다니……. 크흑……. 불쌍한 크리스틴.”

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로버트의 몸은 축 늘어지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잭슨은 싸늘한 눈빛으로 로버트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은 한국이다.”

0